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날
황사가 번지는 동네 공원에서 이리저리 옮겨 앉으며 기침을 하시는 아버님을 뵈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졸다가 무릎이 아프시다는 어머님 음성을 꿈결인 듯 들었다. 요즘은 거리에서, 골목에서, 시장에서 자주 스쳐 지나는 다리 끄는 아버지들, 등이 굽은 어머니들, 그리고 풀이 죽은 누이들. 나 또한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는 머리 센 고아! 오늘 누군가의 주소록에서도 이름이 잊혀지고…… 사시사철 매운 바람이 불어와 저마다의 잘난 얼굴은 닳아지고 올봄 다시금 외로워져서 흐르는 세월의 비듬 털어내며 벚꽃길을 걷는다.
밤을 주우며
살면서 기뻤던 날들을 이처럼 샅샅이 찾아봤었음 좋을 뻔했다 오가면서 살가웠던 사람들을 이처럼 꼼꼼히 챙겨 왔었음 좋을 뻔했다 코스모스 손 흔드는 교외 어느 볕바른 산등성이엔 밤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은 오누이 모양 서 있고 새벽 골짝 맑은 물 소리에 귀를 쫑긋거리며 오롯한 아람 속 밤새 달빛 머금어 토실토실 살이 오른 산밤 가족도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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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 안양문인협회 회원 * <한국문학> <현대문학> <현대시학> <심상>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에 시 발표 * 동인시집: <한국시> <그 흔들림 속에 가득한> <내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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