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장과 그 주변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우물이 있습니다.
우물이라기보다는 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죠.
오늘 구경할 것은 서민의 애환이 서린 리장의 싼옌징(三眼井)입니다.

리장과 주변 마을에는 싼옌징(삼안정:三眼井)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형태의 우물이 여러 곳에 있습니다.
굳이 우물을 찾지 않으셔도 누구나 한두 번은 보셨을 겁니다.
우물은 그냥 우물이지 무슨 구경거리가 있다고...
이런 형태의 우물은 리장과 수허마을을 다니다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물론, 오늘 다녀온 위후춘에는 리장이나 수허마을처럼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위의 사진을 보면 역시 웅덩이를 계단식으로 세 개를 만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형태는 설산의 눈 녹은 물이 지하로 흐르다 솟아나는 곳이겠지요.

옛 이름은 삼첩천(三疊泉)이라고 불렀다 합니다.
샘이 세 개가 겹쳤다는 의미로 그리 불렀나 봅니다.
그러나 사실은 겹친 게 아니라 연속으로 흘러들어 가게 만들었죠.
모양은 우물마다 다양한 형태입니다.

리장이나 수허마을에는 싼옌징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개가 있다는 말입니다.
싼옌징은 말 그대로 눈이 세 개 있는 우물이라는 말인데 여기서 눈이란 말의 의미는
물을 가두어 두는 곳이 세 개 나란히 놓여있기에 그 모습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런 모습만 찾아보고 다녀도 리장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지요.
여행자로 넘쳐나는 혼잡한 리장 골목길에서 앞사람 뒤통수만 보며 걸어 다니다 보면
사실 너무 무미건조합니다.

세 개의 눈이라는 물을 가둔 곳을 살펴보면
제일 처음에 보이는 것은 그냥 흔히 보는 우물이기보다는 물이 샘솟는 옹달샘과 같은 곳입니다.
워낙 많은 수로가 골목마다 흐르기에 그 물이 흘러드나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옹달샘처럼 땅 밑에서 솟아나는 샘터네요.

옥룡설산의 만년설이 녹아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샘솟아 나오는 곳에 싼옌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우물이라면 깊이가 있어 두레박으로 퍼올리나 이곳은 우물이기보다는 샘처럼 바로 땅에서 솟아난다고 봐야겠네요.
세 개의 우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우물입니다.

늘 사시사철 맑은 물이 솟아 넘치기에 그 물을 그냥 흘fu버리기에 아까워 두 번 더 이용하기 위해 만든
이 지역만의 특별한 우물 형태라고 봐야 할까요?
어찌 보면 매우 지혜롭고 알뜰한 물 사용방법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처음 샘 솟아 나온 물을 안수(眼水)라고 부른답니다.
안수란 바로 사람의 눈물이라는 말이 아닌가요?
참 아름다운 이름이 아닌가요?
샘물에도 이런 이름을 붙일 여유를 가진 민족이라면...

돌로 저수조를 만들고 물을 가두어 두며 주로 먹는 물이나 밥 짓는 물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 물이 늘 솟아나기에 흘러넘치게 마련이지요.
그 물을 재사용하기 위해 두 번째 저수조를 만들어 또 물을 가둡니다.
이렇게 두 번째 가두어 둔 물은 채소를 씻거나 음식을 씻는 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물이 다시 흘러넘치면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또 하나의 저수조를 만들어 가두어 둡니다.
그렇게 가두어 둔 물은 빨래나 허드렛물로 사용하기 위함이죠.
그러니 세 개의 우물이 나란히 높이에 따라 흘러들어 가 마치 세 개의 눈처럼 보인다 하여 싼옌징(三眼井)
이라고 부른다네요.

그곳에 가면 우물 사용에 대한 규약을 만들어 놓은 글도 볼 수 있고 수질 검사표도 있습니다.
또 제일 위의 먹는 물을 머리 두와 못 당을 써 두당(頭塘)이라고도 하고 두 번째 음식물을 씻는 물을 二塘,
그리고 마지막 빨래하는 물을 三塘이라고도 부른다네요.
또 다른 이름으로는 상지(上池), 중지(中池) 그리고 하지(下池)라고도 구분했다 합니다.
이는 물 사용을 이미 오래전부터 주민 스스로 서로 과학적으로 사용하자고 약속했다는 말인데...
정말 아름다운 약속 아닙니까?

우리나라 우물은 보통 깊어서 두레박을 이용하여 퍼 올리나 이곳은 그냥 물이 펑펑 샘솟아 흘러넘치기에
두레박도 필요 없네요.
그러니 이것은 그냥 골목을 흐르는 수로가 아니고 땅밑에서 솟아오른 샘물이기에 무척 맑습니다.
위룽쉐산의 만년설이 녹아 땅 밑으로 흐르다 불쑥 샘 솟아 나온 샘물이니까요.
그러니 만년설이 흘러 솟은 물이라 물맛 또한 다르겠죠?

