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안부
- 이희정
요일은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도
일곱 개 팬티로 묶을 수도 있는데
엄지로 눌러 가린다고 한 사람 사라지나
왜, 요일 속 색들은 바같으로 못 나갈까
불안을 문지르면 무지갯빛 번져오고
낯익은 쪽빛 물안개
혼색하는 날이면
요일속엔 이별이,
재바르게 물들어
배회하는 달력은 밤마다 몽유를 앓고
통증은 요일과 요일을 걸쳐놓고 있었다
우기의 입장이 옐로인지 레드인지
카트리지 불량인 날 갈마드는 젖은 손
안부를
물을 수 없는 너처럼
뭉개지는 색처럼
-《시조시학》 통권 93호(202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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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은 선명한 색깔을 금세 드러내질 않고 문지를 때 조금 확실해지는 특징을 지닙니다
탁상용 달력에는 평일이 까맣고, 토요일은 파랗고 일요일과 휴일은 빨갛습니다
모든 날에 온갖 역사가 스며 있어서 희로애락이 혼색되어 있습니다
문지르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지만 시인의 통증은 요일과 요일이 겹치는 지점에 걸쳐집니다
폭설을 뚫고 만난 문학인들의 잔치에서 그간의 안부를 서로서로에게 물었네요
시국은 어지러워도 세상을 밝히는 붓끝은 가다듬어야 하는 문학인들의 사명감입니다
경북문협 새 임원진들의 출발을 응원하며 스스로 채찍질하는 새날을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