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재판>
또 봄이 온다.
봄은 공평하게 온다. 바이칼 호수는 동쪽에서도, 서쪽에서도 따뜻한 봄날이 돌아온다.
봄이 온다고 해서 바이칼호수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늘에서 보면 호수는 언제나 똑같다.
끝없이 망망한 바다 같은 바이칼호수는 밤하늘의 초승달 같은 모습으로 동서양 대륙을 가르듯 길쭉하게 뻗어 있다.
마치 생명을 잉태하는 하늘 여신의 음부 같은 모양새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너무 거대한 바다이기에, 비록 여자라 할지라도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낄 겨를 같은 것은 없다.
모르니까.
여자의 음부 모양새인줄도 모르고, 그냥 바이칼호수를 모두 좋아한다.
바이칼호수는 5억 년 전에 지구가 탄생할 때 함께 태어났다는 말이 있고, 그때는 북극해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 때까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담수의 호수라 할 수 없다.
역사적 증거에 의하면, 2500만 년 전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 지구 모양이 상당히 변해서 시베리아 대륙이 생기고, 그때부터 처음으로 담수의 호수로서 존재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가장 믿을 만한 정설이다.
2500만 년 전에 비하면, 1만 년 전의 일은 최근의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까짓 1만 년, 어제쯤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 식으로 얕잡아서는 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우리는 지금 1만 년 전, 석기시대 바이칼호수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한다.

★ 아름다운 바이칼호수 전경
1만 년 전에는 바다를 건너는 일이 불가능하듯이, 바이칼호수를 건너는 일도 불가능하다.
다만 바이칼호수 동쪽에서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특정한 여울목이 있는 곳에 다다르면, 뗏목으로 하루 이틀이면 서쪽으로 건널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역시 1만 년 전에는 일부의 인간 무리들만이 은밀하게 알고 있는 비밀 물길이다.
또 바이칼호수 서쪽에는 여기저기에 온천도 많이 퍼져 있다.
이것도 서쪽에 살고 있는 인간무리들만이 자기들만이 알고 지키고 있는 비밀이다. 널리 알려지면 동굴을 빼앗긴다고 생각해서, 타부지역으로 선포하고, 알게 모르게 자기들만 사용한다.
온천물은 인간무리의 질병도 고치고, 여자들 미용에도 좋다. 남자들도 여기서 목욕을 하고, 동물들도 즐겨서 찾아 오곤 한다.
또 바이칼호수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가 많아서 자랑거리다.
특별히 조물주가 깎아지른 듯 한 절벽이 아슬아슬하게 솟아 병풍을 치듯 쉬지 않고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잔잔한 바닷가 해변 같은 지역도 펼쳐져 있다.
이런 곳에는 모래사장이 넓게 전개되어, 하늘나라 해수욕장 같다.
바이칼호수의 호반 물가에서 물속으로 아무리 걸어 들어가도 호수 물은 무릎이상으로 깊어지지 않는다.
바이칼호수 물은 매우 맑아 바닥의 자갈돌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환히 드려다 보이고, 작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며 놀고 있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다.
그런 물고기들 중에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유명한 것도 있는데, 오무루 연어가 그것이다.
1만 년 후인 지금 먹어도 맛이 아주 좋다.
큰놈들은 바닷물고기 정어리만하기도 했고 작은 것은 꽁치 만하기도 하다.
오무루 연어는 바이칼 송어와 어울려 물속을 몰려다니기를 좋아하는데, 둘 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회귀본능이 강하다.
고향 찾기는 인간보다 물고기가 으뜸이다.
늦은 봄철이나, 가을철이면 호수와 강물이 만나는 곳에서는 고향 찾기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가을철에만 회귀본능이 발동했는데, 북극의 빙하가 녹는 관계로 날씨가 돌연히 따뜻하게 변하는 바람에 봄철로 바뀌어 버리는 기상천외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때 아닌 봄철에 연어, 송어가 가 몰려드는 것이 큰 강물만이 아니다.
바이칼호수로 흘러들어가는 수많은 작은 강, 샛강과 개천에 이르기 까지 때 아닌 물고기로 활기를 띠운다.
때로는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일부 연어와 송어 무리는 생활습성이 변해서 강변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태어날 때 물려받은 회귀본능을 타고난 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칼호수에서는 민물표범과 바이칼 물개들을 이끌어 들이고, 바이칼호수 밖에서는 큰곰과 붉은 곰, 늑대 무리 같은 맹수들을 불러들인다. 그 중에는 간혹 인간 무리들도 끼어든다.
바이칼호수 서쪽 노랑머리 씨족에서는 이탈자가 한명 나온다.
도망자다.
이 인간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신관 자리에 있던 이 인간은 털보족장의 미움을 받고 견디다 못해 명령도 없이 홀로 오무루 연어잡이에 나섰다가 실패한다.
그리고 갈 데가 없어서 할수 없이 슬그머니 귀가하는데, 이것이 말썽이 되어 공론재판까지 벌어지게 된다.
털보족장의 원래동굴은 바이칼호수 서쪽의 해안가에 있다.
바다에서는 바다의 쩌릿한 바다 소금 냄새가 풍겨오듯이, 바이칼호수에서는 호수 물결의 짜릿하고, 맑고 상쾌한 냄새가 있다.
이렇게 특이한 바이칼호수 물결의 냄새가 바람결에 풍겨 온다.
털보족장의 원래동굴에서는 바이칼호수의 물결 냄새가 묘한 자극을 주면서 코끝을 아련하게 유혹한다. 바이칼호수 물결 냄새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 사건이 끝없이 발생한다.
평화를 상징하는 냄새다. 아니다. 남녀 간의 그 짓을 자극하는 냄새다.
원래동굴에서는 모두 바이칼호수의 독특한 물결 냄새를 마음껏 즐긴다. 바이칼호수가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에 호수를 눈으로 보면서 코로 냄새를 즐긴다.
즐기고 맛보고 행복하다.
털보족장은 익숙한 바이칼호수 물결 냄새 속에서, 그날 수발녀가 떠다 주는 해장용 물을 두 번 마시고, 그 짓을 원 없이 화끈하게 치룬 후에, 다시 골아 떨어져 잠이 들었다가 늦게 일어난다.
