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후 1시. 출발한지 6시간 반이 지났다.
아무도 없는 호숫가에 앉아 가스버너를 켜고 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하다...
아뿔사, 끓은 라면을 먹는 중에 용기가 옆으로 넘어지며 동반자 왼발목을 덮치고 말다.
등산화 발목 사이로 국물이 침투해 끈을 풀고 털어내기 까지의 시간으로 인해 화상을 입다.
작년의 쿵스레덴(스웨덴) 불상사(발목 골절)에 이어 올해 또....
서둘러 수건을 호수물에 적셔 냉찜질을 하다...
수차례에 걸쳐 화기를 충분히 빼야 하는데... 그만 내 불찰로 한번으로 그치고 말았다...
일단 물수건으로 싸 매고 신발끈을 느슨하게 매고, 마지막 가파른 고개길을 올라야 한다...
고개 너머 내리막길은 지옥의 가파른 길인데...
- 드디어 오후 2시 반, 출발 8시간 만에 콩마라 패스Kongma La Pass(5,535m) 정상에 오르다.
정상에는 5명이 있는데..
먼저 오른 서양 남자 2명은 금방 로부체로 하산하고, 중국인 2명 커플과 아줌마 1명이 있는데...
가이드도 없다.. 아줌마는 신발이 등산화도 운동화도 아닌 스니커(짝퉁 발리 브랜드)이다. 아이젠 있냐고 물으니, No... OMG!!
- 뒤돌아 보니 초록빛 호수와 함께 순백의 황홀한 산군이 펼쳐져 있다...
왼쪽부터 눕체Nuptse(7,861m), 로체Lhotse(8,516m) 산군과 멀리 임자체Imjatse(6,160m), 마칼루Makalu(8,485m), 바룬체Baruntse(7,162m), 암푸갑첸Amphugyabchen(5,630m) 그리고 아마다블람Ama Dablam(6,856m), 탐세르쿠Thamserku(6,779m)의 위용이 압권이다. 고개 반대편은 쿰부 빙하Khumbu Glacier 와 너머에 오늘의 목적지인 로부체Lobuche가 아스라이 보인다...
그 뒤편에는 고산 준령 멋진 산군들과 함께
- 정상에서 약 20분 정도 시간을 보내며,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총동문회장(용산고) 취임하는 친구를 위한 축하영상을 촬영하고 서둘러 하산길에 오르다.
- 하산길은 가파른데다 중간 중간 얼음/눈길이어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중국 아줌마는 스니커에다가 아이젠도 없다... 거의 앉아서 기어내려가다 싶다...
일몰(5시, 늦어도 5시반) 전에 목적지 도착할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저 밑의 빙하를 건너는데만도 2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는데...
얼음/눈의 미끄럽고 가파른 너덜길을 지나니 지그재그의 급경사 너덜길이 또 이어진다...
중국인 2명 커플은 앞에 아줌마는 우리 뒤에 있다...
(햇빛에 빛나는 푸모리Pumori....)
- 산을 다 내려와 빙하를 앞두고 있는데... 우리 포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로부체에 일찍 도착하여 짐을 맡겨두고, 위험한 빙하를 넘는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마중 나온것이다.
일단 포터에게 동반자 배낭을 맡겨 먼저 보내고.....
- 빙하는 양쪽에 제방(뚝) 같이 빙퇴석이 쌓여있어 또 올라 내려가야 한다.
빙하는 조금씩 서서히 흐르기 때문에 해 마다 건너는 루트가 바뀐다.
깃발 또는 돌탑으로 표시해 놓는데... 가이드 없이 건너기가 쉽지 않다..
길을 잃으면 완전 참사가 발생한다...
(빙하, 빙퇴석, 그리고 푸모리Pumori....)
- 5시 20분 빙하를 건너려고 하는데 이미 어두워졌다...
우리는 각자 헤드램프가 있는데... 중국인들은 아무것도 없다...
핸드폰 후레쉬 밖에... 배터리나 충분한지....
여기서 길을 잃으면... 밤에 추위에 동사하기 딱 십상이다...
게다가 바위들을 징검다리 처럼 건너다 실족하면... 그 밑은 땅이 아니고 빙하 얼음(크레바스)이다...
깜깜한 주변을 볼 새도 없이 우리는 헉헉대며 깡총 깡총 가이드의 걸음만 따라가다.
중국인들은 우리 뒤를 바싹 따라온다
- 드디어 저 멀리 로부체 마을(롯지 5~6개)의 불빛이 보인다... 휴~~~ 이제 살았다...
롯지에 도착하니 거의 7시다... 12시간 이상을 걸어왔다... 완전 기진맥진이다...
걸음 수는 18,000보 밖에 안되는데...
훗날 들은 얘기로... 11월에만 콩마라 패스 넘어온 사람 중에 5명이 사망(일본 1, 러시아 2, 중국 2) 했는데... 4명은 실종, 1명은 사망(시신 수습)이다. 모두 빙하를 건너다 발생한 사고로... 공통점이... 모두 가이드가 없었다는 점이다.
새삼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대 낮도 아니고 컴컴한 밤에 우리가 기적?적으로 빙하를 건넌 것은 하늘의 도움이 있었으리라...
- 중국인들은 우리에게 고맙다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들의 숙소로 가다.
단언컨대, 그들은 우리를 만난게 천운이었다... 깜깜한 밤에 가이드 없이 빙하를 횡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뿐더러... 빙하의 크레바스에 빠지거나 적어도 밤새 영하의 찬 바람에 동사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다음날 예정인 고락셉Gorakshep(5,140m) 까지의 일정은 하루 연기하고 로부체에서 하루를 그냥 쉬기로 하다.
- 동반자의 발목 상태를 보니, 물집이 크게 생겼다. 현장에서 충분히 더 냉찜질을 했어야 하는데....
상비약에 화상 관련된게 없다... 물집이 터지면 감염의 위험이 많은데...
일단 발열 완화를 위해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서둘러 잠자리(침낭)에 들다..
첫댓글 5부를 빼 먹었네 나중에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