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친구들이 다 가버린 텅 빈 교정에서
울먹이며 외로이 서 있는 너의 모습에
아빠는 우리의 삶을 느낀다
친구도 선생님도 모두 가 버리고
기다리는 엄마는 오지 않고 텅 빈 오후의 교정
캘리포니아의 가을 햇살 아래 모든 인연과 단절된 채
넌 외로이 서 있었지
해진아,인생도 그렇단다
낯선 이승에서 혼자 있기 무서워
인연을 만들어 나가고 만들어진 인연이
떨어져 나갈 때 우린 혼자 울게 되는 거란다
인연이 삶을 연결하는 끈이라 믿기에
허무한 거품 같은 것인 줄도 알면서
우리는 그 끈을 꼭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해진아,울지 말아라
오늘 이 공간에서 네가 겪은 외로움은
저곳으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겪을 외로움의 부분이러니
이 세상 외로움 아닌 것이 어디 있겠니
인연은 우리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의 확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다
연의 끈을 잡고 오후 한 모퉁이에서 울고 있는 너를 보며
아빠도 지금 울고 있단다
네가 잡고 있는 연의 한 끝을 바로 내가 꼭 잡고 있기에
캘리포니아의 어느 날 오후 나를 닮은 딸은 외로움에 울고
나도 딸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세월이 흐른후 해진아
서울의 삼청동 길을 같이 걸어주지 않겠니
아빠가 참으로 막막했던 시절
내 사랑과 언젠가 함께 걷고 싶었던 그 길을...
사랑한다,내 딸 해진
- 염진섭 [나는 잠깐 긴 꿈을 꾸었다] 中
前 야후코리아 사장 염진섭 氏가
불치병에 걸린 딸아이를 안타까워하며 쓴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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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길을 같이 걸어주지 않겠니...
아딧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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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3
03.09.02 13:0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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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왜...이 글이 즐거움의 공유에 올라온거에요... 너무 찡하네.. 아버지의 사랑.. 무뚝뚝한 듯 하지만 진득한 그것.. 이번 추석엔 아버지께 효도하고 와야겠어요
세상에...이런...정말..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생깁니다...기도할때...해진이를 기억할께여.. 부디..꼭 이루어 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