육체적 피곤으로 정신없이 세상 무너지는지도 모르고 깊이 수면에 빠졌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른 후에야 눈부신 듯 부스스 눈을 뜬다.
"내가 약간 수발녀에게 진이 빠져서 힘들었던 것 같은데, 너희들도 나 모양으로 피곤했던 모양이구나. 나를 깨워주지 않은 걸 보니…"
털보족장은 자기 생각만 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그가 곤하게 잠든 사이에 노랑머리 씨족 무리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절대 비밀이다.
도둑사랑이라는 것이 있다.
짐승들 중에서 사슴무리들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숫사슴왕의 눈을 피해, 탈락 수컷들이 도둑사랑 짓을 자주 한다.
노랑머리 족속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슴이든 인간이든 이삭이라도 주워 먹고 살게 되어 있다. 그것이 세상의 뻔한 이치이다.
그런데 인간은 즐길 줄도 안다.
실은 털보족장이 잠든 사이에 몰래 짜고 실시하는 노랑머리 씨족무리 남녀 간의 도둑사랑 '돌려'행사가 한 바퀴도 아니고 두 바퀴나 돌았던 것이다.
눈치껏 소리를 죽여가면서 돌리고 또 돌린다.
만약 들통이 나면 털보족장의 주먹돌에 찍혀 목숨이 끝장이 나는 불상사가 벌어지겠지만, 서로들 짜고 입을 꼭 다무니 비밀이 보장된다. 들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윙크 한방에 남녀 무리 모두 서로들 눈짓하고, 씽끗 웃어버리면 그것으로 끝나고 안심이다.
공포의 리더십을 휘두르는 천하대장 노랑머리 털보족장이지만, 실은 멍청이 바보다.
이런 식의 누수 구멍은 알아차릴 수가 없다. 속수무책이다. 누군들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원시인들의 지하경제 세계의 밀거래 통로이다. 인간무리들은 어떻게든 숨통을 뚫고야 마는, 재주가 있는 동물이다.
그 짓으로 말하자면, 인간 무리가 사슴보다 더 재주가 있다.
소통이 안 되면 눌렸다가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진리이다. 그렇게 되면 큰 일이 아닌가?
그렇게 폭발해서 공중분해 되는 것 보다는, 적당히 누수되는게 좋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언제까지나 혼자 독식하겠다는 털보족장이나 숫사슴왕의 발상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사슴 무리에서는 가능할 지 몰라도 인간 세상에서는 어쨋거나 말썽거리다.
사정이 이러하고 보니, 어떤 씨족이건 족장 자리라는 것은 힘자랑이나 하고 혼자 무협인 척 하지만, 실은 언제나 어디서나 실속 없는 헛 껍데기.
털보족장도 별 수 없다.
아는지 모르는지 넘어가는 게 어느 시대건 간에 우두머리의 능력이다.
그러니 태어날 때부터 좀 센스가 둔하고 멍청하게 만들어진 족장은 나름대로 행복하고 안전한 족장이다.
교만하고 자기 자랑이 도를 넘치면 그것은 안타까운 객기에 불과 하다. 족장은 혼자 힘으로 그것을 깨달을 기회가 없다.
교만한 힘자랑은 털보족장이 타고난 본능이다. 타인에 비해서 워낙 힘이 세어서 그럴 만도 하다. 노랑머리 털보족장의 팔뚝 힘은 산의 뿌리를 뽑을 만큼이나 무시무시하다.
우리는 그것을 뒤에서 보게 된다.
노랑머리 털보족장은 잠시 잊고 있던 공론재판을 문득 떠올린다.
오늘이 도망갔다가 제 멋대로 돌아온 신내림 무당, 신관을 공론재판해서 처벌하는 날이라는 것을 생각해 낸다.
끝까지 잊어버리면 모두가 행복할 것인데.
노랑머리 털보족장은 자신의 건망증을 변명하려는 듯이 큰 소리로 선언한다.
"모여라! 지금부터 나, 털보족장이 도망자, 무당대가리 신관을 공론(公論)재판 한다!"
그리고 더 큰 소리로 권위를 세우며 엄하게 명령한다.
"신관은 앞으로 나와라!"
모두들 털보족장 말씀에 의아해 한다.
"……?"
"신관 말이다. 마술사인지 무당대가리인지 하는 놈 말이다. 냉큼 나오지 못하겠느냐?"
사실 1만 년 전 원시시대는 신정 정치시대다.
따라서 신관의 위치는 때에 따라서는 족장보다도 높다. 신관은 함부로 대하는 그런 인간 말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랑머리 털보족장은 권력을 쥐었다는 핑계로 신관을 함부로 다루고 있다. 멋대로 이고, 때론 지독히 모독적이다.
높였다 내렸다. 별을 떼었다 붙였다, 털보족장 자기 마음대로 간다.
갑자기 무당을 신관이라고 높임말을 썼다가, 또 갑자기 깎아 내렸다가 종횡무진 하니 노랑머리 씨족 무리들은 모두들 털보족장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하다.
공론재판(公論裁判)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방청객으로 참관하게 된 노랑머리 씨족 무리들은 자기들이 조금 전 저지른 그 짓의 죄가 있는지라 불똥이 튈까봐 내색도 못하고 조마조마하다.
제발 무사히 넘어 가라.
아무것도 모르는 털보족장은 권위를 세우며 근사하게 서두를 꺼낸다.
"공론재판이라는 것은 지금부터 공정하게 의논해서 재판하자는 뜻이다.
무협의 무리답게 공정하게 하려니까, 내가 무당대가리 놈을 신관이라고 높여 부르는 것이다. 족장인 내가 미쳤다고 일없이 저 도망자 녀석을 높여 부르겠느냐?"
털보족장의 가당찮은 엄포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무당대가리 신관은 무릎걸음으로 족장 앞에 나와 찰싹 엎드렸고, 씨족 무리들은 모두 긴장해서 눈들을 동그랗게 뜨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졸지에 날카로운 주먹돌이 날아갈 것만 같다.
"네, 족장님이 신관이라고 높여 불러주신, 마술사 신내림 무당대가리, 여기 대령했습니다요."
