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임 사장 시절 1급 직원 49명 중 30명이 무보직이었을 만큼 가스공사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취임해보니 조직이 와해 직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가스공사는 문 정부 5년 내내 가격 인상을 억제하니 미수금이 쌓이기 시작했는데, 미수금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가스공사 회계에 설정한 것입니다. 가격을 낮게 정해, 일종의 외상장부를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요금을 인상해 미수금을 거의 다 해소했던 것을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며 미수금이 다시 쌓이기 시작해 5년만인 지난해 4월 현재 4.8조원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이고, 탈 석탄까지 강행한 탓에 가스 수입이 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겁니다. 원전 가동 중단에 이어 석탄 발전소도 많이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장려했는데 재생 에너지는 생산이 간헐적이고 인간이 통제할 수 없어 백업(비상)발전소를 운영할 수밖에 없고, 이 발전소는 쉽게 끄고 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과 유연성이 좋은 LNG를 백업 발전용으로 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총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스공사가 지난 5년 동안 비싼 스폿 가격으로 부족량을 추가 도입해야 했고 재고를 확보하지 못하면 가스가 끊겨, 나라가 위험하니까 가격이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현재 미수금이 9조원에 달하고 올해는 미수금이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가스공사는 이미 부채 비율이 500%가 넘었는데 저가 요금을 보장해 주느라고 적자를 언젠가는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의 '기타 자산'으로 잡다 보니, 전 세계에 없는 '미수금'이 됐습니다. 한전은 적자 나면 파산한다니까 전기요금을 올려주는데, 가스공사는 회계상 허수(미수금)를 두니까 가격 인상이 어려웠고 이제 와서 그게 문제가 되니 갑자기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게 어디 가스요금 뿐이겠습니까?
<‘눈높이’는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판단하는 수준(水準)을 뜻하는 우리말 단어다.
소비자 눈높이, 관객 눈높이, 학생 눈높이 등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어느 때부턴가 아무 말에나 붙어 새 의미를 만들어내는 유행어가 됐다.
‘눈높이’가 ‘국민’과 결합해 ‘국민 눈높이’가 되면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민 눈높이’는 대통령들의 애용 표현이다. ‘국민 눈높이’란 말로 ‘자기 수준’을 가리고 덮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고받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되돌려 보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단순한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 재검토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개혁안의 어느 부분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보험료 인상’이라고 했다.
복지부 개혁안은 보험료율은 9%에서 12~13%로 올리는 대신 노후 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40%에서 45~50%로 높이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해서 국민연금 개혁은 물거품이 됐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1일 ‘올해는 연금 개혁의 해가 돼야 한다’고 밝히자 노조는 즉각 총파업을 선언했다. 파업이 시작되는 18일 이후 대중교통·병원·학교·항만·공항은 비상 상황을 맞게 된다. 그쪽 노조 체질로 보아 보도블록을 깨 내던지고 바리케이드가 불길에 휩싸이는 과격 시위도 예상된다.
정부 개혁안은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4세로 2년 늦추는 대신 지급액은 높이겠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래 세대에게 공정하고 튼튼한 연금 제도를 물려줘야 한다’고 했고 정부 대변인은 ‘노조 총파업을 겁내지 않는다. 정부는 끝까지 가겠다’고 했다.
연금에 관해선 모든 나라 국민 눈높이가 똑같다. 적게 내고 빨리 많이 받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원리에 어긋난 이런 연금 제도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조만간 파탄을 맞는다. 선진국 또는 선진국 문턱을 밟은 나라는 예외 없이 연금 위기를 겪었다. 출생률은 급감(急減)하고, 세금 내는 노동 인구는 내리막이고, 은퇴해 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급증(急增)하기 때문이다.
연금 위기는 단순히 연금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연금을 내고 받는 균형이 깨지면 국가는 빚을 내 연금을 줘야 하고, 국가 빚이 늘면 국가 예산에서 빚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부담이 늘어나고, 적자 예산이 체질화되면 경제가 침체하고 경기가 가라앉으면 고용이 줄고, 고용이 줄면 연금 낼 사람이 주는 악순환(惡循環)의 수레바퀴가 돌아간다. 선동 정치가는 이 악순환 틈바구니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국가 추락이 본격화된다.
적게 내고 많이 받고 싶다는 국민 심리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인구 감소와 인구 노령화(老齡化)라는 조건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나라는 연금 위기 앞에서 거꾸러지고 어느 나라는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새로 만들어낸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수준과 역량(力量)이다. ‘문재인 눈높이’와 ‘마크롱 눈높이’의 차이다.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이 2018년 연금 개혁안을 퇴짜 놓았던 한국은 2022년 말 연금 개혁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견학단을 파견했다. 일본은 2004년 국민 여론과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일본 측은 한국 견학단에 연금 개혁 당시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총리가 ‘더 내고 덜 받는 쓴 약(藥)을 삼키도록 국민을 설득했다’면서 연금 개혁에서 국가 지도자의 절대적 역할을 강조했다. 경제 활력(活力)이 떨어져가는 일본은 이 개혁조차 없었더라면 이미 주저앉아 버렸을 것이다.
2022년 말 일본의 100세 이상 고령자 숫자가 9만5000명을 기록했다. 1963년 153명에서 출발해 81년 1000명 선을 넘더니 98년 1만 명을 거쳐 눈사태처럼 밀려왔다.
한국은 노령화 속도가 일본을 능가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이런 흐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년 가까이 계속된 장기 추세(趨勢)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 눈에 이게 보이지 않았다면 눈 뜬 장님이고, 보이는데도 ‘국민 눈높이’를 핑계 삼아 덮어버렸다면 양심을 속인 무자격(無資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 개혁을 선언했다. 1998년과 2007년 소(小)개혁 이후 첫 대(大)개혁이다. 지금 일정표대로 진행한다 해도 2027년에나 실행이 가능하다. 일본보다 23년 늦은 지각생이다.
교육 개혁, 노동 개혁, 국방 개혁, 공기업 개혁, 건강보험 개혁을 미루고 미룬 청구서도 속속 배달될 것이다. 정말 ‘아! 문재인’이다.>조선일보. 강석천 고문.
출처 : 조선일보. [강천석 칼럼] ‘아! 문재인’
사람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나만 아니면 돼’라고 합니다. 남이야 고생을 하든 말든 나만 아니면 자신은 편하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직장에 있을 때, 저보다 15년 정도 차이가 나는 후배들이 그런 말을 해서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인데 자신만 편하면 되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가 할 일을 남에게 미루면 뭐 걱정할 일이 없을 겁니다.
지금 양산 마을인가에서 신선놀음을 하느라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시나 본데 요즘 대한민국이 힘든 많은 부분이 그 분 때문이라는 것을 그분도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