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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제왕성의 봉문...
오층 누각에서 일어난 일을 알 리가 없는 만화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웃음소리로 벅적거렸다. 그들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조금 전의 일을 알았고 그래서 자신들 모두가 대 폭발과 함께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져 죽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안다면 온 만
화루는 난리 굿이 났을 것이다.
"제왕성은 봉문을 할 것이오! 앞으로 이 십 년 동안!"
처음 들었던 별채의 한 객실에서 술상을 마주한 단리웅천이 빈
잔을 내려놓으며 던진 말이었고 그 말을 들은 화천옥과 형일비
가 얼른 눈을 들어 단리웅천을 바라보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폭탄 같은 말이었다
"뭐라고 하셨소 방금? 봉문이라 했소?"
"하루도 모자라지 않는 이 십 년 동안 봉문을 할 것이오!"
단리웅천이 한 잔 술을 게눈 감추듯 더 들이켰다. 그의 앞에는
벌써 여러 병의 빈 병이 모여 있었다. 술상을 들고 같이 들어온
세 명의 기녀 중 이제껏 단리웅천을 도와 주었다고 한 어린 기
녀가 만류를 거듭했지만 단리웅천의 술잔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
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제왕성이라니? 그리고 봉문이라니요?"
단리웅천의 폭탄과도 같은 말에 형일비와 화천옥 두 사람이 놀
란 눈을 뜨고 한참이나 말이 없자 화천옥의 옆에 앉아있던 기녀
가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형일비의 옆에 있던 궁
장차림의 다른 기녀도 눈을 크게 떴다. 극구 사양하는 형일비의
옆에도 단리웅천은 억지로 한 명의 기녀를 앉혔고 화천옥 마저
도 형일비의 옆구리를 찌르며 핀잔을 주자 마지못해 형일비도
누그러졌던 것이다
"그대들은 제왕성도 모르오? 정파무림의 태산이라던 그 위선에
가득한 제왕성 말이오!"
단리웅천의 혀가 어느새 꼬이고 있었다
"이 중원 하늘아래에서 제왕성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그 제왕성이 지금 공자님과 무슨 상관이지요?"
이번에는 형일비의 옆에 있던 기녀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입
을 열었다
"상관이라! 상관이 있지 암 있고말고! 그 잘난 제왕성의 소성주
가 누군지 아시오? 그 이름하여 단리웅천 바로 나지!"
단리웅천이 트림을 하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호호호 미남 공자님 정말 웃기셔! 단리웅천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요? 한 번에 영웅탑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
람이에요! 소문에 의하면 삼 년 전 집을 뛰쳐나가 경천동지할
무공을 익혀 돌아왔다던데....."
기녀의 말에 단리웅천의 눈빛이 약간 빛났다. 그와 동시에 화천
옥과 형일비의 눈빛도 빛을 발하며 방금 말을 한 기녀에게로 모
아졌다. 제왕성의 소성주가 집을 뛰쳐나갔다는 말은 금시초문이
었다
"크크 정말 중원에서 소문이 제일 빠른 곳 중의 한 곳 이라더니
놀랍기 짝이 없군! 우리 가족과 가솔들 밖에 모르는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니! 하긴 뭐 이젠 놀랄 일도 아니지! 율자춘의
소굴이 바로 여기였으니까!"
단리웅천이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
"끝까지 재미있네! 미남 공자님!"
기녀들이 까르르 배를 잡았다
"그 동안 별의별 손님 다 겪었을 테니 무공을 보는 눈도 있겟
지!"
단리웅천이 손바닥을 펴서 술병으로 향했다
스스스-
술병 속의 여아홍(女兒紅)이 뿌연 기체로 변하며 세 기녀들의
빈 잔으로 빨려 들었다. 그리고 빨려든 기체는 순식간에 다시 액
체로 화하여 술잔 속에서 찰랑거렸다
"어머나!"
"세상에!"
기절할 듯한 비명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단리웅천의 말대로 별의별 손님 다 겪어온 그들은 무공에 대한
지식 또한 수준 이상이었다. 실제로 보지는 못해도 들은 얘기 만
으로도 무공의 종류및 그 수준의 고하(高下) 정도는 훤히 외우
고 있었다. 방금 단리웅천이 보여준 수법은 절정의 공력으로 액
체의 형상을 변화시키고 그 형상을 마음대로 이끌어 가는 극상
의 운기법이었다. 직접 본적은 없지만 아주 드물게 들어본 적이
있는 전설적인 수법이었다
"정말 단리웅천 공자 이신가요?"
