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어제 후임병이 고참을 살해한 뒤, PX에 불을 질렀다는
기사를 보셨는지?
너무 억울하고, 황당해서 저라도 좀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
넋두리처럼 늘어 봅니다.
홍보글, 돌림글 이런 거 절대 아닙니다.
제가 눈 앞에서 겪은 일이고, 마땅히 하소연 할 곳이 없어
여러분들께서도 군 비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계시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두드립니다.
어제 급하게 분당에 다녀왔습니다.
문학기행 이튿날에 저희 과대 언니의 남동생이
군대에서 숨졌다는 부고였지요. PX에서 불이 났다나요.
아이들은 문학기행 마지막날 집에도 들르지 못하고 빈소로 향했고,
당연히 저도 함께 둘째날에 일이 있어 올라왔던 친구를 데리고
분당 국군 수도 병원으로 갔습니다.
당장 드라마 공모전 마감이 코 앞이고 하는건 중요하지 않았죠.
안 그래도 사람 별로 없는 과에 , 과대 언닌데 - 그것도 선후배도
아니고 동긴데 - 가지 않는건 도리가 아니니까-
성모병원. 예전에도 여군 장교이시자 [현재 은퇴하셨습니다만]
간호사관학교 동창회장이신 고모를 뵈러 몇 번 와봤던 곳이지만
이상하게 경비가 삼엄하더군요. 아무리 밤이라지만, 그렇게 몇 차례나
거쳐서 저희들의 신원을 파악하는게 아무래도 좀 이상했습니다.
어쨌거나 들어간 빈소. 친구는 분향을 하고, 저는 교인인지라
옆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고 난 다음에야
동기들에게 무슨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말이 안 나오고 억울하다는게 이런 걸까요.
기사에는 반일병이라고 나온 그 분. 반일민 일병님.
저희 과대 언니의 친동생입니다. 83년생으로 저와는 동갑이죠.
언니와 그렇게 친했던건 아니지만, 간간히 막둥이 남동생이 있고,
올해 초에 입대를 했는데 이것저것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PX에서 근무를 하던 도중에 변을 당해 국군 병원에 실려 오게 되었는데..
황당스럽게도 어제 뉴스며 기사에는 그렇게 보도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기사를 좀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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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발언 고참 방화 살해
[속보, 사회] 2003년 10월 30일 (목) 03:00
[한겨레] 군 매점 불지른 이병 조사 육군은 29일 인격 모욕성 발언에 격분해 고참병을 빈 병으로 때려 기절시킨 뒤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로 육군 종합행정학교 소속 최아무개(20) 이병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육군 조사결과를 보면, 최 이병은 지난 28일 오후 9시께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육군 종합행정학교 구내매점에서 고참병 반아무개(21) 일병을 빈 병으로 때려 의식을 잃게 한 뒤 녹제거용 인화성 물질인 윤활유 스프레이를 뿌려놓고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육군은 최 이병이 판매액수와 잔고를 대조하는 일일결산을 함께 하던 중 반 일병으로부터 “넌 도저히 안되겠다. 꺼져라”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이병은 방화 직후 철조망을 넘어 부대 밖으로 달아났다가 29일 오전 2시50분께 서울 거여동 공중전화 부스에서 여자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출동한 헌병대 요원들에 의해 검거됐다.
최 이병은 이날 오후 범행을 자백하면서 “인격을 모욕하는 말에 화가 치밀어 빈 병으로 여러차례 때렸는데 의식을 잃었다”며 “숨진 것으로 알고 겁이 나 화재로 인한 사망으로 위장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이병은 지난 12일 이 부대에 배치된 뒤 반 일병으로부터 사소한 실수로 폭언을 들은데다 지난 27일 폭행을 당하자 앙심을 품고 있었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김성걸 기자 skkim@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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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누군가 신문 기사를 구해와 다 돌려보면서 영현실은
삽시간에 울음바다가 되었었죠.
이런 억울한 경우가 또 있을까요.
