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둘러봐도 이만한 '4번타자'를 찾아볼 수가 없다. '기록의 사나이' 한화 장종훈(33)이 8개 구단 최강 4번타자로 단단하게 자리잡았다.
2001년 봄은 각팀의 4번타자들에겐 잔인할 뿐이다. SK 강 혁, 현대 필립스, 해태 산토스, 두산 김동주, 롯데 호세, 삼성 마해영, LG 로마이어. 호세, 산토스, 김동주만이 3할타율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로마이어는 타점 2위(24개)지만 타율은 2할7푼7리.
올시즌 장종훈의 방망이 페이스는 그야말로 일대 '사건'. 3일 현재 타율 4할1푼1리(90타수 37안타)에 8홈런, 23타점, 25득점. 출루율 5할1푼4리에 장타율 7할4푼4리. 타격, 홈런, 득점, 출루율, 장타율 등 무려 공격 5개 부문 선두. 최다안타와 타점은 각각 2,3위. 이쯤되면 말문이 막힌다.
"요즘은 (장)종훈이가 때리면 이기고, 안때리면 진다." 한화 이광환 감독은 장종훈을 '팀승리의 열쇠'라고 못박는다. 그도 그럴 것이 톱타자 김수연과 2번 김종석이 찬스를 만들어도 장종훈이 아니면 누상의 주자들을 불러들일 재간이 없다. 최근 중심타자 이영우와 송지만, 데이비스가 부상여파로 나란히 슬럼프. 상대투수들은 아예 장종훈만을 염두에 두고 마운드에 오른다. 갖은 악조건은 장종훈에게 더 큰 짜릿함을 안겨줄 뿐이다.
최다안타-타점도 2-3위 "모든 코스의 공이 눈에 들어와요"
'왼발 스트라이드를 줄이고, 무게중심을 낮추고.' 올시즌 장종훈의 '대부활' 이유를 놓고 타격전문가들은 연일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작 본인은 파워와 기술보다는 '여유'를 주목한다.
조급해 하거나 쫓아다니지 않는다. 어차피 2001년의 장종훈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걸 수 있는 국내투수는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 이미 기다림의 미학을 알아버렸다.
"모든 코스의 공이 눈에 들어온다." 새삼 야구하는 재미를 다시 느낀다는 장종훈이다.
〈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