한참만에 정신을 차린 기녀 하나가 떠듬떠듬 거리며 단리웅천을
바라보았다
"후후! 그대들 곁에 있는 두 사람에게 물어보면 될 것 아닌가!
저 두 분은 거짓말이라고는 못하는 사람들이거든!"
단리웅천이 짖궂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고 세 명의 기
녀도 화천옥과 형일비에게 눈길을 돌렸다
"대체 왜 이러는거요 단형?"
화천옥이 당황하여 몸을 덜썩거렸다
"큭큭! 소문을 퍼뜨리기엔 여기보다 좋은 곳이 없지! 아마 내일
쯤이면 제왕성이 봉문을 했다는 소문이 온 중원으로 퍼져나갈
것이오!"
"의도적으로 이 여자들을 부른것이군!"
형일비가 눈쌀을 찌푸렸다. 지금껏 단리웅천의 행동이 이해가 갔
다. 이런데서 자신을 내세우거나 어줍잖게 무공자랑을 할 인간이
아니었다
"정말... 정말! 제왕성 소성주인가요 공자님!"
단리웅천곁에 있었던 어린 기녀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조심스럽
게 단리웅천을 바라보았다
"그럼! 그럼! 내가 어디로 보아 거짓말을 할 것 같으냐! 아하 그
러고 보니 이젠 소성주가 아니라 성주라고 해야 맞는군! 가만있
자 이게 어디로 갔나...."
단리웅천이 품속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다 뭔가를 끄집어내었다
"자! 이것을 보거라! 우리 아버지이신 성주께서 폐관에 들며 나
보고 성주 하라며 이걸 주더군! 끄윽- 그런데 말이야 난 제왕성
이라면 이젠 신물이 나거든. 그러니 오늘밤 이걸로 술이나 진탕
마실 작정이다"
단리웅천이 웅장한 용무늬가 조각된 옥패 하나를 동기의 손에
내밀었다
"이게 무엇인가요?"
동기가 조심스럽게 옥패를 받아 들었다. 옆에서 제왕성 성주의
신패를 알아본 두 명의 기녀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걸 이곳 만화루 주인에게 가져다 주거라! 그리고 그 가격만큼
의 술을 내 오라 전하거라!"
단리웅천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외쳤고 새파랗게 얼어붙은 두
명의 기녀를 바라본 동기가 주춤거렸다
"어. 언니!"
두 명의 기녀가 얼어붙은 얼굴을 펼 줄을 몰랐다
온간 세상 풍파를 일찍부터 겪은 그들은 세상 물정을 너무도 잘
알았다. 제왕성의 소성주! 아니 이젠 성주가 된 사람이 신패를
저당 잡히고 술을 마시려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 소문을 막으
려는 제왕성에 의해 만화루 정도는 단 히룻 밤 새 흔적 없이 사
라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세상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제왕성
의 어두운 힘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살려 주십시오 공자님!"
두 명의 기녀가 머리을 땅에 박았다
"더러워서 못 봐 주겠군!"
형일비가 두 기녀의 머리채를 잡아 앉혔다
"너희 둘은 마시던 술이나 마저 마셔! 그리고 넌 어서 그걸 들고
가서 주인을 불러와! 이 잘난 공자의 의도는 이곳 주인을 만나
는 것이니까 말이야!!"
동기가 부들부들 떨며 밖으로 나갔고 형일비가 단리웅천을 쏘아
보았다
"의도가 뭐요?"
"의도라니.....? 아하! 봉문을 하는 의도 말이오?"
단리웅천이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다 두 명의 기녀를 쳐다보았다
두 명의 기녀가 얼른 밖으로 사라졌다
"의도란건 없소! 그럴만한 짓을 했으니 대가를 치뤄야지!"
단리웅천이 여아홍을 병째 들이켰다
"정말 영리하군!"
화천옥이 비릿하게 웃었다
"뭐가 말이오?"
"제왕성이 봉문을 하게 되면 혈영이 뛰쳐나오겠지. 그리고 정파
무림이 혈영과 싸우다 양패구상을 하고 나면 제왕성은 예전처럼
다시 뒤통수를 치겠다는 생각 아니오?"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리라 예상했소!"
단리웅천이 다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니란 말이오?"
"그렇소!"
단리웅천이 담담히 화천옥의 눈을 응시했다
"정말 웃기는군! 그걸 우리보고 믿으란 말이오? 당신 같으면 믿
을 수 있겠소?"
"아마 힘들 것이오!"
"그런데 우리보고는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거요?"
"무조건적으로 믿을 수 없다면 믿을 수 있는 조건을 말해 보시
오!"
