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00km를 달리는 하이퍼카(슈퍼카 중의 슈퍼카)가 탄생했다. 기록 경신을 위해 특수제작한 차량이 아닌 일반 시판용 차량의 속도가 시속 500km를 넘은 것은 세계 양산차 126년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의 하이퍼카 제조업체 SSC 노스아메리카(SSC North America)의 새로운 하이퍼카 ‘SSC 투아타라’(SSC Tuatara)는 지난 10일 오전 화창한 날씨 속에 라스베이거스 외곽의 11.2km(7마일) 고속도로 구간에서 `마의 벽'으로 통했던 시속 300마일(483km)을 넘어섰다. 투아타라는 이날 고속도로 구간 왕복주행에서 평균 시속 316.11마일(508.73km)를 기록했다. 서울~부산 거리를 400km로 잡고 단순 계산해보면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50분도 안돼 도착할 수 있는 속도다. 투아타라는 특히 돌아오는 길에서는 최고 시속 331.15마일(532.93km)을 찍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중국 상하이의 자기부상열차 최고 기록(시속 431km)보다 무려 100km나 빠른 것이다.
SSC 투아타라의 속도 측정은 7마일 구간에서 진행됐다.
이날 기록은 현재 최고 기록인 스웨덴의 고성능차량 제조업체 코닉세그의 아제라RS가 업그레이드한 엔진으로 2017년에 세운 왕복 평균 277.87마일(447.19km)을 시속 60km 이상 웃돈다.
SSC 투아타라의 엔진룸.
공기역학 설계, 7단 변속기, 탄소섬유 등 첨단 기술의 승리
1894년 최초의 양산차인 독일 벤츠의 ‘벨로’가 달린 최고 속도는 시속 19km(12마일)였다. 시속 100마일을 돌파한 때는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1946년, 시속 200마일은 다시 이로부터 40여년이 흐른 1987년이었다. 이제 또 다시 30여년이 흐른 2020년 300마일 돌파와 500km 돌파라는 두 대기록이 동시에 수립됐다.
이날 기록은 하이퍼카 최고 수준인 0.279의 항력계수를 달성한 공기역학 디자인, 1750마력의 8기통 엔진, 7단 컴퓨터 수동 변속기, 가볍고 강한 탄소섬유 모노코크(보디와 프레임이 하나로 돼 있는 차체 구조) 기술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성과이다.
제트훈련기,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역사적인 주행 장면을 촬영했다.
15대 GPS 위성 동원해 측정…100대 한정 생산키로
사실 2010년대 중반 이후 부가티 시론, 헤네시 베놈 F5, 코닉세그 제스코 등 세계적인 하이퍼카들은 시속 300마일 돌파에 도전해 이론상으론 이를 구현했다. 그러다 지난해 부가티가 처음으로 최고 시속 304.77마일(490.48km)로 300마일 벽을 넘어섰다. 하지만 기록 인정에 필요한 왕복 주행이 아니라 편도 주행이어서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으려면 1시간 내에 왕복주행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 워싱턴주 SSC의 투아타라는 이날 한 시간 안에 같은 구간을 왕복 주행함에 따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첫 출발 주행 기록은 시속 301.07마일(484.53km), 그 다음 복귀 주행 기록은 시속 331.15마일(532.93km)이었다. 이날 투아타라 운전대를 잡고 역사적인 주행을 한 전문 카레이서 올리버 웹(Oliver Webb)은 보도자료를 통해 "조건만 더 좋았다면 더 빨리 달릴 수도 있었다"며 "시속 331마일에 이르렀을 때 투아타라는 5초간 무려 시속 20마일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SSC노스아메리카 창업자인 제롯 셸비(왼쪽)와 레이서 올리버 웹이 공식기록인증판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SSC노스아메리카 제공
자동차 속도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으려면 기록 인증 요원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제 고객이 쓰는 차량과 타이어, 연료를 사용해 공공도로에서 주행해야 한다. SSC노스아메리카는 이날 투아타라의 정확한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15개의 위성을 이용한 GPS 측정을 진행했다. SSC는 또 아음속 제트훈련기 T-33과 헬리콥터, 드론으로 구성된 항공촬영팀을 동원해 이날 투아타라의 주행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