여기 리장에서도 제일 물맛이 좋은 우물을 소개합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우물이죠.
이칸징이라는 우물은 이칸이라고 부르는 돌로 덮여있기 때문이라네요.
물맛이 달고 깨끗해 예전부터 리장을 지나가는 마방은 꼭 이 우물의 물을 먹었다고 합니다.
특히 기록에 의하면 1253년 쿠빌라이 칸이 이끄는 몽골군이 따리에 있는 따리국을 침공하기 위해 남하하던 중
리장에 머물 때 바로 이 부근에 병영을 설치했고 그는 이 우물의 물만 먹었다고 합니다.
쿠빌라이도 입맛은 자유당 때 그대로였나 봅니다.

그러니 싼얜징은 그냥 샘솟는 우물뿐 아니라 리장에 사는 나시족의 동네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매일 이른 아침에 새벽이슬 맞으며 들어 오는 서방님 흉도 보고, 좋은 학교에 입학한 자식 자랑을 하여 옆집 여편네
염장도 지르고, 수다를 떠는 사랑방이고 우물이며 빨래터인 삶의 애환이 함께하는 삶의 현장입니다.

어디 그것뿐이겠어요?
입담 좋은 아낙네는 만담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함께 즐기는 그런 장소도 되겠죠.
장난기가 발동하면 앞에 앉아 빨래하는 아낙네를 밀어 물에 빠뜨리기도 했고, 물에 빠진 아낙네는 바가지에
물을 퍼 방금 밀어버린 아낙네에게 복수하기도 했던 곳입니다.
그야말로 오프라인 모임도 하고 일하며 노는 사랑방인 셈이겠죠?

때로는 佳人 같은 사내가 지나다 물이라도 청하면 수줍은 듯 바가지에 물을 떠 버들잎 몇 개 떨어뜨려
얼굴조차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며 건네기도 했지 싶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런 노래라도 불렀을 겁니다.
"가지 마오, 가지 마오~ 佳人님아... 가지 마오~~
서산에 지는 해는 아직도 꾸청 추녀 끝에 걸려 있는데,
佳人님은 매정하게 어이 그리도 눈길조차 주시지 않고 길을 재촉하시니까?
동지섣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동여매어 우리 함께 아름다운 꿈을 꾸다 가시면 어떠하니까?
저희와 함께 이곳에서 좀 더 머물며 즐기시다 가시면 어떠하니까?"

"그대.... 뒤돌아서 가는 佳人을 보니 마음이 애잔하신겐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르는 법....
그대 마음이 아프시다면 돌아서는 佳人의 마음도 매우 쓰리다네....
꽃을 본 듯 이리 아름다울쏘냐?
낸 들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있겠는가?"

싼옌징은 그냥 우물이 아닙니다.
바로 나시족의 삶이고 애환이 서린 곳이고 사랑이 넘치는 그런 곳입니다.
리장에 가면 돌로 만든 바닥만 내려다보지 말고, 개울물만 쳐다보지도 말고, 수많은 관광객과 어깨를
부딪히는 것만 피하려 하지 말고, 예쁜 꾸냥의 눈웃음에 넘어가 술집만 쳐다보지도 말고, 삶과 사랑이 넘쳐
흐르는 샘물인 싼옌징도 보고 갑시다.
돈도 따로 받지 않는 곳이니까요

예전에는 이곳이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했던 그야말로 진정한 Agora라는 곳이었지 싶습니다.
주로 여자들의 여론 말입니다.
그리고 스트레스 팍팍 쌓이면 이곳에 시어머니 빨랫감을 들고 와 빨랫방망이로 펑펑 패며 풀기도 했지 싶습니다.
신랑이 덜수처럼 시원치 못하고 맨날 비실거리면, 이웃 변강쇠 마누라에게 귓속말로 비방을 듣기도 했을 것이고요.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곳에 나와 이웃을 만납니다.
서로의 안부도 전하고 아프고 서러운 속내를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눕니다.
때로는 깔깔거리고, 쑥덕쑥덕 못된 여편네 욕도 하고, 소곤소곤 잠자리의 은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이렇게 가슴에 쌓여있던 속내를 드러내면 그동안 짓누르던 막힌 가슴이 뻥 뚫어지기도 했지 싶습니다.