무협의 길은
공명정대한
정의의 길
간혹 빗나간 것은
공론재판으로
바로 잡는다
털보족장의
공론재판
정의롭겠지
공명정대하겠지
무협을
자처해 왔으니까
정의의 무협
바이칼호수의 무협
털보족장
정말 그럴까
노랑머리 무당대가리 신관은 죽어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그는 아직도 좀 어리둥절한 상태이다.
힐끗 눈을 돌려 털보족장 옆에 서 있는 수발녀를 슬쩍 훔쳐본다. 좀 전에 무당대가리 신관이 도둑사랑 몰래하는 '돌려'를 했던 바로 그 여자다.
무당대가리 신관은 수발녀의 또 다른 애인이다.
그 여자 역시 무당대가리 신관의 처벌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 했다.
눈을 내리깔고 핼끔거리며 바들바들 떨고 있다.
무당대가리 신관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다. 무엇을 들켰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실수하지 않으려면 함부로 말하지 않고, 일단은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보는 게 상책이다.
설마하니 그 짓은 들키지 않았겠지?
털보족장이 엄숙하게 말한다.
"무당대가리, 너는 죄가 많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관은 목소리가 떨린다.
죄가 많다니? 우선 걸린 죄가 무엇인지, 죄목으로 걸린 것이 무엇인지 파악도 안 된 상태다.
"제가 무슨 죄를…"
털보족장이 신관을 노려보며 이를 갈고 있다.
"닥쳐라! 배신자, 도망자 이 놈! 너 어디로 도망갔었느냐? 이실직고 하렸다!"
신관은 무조건 무서워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배짱도 있다.
할 말은 어물어물 다 하고 있다.
사실 그가 바이칼호수 서쪽에서 본 광경은 노랑머리 씨족으로서는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지만, 그것을 이 자리에서 다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이칼호수 서쪽 해변으로 갔습니다요."
털보족장이 묻는다.
"왜?"
"…족장님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요."
털보족장은 빙그레 웃는다.
무당대가리 신관 요놈이 아직도 나를 만만하게 보고 있구나 하고 괘씸하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나를 존경해서? 그게 말이 되냐?"
신관은 왠지 자신감이 생긴다. 최악의 상태인 털보족장부인 간통죄는 걸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젠 털보족장의 약점을 슬슬 물고 들어가면 벗어날 길이 있음직하다.
그래서 무당대가리 신관은 자신만만하게 보고 말씀을 올린다.
"들어 보십시오, 족장님, 본대로 느낀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요. 서쪽에는 어여쁜 검은머리 씨족 여자들이 많이 득시글거립니다요. 족장님께 충성하는 마음에, 모조리 다 잡아서 족장님께 바치려고 목숨 걸고 죽을 각오로 갔습니다요."
털보족장이 그 말에 관심을 보인다.
"… 그래?"
털보족장은 잠시 멈칫하더니, 속지 않으려는 듯이 정신을 차린다.
"무당대가리 요놈아! 네 놈이 머리가 잘 돌아가는 꾀주머니라니 걸 내가 모르는 줄 아느냐? 요놈의 마술사, 팽팽 돌아가는 무당대가리야!
내가 속을 줄 아느냐? 그리고 또 다른 죄 하나 말하겠다. 너는 왜 노랑머리답지 않게 미남으로 생겼느냐? 왜 네 놈 얼굴이 여자를 홀리게 잘 생겼단 말이다!"
남녀가 털보족장 몰래 벌렸던 그 짓과 연관이 있나 또 잡혀 나온 신관의 가슴이 철렁한다. 그러나 버틸 때까지는 무조건 버티어야 한다.
"생긴 것도 내 죄입니까? 족장님."
털보족장은 어디까지나 연인이나 여자를 두고 다투는 경쟁자 같은 소리를 한다.
"그렇다. 당연히 잘 생긴 것도 네 놈 죄다. 이제 보니 네 놈은 겉으로는 내게 충성한다면서, 속으로는 검은 머리 여자들이 탐나서 서쪽으로 넘실넘실 갔구나!
꼬리는 네놈이 치는 것 같다. 꼬리는 여자에게 달려있다. 여자가 꼬리를 쳐야지 왜 네놈이 여자같이 꼬리를 치느냐?"
신관은 완전히 안심하기 시작한다. 잠이 든 털보족장 몰래 집단으로 벌렸던 그 짓거리는 운 좋게 걸리지 않은 모양이다.
확실하다.
무단대가리 신관은 느긋하게 발뺌을 한다.
"제가 꼬리를 쳤다고요?"
털보족장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트집을 잡으려고 머리를 쓴다.
"그렇다. 잘 생기지 않았느냐? 날보고 잘 생겼다고 부추기고는, 내 이름을 팔아서 새치기를 하려는 너는 마땅히 죽어야 한다!"
"너는 또 간첩이지?!"
털보족장은 추가로 죄목을 선언한다.
이거 방향이 또 달라지네! 무당대가리 신관은 놀란다.
"이젠 또 저를 간첩으로 몹니까? 아아니? 이이거 너무 하십니다요. 충성의 마음을 이렇게 무시할 수가 있습니까요? 족장님, 족장님의 그 짓 욕망은 하루살이 부나비같이 자기 자신을 불태운다는 것을 모르 십니까요? 그러나 충성하는 무당대가리 신관을 죄도 없이 꼭 죽이고 싶다면, 그렇다면 죽여주십시오."
털보족장은 무당대가리 신관이 이판사판으로 나간다고 본다.
"알았다. 속 시원하게 죽여주마. 주먹돌 한번 날리면, 네 놈의 생명은 찌그러지고 아주 없어지는 거야. 이놈아! 알겠느냐?"
재판의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노랑무리 전사들과 여자들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혐의가 자신들이 저지른 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안심이다.
꾀주머니 신관이 족장을 살살 구슬려 분위기를 풀어가는 것 같은데, 돌연 죽인다는 소리가 나오니, 이게 어떻게 풀려가는 것인가?
털보족장의 주먹돌이 날아가면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끝장이다.
이것이 원시시대 노랑머리 족속 공론재판이다.
신관 놈이 무서워서 제 목숨 살자고 털보족장 몰래 저지른 '돌려'를 털어놓으면, 우리들 목숨도 알 수 없어지고 만다.
긴장된 분위가가 흐른다.
궁지에 몰린 신관의 입이 중요하다.
