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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능력과 초능력(3)
서울의 번화가. 깨끗히 관리되고있는 인도와 분수대, 고층빌딩의 디스플레이까지, 조형물 이라면 어디에서나 나오는 화려한 조명들로 가득한 그곳
네글자로 줄인다면 '휘황찬란.'그 자체로 한창 퍼마시고, 크고작은 야간 이벤트들이 열릴 시간대인 서울 번화가의 밤은 오늘도 식을줄모르며 도시의 열기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과 커다란 건물하나를 사이로 두고 있는 뒷공터. 이곳만은 조금다른 묘한 느낌으로 공기가 데워져있는데, 그도그럴것이 이곳은 반경 1km내에 고위험도를 가진 능력자가 설쳐대고있어 거리를 통제하고 설치한 AES의 임시 상황센터이기 때문이다.
잔잔히 퍼져있는 가로등 아래에는 군복을 입은 십여명의 무리들과 AES용 차를 포함, 각종 특수목적차 등과 자재들이 놓여있고 임시 천막등이 설치되어있는데, 녹색십자마크가 점등되있는 구급차안의 들것에는 본의아니게 한창일때인 소녀의 마음을 희롱한죄로 천장에 내려처진 벼락을 맞는 소년이 엎드려져 뻗어 있었다.
느닷없이 천장에서 벼락이라니. 그도 자신이 이렇게 될줄은 몰랐을것이다. 촌이라 불리는 곳에 사는 청년은 멋모르고 상위클래스에게 까분것에대한 결과를 톡톡히 경험했다.
소년의 이름은 예태화. 특이하게도 그의몸 주변에는 옅은 비눗방울 같은것이 몸 주변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순간 바람이 차량안으로 들어온듯 하더니, 그 비눗방울과 같은것이 툭 하며 터져나가고, 빛가루들이 구의형태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것은 사람의 모양처럼 변해갔다.
"똑똑. 일어나세요. 똑똑."
"음냐..음..?"
태화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뜨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뭐야뭐야?"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3명의 남자대원이 그 구급차로 달려갔다.
"뭔가? 자네는..."
"자네, 깨어난건가?"
"왜, 왜그러나?"
대원이 패닉상태인 태화를 보고선 다급히 말을 걸었다.
"귀신! 귀신이다 귀신이요!"
"뭐?"
허공의 특정한곳을 휘저으며 태화는 식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귀신이라고요 귀신!"
"무슨 소린가. 자네밖에 없구만. 그리고 귀신은 과학적으로 존재하지않는다고 밝혀졌잖아?"
"아아, 그정도 공격을 당했으니 악몽이라도 꾼것인가?.. 이아도 참 너무했지.. 모처럼 친구를 잘사귀는가 했더니만 역시나 또 저질러 버렸구만."
"지금.. 당신들 앞에 있잖아요!"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어이 영수. 부탁하네."
영수라고 불린 대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지금 장난아니라고요!"
"이봐이봐 진정하게."
"맞아맞아. 진정해요 진정해요."
분명 사람은 한명뿐인데 서로다른 두개의 목소리가 태화의 귀에 울렸다.
태화는 지금 자신앞에 서있는 한명의 여자를 보고 크게 놀라있는 상태다.
무릎아래까지오는 은발에 빨간눈. 하얀 옷에 맨발인그녀는누가봐도 티비에서 보았던 전형적인 귀신상이다.
본래이미지와 달리 창백한 얼굴이 아니라 핏기가 돌았으며 십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외모만이 진짜 귀신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했지만, 태화빼고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듯하니 이것이 귀신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후흣..태화.. 겨우찾았네요. 우선 내몸..만져주세요."
손을뻗는 여인의 하얀살결과 목소리는 너무도 요염하고 아름다워서. 태화는 그대로 홀릴뻔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아니, 안돼 저리갓!"
무의식중에 세어나온 침을 닦으며 태화는 엠뷸런스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이!"
'히..히익. 가..가까이 오지마라 제발~'
극도의 긴장감에 식은땀이 줄줄흐르는 태화.
"뭔 오두방정을 떨고있어. 내가 그렇게 무서운거야? 태화. 하아~이."
오랜만에 만난 사람대하듯 친숙한 음성이 태화의 뇌속에 울렸다.
'? 뭐지? 내이름을 불렀어?'
태화는 처음보는 존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궁금증이 일었다.
-그렇지만 귀신이라니 그건 아니지! 난 엄연히 살아있다구. 네가 나를 만진다면 나는 실체화할수 있어. 아.지금의 난 네머릿속을 읽을수 있으니 미친사람 취급당하기 싫다면 그냥 생각으로 대답하면돼.
