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출발해 이내 있는 오포 터널을 건너면
실낱같은 대를 꼿꼿이 세우고 펴 있는
코스모스 군락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었는지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코스모스가 생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고 자라고 있는 태고의
꽃이라고 하더군요,
그 가녀린 대를 가지고서 말입니다.
물론 꽃이 인간사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꽃이 인간사처럼 아픔을 부둥켜안을 일이 그닥 없어서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켜도 오고 있겠지만
코스모스의 이력을 알았을 때부터 지금껏
그 한결같음에 놀라움을 바칠 뿐입니다.
오포 터널 입구에 펴 있는 코스모스의 군락이
스칠 수밖에 없는 내 눈길을 아주 사로잡습니다.
꽃이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채송화는 영락없는 채송화여서이고
코스모스는 또 영락없는 코스모스여서인가요?
사람이 사람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음이
지나치게 아픔이어도
꽃이 꽃이어서
마냥 축복이어도
사람이 꽃보다 괜찮음이지 않겠습니까.
뱉어놓고 자신감마저 품는 건 아닐지언정
내가 나를 품어볼 수 있는 존재가
사람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괜찮음이지 않을까요?
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
오포 터널 입구에는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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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2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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