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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야 달력은 특유의 정교함으로 인해 2012 지구 종말론의 근거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마야 달력, 행성 X, 행성 일직선 배열, 웹봇 등 2012년 지구 종말을 거론하고 있는 각종 종말론처럼 과연 지구 최후의 날은 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모두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잘못된 주장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마야 달력의 2012년 12월 21일은 현재 우리가 쓰는 달력의 1999년 12월 31일이나 자동차 주행기록의 99999.99 마일과 같다. 즉 계산상의 한 주기가 끝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미국 오스틴 텍사스 대학의 데이비드 스튜어트 교수는 "고대 마야 사람들은 2012년에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또한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아직도 마야 언어를 쓰는 후손 중에 지구 종말론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심지어 과테말라 국적의 마야 인디언 장로이자 마야문명의 권위자인 아폴리나리오 픽스툰은 "지구 종말에 대한 질문을 하도 받아 지칠 지경"이라며 "지구 종말론은 고대 마야인의 생각이 아니라 서양의 성경에서 나온 얘기"라고 일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리피스 천문대장 E. C. 크룹 박사는 "기원전 3114년 8월 13일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야 달력의 13박툰이 끝나는 날이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라며 "이는 다시 새로운 박툰이 시작되는 것이지 마야 달력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행성 X와 지구의 충돌설 역시 낭설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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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말론자들은 웹봇이 2012년 이후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지구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행성 X에 의한 지구 충돌설 역시 실체가 없는 낭설로 판명돼 신뢰성을 잃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대기권 안으로 진입해오는 소행성들은 종종 있지만 파괴력이 큰 행성 충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 물론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과 지구의 충돌이 2012년에 일어날 확률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제로(0)에 가깝다는 것.
미 항공우주국(NASA) 또한 행성 X와 지구의 충돌설은 가당치 않다고 밝혔다. 현재 지구에 근접하는 궤도를 가진 소행성들은 NASA에서 24시간 감시하며 충돌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다. 또한 혜성들도 즉각적으로 궤도가 계산돼 지구 충돌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NASA는 이를 바탕으로 지구로 접근하는 물체 가운데 직경 2마일(3.2㎞)이 넘는 것들을 한 군데 모아 지도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2012년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1%라도 있다고 보고된 소행성은 없다.
만일 행성 X가 지구와 충돌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천문학자들이 최소한 10년 전부터 이 행성을 추적했을 것이고, 지금쯤은 지구 가까이 접근해 맨눈으로도 보일 것이라는 것.
따라서 종말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룡을 멸망시킨 것과 같은 대규모 혜성이나 소행성 충돌은 없을 것이며, 지자기폭풍과 남북극 역전, 지각판 불안 등의 현상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물론 지구에 접근하는 아포피스라는 소행성이 있기는 하다. 이 소행성은 6~7년 주기로 태양계를 돌기 때문에 2036년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 아포피스는 1만 8,000마일(약 2만8,900km) 이상 지구를 비껴갈 것으로 계산됐다. 최장 길이도 축구장 너비의 2.5배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공룡을 멸망시킨 것과 같은 대규모 혜성이나 소행성 충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행성 X 충돌설은 과학적인 견지에서 무시해도 상관이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문홍규 박사는 "아포피스 발견 초기에는 충돌 확률이 수만 분의 1로 계산됐다"면서 "하지만 관측 횟수가 늘고 데이터가 많아진 후 다시 계산한 결과 충돌 확률은 수십만 분의 1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NASA 제트추진연구소 등에서 지구 접근 소행성을 계속 관측하며 업데이트 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어도 100년 이내에 충돌 가능성이 있는 큰 행성은 없다" 고 덧붙였다.
행성 일직선 배열은 단순한 천문 현상
2만5,800년마다 한 번씩 일어난다는 행성 일직선 배열 역시 실제로는 자주 일어나는 현상으로 천문학적으로 전혀 특이한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행성들의 공전 주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각각의 행성들이 놓여 있는 모양이 십자가 모양이 될 수 도 있고 나란히 일직선상에 배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석간만을 일으키는 기조력, 즉 달과 태양이 지구에 작용하는 인력에 의해서 조석이나 조류운동을 일으키는 힘은 천체의 거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는 질량이 태양의 약 3,0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달이 오히려 태양보다 약 2배 정도 더 조석간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행성들이 아무리 일렬로 늘어서도 이들로부터 비롯되는 기조력은 달이 미치는 기조력의 수만 분의 1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지구에서 행성까지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기조력이 거의 무시할 정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행성 일직선 배열이나 그랜드 크로스 같은 행성의 배치가 있더라도 지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었고,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행성들의 공전은 우주 공간에서 보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이 같은 배치가 어느 날 하루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며칠씩 계속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떠한 행성 배열도 단지 드물게 일어나는 천문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2012년을 끝으로 예측을 멈춘 웹봇 역시 2012년 지구 종말론 정보로 가득 차 있는 인터넷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힘들어 그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웹봇은 예언 프로그램이 아니고 예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2012년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는 정보를 너무 많이 수집해 정상적인 예측을 하지 못하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허망한 지구 종말론 심취 경계해야
이번 2012년 지구 종말론 전에 밀레니엄 버그(Y2K) 위기설이 국내에 상륙한 적이 있다. 2000년 새해가 밝으면 컴퓨터의 숫자 인식 오류로 통신망이 마비되고, 자칫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제어하는 장치에 영향을 미쳐 핵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섬뜩한 예언이었다.
또한 지난 1992년 종말론을 신봉하는 다미선교회가 주동한 휴거 소동도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그해 10월 28일 예수가 재림하고 사람들이 모두 허공으로 올라간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허무맹랑한 예언은 모두 빗나갔다.
NASA는 지난 11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인터넷 사이트나 영화 등을 통해 2012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낭설이 퍼지고 있다"며 "인간의 불안감을 이용하려는 상술과 인터넷의 복제 기능이 만나 지구 종말론을 키우고 있을 뿐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 역시 "지구 종말론은 천문학과 관련해 종종 나오는 이슈"라며 "막연히 두려워하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냉철하게 생각해 본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만일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했던 1999년 지구 종말론처럼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십중팔구 또 다른 지구 종말론이 나타나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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