전통적으로 유격수는 타격이 약한 포지션이다. 야구 용어 중에 '멘도사 라인'이라는게 있다. 타격 랭킹 최하위나 타율 2할1푼5리 타자를 일컫는 말이다.
'멘도사 라인'은 지난 70년대 메이저리그 선수 마리오 멘도사에서 유래됐다. 멘도사의 포지션이 바로 유격수였다.
유격수는 내야수 중에서도 중요한 포지션이다. 유격수는 물방망이 타자도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포지션이다. 이런 '멘도사 라인'은 한국에도 적용이 된다.
2000년부터 5년 간 300타수 이상 출전하며 최저 타율을 기록한 선수 5명 가운데 4명이 유격수였다.
하지만 올시즌에 들어서는 사정이 다르다. 20일 현재 8개 구단 주전 유격수 8명 가운데 무려 6명이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SK 김민재(32, 타율 0.393)는 지난주까지 4할대 방망이를 휘둘렀다. 롯데 박기혁(24, 0.368), LG 권용관(29, 0.333), 현대 채종국(30, 0.327), 기아 홍세완(27, 0.315), 두산 손시헌(25, 0.302)도 예상 깬 타격 솜씨를 보이고 있다..
▲멘도사 라인은 잊어주세요
미운 오리새끼들이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김민재의 통산 타율은 2할4푼8리다. 박기혁은 지난해 300타수 이상 출전한 타자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 2할3리를 기록했다. 권용관은 6시즌 최고 타율이 2할4푼5리였다. 두 차례나 1할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3년차 손시헌의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은 2할2푼7리다.
▲망가진 팀 내가 이끈다
홍세완은 8연패에 빠진 기아에서 보석같은 존재다. 홍세완은 타율, 홈런, 타점, 득점 부문에서 심재학에 이어 팀내 2위를 달리고 있다. 팀이 올 시즌 최악의 득점력을 보이고 있어 홍세완의 활약은 더 빛난다. 채종국은 자유계약(FA)으로 삼성으로 이적한 박진만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채종국은 팀내 득점 1위(10득점)를 달리고 있다. 한시즌 홈런 4개가 개인 최고 기록이지만 올시즌엔 벌써 홈런 3개를 날렸다.
▲홈런치는 유격수 봤나
장거리 타자 유격수는 드물다. 역대 유격수 가운데 2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장종훈(90년), 이종범(96,97년), 브리또(2001, 2002년), 박진만(2001년), 홍세완(2003년) 5명 정도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권용관, 채종국이 홈런 3개, 홍세완, 손시헌이 홈런2개를 터뜨리고 있다.
▲짝이 있어 더 신난다
유격수만 잘 나가는 게 아니다. 키스톤 콤비 2루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두산 안경현(35, 0.311), 롯데 신명철(27, 0.295, 2홈런), SK 정경배(31, 0.283)는 유격수들과 함께 팀 공격의 핵이 되고 있다.
▲유격수 전성시대 다시 열릴까
프로야구 출범 24년 동안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 타율을 기록한 유격수는 김재박(84, 85년), 류중일(90년), 이종범(94, 96, 97년), 유지현(94, 99년), 브리또(2000, 2001년), 박진만(2001년) 등 6명에 불과했다. 강타자 유격수가 두 명 이상 등장했던 시즌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4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유격수 전성시대’를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기아 공격의 핵인 홍세완을 비롯해 박기혁, 손시헌 등은 젊은 선수들이다. 박기혁과 손시헌은 지난 동계훈련을 계기로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점에서 장래가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