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대공원에서 아주 특별한 잔치가 열렸어요. 올해 5월 27일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하마 '옥자'의 100일을 맞아 백일 축하 잔치를 연 건데요. 옥자는 2008년 이후 서울대공원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하마라 사육사들이 아주 정성껏 길렀다고 해요. 방문객들도 멸종 위기종인 하마 새끼를 보려고 동물원을 많이 찾고 있답니다.
두툼한 얼굴에 드럼통 같은 몸집이 귀엽게 보이지만, 사실 하마
〈사진〉는 아프리카 중·남부에선 '강과 밤의 지배자'라고 해요. 무섭고 거침없는 성격 때문이지요. 보통 깊지 않은 강이나 호수에 10~30마리씩 무리지어 사는데, 그런 하마의 영역을 침범하는 동물이 거의 없어요. 침입자가 발견되면 입을 크게 벌리고 내달리며 공격적으로 물어요. 기다란 송곳니로 물어뜯으면 악어 가죽도 찢기고 구멍 날 정도로 힘이 대단해요. 자기 영역 안에 들어온 사람도 쫓아가 물어 죽이는데, 시속으로 따지면 100m 달리기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9초58·시속 38㎞)보다 빠른 속도(시속 48㎞)로 달리니 사자보다 위험한 동물이라 할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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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키피디아
하마는 하루 18시간 정도 물속에서 머리와 코만 내밀고 지내요. 그러다 밤이 되면 너덧 시간 동안 수 킬로미터를 돌아다니며 풀 70~80㎏을 뜯어 먹어요. 물속에서 하마는 서 있거나 걸어 다니는데, 다리가 짤막하고 굵어 헤엄치기 적당하지 않아요.
머리와 코가 물에 잠겨도 콧구멍과 귓구멍을 닫고 5분 정도 숨을 참을 수 있기 때문에 가끔 물 속 깊이 잠수하기도 해요. 그늘이 없는 뜨겁고 건조한 곳에서 살다 보니 물에 들어가 체온을 조절하는 거예요.
이처럼 온종일 물에 잠겨 있으니 피부가 돌고래처럼 매끄러워요. 털이 거의 없는 피부는 번질거리는 붉은 기름기로 덮여 있는데, 이 기름이 피부에서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고 뜨거운 자외선을 막아주는 역할도 해요. 피부에 퍼져 있는 기름 구멍에서 투명한 기름이 나와 시간이 지나면서 붉어진 거랍니다. 이 기름기가 미생물도 죽이고 감염도 막아줘요.
하마는 몸무게가 최고 4.5톤이나 되고 몸길이는 4m가 넘는 대형 동물이에요. 입도 엄청나게 커서 거의 180도로 벌리면 길이가 1m를 훨씬 넘어요. 새끼도 물속에서 낳는데, 갓 태어난 새끼 몸무게가 성인 여성 체중 정도인 55㎏이나 돼요. 피부 지방층이 워낙 두꺼워 사자가 입을 크게 벌려도 물어뜯기 어려워요. 수컷 하마끼리 힘을 겨룰 때는 입을 크게 벌리거나 상대방을 무는 식으로 자기 영역을 지키고 짝을 구한답니다.
하마는 평균 40~50년 정도 살지만 무분별한 밀렵과 환경 파괴로 개체 수가 많이 줄어 지금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만 살고 있어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동물인 만큼 우리 '옥자'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