'..뭔지 모르겠지만 서울이란곳은 정말 재미있네. 그런데 내가 너를 만지면 모두에게 보인다는건가?'
-정답~ 자세한건 얘기는 나중에. 단지 한마디 하자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고 조언하고싶네요. 시간도 없으니
그녀의 눈이 돌린곳에는 병사가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자네..괜찮은 건가?"
태화는 결심했다.
'그럼 우선 내 일부터 하겠..해도되죠?'
-긴장하지 말고요~ 갑자기 이곳에서 모습을 보였다간 의심만 살테니까 그게좋겠죠. 몸은 풀어줄게요.
"역시 사람을 불러야.."
"아뇨. 잠시 악몽을 꿧나보네요. 하하하."
-연기. 어색해~
'바로옆에 정체불명 백발에 빨간눈 여자가 있는데 긴장하지 않을수가.'
태화는 삐질거리며 상체를 세우고 정신잃은자가 깨어났을때의 단골대사를 이어갔다.
"그런데 여긴 어딘가요?"
"여기는 임시지만 AES의 E.D.R.지휘기지인데. 사이아 요원이 뭐라나, 너를 직접 집에 데려가겠다고 해서 말이야. 이곳에서 맡아두고있지."
"아아. 근데 E.D.R.은 뭐죠?"
"에엣, 자네 간첩이라도 되는건가? 에스퍼 디펜서를 말하는건데."
"하하..여러가지로 첨단과는 거리가먼곳에서 살고있거든요.."
태화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말이지.. 흐흠.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려면 무조건 알 필요가 있지. 뭐랄까. 초능력자 대응 시스템은 알지? 거기서 파생된 기관으로 '센트럴시티'에서 시험을 쳐서 들어가는 특수경찰 같은건데, 합격하면 이런걸 받을수 있지."
병사는 방탄상의 안쪽에서 은색성곽이 그려져 있는 뱃지를 꺼내 태화에게 펼쳐보였는데, 거기에는 그것을 꺼낸자의 권위를 증명한다는 글귀와 사진이 첨부돼있었다.
"멎지지 않나? AES란 악성 초능력자나 그것들이 결성한 세력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국가전체를 아우르는 치안 시스템. 그 산하에서 초능력자만을 집중규제하는 조직이야. 능력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능력자만으로 구성된 유일한 기관으로도 유명하지. 뭐, 나같은 저클래스는 뒤에서 서포터 하는일을 주로 하고. 현장에서 뛰는 요원들은 대부분 자유복차림에 몇 없으니까. 완전 시골청년 이라면 모를수도 있겠군."
그리고 요원이라는 특성상 신변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자기가 에스퍼디펜서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일은 없기에 태화가 모르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헤에."
병사는 태화를 한번 훝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 몸은좀 어떤가? 전신이 찌릿하다거나 머리나 가슴이 엄청나게 아프거나 하지 않던가?"
"당치도않은 .. 설마 이아가 친구인 제게 그런 스킬을 쓸리가 없잖아요."
태화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몸이 따뜻해지던걸요? 괜히 쫄아서 기절이나 해버리고..하핫. 아, 그런데 이아는 어디있나요?"
병사는 지상으로 내려오는 태화의 몸을 살피며 말했다.
"정말 괜찮은건가? 닉네임이 괜히 황천인게 아닌데.. 사이아 요원은 방금 임무 수행하러 갔다."
그것이 무슨임무인지 묻는것이 실례라는것은 태화라도 안다.
"그런가요.. 그럼 여기에 계속있기도 뭐하니, 저는 이만 집에 가보겠습니다. 이아에겐 잘 전해주세요."
"아,그래. 원래는 자네가 오늘중으론 깨어나지 못할거 같다고해서 데려다주겠다고 한건데. 이렇게 멀쩡하니."
"에이, 그정도는 아니었어요."
태화는 다시한번 손사래 쳤다.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음.. 모쪼록 이번일로 마음상하지말고 이아와 사이좋게 지내주었으면 좋겠군. 지방으로 이사가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까지.. 많이 낯설을 텐데 딱 자네와 같은 인물이 필요할거야. 자네에겐 그런짓을 하긴 했지만 사실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라 아는사람아니면 대화도 잘 하지않는 녀석이거든."
"예 물론이지요! 오히려 제가 도움받고 귀찮게 했는데요 뭘."
병사는 태화의 등을 한번치고선 돌아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가지 장비들과 천막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흐음, 이아는 이런곳 소속되어 있는건가. 뭔가 대단하네.."
그것들을 뒤로하고 태화는 서둘리 집으로 향했다.
