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국가인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지였던 브라질은 세계에서 로마 카톨릭교 신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의 최대 종교는 따라서 카톨릭이지만, 최근 사회소외계층의 지지를 얻어 급부상하고 있는 오순절파(派) 개신교에 많은 신자를 내 주고 '카리스매틱 운동(Charismatic Movement)'같은 반격운동을 펴고있는 형편이다.
이밖에 최근 발표된 브라질인의 종교실태 조사에서는 아직 적은 분포로 나타났으나 바이아주(州)를 거점으로 흑인들은 물론 일부 백인 식자층의 관심을 끌고 있는 '움반다(umbanda:카톨릭교리와의 교묘한 혼합이 특징인 아프리카 기원의 무속신앙)'가 교세 확장 일로에 있다.
그런데 소리 없이 번져나가면서도 브라질 내 어엿한 제4의 종교로 인정받고 있는 '심령주의(강신술:Espiritismo)'는 무엇일까?
브라질인들에게 종교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독실한 신자든 이름뿐이든 카톨릭 신자라고 하지만 한 두명은 반드시 '에스삐리따(심령주의자)'라고 밝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심령주의는 심령과학(心靈科學)과는 다른 것이, 후자가 과학으로서 심령현상을 연구한다면 전자는 일정한 계급이 있다고 믿어지는 영적 존재들을 스승으로 삼아 영적 진보를 꾀하는, 일종의 철학적 신흥종교라고 볼 수 있다.
19세기 초엽 출생한 프랑스 리용 출신의 교육자 '알랭 칼덱'이 고급령들의 계시를 받아 주창, '칼덱시즘'이라고도 불리는 심령주의는 브라질에서만 다수의 신자를 확보하고 있을 뿐 다른 나라에서는 별다른 교세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6월30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쉬코 샤비엘(planeta.terra.com.br)은 17세에 영 체험을 한 후 72년간 영매(靈媒)로서 400여권의 사이코그래피(psychograph:영이 전하는 메시지를 영매가 기술함)로 집필된 책을 내며 브라질 최대의 영매로서 심령주의자들의 대부로 추앙 받아왔다. 전국 각지에서 무려 14만명이 그의 장례식에 운집, 그의 오른손에 입맞춤으로써 존경심을 표시했으며 그가 묻힌 미나스 제라이스주(州)의 우베라바시(市)에서는 사흘동안의 시장(市葬))을 선포한 바 있다.
1884년 설립된 브라질 심령주의 연합회(connect.com.br/~espirit/)는 수도 브라질리아를 본부로 전국 모든 주에 지부를 두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는 심령주의에 관한 홈페이지 수백 개가 성황 중이다. 또한 어느 서점에서나 심령주의에 관한 책 코너가 따로 마련돼 독자들을 끌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한편 심령주의의 교리적 근거가 되었으나 그가 표방하는 '다원주의'에 반(反)하는 교리를 가진 개신교에서는 이같은 득세에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령주의가 유독 브라질에 확고한 자리를 굳힐 수 있던 이유는 샤비엘 같은 유명 영매 덕이지만 또한 브라질인들의 강한 영성-무엇이든지 믿으려는 마음이 강한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회의론(skepticism)'으로 대표되는 무신론(無神論)은 극소수 젊은 식자층의 전유물일뿐 여기서는 별다른 대중적 설득력을 나타내지 못한다. 비록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신의 존재는 믿는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심령수술이 아직도 수많은 병자들을 끌어들이고 독일인 '닥터 프리츠'의 영을 받아 집도한다고 주장하는 심령의(心靈醫)가 도처에 성업중이다.
심지어 전 대통령까지 심령수술을 받고 치유를 경험했다고 주장한 바 있을 정도다.이같은 인기는 또한 모든 조직 중 가장 완벽한 피라미드 형태라는 엄격한 카톨릭의 위계질서에서 이제는, 성직자도 없고 수직구조의 조직체도, 엄격한 예배의식도, 배타성도 없는 심령주의에 친근감을 느낀 때문은 아닐까?
브라질 = 하니리포터 장혜진 기자 /isladeflores@hanmail.net>isladeflor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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