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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12 - 도망가는 법은 몰라
#1. 검찰청 야외 주차장
정후의 차. 트렁크를 벌컥 여는 손. 정후다.
뒤 트렁크에 들어있던 여행용 하드가방의 뚜껑을 연다. 그 안에는 변장용 옷들과 모자. 등의 액세서리 등이 가득 들어있다.
정후가 옷들을 주루루 들추며 고르다가 모자들 중에 스냅백 모자를 들어본다. 그 위로..
정후소리 : 사건 기록이란 거 말야. 직계가족한테는 보여준다며.
#2. 민원실 / 11회 #80.
정후가 내용을 기록한 열람신청서와 그 위에 주민등록증을 얹어서 내민다.
정후소리 : 나 직계가족이잖아. 우리 아버지의 직계가족.
직원이 받아 들더니 주민증의 사진을 보고 정후를 올려다본다.
순하게 마주 보는 정후.
직원 : 서정후씨? 본인이시죠?
정후 : 예. 제가 서정훕니다.
이제 정후는 자유로운 대학생 같은 컨셉의 복장을 하고 있다.
청바지에 스냅백 모자를 뒤로 돌려쓰고 하이탑운동화. 활동적인 점퍼. 헤드폰을 목에 걸고 있다.
// 직원이 키보드로 서준석 이름과 사건번호를 적어 넣는다. 그리고 엔터를 치는 순간. 화면에 팝업창이 뜬다.
[ 접근제한 문서 // 요청자 신병확보 우선 ]
#3. 민원실
잡지를 뒤적이던 정후가 멈춘다. 고개를 들어보면 거기 수사관 혹은 보안직원이 몇명 다가오고 있다.
정후 그저 보고 있다.
정후소리 : 언젠가 사부가 그랬지. 낚시를 할 때 최고의 미끼는 나 자신이라고.
그들이 정후 앞에 서는데.. 마치 포위하듯 둘러선다.
그 중의 하나가 묻는다.
수사관 : 서정후씨?
정후 : 맞는데요. 내가 서정후.
#4. 건물 내부 복도
보안요원에게 둘러싸여 걸어오는 정후. 계속 꿍얼거리며 지체하다가 밀리면서
정후 : 어디 가는데요. 아저씨? 왜 가는데요? 예?
정후소리 : 근데 사부 그 영감. 실제로 낚시를 해본 적은 있는 거야?
#5. 검찰청 조사실
작은 조사실. 문이 열리며 정후가 떠밀려 들어온다.
정후를 방 안에 넣은 수사관이 밖에서 문을 닫는다. 밖에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정후가 방을 둘러본다. 순진한 얼굴로.
#6. 썸데이 편집실
영신이 탕비실에서 나온다. 쟁반에 머그잔 두 개를 올려놓고.
여기자의 옆에 있던 장부장이 얼른 영신의 앞을 막으며
장부장 : 그러니까 제일신문 사주가 여기까지 왜..
영신 : 저야 모르죠. (가려는데)
장부장 : (막으며) 혹시 그런 거 아닐까. 동생을 먼저 보내서 우리 썸데이를 구입하고.
이제 그 형이 와서 우리 썸데이를 자회사로 합병해서..
영신 : 부장.
장부장 : 그럼 난 최소 제일신문의 부장이 되는 건데 그럼 연봉 차이가..
영신 : 침 닦아요. 줄줄 흐르네..
장부장이 자기도 모르게 입가를 닦고.
영신은 그를 비켜서 문호의 집무실 쪽으로..
장부장이 여기자를 보며
장부장 : 어떻게 생각해?
여기자 :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7. 문호의 집무실
영신이 쟁반을 들고 들어선다.
앉지 않은 채 사무실을 둘러보던 문식이 돌아본다. 그 뒤쪽에 서 있던 오비서도 영신을 본다.
영신이 잔을 테이블에 놓아주며
영신 : 유자찹니다. 저희 회사에 받침이 있는 제대로 된 잔.. 그런 게 없어서요. 대충..
문식 : 고마워요. (하며 영신을 본다. 마음의 요동은 드러나지 않는다)
영신 : 김문호 선배.. 아니 사장님께는 연락 드렸으니까 금방 오실 겁니다. (오비서를 향해) 드세요. 두 잔 가져왔는데.
그러나 오비서는 그저 빤히 보며 미소만 짓는다.
영신이 다시 문식을 돌아보다가 멈칫. 문식이 웃음기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좀 불편해지는데
문식이 순간 미소 짓더니
문식 : 곱고.. 밝게 컸네요.
영신 : 저요? (뭐지? 이 멘트는?) 곱고.. 밝게.. 예. 제가 좀 그런 면이.. 감사합니다.
대답을 하고 보면 문식은 여전히 영신을 가만히 보고 있다.
소리 달리는 자동차 소리.
