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 전, 동해안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들은 바다 속을 휘젓고 다니는 거무스레한 물고기를 발견했다. 몸길이가 1미터 정도 되고, 퉁퉁하고 거무스레한 이 물고기의 모습이 마치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곰치’ 또는 ‘물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곰치가 식탁에 오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생김새와 흐물거리는 살 때문에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즉시 바다에 던져졌기 때문.
이렇게 천대받던 곰치가 맛있는 생선으로 대접받게 된 것은 뱃사람들 덕분이었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고기를 잡는 이들에게 술 만한 큰 위안거리는 없었다. 특히 매서운 추위까지 이겨내야 하는 겨울에는 말술을 들이켰고, 자연히 아침이면 쓰린 속을 달래야 했는데, 이때 어부들은 팔지 못하는 곰치로 국을 끓여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흐물거리는 살 덕에 부드러운 곰치국은 거북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어 숙취 해소에 최고였다. 이후 삼척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곰치국이 겨울철 해장국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름만큼 둔해 보이고 못생기기까지 했지만, 곰치는 찜, 탕은 물론 회로도 먹는 맛 좋은 생선이다. 특히 곰치 몇 토막을 넣어 맑은 국을 끓이면 순두부처럼 연해 ‘이게 과연 생선인가’하는 의문이 들 만큼 부드러운 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국물 또한 시원하고 담백하다. 곰치국을 끓이는 방법은 지역마다 다른데, 삼척에서는 보통 신 김치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곰치에 대해 ‘고깃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라고 기록돼 있다. 지방분이 다른 생선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