저 입이 어디로 튀나?
저 봐라, 신관이 머리를 싸매고 살 길을 찾는다.
무당대가리 신관이 털보족장에게 고한다.
"족장님,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신관의 자격은 없고 마술사도 아닙니다.요. 그냥 미천한 무당대가리일 뿐입니다요. 죽여주십시오."
털보족장이 이번에는 이상하게 고무줄을 늦춘다.
신관을 이리저리 다루는 게 보인다.
"입 닥쳐! 네가 현명하게 재판하려는 내 머리를 혼동시키지 말라!
가만있자, …네 말대로 라면 너는 충성하는 마음으로 바이칼호수의 서쪽 해안으로 가서, 검은머리 여자들만 바라보고 왔단 말이지? 그래 검은머리 여자들은 어떻게 생겼더냐? 호박같이 못생겼지?"
천우신조다!
신관은 잽싸게 빠져나갈 기회라고 생각한다.
얼른 털보족장이 좋아하는 말을 주워서 모은다.
"절대 아닙니다요. 검은 머리 여자들은 노랑머리 족속의 전사들의 혼을 홀딱 빼먹게 잘 생겼습니다요. 너무들 예뻐서 한번 보면 영원히 잠이 안 옵니다요."
털보족장은 낚싯바늘을 덜컹 물어버린다.
"이놈아 그게 정말이라면 한 마리쯤 잡아와서 네게 보여 주어야 할 게 아니냐? 말로만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증거다.
너는 항상 족장에게 이죽대는 버릇이 있다. 오늘 그 버릇을 끝장내 주겠다."
털보족장은 다시 주먹돌을 왼손으로 옮겨 쥐고 있다. 또다시 일촉즉발의 위기다.
일이 엉킨 데가 없이 잘 풀어질 듯하다가, 다시 얽어버리고 돌변하는 털보족장의 변덕은 정말로 예측불허다.
털보족장은 예의 옆 여자 수발녀를 돌아보며 화난 듯 지시한다.
"그걸 가져와라!"
"…?"
수발녀는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듣는다. 혹시 돌도끼를 가져오라는 것은 아닌지 겁먹은 표정이다.
"어제 먹다 남은 토끼 뒷다리! 이 멍청한 여자야! 너는 그 짓은 기 차게 잘하지만, 눈치가 모자라!"
"아이 족장니임! 호호호, 네네네, 나는 처형 무기를 가져오라는 줄 알고 발발 떨었어요오!"
털보족장은 기지개를 편다.
"고기를 화톳불에 따뜻하게 데웠겠지?"
'그럼요, 기름이 맛있게 질질 흐릅니다요. 호호호!"
수발녀는 털보족장 먹성을 아는지라,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토끼 뒷다리 고기를 잽싸게 얼른 갖다 올린다.
털보족장은 아무 소리 없이 질근질근 어금니로 고기를 뜯어 먹기 시작한다.
긴장의 분위가 무겁게 흐르는데, 털보족장이 고기에 붙어 있는 뼈다귀까지 마구 뜯어먹는 소리만 '뿌지직뿌지직' 울린다.
정신없이 먹기만 열중하던 털보족장은 돌연 벌떡 일어선다.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이다.
또다시 족장의 머리가 급변하기 시작한다. 변덕은 그칠 줄을 모르고 급변하면서 이리저리 뱅뱅 돌아가는 것이 털보족장이다.
마치 타임머신 돌아가는 것 같기도 했다.
털보족장의 급작스런 선언은 큰 강물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작은 샛강 물은 돌돌돌 흐르는 소리가 나지만 큰 강물은 소리가 아예 없다. 그냥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이 큰 강물의 속성이다. 노랑머리 털보족장은 큰 강물을 닮은 것 같다.
털보족장이 좌우를 둘러본다. 엄숙한 판결 이유서를 낭독하는 것 같다.
그는 무겁게 입을 연다.
이젠 공론재판의 재판관으로서, 라기 보다는 한 차원 더 높여서 노랑머리 무협의 협객으로서, 그리고 씨족을 이끌어가는 책임 있는 족장으로서, 위대한 심정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독립선언문 낭독하는 것 같다.
"노랑머리 전사들아! 내 진실한 말을 잘 들어라."
전사들은 귀를 쫑긋한다.
무슨 좋은 말씀을 하려나보다.
다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네이!"
털보족장이 묻는다.
"무협이 무엇이냐? "
"…?"
족장은 자문자답한다.
"무협은 정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을 위해 선행을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희생과 선행은 사슴무리의 숫사슴왕의 무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숫사슴왕의 무협을 무조건 따라서 행동하려고 한다."
남녀 모두가 엉뚱한 이 말의 뜻을 해석하려고 기를 쓰지만, 도무지 털보족장의 속셈을 알 수가 없다.
노랑머리 털보족장은 선언한다.
"너희들은 내가 혼자서 노랑머리 여자들을 독차지 하고, 여자를 밝힌다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저 숫사슴왕을 보아라. 좋은 씨를 가진 죄로 홀로 모든 암사슴을 독차지하고, 희생과 선행의 무협을 말없이 혼자서 실천하고 있지 않느냐?
나도 독차지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나의 정의다.
또한 나의 희생이요, 선행이다.
이렇게 나도 숫사슴왕의 희생과 선행의 무협으로 매진하려는 것이다.
나는 노랑머리 여자뿐만 아니라 검은 머리 여자도 모두 독차지 해야겠다.
그것이 나의 진실한 희생과 선행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놈이든지 반대하면 내 주먹돌로 뽄대를 보여주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씨만한 우량한 씨가 너희들 가운데 한 놈이라도 있느냐?"
갑자기 씨타령이 나오니까 모두 기가 죽어서 감히 말을 못한다.
"……."
털보족장이 신관을 향한다.
"무당대가리 신관 놈아! 네 놈 씨는 어떠냐?"
신관은 여기서 웃으면 절대 안 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아이고 족장님, 저는 씨랄 것도 없는 놈입니다요."
털보족장이 자신 있게 웃는다.
"그렇지? 그럴 꺼다. 너 고자지?"
신관도 웃고 싶다.
아니, 울고 싶다.
