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어서 고마웠어요 - 설승민
나의 간디학교 3년을 돌아보고 정리할 시간이다. 지금 에세이를 쓰면서 돌이켜보면 나는 1학년 때는 센 척을 한다고 바빴고, 2학년 때는 친구들 괴롭히는 것에 바빴고, 지금은 친해진 진다고 바빴다.
1학년 때를 돌이켜보면서 센 척을 왜 했을까?, 뭐가 두려워서 그랬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센 척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스스로 강해보여야지 친구들이랑 빨리 친해지고 친구들이 나를 멋지게 볼 거야!’라는 생각이 있었고,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이랑 친해지려고 하는 것이 두렵다고 하기 보단 불안해서 그랬었다. 솔직히 간디학교에 온다는 것도 엄마, 아빠가 거의 강제적으로 보냈다. 그랬던 탓인지 오기 싫은 거 억지로 오게 되었고 괜히 왔다는 생각에 실망을 해서 입이 앞으로 쭉 나와서 삐져있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친구들은 굉장히 착하고 친절해서 빨리 친해질 수 있게 되었다. 센 척만이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나도 점점 시간이 갈수록 센 척하는 습관이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2학년 때는 필리핀을 가야 돼서 분반을 했다. 그래서 애들도 별로 없고 딱 ‘우리끼리’라는 표현이 알맞았던 시기였는데 내가 그걸 다 망쳤다. 필리핀을 가서도 나는 친구관계에 대해 딱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내가 애들을 괴롭히고 하는 부분에서 친구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나는 ‘내가 이상한거야? 저놈들이 이상한거지.’라고 자기 합리화를 했었다. 쌤들한테 혼이 났어도 나는 더 오기가 생겨 애들한테 더 상처를 주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당시 담임쌤이었던 쑥쌤이 반 친구들끼리 마음이 안 맞아서 서로 힘들어 할 때면 반모임시간에 자주 우셨다. 애들 다 보는 앞에서... 나는 그때서야 내 잘못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나누기를 통해 서로 힘들었던 걸 이야기하고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 그만큼 내가 미안한 걸 알면서도 친구들을 못살게 굴고 했던 부분에서 느끼게 되었다.
3학년 학기 초반에도 친구관계에서 애들을 괴롭혀서 많이 혼났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했던 행동 또 하고 또 하게 되니까 친구들도 2학년 때처럼 힘들어했었다. 그래서 논문으로 나를 돌아보기를 해서 내 행동의 문제점과 이유를 찾고 행동을 고치려 노력을 했었다. 학기 후반에는 늦게 포텐이 터졌던 것 같다. 이건 나만이 아니라 우리 6기 전부가 그랬다. 서로 이제야 친해지려고 했었고 안 친했던 애들이랑 말을 걸었다. 특히 나는 안 친했던 친구들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공기놀이를 했고 같이 게임 이야기도 했다. 그래서 모든 친구들과 한발짝 나아가서 친해졌고 장난도 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나는 쌤들과도 많은 트러블이 있었다. 1학년 때는 형들이 쌤들 뒷담을 할 때면 같이 듣고 있다가 웃고 몇 마디씩 말을 했다. 그러고는 쌤들 앞에서 착한 척, 잘 하는 척을 했고 결국 나는 이중적인 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 꼬리표를 때려고 노력은 안 했지만 논문을 통해 내 스스로 솔직해지면서 자연스레 없어졌다. 또한 나는 쌤들을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다. 논문을 하면서도 영신쌤을 못살게 굴었다. 쌤이 해야 할 일을 못해가면서까지 내 옆에 붙잡아 두고서 논문을 썼던 내 모습을 보고 쌤을 보면 가끔씩 울컥할 때가 있다. 쌤과 내가 논문을 통해서 굉장히 친해지고 어색함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쌤을 힘들게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기만하다.
나는 이렇게 간디학교에서 고맙고 감사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미안할 일도 참 많았다. 그렇지만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라 고마운 걸 고맙다, 감사한 걸 감사하다, 미안한 걸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가 얻은 게 있고 느낀 게 있고 생각하고 있는 게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내 친구들한테는 되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내가 3년 동안 친구들을 귀찮게 하고 힘들게 했었다. 하지만 그걸 꾹 참고 받아주고 했던 마음씨 좋은 6기 친구들한테는 다른 말 따윈 할 필요가 없다. 마냥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내 짓궂은 장난들, 험악했던 말들을 웃어 넘어가주고 같이 장난쳐 줘서 고마웠다. 항상 학기말이 후회가 남기 마련이지만 이제 우리들한테는 진짜 마지막이니까 더 잘해주지 못했고 더 살갑게 대하지 못해 미안하다. 내 마음은 그런 것들이 아닌 장난이었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담임쌤들께는 다른 할 말 없다. 늘 죄송하다는 말은 입에 달고 살아서 필요한 말이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고 뻔할 뻔자에 형식적인 말일지라도 나를 간디학교라는 낮선 곳에서 이렇게 성장시켜주셨고 나를 돌아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말이 가장 필요한 말이고 해야 될 말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는 말 안해도 마음으로 통하는 그런 사이니까... 그런 관계니까...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이 학교를 선택한 엄마, 아빠는 솔로몬이다.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고 나를 성장 시킬 좋은 방법이었다. 만약 우리 엄마, 아빠가 간디학교를 아는 현명한 부모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일반학교라는 썩어빠진 곳에서 자기 성찰할 시간도 없이 빡세게 공부하고 시험치고 하는 것만을 반복했을 것이다.
이 학교에서 많은 도움을 준 친구들, 쌤들,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어서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