위를 올려보니 하늘의 색은 거뭇거뭇 해져있다.
태화는 손에 들린 쇼핑백을 바라봤다. 모처럼 도와준 이아에게 제대로 감사인사는 못할망정 이런꼴이 날 정도로 일을 키우다니
'내가 너무 세심하지 못한거였을 지도..말 한마디에 민감한게 여자애니까. 그런데 보통 그렇다고 벼락을 내리나? 전혀 찌릿하지도 않고 무슨능력이야 그건..'
웬지 외국에 나가있는 자신의 여동생이 생각났다. 떽떽거리는게 참으로 가관. 외국물을 먹더니 안하던 영상통화까지 해서 안하던 리액션까지 해준다.
뭐, 무사하면 된거지. 하고 간단히 매듭지은 태화는 신경을 돌렸다.
변두리인 탓도 있겠지만 조금은 열기가 식은듯한 서울의 밤은 이제야 본래의 역할을 할때가 된것같다.
도로에는 빈번하게 출현하는 승용차들이 빠른속도로 지나갔고, 길거리를 걷는사람들의 대부분은 귀가를 위해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게 느껴졋다.
"그래서 난 언제 만져주는건데?"
"히익!"
그러고보니 저게있었지. 그사이 깜빡한 태화, 악몽이었으면 좋았을 존재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길거리 원맨쇼를 피하기 위해 태화는 생각으로 말을 전했다.
'깜짝이야..갑자기 튀어나오지 말라고요.'
"흐응. 소녀가 이렇게까지 만져달라고하는데 아무런반응도 해주지 않는다면 여자로써의 자존심이 조금 상할지도..그래서 화날지도?"
스스로를 소녀라 칭한 소녀같지 않은 소녀는 태화의 뒤를 총총걸음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소녀라 함은 통상 16세까지의 여자아이를 말하는거 아닌가? 나참, 여자면 다 소녀인게 아니라고.'
태화는 자신의 코높이까지 올라오는 그녀의키와 중학생은아니고 딱 고교생쯤의 외모를 보고선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해~ 태~화, 여자는 언제나 소녀로 있고 싶은 거야."
'진짜 생각을 읽는건가?'
서울에 오면서 이정도 초현상은 감수한 바였고 귀신인지 유령인지모르겠지만 저런 말투를 사용하니 금세 적응이된 태화는 딱히 낮과같은 상황이 벌어지는것을 원하지않므로 동의를 표했다.
"그래그래~ 그럼 어디 인적 드문곳 없나.."
"오! 사람 없는데서 실체화시켜서 뭘하려구? 뜨거운 재회를 하고싶은 거였구나."
몸을 베베꼬며 그녀는 대답했다.
"뭔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구만.. 일단 목좀 축이게 편의점에 들렀다 가자."
"OK~"
거리의 잔잔한 조명속에서 홀로 빛나는 소녀와 함께 태화는 편의점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
"안녕히 가세요."
편의점의 자동문이 인사 소리에 맞춰 열렸다.
그사이로 비집고 나온 빛이 땅을 밝히고, 그 땅에는 한명의 그림자가 비추었다.
파칵.
태화는 캔을 따서 마시며 목적없이 아무방향으로 걸었다.
그의 한쪽 손에는 여느사람과 다를바 없이 휴대폰이 들려있는데. 큰거리로 나가는길을 몰라 고민하던 태화가 휴대폰을 사용해 이곳으로 온 덕분이다.
첨단기술을 몸소 체험했을때의 기분이 어땟는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카하~ 시원하다. 어이 유령씨 너도 이런건 처음보지?"
태화는 자랑하듯 그녀에게 휴대폰을 흔들었다.
"오~대단하다 대단하다 그래서 난 언제 실체화 시켜주는건데?"
"아까부터 보체지좀마. 솔직히 좀 껄끄러우니까.. 그리고 역시 이렇게 길거리에서 하기는 좀 그렇잖아? 밤인데도 사람이 참많이 다니는구나 여기는."
"에에..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그냥 한번만지면 될것을. 뭐어때. 사람들은 초능력이라고 생각하겠지."
빌딩의 디스플레이가 11시를 가리키는 서울의 밤.
태화는 '이거.. 이래서야 내일 학교에 지각하지않고 잘갈수나 있으려나..' 라고 생각하였지만 이곳사람은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분명 한밤중의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넓은 서울의 거리를 적당히 매우고 있었다.
검은색이나 갈색 통일이 아니라, 다양한 머리색을 지닌 사람들이 보였는데 그들중 염색이 아닌자들은 필시 능력자의 자손들이다.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가급적 피하고 싶은 태화는 뒤에서 뭐라뭐라 들려오는 잡음을 무시한체 음료수를 홀짝이면서 밤하늘을 길거리를 걷고있는데, 유성과 같은 무언가가 하늘을 가르며 지나갔다.