"…"
털보족장은 쩔쩔매는 신관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거짓말 하려고, 없는 재주로 애쓰지 말거라, 얼굴만 예쁘장한 여자 같은 무당대가리 신관 놈아, 너 고자가 맞지? 엄숙한 공론재판 마당이다. 둘러대지 말고 솔직히 불어라!"
신관은 아주 순수한 척 말한다.
"고자는 아닙니다만……. 별로 그다지 신통치가 않습니다요."
듣고 있던 노랑머리 남녀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한다. 드디어 웃음보가 터진다.
수발녀도 깔깔깔 웃는다.
공론재판이란 것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구나! 공연히 겁을 먹고 떨었네.
"어허허허."
"호호호호,"
"까르르르, 까르르르."
"히히히."
"헤헤헤!"
분위기가 좋은 방향으로 갈 듯하다. 사람 목숨을 노리는 살기가 사라지면, 공론재판도 흐지부지 시시하게 될 수도 있다. 털보족장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움켜쥐었던 주먹돌도 슬그머니 내려놓고 있다.
"무당대가리 신관아! 너 이놈 나를 속이는 게 또 있지?"
"잘 나가다가 또 왜 이러십니까? 속이다니요. 속이는 건 정녕 없습니다요."
신관은 기가 막히다.
이게 뭐냐? 털보족장도 사람 다루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것 같구나! 당겼다, 늦추었다 재주를 부리는 마귀같이 노는구나!
마왕같다.
도둑사랑, 그 짓도 감쪽같이 속아, 눈치 못 채는 미련한 털보족장 주제에!
털보족장이 말한다.
"그럼 왜 검은머리 남자 전사의 이야기는 하지 않느냐? 네가 본 것을 다 털어놓고 솔직하게 너의 죄상을 고백하거라!"
아하! 역시 털보족장은 전쟁을 생각하고 있다.
신관은 그것에 대해서 정리해 말해야 한다. 요는 털보족장의 관심분야에 관해서만 자세하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은 막아야 하는데,…
"…아, 그거요? 난또 뭐라고. 휴우 가슴 떨려! 그것들은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요."
털보족장이 의아해서 묻는다.
"왜냐?"
신관은 공송한 척 두 손을 모은다.
"난쟁이들입니다요!"
족장이 설명을 요구한다.
"난쟁이라?"
무당대가리 신관은 웃으며 말한다. 이 자리에선 웃어도 된다.
"검은머리 남자들은 키가, 족장님 가슴팍에도 못 미칠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요. 꼬맹이들입니다요. 왜소한 체구인지라, 인간이랄 것도 없습니다요. 원숭이 새끼 같은 것들인데, 그것들을 전사라고 부르다뇨? 족장님이 한번 크게 소리만 질러도 겁먹고 날 살려라 하고 멀리 도망칠 겁니다요."
무당대가리 신관은 자신의 말이 먹히는 것 같아서, 신바람이 나서 덧붙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요."
"무엇이 이상하냐?"
"검은머리 족속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족장이 없습니다요."
"족장이 어디로 놀러갔더냐? 여자들을 찾아 남의 동굴로 갔다더냐?"
"그게 아니고 존재 자체가 없습니다요. 족장이 뭔지도 모르는 무리들입니다요."
"족장이 없으면 뭐가 있느냐?"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자는 꼬맹이 병신들이고, 여자는 눈웃음치는 색골들이고, 그냥 개돼지 같이 엉켜 붙어서 살고 있는, 뭐랄까? 저질 미개한, 그 짓밖에 모르는 짐승들 비슷합니다요."
털보족장은 재미있다.
"그래? 그것참 별나구나. 저질 짐승이라면, 정복할 만한 가치도 없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런데 여자는 키가 크다는거냐? 엉덩이는 어떠냐? 수발녀 엉덩이처럼 펑퍼짐하냐?"
한 바퀴 돌고나면 역시 본론은 제자리로 간다.
무당대가리 신관이 얼버무린다.
"여자도 작긴 작습니다. 그러나 여자는 꼬리치는 게 기가 막히고, 눈웃음 살살치고, 두 볼이 붉게 물들고, 귀가 새빨개지고, 입가에 미소를 흘리면, 남자란 남자는 모두 다 녹아버리는 겁니다요.
검은머리 여자들 엉덩이는 크지는 않지만, 두 손아귀에 쏙 들어 옵니다요!
고게 검은 머리여자의 특징입니다요. 족장님이 품에 끌어안으면 눈 녹듯이 폭 안길 겁니다요."
털보족장은 그 엉뚱한 소리를 듣고 솔깃해서 의심하지 않고, 믿는 것 같다. 침도 흘리는 것이 보인다 보여!
그리고 무언가 결심하는 것 같다.
털보족장 눈알이 시뻘겋게 번질거리며,
"으흐흐흐."
이상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다운 척 다시 말을 걸어온다.
지금까지 없던 털보족장의 태도다.
무당대가리 신관에게 말한다.
"신관님아! 너는 세상이 알아주는 꾀주머니 잖느냐. 너 큰 일, 하나 해야겠다."
무당대가리에서 신관님으로 말이 바뀐다.
일부러 능청을 떨어본다.
"공론재판 죄는 어쩌고요…?"
"시끄러워! 너는 오늘부터 머리를 굴려서 검은머리 씨족을 짓밟아 버릴 꾀를 내어야 한다. 우선 뗏목을 만들어라! 이르면 내일이라도 당장에 바이칼호수 서쪽 검은머리들에게로 쳐들어가자!"
정복할 가치도 없다면서 전쟁을 안 할 것 같이 말하더니? 신관은 놀라서 정신 차린다. 눈 깜빡 한번 잘못하면 다 된 밥상에 코 빠트린다.
지금 이 순간!
절대 조심의 순간이다.
"잠시 만요, 족장님 저는 뗏목은 만들 줄 모릅니다요. 저의 전공과목은 신내림입니다요. 그리고 마술입니다요. 신을 내려서 족장님 소원성취를 위해 기도드리는 일은 잘 할 수 있습니다만, 바이칼호수 위에 떠다니는 뗏목은 다른 전사가,……"
마음이 풀어진 털보족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좋다. 너는 꾀만 내겠다 이거지, 약은 놈 같으니라고! 나의 소원 성취를 위해 기도를 한다고? 기도대로 안 되면 책임질거냐?"
