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이종격투기가 국내에서도 잠정집계를 내지 못할 정도로 팬을 확보하면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것으로 벌써 인터넷에서는 이종격투기 동호회와 카페가 활성화되고 스포츠채널에서 연일 방송되고 있다. 게다가 신문과 공중파에서조차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로서 이종격투기를 반갑게 맞아들이면서 한국 무술계의 화두로 등장하는 실정이다. 여러 전통무술과 정통무술의 보고인 한국에서 이종격투기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새벽까지 K-1이나 프라이드 경기에 심취해 잠을 설치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기존 무술계에서는 이종격투기는 무도가 아니라면서 많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팔괘장과 당랑권을 수련, 다년간 이종격투기에 관심을 갖고 최근 국내최초로 이종격투기 가이드북을 출간한 한병기 씨는 “이종격투기는 기존 무술의 권위에서 해방되어 있는 스포츠이고 엔터테인먼트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종격투기 선수 사망 지난해 한 레스토랑에서 이벤트 일종으로 열리는 이종격투기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가 경기 직후 숨져 이종격투기의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격투기 붐에 찬물을 끼얹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이종격투기 경기에 대해 아무런 규제조치를 두지 않은데서 비롯된 인재라는 여론이 고조됐었다. 부검결과 심근경색이라고 판명되어 국내 격투기 관계자들은 앞다투어 “격투기에 있어 선수의 안전이 최우선인데 이러한 문제를 도외시하고 몸 상태를 확답할 수 없는 선수를 출전시켰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보도를 접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종합격투기라고 하면 “두 선수 중 한 명이 쓰러져야 끝나는 실전 대결”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되면서 어떠한 룰도 필요 없는 막무가내식 싸움판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격투기는 막가파식 싸움이 아니라 엄격한 룰을 적용받는 스포츠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회마다 선수 안전을 위해 가능한 공격과 눈찌르기•깨물기•급소 공격 등 해서는 안 되는 공격이 정해져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비난론자가 되곤 한다. 하지만 언제라도 상대 선수는 링 바닥을 손바닥으로 두들기는 ‘탭’으로 신호를 보내, 부상을 막을 수 있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들이다. 또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링닥터, 심판, 세컨드 역시 선수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언제라도 시합을 중지시킬 수 있다.
이종격투기를 즐겨본다는 정모 씨(42세, 안산거주)는 “퇴근해서 늦게까지 케이블 TV를 통해 보고 있는데 시합 도중 다치기도 하지만 마라톤 하다 죽은 사람도 있듯, 모든 스포츠에 적용되는 극히 일상적 부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선수안전 이종격투기만 적용은 부정적 국내에서는 보험을 비롯해 이종격투기 선수들에 대한 안정장치가 전반적으로 열악하다. 국내 격투기대회 관계자 K모 씨는 “지난해 발생한 사망선수의 경우 선수안전대책을 소홀히 해 예견된 인재였다”며 “경기가 많아 격투기 수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일반초보자들도 대거 출전해 사고 위험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즉 경기를 치르면서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들을 링에 올려 문제가 일파만파 커져갔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이종격투기는 권투보다 더욱 자극적인 운동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어떤 이가 권투는 괜찮고 이종격투기는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이는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다. 권투 역시 폭력적 성향을 띠고 있으며 뇌 손상과 사망 등을 근거로 권투 폐지론이 거론된바 있기 때문이다. 한 마니아는 “물론 사망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국내격투기가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제하고 “한계를 긋는데 있어 어느 수준까지 폭력적이고 허락되어서는 안 되는 운동인가를 정하기에는 논쟁의 소지가 많지만 문화와 시대에 따라 상대적인 게 현실”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폭력이 폭력을 부른다?
기독교인 권투 선수인 조지 포먼이 불혹의 나이에 자신이 운영하는 기독교 청소년회관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권투를 하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에 신문지면을 통해 포먼은 기독교인이 권투와 같은 상대방을 ‘두들겨 패는 짓’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바로 “권투는 서로 안전사항과 규칙을 지키면서 하는 운동일 뿐이며 정치가들처럼 야비하고 폭력적이지는 않다”고 말하면서 정치인들을 풍자한 바 있다.
그 후 실제로 그가 권투를 통해 수많은 비행청소년들을 선도한 것을 보면 폭력이 폭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진정한 스포츠메카로의 전환 연세대학교의 ‘스포츠화된 이종격투기의 윤리적 의미에 관한 고찰’ 자료에 따르면 최근 사회 문화적 변화에 따라 합리적 판단을 이끌어내고 감정을 억제하며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혼란된 사회 속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이종격투기의 급격한 성장은 사회적인 반대와 찬성으로 형성되어 가는 양상을 띄고 있다고 초록에서 밝히고 있다. 또 무술이 자신의 신체와 정신수양도구가 아닌 오로지 싸움을 위한 수단으로 연마,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기술을 배우려 한다는 오점을 남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격투기 마니아들은 “윤리적 정서나 이성적 판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상황과 사회적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200만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언론보도 속에 일부 사람들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종격투기의 기술과 규칙의 범위를 조직적이고 합리적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때 만이 진정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격투기전문월간지 홀로스(www.hol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