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1 기아 타이거즈
김상현-김선빈-안치홍-최희섭으로 내야를 짤 수 있고 07타격왕 출신 이현곤을 백업으로 두고 있습니다. 박기남 역시 내야 수비가 가능한데다 거포 김주형을 3루수로 키우고 있었죠. 내야가 꽉 찬 팀이었습니다. 그런데 <3루수 이범호를 영입> 했습니다.
조범현 감독은 김상현을 외야로 돌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외야에는 이미 나지완-이용규-김원섭-이종범-신종길이 있었죠. 남는 사람을 지명으로 돌려도 되지만 그들은 차일목과 김상훈을 포수로 돌려 쓰면서 지명자리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최희섭의 부상, 김상현의 부진 속에도 이범호가 맹타를 치며 팀 타선을 이끌었습니다. 직선타구에 얼굴을 맞아 전력에서 이탈한 김선빈의 공백을 이현곤(.272)이 메꿨고, 김원섭(.284)과 이종범(.280)이 소금같은 활약을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타석수를 합쳐야 이용규와 비슷하지만, 그렇게 나눠 출장하면서 체력을 안배한 덕분에 쏠솔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종범은 42살이고 김원섭은 간염 환자거든요.
포지션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아 보였지만 시즌 초 컨디션 좋던 나지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김상훈과 차일목은 그저 그런 타격으로 별다른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죠. 결국 넘쳐날 것 처럼 보였던 야수진은 여기저기서 구멍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백업 요원들이 공백을 훌륭히 메우면서 팀을 지탱했습니다. 기아가 2위를 달리는 건 선발 투수진의 힘이지만, 불펜 난조 속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야수진의 공백을 최소화 한 덕분입니다.
case 2 LG 트윈스
박용택-이대형-이진영-이택근으로 외야진을 짠 팀인데 이병규를 복귀 시켰습니다. 박종훈 감독은 이진영과 이택근을 1루에 번갈아 기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자리를 내줘야 할 유망주 박병호가 있었고, 그때는 최동수도 있었습니다. 작은 이병규의 기량이 올라오는 시점에 2군 최고의 유망주 중 한명으로 꼽히는 황선일도 외야에 자리가 나기만 기다리고 있었죠. 그래서 LG팬들조차 "이대형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자"고 했지만 트윈스는 결국 야수들을 모두 데리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작은 이병규는 전력에서 이탈했고 이택근과 이진영은 풀시즌을 뛰지 못했습니다. 이대형도 부상으로 한참을 쉬었고 박용택의 타격 사이클은 부침을 겪었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큰 이병규와 정성훈이 맹타를 휘두른 덕에 그나마 전반기 2위, 후반기 현재 5위를 찍고 있는 겁니다. 남아 돈다던 외야진이 줄부상으로 신음하는 바람에 손인호 (.255)가 23경기를 뛰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야수쪽에 여유가 있어서 유망주 박병호를 넥센과의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습니다. 이진영(.271) 정의윤(.262)이 남아있는 덕분이겠죠. DTD팀이라고 놀림을 받지만, 어쨌든 트윈스는 지금 한화보다 야구를 잘합니다. 외국인 선발과 박현준, 임찬규의 힘이겠지만 점수 싸움을 벌여 준 야수들의 공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AVG .270이상 타자가 우리는 이양기야 이대수 뿐인데 그들은 7명이죠. 그 중 현재 포지션이 없어 경기에 못 나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 한화는?
나름 내야수가 많다고 자부했지만 정원석 부상으로 시즌 아웃, 오선진의 골절상, 전현태의 부진이 겹치니까 백업이 없습니다. 지금 이여상-이대수-한상훈-장성호로 내야를 돌리는데 타격감 떨어진 이여상 대신 낼 수 있는 선수는 김회성 뿐이죠. 정원석이라도 있으면 장성호가 부진할 때 오른손 대타로 좀 써보겠는데 그것도 안 되니까 7경기에서 안타 1개 치는 장성호가 계속 주전 3번타자로 나옵니다. 현 시점에서 내야진의 변수에 활용할 대안이 없습니다. 팬들이야 김강과 강경학을 부르짖지만, 그 두 선수는 2군에서 각각 .251과 .250을 치고 있습니다. 모상기가 .341 민병헌이 .375를 치고 있는 2군에서 말입니다.
반면, 외야는 어떻습니까. 최진행-강동우-김경언이 주전이었고 고동진과 추승우가 경합을 했는데 가르시아가 들어왔죠. 가르시아 영입 후부터 김경언 고동진이 맹타를 휘둘렀고, 요즘은 이양기까지 잘 치고 있습니다. 추승우도 2군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찍었고요. 최진행이 허리를 다쳐 경기에 못 나올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강동우가 좌익수로 옮기고 고동진이나 김경언이 중견수에 들어가면 그럭저럭 구색이 맞춰집니다. 그 라인에 왼손 투수가 나오면 대타 이양기를 준비 시켜도 되고요. 선수가 많으니까 전력 운용의 폭이 넓어지고 부상이나 상대팀의 투수기용 같은 변수에 대처하기가 쉬워집니다. 만일 외야수 많다고 가르시아를 안 데려왔으면 지금 어땠을까요? (팀 전체의 전력 말고, 외야진의 상황 말입니다)
결론은, 포지션이 겹쳐도 됩니다.
