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에 대해 - 4. 인식론(기호의 폭력)
by 메피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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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기호의 폭력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 제3장부터 제5장까지 인식
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 장은 사유의 이미지, 차
이의 이념적 종합, 감각적인 것의 비대칭적 종합
인데, 인식의 순서와 서술의 순서가 정반대입니
다. 인식의 순서는 기존의 사유의 이미지에서 감
각되지 않던 것들이 누적된 끝에 어떤 문제로 정
립되고, 이 문제로부터 이념이 펼쳐지면서 새로
운 사유의 이미지가 발생하는 과정입니다. 인식
론에 있어서도 역행추론의 방법론에 따라 서술을
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그러므로 배움으로서 인
식과정은 (기존의 사유의 이미지-)감각-상징-기억-사유(-새로운 사유의 이미지)이고, 이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단, 이것은 인식주체/인식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들
뢰즈의 인식론은 그 전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들뢰즈는 생각이 자발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
라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
리고 이를 “기호의 폭력”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기호란 뭘까요. 이미 여러 번 인용한 문구지
만, 들뢰즈는 “내가 쓴 모든 것은 생기론적이며
적어도 나는 그렇기를 희망한다 -, 기호 이론
을 구성한다”라고 말합니다. 생기론적이란 게 창
발과 전체론에 대한 얘기란 것은 앞에서 봤습니
다. 그런데 들뢰즈는 창발이 “기호 이론을 구성한
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들뢰즈에게서 모든 존재가 그렇지만 창발 또한 어
떤 힘의 발현입니다. 발현이란 곧 작용이고, 작용
은 관계를 함축합니다. 즉 힘은 다른 힘에게 영향
을 미침으로써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창발로부
터 구성되는 기호라는 게 있다면, 기호란 힘의 전
달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기호의 폭력”이란 인식을 가
능하게 해주는 존재론적 전제가 됩니다. 우리는
존재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존재가 그
자신을 발산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관찰
은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집니다. 소리는 공기의
떨림과 감각 신경이 상호작용한 결과이고, 시각
은 대상과 광자와 시신경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납
니다. 그러므로 존재하는 것은 적어도 세계의 어
느 부분에 대해서는 인식할 수 있는 것이 됩니다.
다만 기호의 폭력이 힘이 발산하는 것으로서 물리
적 정보 작용이라면, 전달 과정에서의 정보 손실
또한 필연적입니다. 즉 기호의 폭력을 이와 같이
해석하면 애초에 완벽한 인식이란 있을 수 없습니
다. 전달과정에서의 정보 손실이라는 존재론적
제약이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들뢰즈의 인식론
은 오류가능주의를 전제로 한 “배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