봐라 이렇게 걸잖아!
신관은 오리발을 내민다.
"책임을 제가 어떻게 집니까?"
털보족장이 씩 웃는다.
"어떻게 지냐고? 네 목을 내놓아야 한다."
"목을 요? 탐난다면 내 놓겠습니다요. 그런데 건의사항이 한 가지 있습니다요.
제가 내일부터 검은머리 족속의 정찰을 다시 나가서 최근 정보를 일일이 보고 드리겠습니다요.
검은머리 여자들 동태라든지, 누가 엉덩이가 큰지, 예쁜 여자가 어디로 갔다든지, 요런 사소한 그쪽 사정을 저는 속속들이 잘 아니까요. 어떻습니까? 그런데 전쟁을 무엇 때문에 힘들여서 합니까? 전쟁 없이 그냥 주워 먹으면 되는데요!"
이젠 털보족장도 느긋하다.
"목도 내놓고, 기도도 하고, 여자 정찰도 하겠다 이거냐?"
신관도 진심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네, 그렇습니다요! 비록 미운털이 박혔지만, 저의 충성심은 변함없습니다요."
털보족장이 또 끄덕인다.
"고놈 참 기특하구나! 앞으로 검은머리 여자 열 명을 업어오면, 그 중에서 제일 못생긴 것 하나는 너에게 내려 주마. 이것이 내가 내리는 큰 상이다. 알겠느냐? 나는 이렇게 너그럽고, 자애롭고, 영웅다운 바이칼호수의 무협이다."
무당대가리 신관은 농담한다.
"못생긴 것이 아니라, 제일 잘 생긴 여자를 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까요?"
털보족장이 장난으로 받아친다.
"또 이죽거리네! 네 이놈! 무당대가리 놈아! 무섭지도 않느냐? 다시 공론재판을 재개하랴?"
신관이 죽는 시늉을 한다.
엄살을 떤다.
"어이구, 어이구 아닙니다. 주는 대로 받겠습니다요…."
털보족장은 신나서 웃어젖힌다.
"아하하하."
여자들이 따라서 모두 까르르 웃는다.
여자들은 뭐든지 남이 웃으면, 따라서 웃길 잘한다.
얼렁뚱땅 그럭저럭 위기를 넘긴 무당대가리 신관도 제멋에 겨워 웃는다.
무지막지하고, 무식하고, 욕심쟁이, 노랑머리 털보족장 앞에서 요리조리 피하며 아양 떠는 일은 이젠 무당대가리 신관도 지겹다.
좀 더 지성적인 털보족장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온다.
남자 전사들도 자기들이 털보족장이 곤히 잠든 사이에 벌려던 몰래 도둑 '돌려' 짓거리가 걸리지 않고 무사히 넘어 간 것에 대하여 깊이 안도한다.
여자들도 안심하는 표정이다.
조마조마하던 걱정을 확 풀어버리듯 모두들 남녀노소가 속 시원하게 웃어넘긴다.
이제는 바이칼호수 서쪽의 검은 원숭이 새끼같이 조그마한 인간족속 검은머리들만 무자비하게 짓밟아 버리고 여자들을 몽땅 잡아오면 노랑머리 족속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다.
평화는 누가 뭐래도 그렇게 오는 것이다.
1만 년 전 당시 바이칼호수 주변의 기온은 사시사철 따뜻하여 동식물이 왕성하게 번창할 수 있는 온대기후로 바뀌고 있다.
날씨가 좋으니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다. 날씨 때문에 노랑머리 털보족장이 기분이 좋아진 이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좋은 것이 쌓여가는 것 같다.
공론재판이 원만하게 끝나고 검은머리 여자들이 그 짓거리 노리개로 생긴다니 털보족장이 아주 좋아하며, 감추어 두었던 기름기 흐르는 토끼 뒷다리를 다시 맛있게 뜯어 먹는다.
노랑머리 여자들도 근심걱정 잊은 듯이 몸을 비비 꼬며 좋아하고, 노랑머리 남자 전사들도 한고비 넘겼으니 또 좋아한다.
날씨마저 더 따뜻해질 것 같으니 또 좋고 좋았다.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
노랑머리는 바이칼호수에서 영원하고, 검은머리는 이제 곧 멸종한다.
바이칼 호수 동쪽에서 검은머리씨족만 사라져 준다면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
바이칼호수에서는 예쁜 꽃이나, 볼품없는 잡초나, 그 본성은 똑같다. 다만 노랑머리 털보족장은 바이칼호수에서 뗏목을 탈 때와 뗏목에서 내릴 때는 구분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그것이 문제다.
얼씨구 저절씨구!
바이칼호수 만세!
털보족장 만세!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나와 같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바이칼 원시무협2 끝 >
♡
바이칼호수에 등장하는 인물소개
(일선 등장 인물, 7명)
여족장:★★★★★
검은머리 족속의 실제적 초대족장.
바이칼호수 동쪽 해안에서 가장 뛰어난 무협. 무협으로서 남성을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뛰어난 기질을 소유하고 있으며, 품이 넓고 관대하여 지도력이 탁월하다. 한번 인연이 맺어진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는 용인술을 가지고 있다. 비록 그 인간이 배신을 하더라도 반성하면 끝까지 챙겨준다,
여족장은 차돌 팔매질 무술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무술을 지니고 있으며, 1만 년 전 바이칼호수 일대의 소문난 무법자, 악독한 털보족장을 차돌팔매로 간단히 제압하여 쓸모없는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향기를 풍기는 향초(香草)를 수집하고 다루는 비법을 알고 있다.
일부일처제도의 허점으로 전임족장이 치정사건으로 살해되어 죽자, 여족장은 일부일처 제도를 폐지하고, 절도 있는 혼음제도인 '돌려'를 창안하고 스스로 시범을 보이면서 강제적으로 보급시킨다. 음탕하게 남자를 밝히는 기질도 있어서, 노랑머리 신관족장을 애완용 애인으로 여긴다. 남녀관계, 그 짓의 분야에서는 요염한 수발녀의 경쟁심을 유발한다.
털보족장:★★★★
악명이 높은 노랑머리 초대족장.
숫사슴왕을 자처하면서 세상 모든 여성을 다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 외는 아무도 여자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 한다.
