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것은 갔는데 왜 새것은 오지 않는가?
능력주의 맹신, 퇴보하는 민주주의, 극우파의 출현과 보수주의의 부상, 법을 앞세운 통치, 인증주의를 비롯한 반평등,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경쟁... 이 모든 현상은 그 자체로 신자유주의에 내재한 성질이며, 신자유주의가 벌이는 내전 전략의 일부일 뿐이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 시대는 저물지 않았다. 이 폭력적인 체제의 다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전략적 특성을 꿰뚫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특정한 정책 패키지만도 아니고 사회과학 패러다임도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인간 사회 전체를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성공한 문명적 기획이고, 그 배후에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계급 역관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다지려는 지배 집단들의 네트워크가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결코 저절로 저물지 않는다. 그에 필적할 또 다른 문명적 기획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장기 신자유주의 시대'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전, 대중 혐오, 법치'는 더 늦지 않게 이 기획에 착수라라는 촉구이며, 이 기획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안내하는 듬직한 조언이다
신자유주의는 명료한 법과 원칙의 틀 속에서 경쟁에 기초한 자유 사회, 私法의 사회를 수립하려는 공동의 정치적 의지에서 발현했다. 또한, 이는 도덕, 전통, 종교에 기초하여 사회의 전면적인 개조 전략에 복무하는 주권국가에 의해 보호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목표는 사회에 일련의 표준적인 기능을 부과하는 데 있다. 그중 모든 신자유주의자가 첫째로 꼽는 것은 개인-소비자의 주권 보장을 전제로 한 경쟁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전략적, 갈등적 특성을 통해서만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출현 조건과 지속성,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로 1947년 몰펠르랭 협회 창립 시점에 합의의 기초로서 표명되었다. 그 후 신자유주의가 전개한 모든 중요한 싸움들은 이러한 합의를 증명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자들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항해 단호하게 전투를 벌이듯이, 복지국가에 대한 고발에 나섰다.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에서 리프먼의 주장을 전용하여 사회주의와 파시즘 두 체제의 유사성을 자유주의 옹호 주장의 핵심을 삼았다. '모든 당파의 사회주의자들'에게 '사회주의는 자유의 반대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 하이에크는 '파시즘과 나치즘의 부상은 이전 시대 사회주의적 경향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바로 그 경향에서 비롯된 결과였다라고 역설했다.
근본적으로 반평등, 반민중, 반혁명적인 체제,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진화를 파헤치다
신자유주의는 그 출발부터 '자유'의 이름으로 '평등'에 맞서는 내전을 전략으로 택했다. 내전의 양태는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정치 세력이 벌이는 전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시장질서와 경쟁에 반대하는 모든 적을 분쇄하기 위하여 법을 이용한 지배, 즉 법치를 내세우며,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직접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반민주주의, 즉 대중혐오가 자리 잡고 있으며, 좌파와 우파 모두 이 체제의 교리를 충실히 따랐다. 하이에크와 대처에서부터 집권 좌파의 몰락, 신보수주의와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까지, 신자유주의의 계보를 따라 그것의 지배 전략을 파헤치는 이 책은 진정한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