주객이 전도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꼴이 바로 이런 꼴입니다.
어제 국군 상병들이 빈소에서 내내 저희를 돌봐주면서
그네들끼리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물론 자기들도 상부에서 시켜서
하고 있지만, 뭣 같은 거겠죠.]
최이병이라는 사람. 정신병 이력의 소유자임과 동시에 며칠 전에는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하더군요. 주변 친지는 아무도 없고,
군 내에서도 꽤 정신 이상자로 통하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을 반일병이 괴롭혀서 홧김에 때려 죽인 거라구요 -
빈 병으로 때려서 죽인 것이라고 하셨나요.
그리고 덜컥 겁이 나 불을 지르고 도망갔다구요.
급하게 화요일 밤 (정확하게는 수요일 새벽) 서울로 올라와
바쁜 언니와 어머님을 대신해 동생의 사체를 확인한 저희 과대 언니는
너무나 처참한 모습에 정신을 놓았다고 하지요.
얼굴을 난도질 해놓고, 곳곳에서 망치 자국이 발견되는데,
그게 병으로 때린 상처입니까?
이렇게 급하게 시체를 화장한 것도 참 이상합니다.
아무리 우리 나라 사람들이 시체에 손대는 거 싫어한다고 해도,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진 직후에 부검도 없이 막바로 화장을 하는게
말이 됩니까?
사건 발생. 빈소 설치. 발인. 화장까지 정확히 사흘 걸렸습니다.
부검. 그런건 전혀 없더군요.
이게 일반사입니까? 일반적인 장례식도 아니면서, 어찌 부검 없이
진실을 턱 덮어두고 태우자고 발광들입니까 -
물론 저희가 막판에 하도 항의해서 발인 직전에 과대 언니와 함께
부검을 실시하기는 했습니다만, 30분 정도 했을까요.
그게 부검입니까 -
더불어 공식적인 부검은 모두 기록으로 남게 되어 있으나,
이 부검은 임시적 부검이었으므로 기록에도 남지 않더군요.
아무리 눈에 칼자국과 망치 자국이 보이면 뭐합니까, 증거를 안 남겨주는데.
또 하나 의문점은 어찌 취재 한번 없이 그런 기사가 당당히 나왔냐는 것이죠.
저는 어제 저녁 7시 30분부터 오늘 11시 발인 때까지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빈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 외에도 여러 동기들과
선후배님들, 반일병님의 친구분들이 와서 빈소를 지키셨지요.
그곳을 지키던 사람들이 서른 명 정도-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십시오.
그 발빠르다던 우리나라 기자들이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더군요.
그리고는 국군의 진술서만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서 보고하고 -
그걸 누가 믿습니까?
아니, 그렇게 되어 버리면 진실은 어디로 묻혀 버리는 겁니까?
너무 다정하고 착한 우리 과대 언니 -
그래도 항상 의젓했던 언니는 자신의 큰 언니와 어머니를 위로하며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찾아와준 저희를 도리어 걱정했었던 씩씩한
언니가 어제 새벽 몇 번이나 울다가 정신을 잃었는지도 모릅니다.
언니는 밤새도록 목 놓아 울었죠.
11월 5일에 휴가 나오기로 했었다고, 그래서 같이 운동하러 가자고
문학기행에서 돌아가면 운동화를 사야겠다고 말하던 언니였습니다.
아버지도 안 계신 상황에서 유일하게 있는 장남. 그래도 군대에서
착실하게 복무 하고 있다는 소식에 항상 가슴을 쓸어내리던 언니 .
그래도 PX 근무는 왠만큼의 학력과 신뢰를 가진 사람만 고용한다며,
자신의 막내 동생을 자랑하던 언니 .
항상 9시쯤이면 전화가 오곤 했는데, 화요일에만 전화가 오지 않아
뭔가 이상했다고 하더군요. 언니는 문학기행 이튿날, 모든 일정을
무사히 끝마친 기쁨에 동기들, 후배들과 즐겁게 술을 마셨고,
그 시간 동생이 처참하게 살해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후에 알았을때..
