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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1억 빚은 나누시죠” 상속 뒤 날아온 아들의 소송
🔎 당신의 사건 26. “아버지 빚 대신 갚았다”…어머니에 소송 건 아들
2019년 11월 김영택(가명)씨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고를 수습하고 난 뒤 남겨진 가족은 김씨가 가지고 있던 재산을 나눠가졌습니다. 김씨의 아내 이수경(가명)씨는 재산의 3/7을, 아들 김지훈(가명)씨와 딸 김혜원(가명)씨는 각각 재산의 2/7씩을 물려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 지훈씨는 얼마 안 가 어머니 이씨를 상대로 5300만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겁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 이 순서로 준비했어요
1. 상속채무 소송에서도 중요한 ‘증거’
2. 그래서 누구 빚인데?
3. 장례비 1000만원, 상속 비용 제외된 이유
4. 상속세, 내 몫만 내면 끝?
5. 상속 재산 분할 합의는 세밀하게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고인이 갖고 있던 재산과 빚은 가족이 나눠 물려받게 되는데요. 고인이 은행이나 친구에게서 빌렸던 돈이나 밀린 휴대전화 요금 등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상속 받을 가족이 여러 명이라면 재산을 상속 받은 비율대로 빚도 물려받습니다. 만약 영택씨가 은행에서 70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면, 아내 이씨는 해당 은행에 3000만원을, 자녀들은 각각 2000만원씩을 갚아야 하는 거죠.
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8809 판결
금전채무와 같이 급부의 내용이 가분인 채무가 공동상속된 경우, 이는 상속 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는 것이므로, 상속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가족 간에 재산을 얼마나 물려받을지 합의가 안 돼 고인의 빚 역시 어떻게 승계할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은행이나 고인의 친구들이 ‘빚을 갚으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경우 민법은 상속인 중 한 명이 고인의 빚을 몰아서 갚은 뒤 다른 상속인들에게 소송을 걸어 ‘내가 빚을 다 갚았으니 네가 갚았어야 할 액수를 나한테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민법 제425조
1항: 어느 연대채무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공동면책이 된 때에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2항: 전항의 구상권은 면책된 날 이후의 법정이자 및 피할 수 없는 비용 기타 손해배상을 포함한다.
지훈씨가 어머니 이씨를 상대로 건 소송도 이 같은 소송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1억2385만원의 빚을 자신이 모두 갚았으니 이 중 어머니 몫인 5307만원을 내놓으라’는 취지였습니다. 알고 봤더니 회사에서 비료 판매 영업을 하던 영택씨에겐 회사에 진 5700만원의 채무와 동생 김영훈(가명)씨에게 빌리고 갚지 않은 450만원, 밀린 차량 과태료와 수리비 230만원 등도 있었던 거예요. 그렇지만 법원은 이 중 7848만원만 ‘빚’으로 인정하고, 이씨에게 이 금액의 3/7인 3363만원을 아들에게 주라고 선고했습니다. 왜일까요?
📝 상속채무 소송에서도 중요한 ‘증거’
‘돈을 대신 갚아줬으니 네 몫을 내놓으라’고 하려면 실제로 돈을 갚은 건지 증명할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돈을 갚은 계좌이체 내역 등이 있어야 해요. 지훈씨는 아버지가 쓰던 태블릿PC 통신비용(12만원)과 포터 화물차량의 공과금(219만원) 등도 자신이 납부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비용을 이씨와 나눠 낼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 그래서 누구 빚인데?
고인이 세상을 떠난 후 생겨난 빚 역시 여기서 제외됩니다. 상속 개시 당시, 즉 고인이 세상을 떠나는 시점에 없던 빚은 고인의 것이 아니라 보기 때문이에요. 지훈씨는 아버지가 타고 다니던 포터 트럭 보험금 22만원도 자신이 냈다며 이것도 어머니와 나눠 내자고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보험료는) 고인의 사망 후 체결된 자동차보험 계약에 따라 보험회사에 지급한 보험료”라는 이유였어요. 아버지의 밀린 SUV 차량 리스비 857만원 역시 영택씨의 동생 영훈씨가 해당 차량을 자주 운전하고 다녔기에 “누구의 빚으로 볼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며 계산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이정권 디자이너
고인의 사후에 생겨난 다른 비용들은 어떨까요? 현행법상 장례를 치르는 비용이나 상속세를 계산하고 등기하기 위해 세무사·법무사 등을 고용하는 비용 등은 상속 재산에서 나눠 내게 돼 있습니다. 이 역시도 한 사람이 몰아서 내고 다른 사람들한테 ‘네 몫을 내라’며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죠.