"저게뭐지?"
"우와~"
"저거 사람아냐? 엄청빠르네.."
"호오..~"
순식간에 점이되어 사라지는 점을 바라보고 있는데, 거꾸러된 여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깜짝아! 뭐하는거야!"
태화는 자신의 어깨에 무릎을 데고 올라탄 하얀여자를 서둘러 털어냈다.
신기하게도 무게나 감촉같은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건 100% 귀신이라는게 확실시되는 느낌이다.
"우으으.."
울먹이며 달콤한 사탕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의 표정을 짓는 말테.
'뭔데 갑자기 진짜! 마음좀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무엇이든지 설명이라도 좀해보던지 넌대체 누구며 왜 나타난거야?'
"그러니까 그건 만지면 알려준다니까!"
'아까 네가 날 만졌는데 아무런 변화도 없잖아!'
"태화의 의지로 만져야 되는거야! 그래야 마나를 얻어서 실체화해서 뭔 보여주든지 하지. 지금 소울무브를 시전중인데 원래대로 복구할 마력이 없단말야."
'아..대체 이게 무슨일이람. 벼락을 맞았더니 희한한 귀신이 보이질않나..'
-귀신 아니레두!!
골에 직통으로 울리는 앙칼진소리에 태화는 어질했다.
'으아~ 알겠어..알겠으니까.. 어디없나.. 오! 저기 건물틈사이로 가자.'
태화는 하얀여자를 데리고 건물과 건물사이로 나있는 분위기 으슥한 통로로 들어갔다.
건물밀집지역이 많은 서울만의 재미있는 특징이라고도 할수있는데 성인남자 두명정도가 갈수있는 넓이로 나있는 길은 건물사이를 스트레이트로 지나갈수 있는 일명 지름길인데. 사실 일반인들 보다는 치안시스템이 약한 것을 노린 불량 양아치들이나 자주 애용하는 길이기도 해서 해서 뒷골목, 뱀길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이런것을 알리없는 태화는 꽤 깊이 들어가 콘크리트 벽에 몸을 기대었다.
"밖은 저렇게 환한데 여긴 꽤 어둡네..그래서. 그냥 만지면되?"
"응."
하얀여자가 팔을 내밀자, 태화는 그것에 손을 뻗었다.
꾸..꿀꺽.
턱.
평범한 소년일뿐인 인간과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접촉하는 순간이었다.
"?"
'뭐..뭐지'
조금 쎄한느낌이 든것빼고는 바뀐점이 아예 없는거 같아 의문이 들었는데, 그녀의 발밑을 보니 무게감이 생겼다는것을 알수있었다.
"돼..됀건가? 조금 허무하네.."
"응! 됐어. 이정도 일가지고 소심하기는..하~후. 하~후.. "
소녀는 가슴을 펴고 어둡고 좁은 골목길안의 텁텁한 공기일 뿐이지만 그것을 상쾌하게 들이쉬었다.
궁금한점이 있다면 손을 잡았을때부터 감았던 눈은 여전히 감고있었는데, 왜그런지는 태화가 알길이없었다.
"그..그러게 아하하."
태화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어딜가려구..?"
싱긋.하며 여자는 냉소하며 태화에게 말했다. 아름답다 생각한 목소리가 약간 소름끼치는 순간이었다.
본래라면 이런 비좁고 어두침침한 곳에서 우위에있는건 힘이 쎈 남자쪽일테지만 이곳은 서울. 초능력자가 널린곳이며 그것은 저 하얀여자도 마찬가지 일것이었다. 되도록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게 좋다는것은 태화는 몸소 경험한 바가있다.
당당히 활보하던 걸음을 멈춰세웠다.
"아아. 이야, 이거 내일 늦잠이라도 자면 어쩔까나..~ 해서 조금 마음이 급했거든요. 용건이 더있다면 빨리말해주지 않으실레요..?"
삐질거리며 대답하는 태화.
"흥. 그렇다면야.. 이런 분위기 없는곳에서라도 말해야겠네."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언짢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뭐, 여기까지 왔으니 듣고는 가야겠다 싶어서요."
"히히. 잘 생각했어. 그렇게 피하지않아도 되잖아. 난 딱히 너의 적도 아닌걸. 오히려 영원한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
"으응?"
"정식으로 소개할게. 내 이름은 말테. 당신의 권속검입니다."
미소와 함께 감겼던 눈이 뜨여진 그곳에서 녹옥색의 눈동자가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