야구란 그런겁니다. 포지션이 아무리 겹쳐도 선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왜냐하면 일정 수준의 기대치를 갖고 있는 선수들이 전부 풀타임을 뛰는 경우가 없기 때문입니다. 133경기를 치루면 반드시 누군가는 다치고, 누구는 부진합니다. 공격은 잘 하는데 수비가 이상할 수도 있고, 수비는 잘 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을 맡기려면 불안할 수도 있죠. 그걸 메워줄 또 다른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이 카드가 많아야 강팀이 되는 겁니다.
내년에 김태균과 연경흠이 옵니다. 그러면 장성호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지금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하다 못해 이렇게 외야가 넘쳐 나는데 이택근을 데려오겠다고 발표해도 우리는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투수를 원하지만 '포지션 중복'에 관한 문제를 논하기 위해 일부러 이택근을 언급했으니 양해 바랍니다)
왜 환영해야 될까요? 우리가 지금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여러 변수가 분명히 생길거니까요. 기아나 LG가 선수 관리를 유난히 못해서 저렇게 부상 선수가 많이 생겼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매일같이 경기를 하다 보면 당연히 그런 경우가 생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진행 허리가 또 아플 수도 있습니다. 서른 아홉 강동우가 갑자기 노쇠할 수도 있고, 연경흠의 타격실력이 군입대 전 컨디션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다못해 김태균도 허리부상이 도질 수 있는 거고요.
지금 생각으로야 (이택근 영입할 가능성은 적지만) "최진행 이택근 가르시아 외야에, 김태균 장성호 1B/DH"라고 기대하겠죠. 그러면 강동우 고동진 연경흠 이양기 전부 아까워서 몸이 달을겁니다. 하지만 저 바람대로 풀시즌을 치룰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반드시 공백이 생길거고, 누군가는 부침을 겪는단 말입니다. 거기 대비할 카드는 최대한 많아야 됩니다. 줄부상속에서도 결국 야수진이 붕괴되지 않은 기아와 LG처럼 말입니다.
연경흠이 복귀해서 굉장히 좋은 좌익수가 되고, 그래서 둘 중 하나가 지명으로 밀렸는데 심지어 장성호보다 잘해서 스나이퍼가 백업이 된다면 그건 기쁜 일입니다. 만일 둘 중 하나가 지명으로 밀렸는데 장성호가 컨디션을 회복해 젊은 타자가 대타요원이 된다면 그것 역시 기쁜 일이죠. 더 잘하는 선수를 쓰면 됩니다. 조금 덜 잘하는 선수의 출장 시간이 줄어든다 해서 안타까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강팀이 되는거고, 그 선수도 분명 경기에 나와야 할 때가 생기니까요.
2~3개 포지션에 선수가 5명쯤 되면 너무 많아 보이지만 막상 시즌을 돌려보면 그래야 공백이 안 생깁니다. 김상현 데리고 있으면서 이범호 영입하고, 이진영 자리에 이병규 데려오는 팀도 있으니 포지션 고민은 내년에 하고 일단 좋은 선수 먼저 데려 옵시다. 그래야 야구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정정해주세요 case1에 포수 김상현이 아니고 김상훈..ㅋㅋ
오타네요. 감사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돈이 없지 돈쓸 곳이 없을까봐 걱정이냐> 하곤 하죠 -- <쓸만한 선수 + 와서 잘해줄 선수>만 와준다면야 얼마든지 만사 OK죠
맞는 말이죠...백업요원 풍부하게 보낸 시즌은 제 기억엔 없습니다.....그나저나 민병헌좀 어떻게 못데리고 올까요
이선수 한화 오면 훨훨 날아다닐 선수인데 정말 아쉽습니다. 선수 본인도 정말 답답할듯.
잘하는 선수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요즘 한화는 참...
한동안 부족한 전력임에도 희망을 갖게 만들었지만 애초에 선수가 없었죠. 최근 많이 지니까 비난의 목소리도 높지만 이정도 전력으로 잘싸웠습니다. 하지만 이정도 전력으론 진짜 안됩니다.
다다익선!^^
다다익선이긴 하지만 FA는 신청자가 8명 밑으로는 1명 그 이상일때는 2명까지 영입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그렇담 맥시멈으로 2명 영입인데 신중히 골라서 영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경기 지켜보면서 느낀점은 다른팀 1군 엔트리가 우리보다 두배는 많은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인원수는 같을텐데 다른팀은 쓸 선수가 많아보이고 우리팀은 각 포지션 주전을빼면 도통 넣을 선수가 없는것 같으니 말이예요.
FA8명이상 지원할것같은데 정대현 이택근 데려왔으면 하네요 외야는 제가 보기에는 부족한것같아요 이택근 강추
너무 X 1000000 공감 가는글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