민법 제998조의2
상속에 관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0968 판결
상속에 관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하는 것이고, 상속에 관한 비용이라 함은 상속재산의 관리 및 청산에 필요한 비용을 의미하는 바, 장례비용도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의 사회적 지위와 그 지역의 풍속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금액 범위 내라면 이를 상속비용으로 보아야 한다.
💰 상속 비용은 필수적인 범위까지
하지만 그것도 ‘필수적인 범위 내’의 비용이어야 합니다. 지훈씨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 1000만원에 손해사정사를 고용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성과급으로 900만원을 지급했는데요, 법원은 “1000만원은 상속인들이 나눠내야 하지만 900만원에 대해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신윤권 세무사는 “성공 보수나 성과급은 대부분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아 사회 통념상 ‘필수적 비용’의 범위에서 벗어난 경우 법원이나 조세심판원에서도 공제를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사례를 볼까요. 강진명(가명)씨 별세 후 강씨 슬하의 7남매는 강씨의 경남 창녕군 아파트 등을 두고 소송전에 돌입했습니다. 각자 받야아 할 몫(유류분)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건 강씨의 병원비 752만원과 장례비 1032만원이었어요. 소송을 제기한 다섯 남매는 이 비용을 7명이 고르게 나눠내야 할 상속 채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병원비의 경우 752만원 정도면 “통상의 부양 수준을 넘는 특별한 부양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어요. 직계 가족은 서로 돌봐줄(부양) 법적 의무가 있어 어느 정도는 병원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신 세무사는 “일정 금액 미만의 병원비는 법원에서 무상으로 보는데, 그 기준은 법관의 재량”이라면서도 “수천만원의 금액이라면 무리 없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례비는 1000만원이 넘는데 왜 빚으로 인정되지 않았을까요? 부의금이 있어서인데요. 보통 장례식엔 부의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장례비는 부의금에서 충당됐다고 봅니다. 장례비를 상속 채무에 포함시키려면 부의금 이상으로 장례비가 쓰였다는 걸 입증해야 합니다.
💸 상속세, 내 몫만 내면 끝?
상속 과정에서 나가게 되는 상속세·취득세 같은 공과금은 누가 내야 할까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공동 상속인은 상속세 등에 대해 연대 납세의무가 있습니다. 상속 받은 사람 모두에게 상속세 전액에 대한 납부 의무가 있다는 뜻이에요. 내 몫의 상속세를 다 냈는데도 함께 상속 받은 형제자매가 상속세를 아직 못 낸 채로 6개월이 지났다면 납부 지연으로 가산세가 붙는 식입니다.
상속세도 한 사람이 전액을 내면 다른 상속인들에게서 상속분만큼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어요. 세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돼 다른 빚을 대신 갚은 것보다 공동 상속인들에게 돈을 되돌려받기가 쉬운 편입니다.
🤝 합의는 세밀하게
다만 상속인들 간에 재산을 어떻게 분할할지 합의할 땐 주의해야 합니다. 상속세를 누가 낼 건지에 대한 내용을 빼먹고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만 써놨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요.
‘대전 땅부자’ 9남매 사례를 볼까요. 2016년 별세한 박기영(가명)씨는 가업을 이어받는 자녀 박지현(가명)씨에겐 건물 7채와 각종 부동산을, 또 다른 자녀 박영현(가명)씨에겐 공동 상속된 대전시 대덕구 땅과 대전시 동구의 한 아파트를 남겼습니다. 영현씨는 지현씨 등을 상대로 이듬해 8월 유류분 소송을 냈는데요. 그러자 지현씨는 영현씨와 “아파트와 땅이 팔릴 때까지 돈을 빌려주고, 양쪽이 더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어요. 그리고 영현씨는 유류분 소송을 취하했죠.
그런데 지현씨는 2019년 4월 영현씨를 상대로 1억5159만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영현씨가 내야 하는 상속세 1억2100만원 등을 자기가 대신 내줬으니 그만큼의 돈을 돌려달라는 거였어요. 합의서는 재산에 관한 거였고, 상속세에 대한 내용은 없었으니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지현씨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합의 말미에 기재된 ‘더 이상의 요구’는 유류분 반환 청구뿐 아니라 상속세, 상속 채무에 대한 구상 청구 또한 포함됐다고 보는 게 타당한다”며 지현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죠.
