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따면서 [펌] 금년엔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텃밭에 있는 고추밭 조차 비로소 오늘에야 나가보게 되었다. 지난 해에는 탄저병 때문에 고추를 한 자루 정도 말렸는데 사실 고추 말리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다. 그래서 금년엔 반을 뚝 잘라서 30 포기를 심었다. 사촌 형님이 전적으로 농사을 하시는데 고추 모종을 주시면서 이왕이면 백 포기는 심어야 한다고 극구 권했지만 풋고추를 좋아하는 나는 칼국수, 부침개 그리고 추어탕 등에 설겅설겅 썰어 넣을 양으로 가까운 텃밭에다 대충 심어 놓았다. 한 열흘 지났나 곁에 두고도 오늘 처음 고추잎을 들추어 봤더니 아! 이거 누군가 빨간 그림물감을 확 뿌려 놓은 것 같다. 그리고 농약 한 번 치지 않은 알짜배기가 더하여 정말 오늘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따면서 수확의 기쁨 가운데 '그리운 얼굴'을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