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펠로우의 인생찬가
피 끓는 마음의 정열
◇ 롱펠로우의 '인생찬가'를 읽으면 인생의 의미뿐 아니라 정열을 느낄 수 있다. *출처=shutterstock
명상을 한다는 어떤 사람이, 명상을 하니 마음도 평화롭고 마음챙김의 훈련도 돼서 좋긴 한데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어떤 부작용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말하기를, 늘 고요한 마음을 만들려고 훈련하다 보니 삶에서 적극적인 태도가 사라지고, 활기도 없어져서 마음과 행동이 느슨해지고 가끔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현상을 명상의 우울증이라고 해도 좋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인생을 좀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하여 때로는 명상의 침묵 가운데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명상 가운데 피가 끓는 정열을 추구하기도 한다.
나의 명상 공간에는 고요한 마음의 공간과 피 끓는 마음의 공간이 공존한다.
나는, 명상을 수행하면서 마음과 행동이 너무 느슨해져 우울증을 느끼기도 한다는 그 사람에게 롱펠로우의 <인생찬가>라는 시(詩)를 선물해주고 싶다. 이 시를 읽으면서 인생의 의미를 고요히 음미하며 동시에 끓는 피의 정열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라.
인생은 한낱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만물은 외양에 나타난 그대로가 아니다.
인생은 진실, 인생은 진지한 것.
무덤이 그 목표는 아니다.
너는 본래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 말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 혹은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며 슬픔도 아니다.
내일이 저마다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것이 인생이니라.
세상의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염 안에서
말 못하고 쫓기는 짐승이 되지 말고
싸움터에서 이기는 영웅이 되라.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죽은 채 묻어 두라.
활동하라 산 현재에 활동하라.
속에는 심장이 있고 머리 위에는 신이 있다.
위인들의 생애는 말해 주노니
우리도 장엄한 삶을 이룰 수 있고
떠날 때는 시간의 모래 위에
우리의 발자욱을 남길 수 있음을.
그러니 우리 부지런히 일해 나아가자.
어떠한 운명도 헤쳐 낼 정신으로
끊임없이 성취하고 추구하면서
일하고 기다리기를 애써 배우자.
참다운 영성은 때로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때로는 폭풍의 바다처럼 활기차다. 참다운 영성은 어떤 일에 최선을 다 하면서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롱펠로우의 <인생찬가>는 명상 중에 바라보아야 할 의미 있는 시이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