돌아가신 분의 재산을 가족이 어떻게 나눠가지게 되는지는 당신의 법정 2화에서 살펴봤습니다. ‘당신의 변호사’에선 상속 관련 구상금 청구 소송 시 주의할 점을 짚어봤어요,
📌 당신의 변호사
유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카라)
💡 상속·취득세를 대납한 경우
공동 상속인은 상속 받았거나 상속 받을 재산을 한도로 다른 공동 상속인과 연대해 공동 상속인 중 1인에 대헤 부과된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 국세기본법은 세법상의 연대 납부 의무에 관해 연대 채무자 상호 간의 구상권에 관한 민법 제425조를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지방세법과 지방세기본법도 상속 재산에 부과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취득세 등 징수금에 관해 상속인의 연대 납부 의무를 규정하고, 민법 제425조를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속 재산의 경매 분할을 명한 심판이 확정된 경우에도 경매 분할에 선행하는 상속 등기가 공동 상속인들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상속 등기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은 공동 상속인들이 분담하는 게 타당합니다.
즉 공동 상속의 경우 상속세·취득세 등은 각종 법률에 따라 공동 상속인 간의 연대 채무이고, 민법 제425조가 적용되기 때문에 공동 상속인 중 1인이 상속세·취득세를 납부하거나 자신의 출재로 연대 납세 의무를 소멸시킴으로써 공동 면책이 된 때에는 다른 상속인들의 부담 부분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 상속 재산 관리 비용을 대납한 경우
상속인 중 일부가 망인의 사망 이후 상속 재산인 부동산에 관한 유지·관리비용으로, 전기·수도·전화요금, 케이블텔레비전 수신료 등을 지출한 경우 그 지출기간과 항목 및 액수 등에 비춰 이 공과금 등이 상속 재산을 유지·관리하는 데 객관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 내라면 다른 상속인들에게 구상금 청구가 가능하지만 선납한 상속인이 상속 재산인 부동산에 거주하며 이를 사용·수익함에 따라 발생한 비용이라면 구상금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 상속 채무를 대위 변제한 경우
상속인들은 상속 개시와 함께 피상속인의 재산뿐 아니라 부채 역시 모두 승계하게 되므로 상속 채무 역시 당연히 법정 상속분에 따라 공동 상속인에게 분할돼 귀속되게 됩니다. 따라서 상속인 가운데 망인의 입원비·치료비를 납부한 사람이 있다면 이는 망인의 채무로서 다른 상속인들의 상속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위 변제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가 가능합니다.
💡 세무사 비용을 대납한 경우
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세 신고 업무와 관련한 세무사 비용으로 먼저 비용을 지출했다면 상속세는 상속에 관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그 상속세의 신고 및 납부와 관련해 상속인 중 일부가 지출한 세무사 비용 역시 상속에 관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므로 다른 상속인들에게 구상금 청구가 가능합니다.
💡 주의할 점
구상금 청구에는 10년이라는 소멸 시효가 있으므로 그 안에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고, 보통 상속 재산 분할심판 청구 소송 과정에서 상속 채무, 상속세 등 후속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 시 같이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구상금 청구소송은 각 공동 상속인별로 받을 실 상속액과 채무액을 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게 되고, 일단 금액이 정해진 후 다른 일부 상속인이 관련된 채무를 우선변제 후 구상권을 행사한다면 다른 상속인들은 이에 응해야 합니다. 이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는 다른 공동 상속인의 부담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며, 부담 비율은 각자가 취득한 상속 재산의 비율이 됩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공과금이나 상속 채무의 경우엔 이견이 없으나 기타 자잘한 사항들의 경우 이 의무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아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으나 이건 케이스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공동 상속인 간 상속 재산 분할 협의 시 가장 선행돼야 할 건 상속 재산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요즘은 관공서에서 통합서비스(안심상속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정확한 상속 재산 확인 후 분할에 대한 합의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만약 빠진 게 있다면 합의 후에도 전원의 동의하에 재협의도 가능합니다. 합의할 때에도 단순히 상속 재산을 분할하는 부분만 신경쓰기보다 상속세나 취득·등록세, 상속 비용, 상속 채무에 대한 내용도 함께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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