단리웅천과 화천옥의 눈빛이 허공 중에 얽혀 들었다
"당신의 팔 하나를 내 놓을 수 있소!"
화천옥의 제의에 형일비가 눈을 크게 떴다
"가져가시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리웅천이 왼 팔을 들어올렸다
쨍-
화천옥이 도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살기를 피어올리며 단리웅천
을 바라보았다
쉬익-
단리웅천의 왼쪽 어깨 쪽으로 화천옥의 칼이 무섭게 떨어져 내
렸다
퍼억- 쨍
살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렸다
단리웅천의 왼쪽 어깨 깊숙이 화천옥의 칼이 박혀있었고 그 칼
을 형일비의 칼이 막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쩍 갈
라진 단리웅천의 어깨에서 피보라가 튀었다
"이런 미친자식! 정말로 휘둘렀잖아!"
형일비가 화천옥에게 이빨을 드러내었다
그때까지도 단리웅천의 팔은 그대로 들려있었다
"당신도 미친 인간이야!"
끝까지 자르라는 듯이 계속해서 팔을 내밀고 있는 단리웅천을
형일비가 밀쳐냈다
"나쁜 자식!"
형일비가 낮게 으르릉 거리며 화천옥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이자식! 어떻게 이렇게 악독할 수가 있어!"
"제왕성이 우리에게 한 짓에 비하면 이건 약과야!"
화천옥이의 입김이 열을 뿜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비겁한 짓이야! 그리고 따지고 보면 이 사
람이 직접 한 짓도 아니잖아?"
형일비가 천천히 화천옥의 목에 들이댄 칼을 내렸다
"후후 누가보면 형형과 내가 더 친한 줄 알겠소!"
단리웅천이 지혈을 하며 빙글거렸다
"이 와중에서도 웃음이 나오는거요?"
"형형의 칼이 막지 않았어도 화형의 칼은 멈추어지던 참이었소!
형형의 칼이 조금 빨랐던 것이오!"
"너 정말 멈추려 한 것이 맞는 거냐?"
말을 하던 형일비가 화천옥의 손을 바라보았다. 화천옥의 칼 쥔
손목에서 중도에 멈추려 한 강한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미친 인간들!"
형일비가 혀를 내둘렀다
"저놈이 정말 칼을 멈추려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소?"
"그럼 한쪽 팔이 확실히 잘려나갔겠지요!"
화천옥의 말에 형일비가 어이없어하며 단리웅천의 어깨를 바라
보았다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요!"
"괜찮소 우리집안은 특이 체질이라 회복력이 남들 다섯 배는 되
오! 아주 멋진 핏줄이지...... 아마 조상 중에 도마뱀 꼬리를 많이
삶아 먹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오! 큭큭"
단리웅천이 지혈을 하며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것을 바라보
는 화천옥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도대체가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이었다. 정말로 벨 의도가 있었더
라도 저 인간은 팔을 빼지 않고 고스란히 잘렸을 것이다. 강한
자의 오만함이던가? 아니다 그러기엔 희생이 너무 컸다. 그렇다
면 자신을 돌보지 않는 진정한 사내의 용기이던가? 정말로 그렇
다면 이자는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는 벽이다
타고난 운명이 다복한 사람일 수록 많은 것을 소유하고 유리하
게 싸워 나가지만 극한 상황에 가서는 자신을 최우선으로 돌보
는 오래된 천성으로 인하여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그 움츠리는
순간이야말로 험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 칼을 찔러 넣을 수
있는 표적이다. 화천옥은 언제나 그런 확신이 자신감을 갖게 했
고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
'이불 속에서 더운 먹거리를 받아먹는 고양이로 태어나지 못하고
독충이 우글거리는 험한 밀림에서 태어났다면 스스로 표범이 되
거라! 고양이 같은 건 새끼발가락 하나로도 찍어 죽일 수 있는
사나운 표범 말이다!'
사부 호걸개(號乞 )가 언제나 하던 말이었다. 사부의 말대로 이
제껏 살아오면서 스스로 표범이 되고자 노력했고 고양이의 다복
을 부러워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자는 고양이의 다복함과
표범의 거칠고 사나움을 다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신이 내린 축
복받은 신체와 밑바닥 인생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질긴 근성이
있었다. 선천적인 무골의 체질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후천적인
바닥근성!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전사의 조건이었다
"이젠 믿을 수 있겠소?"
단리웅천이 화천옥을 바라보았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화천옥
이 고개를 들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감사
즐감하였습니다.
즐독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사나이중의 사나이! 단리웅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즐독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 ㄳ
즐독이랍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