팔뚝의 힘이 맹수를 능가하고, 주먹돌로 찍어 내리는 무자비한 공격방법을 사용한다.
주먹돌로 큰곰을 죽이고, 호랑이를 죽이고, 늑대여왕을 죽여서 영웅이 되어 노랑머리 부족장을 꿈꾼다. 하지만, 곰과 호랑이 그리고 푸른늑대의 맹수의 귀여운 새끼들을 잔혹하게 죽인 죄로 늑대왕의 집요한 공격을 받는다.
숫사슴왕으로서 검은머리 족속을 공격하고, 요염하다고 소문난 여족장을 업어와 윤간을 하려다가 여족장의 돌팔매 반격으로 죽음의 길로 간다. 그러나 털보족장의 악명은 바이칼호수에서 영원히 간다.
수발녀:★★★★
노랑머리 여자로서 털보족장의 곁에서 갖가지 수발을 드는 요염하고 음탕한 여자임. 온갖 색을 밝히는 요녀중의 요녀.
정감 있는 목소리로 사람을 유혹하는 힘이 있다.
털보족장이 그녀를 상대해 보고 기가 막히는 음탕함에 놀라 수발녀로 발탁한다. 수발녀는 신체구조가 특이해서 조임에 특기가 있다. 털보족장만으로도 만족을 못해서 노랑머리 신관, 당시는 무당대가리와 위험한 도둑사랑을 즐기고, 또 터프가이 노랑머리 신관도 그 짓으로 묵사발을 만들어 놓는다.
노랑머리 수발녀는 검은머리 여족장과 그 짓 방면의 제일인자 자리를 놓고 경쟁심을 가지지만, 결국 여족장의 아량 있는 도움으로 신내림 행사를 주관하는 여신관이 된다.
막내녀:★★
검은머리 족속 2대 족장.
그녀의 아들인 검은머리 3대 족장 동양동자는 어머니인 막내녀 전임족장에게서 효도의 도리를 배운다. 막내녀는 활을 잘 쏘아서 신궁이라 불린다. 여족장의 차돌 팔매질과 더불어 쌍벽을 이룬다.
막내녀는 바이칼호수 순찰시 노랑머리 신관과 더불어 바이칼호수 물속에서 그 짓을 세 번 하는 죄를 범해 여족장의 노여움을 사서 한 때 미움을 받는다.
이와 같이, 그 짓에서는 '돌려'를 싫어하고 일부일처의 사랑으로 내달리려는 버릇이 있어서 간간이 말썽을 일으킨다.
그러나 3대 족장이 되는 아들을 낳자. 신뢰를 회복하고, 여족장이 죽자, 2대 족장이 되며 검은머리 족속 중흥의 기틀 마련에 기여한다. 여족장의 정책을 공손히 물려받아, 푸른늑대 무리와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노랑머리 족속과도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게 조심한다.
무당대가리 신관족장:★★★
노랑머리 2대 족장.
원래 털보족장 밑에서 신관을 했으나, 너무 현명해서 질시를 받는다. 털보족장에게서 무당대가리라고 조롱을 받고, 정탐꾼으로 강등되어 고초를 겪는다. 무당대가리 신관으로서 입바른 소리를 잘하고 검은머리 여족장과는 몰래 사랑을 나누는 연인사이이다.
그 짓은 힘보다는 기교파에 속한다.
털보족장이 실종사건으로 죽자, 노랑머리 2대 족장으로 추대된다.
푸른늑대의 무지막지한 몰살공격을, 몸을 낮추는 육자회담으로 이겨내고 노랑머리 족속을 결국 구해낸다. 그러나 알혼녀의 쿠데타로 노랑머리 족장자리에서 밀려나 신관 자리로 되돌아간다.
연인인 여족장을 만나러 검은머리 타부지역에 남몰래 자주 온다.
고집쟁이 검은머리신관:★★
여족장이 가장 신임하는 검은머리 족속의 신내림을 주관하는 남자 무당이다. 검은머리 족속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여족장의 명을 받아 신내림 행사를 주관하여 바이칼 여신과 단군(檀君)신의 탁월한 신탁(神託)을 받아 온다.
그의 고집스럽고 미련한 신탁행위로 검은머리 족속은 여러 번 위기를 모면한다.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무협으로서 존경을 받으며, 무술로는 머리 박치기와 태권도 돌려차기의 명수다. 노랑머리 신관과 수발녀에게 신내림 행사를 가르치지만, 그들에게 검은머리의 신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노랑머리 신관이 하늘님 신내림을 주장하자, 독자성을 인정해 주고 제 갈 길을 가도록 허용한다.
검은머리 신관은 여자의 유혹에 잘 넘어가지 않지만, '돌려'행사에는 즐겨 참여한다.
엉터리 노랑머리신관:★★
털보족장 밑에서 용맹한 노랑머리 첫째전사로 인정을 받았으나, 무당대가리 사건으로 인해서 팔자에 없는 엉터리 신관으로 임명을 받는다. 신관으로 일하면서도 무사다운 면모로 존경을 받는다.
그 짓의 방면에서는 터프가이로 여자들이 반기고 즐거워한다.
막내녀의 꼬드김으로 치정사건을 일으키고 자존심이 무너져 검은머리 신관과 결투를 벌리지만, 처참하게 패배한다. 요녀 조임의 명수, 수발녀의 유혹으로 기절사건을 당한다. 만신창이가 된 끝에 새로운 서양 노랑머리 족속의 신내림 하늘님을 만난다. 노랑머리 신관족장을 몰아내는 쿠데타 성공 후에 2대족장인 알혼녀에 의해서 다시 첫째전사가 된다.
알혼녀에 의해서 노랑머리 족속의 정치적 실권자가 된다. 노랑머리 서양 진출에, 꼽추 제갈량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
(이선 등장 인물, 10명)
서양동자:
노랑머리 4대 족장.
노랑머리 족속을 중흥시켜 바이칼호수 서쪽에서 동 유럽 서양으로 진출하는 길을 연다. 영웅으로 칭송을 받는다.
여족장이 맺어준 의형제인 서양동자와 동양동자는 쌍벽을 이룬다. 서양 노랑머리 3대 족장 알혼녀의 아들이다. 노랑머리 족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알혼녀와 함께 푸른늑대의 인정을 받는 인물.