그리고 후련한 마음으로 각자의 빨래와 채소를 들고, 머리에 이고 집으로 향하면 그날은 기분마저 상쾌해지죠.
며칠 전 한바탕 대판거리로 싸운 여편네라도 마주치면 처음에는 눈을 흘기며 외면하다 이웃집 돌쇠 어미가
중간에 다리를 놓아 서로 다시 형님 동생으로 돌아오는 곳.
그리고 옆집의 오늘 저녁 메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는 곳.
바로 우물만이 가진 애증의 공동체 역할을 하던 곳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유행가에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바로 우물이 남녀가 첫눈을 맞춘 장소이고 이곳에서 필이 꽂혀 그만 넘어서는 안 될 물레방앗간이라는
이해하기 곤란한 이상한 장소로 공간 이동하여 갔던 일도 흔하게 일어났지요.
그럼 혹시 리장에도 물레방앗간이 있을까요?
물레방앗간을 반드시 찾아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

또 신라의 박혁거세가 나정이라는 우물가에서 태어나셨으며,
왕건은 궁예의 부하로 있을 때 견훤과 전투를 위해 나주로 출정을 나갔을 때, 전쟁터보다는 완사천이란
우물가에서 바로 한 여자를 만나 그녀 오다련의 딸인 미스 오가 물을 떠 버들잎을 박력 있게 한 손으로 주르륵
훑어 버들잎이 둥둥 헤엄치는 물을 마시고 그 버들잎의 사연을 알고 결국 두 남녀는 치열한 사랑의 아름다운
심야 전투를 벌여 결국 부인으로 삼은 적도 있습니다.

그녀, 미스 오가 바로 후에 장화왕후가 되었으며 아름다운 전투의 전리품인 그의 아들은 태자로 책봉되어 대를
이어 대박이 터진 꿈과 같은 인간 로또에 당첨된 적도 있었지요.
우물가에서 생긴 사건 사고는 그 외에도 세상의 우물 숫자보다도 많지 싶습니다.

우물가에는 반드시 나무가 심어져야 합니다.
왕비가 되게 만든 로또 버드나무도 좋고 이쁜이도 금순이도 바람나게 한 범인인 앵두나무라도 좋습니다.
나무를 심지 않으면 우물의 가치가 반감됩니다.
나무는 바로 남자를 상징합니다.
물론 우물은 여자를 의미하고요
그래야 그 우물의 멋을 한껏 돋보이게 하고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볼 수 있지요.
그 이유는 세상을 번영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음과 양의 조화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남자처럼 늘 우물가에 우뚝 서서 굳건히 우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은 여성이고, 생명수이고, 어머니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힌두교에서 말하는 요니와 링가의 조화처럼 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무리 바빠도 김동환 님의 "웃은 죄"라는 예쁜 글도 보고 갑시다.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길래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첫댓글 저는 확실히 촌놈이란 것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도시의 높고 삐까번쩍하고 화려한 빌딩숲보다 이렇게 보도도 울퉁불퉁하거나 흙길이고 흙담,돌담과 빛바랜 나무집들이 더 내집같고 마음이 가고 편안합니다.
가끔 집사람은 처음부터 서울의 강남에 살지 못한것을 후회하지만 저는 전혀 그런 아쉬운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던 7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강남의 집값이나 전세값이 지금처럼은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받는 월급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였기에 오로지 선택의 문제였었습니다.
이런 곳을 좋아하시는 것은 촌놈이 아니라 도회지에 사는 사람이겠지요.
촌놈은 늘 이런 곳에서 살아 오히려 도회지를 동경합니다.
도회지에 사는 사람이 이런 곳에 오면 색다를 맛을 느끼기에 좋아합니다.
그때 강남은 장화를 신고 다니지 않으면 비가 온 날은 다니기 힘든 때였습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강남을 기피했으면 도심의 유명학교를 강제로 이주시켜 8학군을 만들었겠어요.
맞아요,
선택의 문제입니다.
내가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살고 있던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많은 사람은 주객이 전도된 생각을 하고 살아가기도 하지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강북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강북에 자리를 잡다보니 그냥 계속 강북에서 집을 사고 이사를 다녔는데 80년대부터 강남 집값이 치솟기 시작하여 같은 값이었던 집이 오르는 차이때문에 나중에는 2배, 3배의 차이가 나서 상실감이 많이 들기는 했었습니다.
그래도 강북에서는 강남처럼 완전 도회의 느낌이 덜나서 저는 무언가 고향같은 그런 느낌을 가졌습니다. 집사람은 항상 아쉬운 투정을 하곤 했지만 저는 거의 그런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같이 시작한 친구들이었지만 강남에 집을 샀던 넘과 저와의 재산격차가 커져서 배가 아픈것은 있었지만. ㅎㅎ
그래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우리동네가 좋거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