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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을 찾아 고성 상족암 트레킹
고성 하이면의 임포 자란만이다. 지난 주 무이산 문수암에서 그림 같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던 곳이다. 웅장하던 약사암의 모습이 올려다 보인다. 오늘은 민물 웅덩이에 가면 개구리를 만나거나 풀어놓은 알을 볼 수 있지 싶은 경칩이다. 해변으로 나아간다. 작은 섬들이 정겹게 떠 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애써 옷깃을 여밀 필요가 없다. 오히려 파고드는 바람이 더 훈훈하고 싱그러운 봄기운이 찾아들지 싶다. 솔섬, 학림을 지나 송천이다. 포구마다 지역어촌계가 있어 바다를 공동 관리하고 있다. 청정한 바다에서 가리비껍질을 줄줄이 엮어 발을 세우고 굴을 양식한다. 굴 체험마을에 들러본다. 허름한 건물에서 몇몇 여인들이 수확한 굴을 까고 있다. 바깥에서는 베트남 노동자가 어구를 매만진다. 다음 달에나 조업을 나선다고 한다. 마을마다 개들이 유난히 많아 소란을 피운다. 개판이지 싶도록 개들의 마을로 토실토실한 강아지 다섯 마리가 따라붙는다.
평촌을 지나고 군부대초소가 나온다. 이쯤에서 도로로 우회하여야 하는데 해변을 따라가다가 길이 끊기고 산으로 오르니 길조차 토끼나 다닐 법하게 아렴풋하다. 그마저 마구 나무를 베어놓아 엉망이다. 들어갈수록 아예 길은 없고 청미래덩굴이 뒤엉켜 아주 날카로운 가시가 할퀴려 한다. 해변은 낭떠러지이고 산은 잡목으로 그야말로 진퇴양난 밀림지대에 빠져들었다. 그래도 노련한 대장은 당황하지 않는다. 기차는 화통만 달리면 갈 수 있다는 듯 닉네임 기차가 앞장서서 길을 더듬는다. 맙소사, 40여 분은 족히 헤매다 홀린 듯싶은 동화마을 늪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였다. 이처럼 어렵사리 통과한 사람은 고작 선두 7명뿐이지 싶다. 그런데 막상 끝나고 나니 마치 특수임무라도 마친 듯이 홀가분함과 부듯함이 교차하면서 허탈하고도 야릇한 기분이다. 룰루랄라~ 포장도로를 따라 내륙방향으로 간다. 햇살이 따끈따끈하다. 이제 산행도 해안도 아닌 행군이다.
소을비포성지에 다다르니 제대로 길을 찾은 셈이다. 다른 팀들과 합류를 한다. 성지는 임진왜란 때 조그마한 성으로 잔디밭에 잘 복원되어 지난날을 아담하게 꾸미며 되새기고 있다. 좌이산(左耳山) 아래 바다가 천연 해자(垓字)를 이루면서 한 폭의 호수와도 같아 유원지가 되었지 싶다. 신기마을을 지나고 사량도선착장이 있는 용암포마을에서 고개를 넘어 맥전포다. 분위기가 싹 바뀐다. 그 동안은 전형적인 포구로 어민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좀은 어수선하였다면 이제는 바다도 깊고 말끔히 정비를 하여 상족암군립공원 분위기로 일신을 하였다. 데크를 밟으며 부드러운 발길이다. 우선 조그만 바위섬 같은 병풍바위에서 씻어낼 것은 씻어내고 차분한 마음으로 전망대에 올라선다. 발밑은 수십 길 절리로 아찔아찔한 절벽이다. 건너다보이는 상족암의 풍경이 일품으로 그렇게 멀건이 바라만 보지 말고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지 싶다.
옆에서 휴식하며 지켜보던 진주에서 온 할아버지가 인심 좋게 음식을 나눠주신다. 손바닥만큼 한데 쑥떡도 아니고 찹쌀모찌도 아닌 팥이 든 말랑말랑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흐뭇함에 나눔을 아시는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만수무강 하십시오. 좋은 시간 좋은 추억의 가족여행 되십시오. 마침내 상족암 입구 청소년수련원 앞이다. 해안을 계속 따라가야 하는데 데크 관광도로가 지난해 9월 제16호 태풍 신바가 몰아치면서 망가뜨려놓았다. 말로만 보수공사를 한다고 통제하고 있다. 벌써 언제인데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지 참으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다. 그래도 그냥 물러설 수 없어 바닷길을 요리조리 빠져 마침내 움푹 파인 공룡발자국을 만나는 짜릿함을 맛본다. 새발자국도 많다는데 그냥 육안으로 식별을 할 수가 없다. 어렵사리 상족암절벽에 다다른다. 뻘돌이고 진흙바위라 하는 퇴적암을 보노라니 그저 감탄밖에 더 있으랴 싶다.
