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바른 마음》의 저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최신 공저!
새로운 세대의 심리 구조를 통찰하다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 점차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젊은 세대의 우울증, 불안증, 자살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캠퍼스 안팎에서는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해, 서로에게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소위 ‘가해자 지목 문화’에서는 누군가가 좋은 의도로 한 말을 다른 누군가가 무자비하게 해석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와 교육단체 수장 그레그 루키아노프는 이른바 ‘대단한 비진실’들이 어떻게 미국의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되었는지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저자들은 오늘날 대학 공론장 악화의 배경에는 세 가지의 잘못된 믿음, 즉 대단한 비진실이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안전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사상과 표현이 가로막히는가 하면, 갖가지 인지왜곡이 만연해 상대의 선의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정치적인 목적에서, 혹은 SNS의 특성상 ‘우리 대 그들’을 나눠 적대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저자들은 이것이 단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임을 지적하며, 그것에 대한 원인을 모두 여섯 가지로 나눠 자세하게 분석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전작 《바른 마음》(2013)으로 일약 세계적인 지식인으로 부상했으며, 2019년 ‘세계 50대 사상가’(《프로스펙트》), 2012년 ‘세계 100대 사상가’(《포린 폴리시》)로 꼽혔다. 도덕심리학과 정치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자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6년 만의 신작 《나쁜 교육》에서는 변호사이자 혁신적인 교육단체 FIRE의 수장인 그레그 루키아노프와 입체적으로 협업해, 이른바 i세대가 지닌 ‘대단한 비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들은 아이들과 대학, 그리고 사회가 보다 지혜로워질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놓는다.
그들의 극단적인 분노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사회에서 “논쟁이 참화로 치닫는” 상황을 우리는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누군가 어떤 발언을 했을 때, 다른 누군가가 그 발언을 “정의롭지 못하다”거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 혹은 “미세공격”이라며 당장 사과를 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면 해당 발언을 한 당사자는 억울해하며 자신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사태는 더 악화될 뿐이다. 문제를 삼은 사람은 “의도”보다는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재차 격하게 비판한다. 또 덧붙이길 그런 반박 시도 자체가 더욱 상처와 트라우마를 부채질할 뿐이니 반박을 그만두라고도 한다. SNS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순식간에 군중들이 몰려들어 서로 감정적인 설전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이제 애초의 논쟁 내용은 뒤로 물러나고, 서로간의 “부족주의” 스위치가 켜져 “우리 대 그들”의 격한 싸움에서 단지 승리하는 것만이 중요해진다. 상대가 악의적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모든 발언이 해석되고, 그것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갖가지 비합리적인 “인지왜곡”이 이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편 진영의 누군가가 자기가 속한 진영에서 발언하는 것이 가능한 한 제한되고, 서로가 같은 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극단적인 목소리만 살아남는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직장인 대학에서도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제1부에서 세 가지 잘못된 믿음, 이른바 ‘대단한 비진실’이 그 배경에 있다고 진단한다.
- 유약함의 비진실: 죽지 않을 만큼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해지게 한다.
- 감정적 추론의 비진실: 늘 너의 느낌을 믿어라.
- ‘우리 대 그들’의 비진실: 삶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사이의 투쟁이다.
조너선 하이트에 따르면, 이들 세 가지 비진실은 하나같이 고대의 지혜에 모순된다(하이트는 저서 《행복의 가설》에서 고대의 지혜에 관해 광범위한 심리학적 연구를 행한 바 있다). 고대의 지혜에 따르면, 우리는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더 강인해지고, 합리적인 이성으로 날뛰는 감정을 통제해야 하며, 인류가 하나이며 보편적 인간성을 지녔음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 관찰되듯이, 우리 사회는 이에 배치되는 세 가지 ‘대단한 비진실’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대학생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i세대, 즉 95년 이후 출생자들에게서 이러한 ‘대단한 비진실’이 나타나는 양상을 자세하게 분석한다. 필자들이 보기에 ‘대단한 비진실’이 폭증한 원인의 중심에 i세대가 가장 직격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단한 비진실을 부추기는
여섯 가지 원인
저자들은 제2부에서 ‘대단한 비진실’이 대학 캠퍼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상세하게 살펴본다. “은밀한 개념 확장”으로 말이 곧 폭력이 되어버린 상황, 마녀사냥의 분위기 등에 저자들은 대단히 비판적이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어서 제3부에서는 i세대를 중심에 두고 ‘대단한 비진실’의 원인을 여섯 가지로 추려서 제시한다.
