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쪽지까지 주셨던지라, 제 의견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아마 제가 예전에 이곳 카페에 쓴 글은 읽으셨을테니, 제가 수술 결과 암이 아닌 건 이미 아시지요?
이곳 카페가 유두암인 분들이 많고, 여포성 결절을 갖고 계신 분은 얼마 없어서
정보 얻기가 좀 난감하셨을 거예요.
저는 수술할 당시 크기가 4cm 였는데요..
제가 처음 결절을 발견했을 당시(2004년경)에는 크기가 작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세포검사를 해도 양성으로 나왔기에 계속 그냥 둔 거였죠.
그랬던 결절이 여러 해 지나면서 꽤 커지더니,
나중에는 육안으로도 차이가 날만큼 왼쪽 목이 불룩 튀어나왔습니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지만, 그 부위를 누르면 약간 아팠고 불편함을 느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3년 정도 걸렀던 병원 진찰을 다시 받았고,
여포성 종양이니 수술해야 한다고 담당 선생님이 얘기하시더군요.
그동안의 세포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왔기에,
그리고 여포성 결절이 악성(암)일 확률이 20~30% 정도밖에 안된다기에,
저 또한 암일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의사 선생님들이
수술을 당연한 걸로 말씀하셨기에
저로선 수술 자체는 당연한 걸로 받아들였고,
다만, 수술방법을 내시경으로 할지 직접절개술로 할지를 놓고 고민을 했지요.
윗글을 읽으니,
두루미님은 수술 자체를 고민하시는 것 같은데,
현재 3.3cm인 상태에서 크게 불편감을 느끼시진 않는지요?
목 한쪽이 불룩 튀어나왔다든가, 누르면 통증이 느껴진다든가,
침을 삼키거나 음식물을 넘길 때 이물감이 느껴지시진 않는지요?
두루미님께서도 결절 크기가 작지 않은 걸로 보아
그동안 결절이 꽤 자란 것 같고,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커질 가능성이 있는데...
결절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불편해지실 겁니다.
4cm 정도의 결절은 꽤 큰 크기라고 하더라구요.
왜 이 정도 클 때까지 방치해두었냐는 얘기를 저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절이 계속 자랄수록,
결절의 크기가 클수록 암일 확률이 높다고 들었습니다.
그랬기에 저는 수술 자체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거고,
목에 흉터가 남는 직접절개술과 내시경수술 중 무엇을 해야할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제 예전 글을 읽었다면 다 아시겠지만,
암이 아니라는 확신만 있다면 내시경으로 반절제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암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었기에
계속해서 고민했습니다.
내시경으로 반절제를 했다가
조직검사 결과 암으로 밝혀진 경우,
재수술을 해서 나머지 반쪽도 다시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재수술 받는 게 끔찍한 저로서는 정말 고민되더라구요.
그렇다고, 직접절개술을 하는 경우,
반드시 전절제를 하거나, 재수술을 할 확률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차이라고 한다면,
내시경수술은 무조건 반절제를 한다는 거고...
직접절개술은 반절제를 목표로 하되,
수술 도중 암인 게 확실하고 전이까지 된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면
수술 도중 전절제를 한다는 점 정도였습니다.
즉, 두 수술 다 반절제를 목표로 하되,
육안으로 전이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직접절개술은 그 즉시 전절제를 해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고,
내시경수술은 차후에 날짜를 다시 잡아서 나머지 한쪽도 절제한다는 점만 다르다는 거였죠.
이런 상태에서,
암세포 전이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라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목에 흉터가 남는 직접절개술을 하는 게 과연 최선인 걸까.. 를 두고
정말 끊임없이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 직접절개술에 의한 수술날짜(5.30)가 내시경수술에 의한 수술날짜(6.20)보다 3주 정도 빠르게 잡혔고,
2. 직접절개술 집도의가 갑상선암 분야에서 더 명의로 알려진 분이었으며,
3. 직접절개술이 내시경수술보다 회복이 빠르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목의 흉터라는 미용적인 부분만 포기한다면,
모든 점에서 직접절개술이 낫다는 결론이 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결국 직접절개술을 택했고,
반절제를 하고 수술한지 3일만에 피주머니 하나 찬 적 없이 초스피드로 퇴원했으며,
수술 후유증이라고는 변비와 목당김 정도만 겪었습니다.
정밀조직검사 결과 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퇴원 후 2주 뒤 외래진료 때 들었기에
당연히 동위원소 치료도 하지 않았습니다.
암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 잠시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암이 아닌 걸 진작에 알 수 있었다면 내시경수술을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그렇다면 흉터 따위 남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저는 제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직접절개술을 했기에 회복도 아주 빨랐고,
내시경수술에 의해 벌어질 수 있는 겨드랑이나 가슴 부위 통증이나 후유증도 전혀 겪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목의 흉터는
피부과에서 레이저 치료까지 받아서 그런지 아주아주 양호한데,
그나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수술한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흉터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불편한 점은 목을 뒤로 확 제치는 게 겁이 나는 정도인데,
내시경수술을 해도 수술 부위를 조심하는 건 비슷할 듯 싶네요.
그리고.... 또 한가지...
수술하기 직전, 수술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느라 여러 고민을 거듭하면서,
제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제 인생관과 삶의 태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런 점들이 수술을 무사히 마친 지금,
제가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데 많은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긍정적이 되고,
마음을 비우는 법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사소한 것들에도 감사하게 되고,
작은 기쁨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게 되었답니다.
수술에 대한 불안과 염려 때문에,
수술 과정과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너무 걱정되고 겁이 나시죠? 너무 힘드시죠?
애초에 결절이 안 생겼더라면 좋았겠지만,
기왕에 생긴 거 깨끗이 없애자! 라고 산뜻하게 마음 먹으세요.
수술이 두려워서 계속 걱정을 안고 사시느니,
깨끗이 없애버리고 새마음 새기분으로 사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저도 그 당시에는
신중한답시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느라 힘들었습니다만...
박정수 교수님을 전적으로 믿고서 교수님이 권하시는대로 잘 따르시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를 얻으실 겁니다.^^
나중에 수술 무사히 마치시면,
수술 잘 끝났다고 살짝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