언니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정말 저희는 어제 밤 내내 담배만 몇 갑을 피워댔는지 모릅니다.
저희 앞에서 통 사정을 하더군요. 좀 봐달라구요.
자기들도 괴로우니 이쯤에서 그만 접자구요.
결국은 그런거죠. 재수사에 재부검하면 귀찮고, 번거롭고,
안 그래도 추락한 군대 위신 더 떨어질까봐 개지랄 떠는 거죠.
자신들이 그 입장이면 , 지네 자식들이 그렇게 죽어나갔으면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답니까?
앞에서 좋아라 낄낄 거리는 국군 윗대가리 새끼들도 오지게 재수없었고 -
허위 기사를 내놓고, 아침에 '오보이니 수정해달라'라는 저희의 전화에는
다들 취재나갔다며 한 사람도 통화에 응해주지 않더군요.
왜 이럽니까?
정말 - 이 나라 왜 이럽니까?
군 비리. 빌어먹을 정치는 순 싸움 얘기 뿐이고 -
그런 얘기들은 다 나와는 먼 이야기, 그저 드라마나 소설에서
볼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
왜 이런 힘없고 나약한 사람만 피해를 당해야 합니까?
황당하고 - 정말 억울하고.. 분통 터져서 말도 안 나옵니다.
그냥 . 그냥 답답해요.
......후우. 어쩌면 좋을까요.
카페 게시글
〃자유롭게〃
정말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글 씁니다.
Ruka☆
추천 0
조회 174
03.10.30 15:07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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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칼자국.. 망치자국.. 이거 정말이야? - _-... 이거 진짜라면 정말 그쪽에 문제가 심한데...
ㅠㅅㅜ (-정말 읽고 눈물이 핑~돈[퍼벅]) 우리나라.. 제발..군대는.. 어떻게 했음 좋겠어요.. 저도 옛날에 그런 비슷한 기사 봤는데..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죽여 놓고는 자살이라며 속였다가 몇년뒤에 밝혀졌다는.. 아무튼.. 정말.. 나쁜 사람들이네요..-ㅁ-
님.. 그래도.. 곧 진실이 밝혀 지겠죠.. 희망을 잃지 마세요..(-어이) >_<
..............어이아;;;;;없군요-_- 역시 우리나라 군대는 썩었어-_-!!!
아는 동생도 다음주 군대가는데...;
와,,,진짜 언니글읽고 황당했다..우리나라 군인이 이정도 밖에 안됬구나..하..몰믿고사나?전쟁나면 지들사겠다고 다 도망가겠네 어이없다..진짜 억울하겠다..
힘내세요 , ' -'! 아직어린남동생이있으니 , 그전에 군이좋아졌으면좋겠네요 .
어이가 없군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런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죠. 루카님, 힘 내세요!
숨기고 싶었겠지. 넘어가고 싶었겠지. 취재 한번 없이 기사를 내고 모두 취재 나갔다라.. 돈 좀 썼겠네.. 아니- 그딴거 필요 없을지도. 이 나라 원래 이런 나라잖아. 힘 없는 사람들만 죽어나는 그런 곳이지. 난.. 정말 이 나라가 싫어.. 이런거 이 나라 뿐만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 역겨운 곳이 또 있을까..
...난도질과 망치자국... 정말... 심각하네요..ㅜ_ㅜ
모두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네요. 언니는 얼마나 힘들고 속상할지.. 지금 가늠도 안 되는 상태랍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해봐야겠죠. 그저 지금은 한숨만 터져나올 뿐입니다.
세상에... 진짜 이런 일이 있을수가 있을까요? 제가 다 분하네요... 정말 어디에다가 호소할데도 없고.. 이대로 덮어서 의문사로 해버릴 작정일까요? 참 어이없어서..... 나중에라도 진실을 꼭 폭로해야되겠네요. 어쩜 이럴수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