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알리는 알람 소리에 Y를 깨우고 번개 같이 샤워를 했다.
서둘러 동대문 앞을 나가니 픽업하러 온 기사님과 얌전해 보이는 동양인 여자애 하나가 서있었다.
부끄러움이 많아 낯선이에게 말을 잘 걸지 못하는 우리를 향해 그 아가씨는 안녕하세요~ 하고 활기차게 말을 걸어주었다.
24살. 광주가 집이라는 예쁜 아가씨.
일일투어를 위한 미니밴에 나란히 앉은 우리 셋은 금새 친해졌다.
셋의 첫번째 공통점은 모두 야구팬이었던 것. Y와 C는 좋아하는 팀 마저도 같아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아유타야로 가는 1시간 반 내내 우리는 재밌는 얘기들을 나누었고,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아유타야.
1년만에 다시 온 역사의 땅.
방문하게 되는 코스는 변함 없었다.
달라진건 영어공부를 아주 조금 더 하고 와서 가이드 아저씨의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것(?) 정도 였다.
가이드가 전과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설명해 주시는 게 많았는데 비교해 가며 친구들에게 유적을 소개 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땐 유물을 보고 사진기에 담느라 바빴던 반면 이번엔 주변의 나무, 동물,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많이 마른...귀가 아주 큰 소. 수시로 울어주는 닭. 아기였던 고양이들...다들 날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이 사원 어느 스님의 해먹인가...해먹은 금빛가사를 입고 있었다.
하하...신분이 확실한 해먹이다.
이 사원의 이름은 확실히...어렵다...두번 다 첫번째로 방문하는 사원이라 그런지 이름을 건성으로 듣나보다.
영어로 된 확실한 이름을 찾기 어려운 것도 문제긴 하지만...ㅠ.ㅜ
두번째로 방문한 사원은 왓 야이차이몽콜 이라는 사원인데 규모가 아주 크다.
스님들이 공부하는 학교도 있고 정원 뒷편엔 비구니들이 머무는 작은 방갈로들이 여러개 있는 곳도 있다.
스님들의 행렬이 높은 탑안에서 차례로 나오시는 중이었는데...아기 스님들을 붙잡고 셔터를 눌러봤다.
귀여운 스님들...그 사이에서 영어인 아가씨들은 스님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대담함을 보였지만...
아...부끄러움 많은 난...무리였다.
와불의 발바닥에 동전을 붙일 수 있으면 내면의 힘이 강하다는 얘기를 들은 C는 5밧 동전을 붙이느라 애를 썼고 난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내면의 힘으로 어려운 일들을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다음으로 간 곳은 왓 프라마하탓.
내가 붙인 별명은 비밀의 정원.
방콕 어디든 엽서를 파는 곳이라면 하나씩 있는 사진.
나뭇가지에 걸린 불두...가 있는 곳이다.
내가 처음 방콕에 갔을때도 너무 동경했던 사진.
하지만 이곳에서 직접 불두를 마주하면 어떤 괴기스러움이 느껴진다.
주변의 목없는 불상들과 목만 덩그라니 나뭇가지에 걸린 모습이 대비되는데, 거기에 불두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북새통을 이루는 관광객들까지 그 괴기스러움을 한층 더한다.
사원으로 깊이 들어가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밀의 정원이 조금씩 열린다.
정면에 보이는 대부분이 허물어진 커다란 쩨다 뒤로 큰 건물지가 있다.
그 곳엔 기둥만이..또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듬성듬성한 벽들이...그 공간들을 둘러싸고 길을 내고 있다.
그들 사이에 자라난 이름모를 풀들이 눈부신 햇살 아래 반짝였다.
미로처럼 돌아가면 또 다른 공간이, 돌아가면 또 다른 나무들이 빛나는 그곳.
그래서 비밀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루종일 길을 찾아 다녀보아라고 해도 다 못 돌아볼 그곳.
Y 역시 이곳에 크게 감동받은 듯했다.
우리의 새로운 친구 C양도 마음껏 유적을 만끽하고 있었고...
우린 모두...행복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아주 큰 와불이 있는 곳.
배도 많이 고팠고 와불뒤의 사원터엔 왓 프라마하탓과 유사한 양식의 탑많이 덩그라니 있었다.
커다란 나무 하나 없이 온통 햇살 아래에.
아주 작은 그늘엔 강아지들이 줄을 이어 자고 있었고 유일한 그늘 아래 앉은 꼬마는 나를 향해 모래를 던졌다.
공양하는 꽃을 파는 아주머니에겐 꽃을 사주지 못해 미안했고, 아우성 치는 배 속에는 음식을 넣어주지 못해 미안했다.
미니밴에 다들 올라 타자마자 5분도 안되어 한 식당으로 갔다.
간단한 점심. 저번에 선혁이 무척 열받아하던 그식당과는 다른 곳이었지만 메뉴는 동일한 아주 간단한 점심.
아침도 굶은 우리 셋은 아주 푸짐하게 먹었다.
마지막 행선지는 왓 프라시산펫이었다.
커다란 남인도(스리랑카)양식의 쩨다가 셋 있었고 그 주위로 많은 독립된 건물 군들이 있었다.
대부분 벽돌로 된 기둥과 벽체의 일부분만 남아있었지만 공간의 분리는 분명했고 그 사이로 보이는 목을 잃은 불상들이 보였다.
기둥사이, 벽사이의 공간안에 섰을 때.
600년 전의 그 불상앞에 앉아 있었을 수도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환한 햇빛 아래의 불완전한 불상과 지붕이 덮여있어 붉고 어두운 실내의 온전한 불상.
눈으로 보이는 공간과 상상속의 공간을 비교하며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여러개의 독립된 건물군을 돌아 더 뒤로 들어가면 옛 왕궁터가 있다.
거의 나무와 풀만 남아있는 커다란 궁궐터.
궁궐의 초석들은 어디로 갔을까...
내게 하루의 시간을 준다면 오전은 왓 프라마하탓을 오후엔 왓 프라시산펫을...마음껏 누비고 다니고 싶다.
방콕으로 돌아오는 길은 목디스크를 걱정해야 할 만큼 꾸벅거리며 졸았다.
후담이지만 C는 집에서 가져온 파스를 이틀동안 어깨와 목에 붙이고 다녔었다는...ㅋㅋ
카오산 거리에 내려진 우리 셋은 과일 쉐이크 하나씩 입에 물고 쇼핑을 시작했다.
난 비틀즈가 그려진 초록색 티셔츠를 샀고 Y는 예전에도 샀던 100밧에 3장 민소매 티셔츠를 샀다.
저녁식사는 길거리에서 팟타이와 쏨땀을 사와 Y의 햇반으로 만찬을 가졌다. 에라완의 4층 로비에서.
람부뜨리 거리의 괜찮은 바에 셋이 모여 맥주를 마시며 오늘 만났지만 내일 헤어져야 하는 우리의 아쉬움을 달랬다.
C와 안면이 있던 무에타이 선생님, 오늘 도착한 두 분의 여행자들 잠시 합석하여 여행이야기를 나눈후 우리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 셋은 젊은 날에 대해, 여자 셋이 모이면 당연히 얘기하게 되는 주제에 대해 새벽이 다 되도록 접시를 깼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보존해야할 문화 유적이 너무 많군요.
항상 좋은말씀 글 여행기 즐감 합니다 라오스엔 문화제 보존하여야 한다 생각합니다 건승 하셔요,
앞으로도 최소한 보름 정도는 님의 여행기 덕분에 신나는 공짜(대리)여행을 할 수 있기에...설레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