- 정치적 양극화와 정당 간 적개심의 심화
- 십대의 불안증과 우울증 수준의 증가
- 양육방식의 변화
- 자유 놀이의 감소
- 캠퍼스 관료주의의 성장
- 정의에 대한 고조된 열정
저자들은 현상의 뿌리를 아동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분석한다. 세 가지의 ‘대단한 비진실’은 안전주의 문화에서 배태된 생각들인데, 이 안전주의 문화가 형성된 까닭을 아동기 양육방식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여러 사회적인 계기들로 인해 자율적인 양육에서 보호적인 양육으로 점차 변해왔다. 그래서 요즘의 미국 학생들은 부모의 지도와 감시 아래, 어려서부터 학업 성취도와 입시 스펙에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부모들이 대학 입시 걱정에 치여 아이들의 자유 놀이 시간을 죄다 줄이는 대신 비싸고 힘에 부치는 학원 수업에 아이들을 보내는 행태가 세계 그 어디보다 심각”(제12장)한데, 미국도 그와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동 발달에 필수적인 자유 놀이와 각종 경험, 위험 감수 행동을 가로막고 ‘대단한 비진실’을 부채질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섯 가지 설명의 실마리 중에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바로 십대에서 우울증과 불안증, 그리고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13년 이후 대학의 심리상담센터가 상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우울증과 불안증이 폭증했다. 또한 십대의 자살률도 “심란할 만큼 높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자살률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한국도 각종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우울감과 자살률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저자들이 그 원인의 하나로 스마트폰과 SNS 등 전자기기 사용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들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러워하지만, 여러 통계 자료와 심리학 연구를 들며 꽤나 섬세하게 전자기기 사용이 어떻게 정신질환이나 자해와 연관되는지를 설명한다. 단지 낯선 테크놀로지를 마주한 구세대의 막연한 걱정으로 일축해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메시지다.
또한 많은 독자들은 한국 사회의 시사와 관련하여, ‘정치적 양극화와 정당 간 적개심의 심화’를 다룬 제6장과 ‘정의에 대한 고조된 열정’을 다룬 제11장에서도 여러 유익한 통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주의와 과잉보호를 넘어,
새로운 세대에게 희망은 있다
제4부는 ‘대단한 비진실’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솔루션들을 담고 있다. 학교와 교사, 학부모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은 물론, 정치가나 행정 담당자들에게 유익할 만한 여러 지침들이 제시된다. 제3부까지의 내용이 학문적인 분석과 지적인 통찰을 주로 다루고 있다면, 제4부는 실용적인 제언들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절망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조짐”을 발견하고자 하는 저자들의 의도적인 낙관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미국 사회, 그중에서도 젊은 세대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단지 미국 사회로만 한정할 수 없는 세계적인 현상들을 무척 정교하게 짚어내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이 “대단한 비진실”이라고 부르는 믿음들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현상들은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또한 한국에서 “90년대생”이라고 부르는 젊은 세대들에 대해 단지 시장 마케팅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저자들의 구분에 따르면 “90년대생”은 밀레니얼 세대와 i세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늘날 새로운 사회 현상들은 정확히는 i세대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에는 국경이 없듯이, 미국의 i세대와 한국의 i세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보호적인 양육을 더욱 심하게 경험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규정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의 i세대에게 이 책의 분석은 더욱 타당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