한 발 돌아선 외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요 분위기로 어찌 보면 돌조각을 깎고 다듬어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과도 같고 한 편으로는 시루떡 켜와 같고 책을 수직으로 질서 있게 포개놓은 것도 같다. 또 절벽 틈새에 천연덕스럽게 둥지를 틀고 있는 또 다른 생명줄은 신비스럽지가 않으랴. 오랜 동안 바닷물에 휩쓸리면서 해식동굴이 생겨나고 밥상다리와 같은 모양의 기둥이 있어 상족암(床足岩)이라고 한다. 그 기둥 사이로 드나들다보니 오랜 유물을 탐사하고 있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절경의 바닥 암반층에는 공룡이 발자국을 콱콱 찍어 그들의 족적을 남겨놓았다. 바다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파도를 몰고 달려들다가 갯바위에 그만 하얗게 부서지면서 알 수 없는 소리를 끊임없이 내지른다. 넘실넘실 푸른 바다 앞에는 사량도 윗섬과 아랫섬 그리고 수우도가 떠 있다. 한 때는 저기도 고성이었는데 지금은 행정구역상 통영시의 일부가 되었다.
잠시나마 외부세계와 단절된 먼 공룡의 세계에서 환상에 젖어도 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또 떠나야 하는 것이 여행이 아니던가. 공룡박물관으로 간다. 입장료가 3,000원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대한민국의 경로우대권이 있다. 우선 공원부터 둘러보면서 조형물도 챙겨본다. 인류와는 감히 비교할 수조차 없었던 옛날 그리고 옛날 그 옛날인 2억 2500만 년 전~6500만 년 전에 이미 지구의 주인역할을 하였던 공룡이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는 없어도 새끼가 아닌 알을 낳고 초식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 그 하나만으로도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기의 대부분 육식공룡은 두 발로 걸었고 후기의 대부분 채식공룡은 네 발로 걸으며 몸집이 더 크고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머리는 몸집에 비해 아주 작으며 꼬리는 길어 몸의 균형을 잡는데 요긴하게 쓰이고 배는 불룩하니 수십 미터나 되는 거대한 공룡에 알은 얼마나 큼직한지.
우리는 반만 년 유구한 역사라고 자랑한다. 그런데 파충류인 공룡이 이곳 고성에서 1억 년 전쯤에 이미 살았으며 발자국 100여 개가 지금껏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가 사람뿐만 아니라 공룡에게도 좋은 환경이었지 싶다. 정말 대단한 족적 발자취가 아닐 수가 없다. 새삼스레 발(足)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깨닫게 한다. 지금 공룡의 족적을 찾고 있다. 자그마치 억 년 전의 발자취를 만나보고 있다. 발은 온 몸을 지탱하고 이리저리 언제고 오고간다. 여북하면 발길을 따라 간다고 한다. 하지만 발은 손에 비해 대접이 다소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가고 싶은 곳을 걷고 걸어서 데리고 다녀도 돌아오면 손을 먼저 씻는다. 손발을 씻고 손발이 저리다고도 한다. 한 수 아래 취급을 받지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손은 이것저것 가까이에서 잡아도 주고 맛있는 것을 가져다 먹여도 주고 기꺼이 들어다 주니까 그런가 보다.
공룡에게는 따로 손이 없지만 사람은 다르다. 솜씨가 있고 손재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족적 즉 아름다운 발자취를 명예롭게 여기며 그 사람의 모든 것으로 통틀어 말하기도 한다. 인간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발자취를 남긴다. 그 발자취가 모이고 다듬어져 역사가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게 바닷가를 거닐다가 끝내 산속을 헤매었지만 상족암은 넓게 깔린 암반과 암반 위로 솟아오른 절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여기에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 존재한 거대한 동물인 공룡의 발자국까지 더하니 시공을 뛰어넘어 뭉클한 마음으로 그를 더듬어보았다. 날씨가 온갖 심술을 부려도 남쪽 바닷바람에 뒤섞인 봄기운으로 근질근질하다. 온 누리에 봄이 핀다. 꽃이 핀다. 바다에는 물꽃, 산에는 산수유, 뒷밭에 복수초, 앞밭에 매화꽃, 담 밑에는 수선화, 새들은 감미로운 울음, 사람은 웃음꽃으로 들썩거리며 훌륭한 봄나들이가 되었지 싶다. - 2013. 03. 05. 文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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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 하루가 어느새 그리움이 되어
문방님 글속에 녹아 있네요
따사로운 봄 햇살 받으며 멋진 산우님들이랑 걸었던 공룡발자취...
어제의 기억도 공룡 발자취 만큼이나 오래 갈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함께해서 더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 길목 따라
한려수도
해안을 거닐며
공룡을 찾아
즐거운 하루였지 싶습니다.
님과의 동행은 늘 행복합니다,
하
감사합니다
갯바위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만큼이나
하하하~
후련한 마음
아주 좋은 봄날이었숩니다,
대단 하십니다 행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읽어 주심만으로도
봄날 같은
희망이 솟구치는
따스한 온기가 번져납니다.
지나온 흔적을 다시한번생각게 해주시는 문방님
항상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오늘도 잘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한송이 꽃을 피우려
긴긴 겨울을 이겨내듯이
봄의 길목에서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