동양동자라는 이름은 검은머리 실질적 첫째족장인 여족장이 지어준 이름이다. 검은머리 여족장은 1만 년 전 바이칼호수의 여자 영웅이다.
동양동자:
검은머리 3대 족장.
서양동자의 의형제로서 검은머리 족속을 중흥시켜 바이칼호수 동쪽에서 몽골을 거쳐 아시아의 무지개나라 고조선(古朝鮮)이라는 극동(極東)까지 진출하는 길을 개척한다.
서양동자와 꾸준히 연락을 취하려 한다. 동양 검은머리 둘째 족장 막내녀의 아들이다.
동양동자 이름 역시 동양동자의 할머니뻘인 여족장이 바이칼호수 순찰할 때 지어준 이름이다. 동양동자는 검은머리 족속이 빙하시대 한파를 피해서 동쪽으로 이동하게 하는 대업을 시작한 영웅이다.
알혼녀:★★★
노랑머리 3대 족장.
푸른늑대 무리의 노랑머리 족속 몰살작전에서 노랑머리 4대족장이 되는 아들과 함께 살아남는다. 푸른늑대의 2대 왕인 호위무사 늑대의 통 큰 아량으로 목숨을 구하고 여족장의 구출을 받는다.
알혼녀라는 이름도 여족장이 지어준 이름이다.
숫사슴왕 털보족장의 여자였으나, 거친 그 짓과 대범한 목조르기 행위로 인해서 버림을 받는다.
알혼녀는 털보족장과 그 짓을 할 적에 격한 감정을 이기지못하고 털보족장을 올라타고 목을 조르는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그로인해 아들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쫓겨나서 새 인생의 길을 걷게 된다.
노랑머리 2대 족장인 신관족장으로부터 쿠데타로, 족장 자리를 물려받아 노랑머리 3대 족장이 된다. 알혼녀는 말이 적고 성격이 털보족장같이 거칠다는 소문이다.
제갈량:★★
알혼녀가 노랑머리 3대 족장이 되자, 첫째 전사가 산 속에서 모셔온 애꾸눈이자 꼽추인 괴물 모사꾼. 여러 가지 수모를 겪으면서도 알혼녀의 서양 제패에 좋은 지혜와 경륜을 제공한다,
수빌녀가 그 짓에 있어서 마녀라면, 괴물 제갈량 역시 그 짓에 있어서는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한다. 결국 수발녀와 제갈량은 마녀와 괴물의 관계가 되어 사랑을 나눈다.
노랑머리 족속에서는 쿠데타 전사와 함께 중요한 참모 역할을 한다.
늑대왕:★
1만 년 전, 바이칼호수 일대 푸른늑대 일족을 지배하던 늑대무리의 왕. 평소에는 대여섯 마리의 푸른늑대를 이끌지만, 일단 유사시에는 바이칼호수 일대의 모든 늑대무리를 동원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동원력이 있다.
맹수의 새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털보족장과 성전을 벌리다가 자신의 백년가약의 짝인 늑대여왕이 살해당하자, 무자비한 복수전을 편다. 늑대여왕이 죽은 후 평생을 독신으로 보낸다.
바이칼호수 서쪽 해안 노랑머리 족속의 동굴을 차례로 급습해 몰살작전을 펼 때는 호위무사 늑대를 내세워 무려 이백 마리의 푸른늑대 무리를 동원한다. 검은머리 여족장과는 막역한 친구로서, 그리고 동맹군으로서 서로 돕는다.
인간과 늑대 사이의 우정을 창조한다.
호위무사늑대:★
늑대여왕의 아홉 마리 새끼 중에서 맏이늑대.
늑대여왕이 살해당하자, 아홉 마리 새끼가 모두 한 마리씩 죽어가는 가운데 늑대왕에게 발탁되어 차기 늑대왕으로서 수련을 받는다. 아버지 늑대왕의 지시를 받고 푸른늑대 무리를 이끌고 노랑머리 인간들 몰살작전에 나선다.
바이칼호수 서쪽 해안 동굴마다 찾아다니며 노랑머리 족속 인간을 모조리 몰살시킨다.
늑대무리의 정찰보고를 받고 정보에 밝으며, 알혼녀가 털보족장의 미움을 받고 쫓겨난 것을 알고 그녀와 그의 아들의 목숨을 구해준다.
늑대이지만, 영웅적인 기질이 있다.
늑대여왕:
바이칼호수 늑대왕의 부인.
아홉 마리의 새끼를 낳고 자상한 늑대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늑대왕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아내의 길을 간다.
털보족장의 공격으로 늑대왕이 위험에 쳐하자, 목숨을 내던지면서 늑대왕을 지키려 하다가 털보족장의 주먹돌을 맞고 숨을 거둔다. 그녀의 시신은 늑대왕이 결사적으로 수습하여 끌고 갔으며, 후일 검은머리 여족장의 도움으로 인간처럼 고이 산소에 묻힌다.
푸른늑대와 노랑머리 족속 인간 사이의 철천지 원수지간의 뿌리 깊은 원한의 원인이 된다.
여족장 경호대장:★
여족장의 경호를 맡는 호위무사.
난파된 뗏목에서 두 자녀와 함께 여족장 일행에게 구조됨. 말 못하는 벙어리전사. 여자들이 득세하는 검은머리 족속에서 여족장에게 발탁된 남자로서 경호원 역할을 한다. 창 쓰기를 잘하지만, 돌팔매와 활도 잘하는 편이다. 푸른늑대 무리와 연락관계일도 여족장의 지시를 받아 수행한다.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고 조용히 본업에 충실한다.
힘찬이:★
난파된 뗏목에서 여족장 일행이 구해낸 벙어리 전사의 아들 청소년, 장난꾼이지만 용맹한 성품이 있으며, 청소년으로서 지도자 자질이 뛰어남, 여족장에게 발탁되어 검은머리 청소년 화랑대의 대장으로 지명됨.
예쁜이:★
난파된 뗏목에서 여족장 일행이 구해낸 벙어리 전사의 딸 청소년. 오빠를 따라서 장난꾼이지만, 여자다운 성품으로 여족장과 검은머리 족속의 사랑을 받음
<인물소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