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친구가 미국을 다녀와서 밴드에 올린 글
내용이 좋아서 이렇게 퍼 왔습니다.
글쓴이는 이강식 입니다.
======================================
<미국여행43일…뒷얘기⓵>
여정(旅程)에서 만난 사람들(1)
무문관(無門關)류의 토굴에서 홀로 면벽참선하는
고승(高僧) 선사(禪師)들의 삶이야 그렇다 치고,
보통사람들의 인생이란 결국 어떠한 형태로든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나는 일의 이어짐이 아닐까.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하고,
‘사람 인(人)’자의 모양도 그리되어있는가 봅니다.
43일간의 미국여행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만났다기보다는
오며가며 이래저래 조우(遭遇)한 이들이지요.
재미있게도,
제일 먼저 기억에 남는 사람은 경찰관들입니다.
무엇보다, 길을 모르면 우정 그들을 찾아갔고,
그때마다 하나같이 친절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기차(Amtrak)를 2시간여 타고 도착한
워싱턴D.C.의 <유니온 스테이션>역.
역내 안내데스크에 근무 중이던 거구의 흑인경찰관은
숙소인 <올드 타운>까지 지하철로 가는 방법과 함께
인근의 국물(Soup)을 파는 식당까지 일러주었습니다.
군복무 때 대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며 반기더군요.
팜비치에 있는 <The Breakers>호텔을 찾아갈 때.
(여행안내책자에서도 가보기를 추천하는 명소입니다.
고전적인 건물외형과 화려한 인테리어 등으로,
미국 내에서 최고의 호텔로 손꼽히는 곳이랍니다.
구경하는 데는 공짜입니다만, 둘러보다 허세가 발동해
큰 레스토랑 한쪽의 일식코너에서 스시를 맛보았지요.
일식집 주방장이 중국인이었는데 중국어로 몇 마디하자
기분이 좋았는지 슬쩍 사시미를 댓 점 얹어주더군요.)
그곳을 찾아 헤매던 중, 마침 노견에 경찰차가 있기에
차에 앉은 채 경찰을 불렀더랍니다.(이점은 실수였지요)
혼자 운전석에 있던 흑인경찰은 처음엔 경계하는 듯하다
제가 곧바로 내려 정중히 인사를 하고 다가서자
안심한 듯 자기도 내려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차 뒷자리에 큰 개를 싣고 다니는 ‘패트롤 카’였습니다.)
그러더니, 가다보면 헷갈리게 되는 길이 있다며
아예 자기 차를 따라오라고 합니다.
찾기 쉬운 길에 이르기까지, 5마일이 넘는 거리를
그 흑인경찰은 앞장서 안내해주고 돌아갔던 것입니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있는 올란도(Orlando)나
신비한 영기(靈氣)가 내린다는 세도나(Sedona)에서도,
경찰관들로부터 비슷한 유형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들 어김없이 <친절> 그 자체를 몸으로 보여주더군요.
순간, 여행의 피로가 싹 씻겨 내려갔음은 물론이지요.
(우리나라 경찰 중에도 이런 분들 꽤 있지 않을까? ㅎㅎ)
사람 만난 이야기는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2015년 6월 20일
<미국여행43일…뒷얘기>
여정(旅程)에서 만난 사람들(2)
언젠가, 어느 외국통신사 서울주재원이 그러더군요.
의아스럽다 못해 정말 희한하기까지 한 것이 바로
한국 사람들의 외국인을 보는 ‘눈’이라는 겁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인을 대하는 의식면에서,
최고의 경제대국 국민들을 두고 대부분의 한국인은
그들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안다는 것이지요.
‘일본×’, ‘중국×’은 보통명사처럼 일상화 되어있고,
미국인이라면 그저 모두 GI 수준정도로 여긴답니다.
뼛속 깊이 맺힌 한도 있고, 오래된 이미지 탓이라고
대충 변명을 해보지만, 좀 민망하기는 했더랬습니다.
그중 바로 미국인에 대한 인상, 선입견을 이번에
가슴서리도록 새롭게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뉴욕의 지하철 퇴근시간대.
몇 분 전만해도 썰렁하고 음울하기까지 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확 바뀌어 버립니다.
역 설 때마다 늘씬한 젊은이들이 줄지어 타는 겁니다.
객실은 곧 상큼한 향수와 젊은 기운으로 가득 차더군요.
아, 그 산뜻하면서도 잔잔한 충격.
홍콩 페닌슐라호텔 몇 층, 화장실마저 독특한 그Bar에서
통로까지 메운 화이트칼라 족들이 칵테일 한잔씩 들고
저마다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서 느꼈던,
Young Power를 또 한 번 체감한 것입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깨끗한 정장차림에 흔들림 없는 자세.
맑으면서도 강한 눈빛과, 자신 있게 다문 입.
그들은 지하철 안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지 않더군요.
자리에 앉은 친구는 노트북을 꺼내 뭔가를 검색하고
서 있는 친구들은 무슨 영화촬영이라도 하는 양
저마다 멋진 포즈로 꼿꼿이 손잡이를 잡고 갑니다.
굳이 여러 사람을, 오래 살피지 않아도,
시쳇말로, 당당한 ‘포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희망찬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애틀란타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비행기 안.
옆자리 젊은이가 먼저 말을 건네와 얘기가 됐지요.
현지 홈쇼핑회사의 보석류 담당MD 겸 PD라 하더군요
컨벤션 참석차 간다며 자기소개를 큰 소리로 합니다.
놀라운 점은, 불과 30대 후반 정도인 듯한 그가
‘쓰리 잡’을 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직장 일 외에도 개인사업을 둘이나 벌여놓고 있더군요.
'아하, 미국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구나.'
