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며느리’의 정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지난 식목일. 가끔 점심을 함께 해온 두 친구와 봄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국립공원 계룡산 수통 골 안 한 식당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의 초점은 서로의 건강관리에 힘쓰며 앞으로 될 수 있으면 자주 더 만나고 식사라도 함께 하자는 것.
두 사람 우정은 동창들 사이에 형제간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아주 오래된 것. 궁금해오던 터에 그 비법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한 친구가 머뭇거림이 없이 ‘그건 아마 변하지 않는 항심이 아니겠느냐?’되물으며 옆 자리 친구를 보며 웃었다. 옆에 친구도 ‘그렇다’는 듯이 마주 보며 웃어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듯이 웃었다.
봄 비속에 차를 몰고 서서히 돌아올 때 ‘오후 며느리’ (오후에 오는 요양보호사 애칭)라 부르던 요양보호사가 우릴 떠나던 날 검은 콩 조림을 하면서 하던 말이 생생하게 들렸다. ‘어머님과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검은 콩 조림이라도 졸여놓고 가고 싶다’며 며느리와 같이 하던 말.
그러나 이건 또 웬 일? 집에 들어서자마다 ‘당신 들어오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혹시 ’오후 며느리‘를 만나지 못했느냐?‘ 며 반기던 마리아는 ’오후 며느리‘가 ’어머님과 아버님이 좋아하신다‘며 많은 반찬을 해가지고 왔다가 따님이 가게 문을 열기 전에 가야한다며 지금 막 내려갔는데 보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오후 며느리가 해와 놓고 간 반찬은 홍어무침을 비롯해 검은 콩 조림 멸치볶음, 실파 김치, 오징어 채 무침 등 다양한 반찬을 만들어 비닐봉지에 가득 가득 많이도 가져왔다.’ 덕분‘에 밥맛이 참 좋아졌다’며 고맙다는 문자를 넣었다. 2017. 4. 7.)
첫댓글 햐!! 그 호칭한번 정답네 "오후 며느리" 복지사 하시는 분 많이 아는데 그런 호칭은 못 들어 봤네그랴.
필자의 지난 글에서 라일락의 꽃말에 친구의 사랑, 우애라고 하면서 필자는 라일락의 그윽한 향기처럼
사람마다의 가슴에 가득하길 바라게 된다고 한 말을 기억하면서 수통골에서 친구의 우정이 지속되는
이유로 '항심"을 들었는데 독자의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또한 '오후 며느리'와의 정이 눈물겨웁도록
가슴을 따뜻하게 합니다. 주변 사람들을 품어서 행복한 웃음의 꽃을 피워내는 필자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엿보게 하는 글 감동입니다. 부디 입맛이 좋아졌다는 필자가 건강해서 좋은 글 계속올려주
기를 고대합니다.감사합니다.
오후며느리...오후에 봉사하러 오는 영양 보호사의 애칭이라고...정이 넘치네요.
온 세상이 몰인정과 이기로 똘똘 뭉친 것 같지만 봄 기운에 아지랑이 피어나듯 배려와 정다움이 소록소록 살아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군요.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