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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금의 한 상궁(양미경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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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 ‘한 상궁 살리기 범국민운동본부’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TV드라마 대장금의 한 상궁(양미경분)이 15일 결국 최후를 맞았다.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청년 실업 등으로 지친 사람들을 TV앞에 불러모았던 한 상궁의 힘은 무엇일까. 그녀에겐 단아한 자태, 자애로운 미소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전문가들도 재밌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뢰의 리더십
한국 리더십센터 대표 김경섭 박사는 “한 상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수평적인 리더십을 보여준다. 특히, 질문을 통한 코칭(coaching) 기법을 사용하여 상대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 등으로 어려운 시대에, 한 상궁의 권위적이지 않고, 신뢰와 감성 중심의 리더십이 시청자로 하여금 브라운관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는 것.
“모든 의원이 안된다고 하였습니다.”(대장금) “모든 의원이 내일 아니면 모레 혹은 십년후에 낫는 사람도 있다 하였다.”(한 상궁) “마마님이 이기셔야 합니다.”(대장금) “너 없이는 이길 수 없다.”(한 상궁) (중략) “저를 포기하십시오.”(대장금) “니가 필요해”(한 상궁)
의원으로부터 장금의 미각(味覺)이 거의 회복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궁으로 돌아오는 나룻배 안에서 한 상궁과 장금은 이같은 대화를 나눈다. 한 상궁은 장금이 수랏간 나인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금에 대한 전적인 믿음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한 상궁은 미각을 잃은 장금에게 음식 맛을 보지 말고 요리를 하라고 하면서, '너를 믿어라. 너를 믿지 못한다면, 나를 믿어라'며 장금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네티즌들은 대장금 홈페이지(www.imbc.com)에 “너무 감동적이다. 나도 저런 윗사람이 있었으면. 아랫사람을 믿고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BABO2329)이라며, 한 상궁이 보여준 신뢰의 리더십에 공감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대장금 인터넷 홈페이지의 ‘이 시대의 한상궁을 찾습니다’라는 코너에는 자신의 인생을 이끌었던 스승과 직장 상사들에 대한 수백건의 사연들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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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금의 한 상궁(좌측.양미경분). 대장금 (이영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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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리더십
한 상궁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편법을 지양하고 양심에 기준한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상궁은 장금이 백성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경합에서 패하자, 이같이 호통친다.
“백성들이 좋은 뼈와 고기로 탕을 끓여 먹을 수 있느냐? 백성들이 네가 비법이랍시고 말한 타락을 넣어서 끓여 먹을 수 있느냐? (중략) 헌데, 너는 오로지 이기겠다는 마음에 음식에 대한 기본 자세를 다 내팽개치고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면서 좋은 머리로 편법이나 생각해낸 것이 아니더냐.” 이 같은 도덕적 양심은 그녀가 최고상궁에 오른 뒤에 다른 상궁이나 궁녀들을 다룰 때도 발휘된다.
지난 10월 방한했던 밀리언 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도 “빠르지 않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로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인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말해, 양심과 원칙을 지키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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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궁(좌측.양미경 분)과 라이벌 최상궁(견미리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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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 리더십
한 상궁은 지장(智將)이기도 하였지만, 덕장(德將)으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는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특히, 그녀의 자애로운 인품과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은 탈권위적이고 수평적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리더로서의 전형을 보여준다. 경합을 앞두고, 한 상궁과 장금은 “장금아” “마마님 손이 떨리옵니다. 마마님 떠시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고얀것~” 과 같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거나, 감옥에서 서로를 의지하기도 한다. “힘들지 않느냐?” “저는 괜찮습니다. 마마님이 걱정이시지요” “나는 괜찮다. 너한테는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너와 같이 있으니 아프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고 춥지도 슬프지도 않구나.”
한 상궁은 15일 밤 누명을 쓰고 죽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시대, 한 상궁의 캐릭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것은 혹시 우리 사회에서 점차 보기 힘들어져만 가는 신뢰와 양심, 그리고 감성적 리더십에 대한 희구(希求)는 아니었을까.
(이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