퉁~!,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올란도 한 호텔에 밤늦게 도착하던 날.
숙박 중 애로사항이 있으면 뭐든지 자기에게 부탁하라며
자신있게 개인명함을 건네주는 씩씩한 백인청년 ‘Mike’.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랜드캐년을 가려고 렌터카를 할 때,
(한국차가 없대서 Ford SUV를 받아 출발은 했으나,
아무래도 불편해 다시 돌아와 차량교첼 요구했었지요.)
성심성의껏 마무리를 잘 해준 AVIS의 잘 생긴 흑인청년.
등 등...
미국, 미국인들은
여전히 막강한 저력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2015년 6월 21일
<미국여행43일…뒷얘기⓷>
여정(旅程)에서 만난 사람들(3)
섬에 있는 좋은 친구 박공(公)의 말마따나,
여행의 참 재미는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의
친절을 만날 때‘ 라는데, 정말 딱 맞는 얘기입니다.
43일간의 여행이 조금도 지루한 줄 몰랐던 데는
바로, 처음 보는 이들의 ‘친절’이 한 몫을 했습니다.
특히 접객업소에서의 서비스였습니다.
잘 아시는대로,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32번가는
대소 한인상가가 밀집된 ‘코리아타운’입니다.
대개 뉴욕에 가면 한번쯤 들르게 되는 곳이지요.
이곳에는 유명하고 오래된 집들이 꽤 있습니다.
감미옥, 강서회관, 스탠포드호텔, 큰집, 고려서적…
누가 ‘스탠포드는 문 닫았다’ 길래 아쉬워했는데
와서 보니 호텔이 아니라 그 1층에 있던 감미옥이
무슨 여성미용 용품 샾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푸짐하고 맛있는 설렁탕이 일품인 집이었는데ᆢ
(60년대 인기영양제였던 ‘원기소’ 맛이었지요.)
뉴욕의 첫날 아침. 뜨끈한 국물이 그리운 참이라,
별 수 없이 그 서너집 옆 신라회관엘 갔더랍니다.
(맞은편 강서회관은 11시에 문을 연다더군요.)
전날 도착해, 시차(時差)에다 햄버거만 먹었으니
설렁탕 맛이 끝내주더군요. 진한 국물도, 고기도.
값은 6불50전. 10:30까지 Special Price랍니다.
(정상가는 10불50전이었던가.)
뉴욕 4일내내 아침마다 그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값도 값이지만, 내놓는 반찬들이 황홀지경이라,
김치는 물론 특식메뉴의 찬까지 마구 내줍니다.
물론, 그보다 더 맛난 것은 종업원들의 친절.
진정 손님을 위하는 마음이 온몸에 배어있더군요.
미국여행의 시작을 힘차게 해준 동력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으로 떠나는 날.
호텔 로비의 흑인 벨보이와 얘기를 나누다보니
한국인 친구가 있다며, 우리말도 몇마디 할 줄 압니다.
반갑다고 얼싸안고 사진까지 찍으니 그 친구 왈.
“체크아웃을 2시까지로 카운터에 말해주겠다”고.
덕분에 헬스도 하고 여유있게 나설 수 있었지요.
기차역까지 밴도 태워주며, 가는 길에 일부러
미술관과 ‘Rocky상’ 앞에서 사진도 찍어줍니다.
(실베스터스탤론이 ‘록키’를 촬영했다는 곳.)
고마워서, 마침 지니고 있던 홍삼액 팩을 건네며
‘내가 젊게 보이는 게, 다 이 약 덕분“이라고 했더니
집에서 먹겠다며 양복 안주머니에 고이 넣더군요.
( 별거 아닌데ᆢ, 괜히 쪽스럽기도 했습니다.)
워싱턴 올드타운에 있는 ‘메리어트 인’ 호텔은
이번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의 하나입니다.
원룸스타일의 객실은 우리의 콘도 형태였으나
모든 인테리어가 정갈하고 고급스러웠습니다.
(이런 좋은 호텔 고르는 요령이 따로 있습니다만,
다음 기회에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그 호텔 직원도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외출하려하면 바로 셔틀(기차역)밴을 불러주었고
로비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값을 치르려하니
눈을 찡긋하며 그냥 가져가라고까지 합니다.
다음 행선지 숙소예약 컴퓨터작업이 잘 안풀리자
(신청자 입력란에 미국주소가 아닌 탓에 에러 발생)
카운터를 제쳐놓고 달려와 호텔주소를 쳐주더군요.
자기일처럼 진지한 모습 - 우스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키웨스트에서 마이애미를 거쳐 올라간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웨스틴호텔 5층 로비에 있는 ‘스타벅스’.
(이 호텔도 별4개, 73층 랜드마크 건물입니다만,
1박(泊)에 그리 큰 값을 안치뤘습니다. 요령은 별도.)
커피만 파는 줄 알았는데 요깃거리도 있더군요.
샌드위치를 한 조각 시키니 음료도 주문하라기에
농담으로 ‘우유 한 잔 그냥 줄 수 있느냐?’ 했지요.
웬걸, ‘Sure!’하면서 큰 잔에 우유를 따라줍니다.
그렇게 아침마다 공짜우유를 마셨답니다. ㅋㅋ
그러나 그처럼,
재미있고 따뜻한 친절을 베푼 이들이 많았던 반면
고약하고 못된 친구들도, 실은 적지 않았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다 그런가봅니다.
다음 순서에서 그들을 고자질하지요.
2015년 6월 23일
첫댓글 아직 미국을 여행하고 있고 혹이나 시카고에 들를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하라고 말하거라. 한 잔 사마, 혼자 여행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너하고는 어디 친구인지?
벌써 귀국하셨지..고등핵교 동창이다. 방송국에 오래있었지..현재는 백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