#8. 고속도로/ 밤
문식이 운전하는 차가 (92년도에 탈만한 중고, 오토가 아닌 수동) 달리고 있다.
운전석에는 어두운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는 문식. 기어에 올려놓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본다.
지안(어린 영신)이 문식의 소매를 꼭 붙잡고 있다.
문식이 앞을 본다. 어두운 고속도로. 헤드라이트 불빛에 중앙 분리대?가 휙휙 지나쳐간다.
마치 문식의 불안한 마음처럼.
#9. 고속도로 휴게소 / 밤
세워져 있는 문식의 차. 문식이 조수석 쪽 밖에 서 있다.
조수석에 앉은 지안이 호두과자를 먹고 있다가 목이 메는지 기침을 한다.
문식 : 목 메서?
지안이 끄덕인다.
문식 : 기다려봐. 삼촌이 마실 거 사올게. 여기 그대로 있어.
지안이 또 끄덕인다.
문식이 휴게소 쪽으로 간다.
남은 지안이 호두과자를 입에 넣으려다가 문득 보는 곳.
어둠 속.. 저만치 어떤 여자가 걸어가고 있다. 그 뒷모습이 마치 엄마(젊은 명희 같다)
지안의 손에서 호두과자가 떨어진다.
지안이 차에서 내려 그 여자가 간 쪽으로 걸어간다. 위태롭게 빨리. 총총 달리기 시작한다.
// 시간 경과 . 동장소
문식이 음료수를 사 들고 돌아온다. 그런데 차 문이 열려 있고, 지안이 없다.
// 고속도로 다른 곳. 문식이 달려온다. 지안을 찾는 중이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다시 달려가려다가 멈춘다. 멈춘 채 그대로 서 있다.
멈춰 서 있는 문식의 옆으로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문식은 그대로 서 있다.
#10. 썸데이 로비
문호가 달려 들어온다. 마음이 급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서 버튼을 두들겨 누르다가 계단 쪽으로 달려간다.
#11. 문호의 집무실
문식이 미소를 지며 영신에게
문식 : 김의찬 의원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거 봤어요. 아주 용감하던데.
영신 : (수줍) 저야 뭐.. 선배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했을 뿐입니다.
문식 : 키가 얼마나 되지?
영신 : 예?
문식 : (영신에게 가까이 오며) 방송으로 봤을 때는 커보였는데 어디보자.. (하며 한 손을 영신의 어깨에 얹어 키를 가늠해본다)
영신 : (불편하지만) 그 땐 제가 높은 신발을 신고 있어서요. 그리고..
문식 : 비슷하네. 아닌가. 좀 더 작나.
영신 : 누..구하고요?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문호가 들어선다. 눈 앞에 광경을 보자마자 성큼 다가오는가 싶더니
영신의 어깨에 얹혀진 문식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 치워버린다. 생리적으로 싫다.
영신이 놀라서 본다.
문호 : (문식을 노려보며) 채영신. 나가.
영신 찔끔해서 문으로 이동해서 나간다.
오비서가 슬그머니 그 뒤를 따라 나가려는데.
어느새 문 쪽으로 온 문호가 오비서의 코 앞에서 문을 쾅 닫아버린다.
오비서가 영신을 따라 나가지 못하게.
#12. 편집실
큰 소리를 내며 거칠게 닫힌 문 때문에 영신이 놀라서 돌아본다.
저만치 장부장과 여비서도 놀라서 이쪽을 보고 있다.
영신이 장부장을 돌아본다. 뭐지? 몰라요.
#13. 문호의 집무실
문호가 거칠게 블라인드를 내려 가리는 뒤에서.
문식이 문호를 보며
문식 : 아이가 놀라잖니.
문호 : (밖에 들리지 않게 낮지만 이를 가는 마음) 감히 여길 와?
문식 : 문호야.
문호 : 형이 어떻게 그 애를 만나. (문식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이렇게 떨지도 않고. 무릎 꿇지도 않고 그 애를 봤어? 와아.
문식 : (차분하게) 너 때문에 그 애가 위험해진 거, 알고는 있지?
문호 : 형만 그 애 인생에서 빠지면, 그 애가 위험해 질 일은 없지.
문식 : 넌 아마 전국 방송으로 그 애를 알리고 나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다. 그리 생각한 거 같은데.
문호 : 왜. 그 정도로는 부족해? 한 번 더 해야 되나.
문식 : 니 덕분에, 내가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야 할 거 같다.
문호 : (멈췄다. 놀랐다.)
문식 : 니가 그 말도 안 돼는 방송으로 김의찬을 끌어내렸잖아. 그래서 내가 그 자리에 떠밀려 앉게 생겼다고.
문호 : 그 떠밀어주는 존재가 형네 족속들이 말하는 어르신이고?
문식 : (순순히) 그래. 어르신께서는 내 약점이 지안이라고 생각해. 약점은 없애야 한다는 게 어르신의 생각이고.
문호 : (말이 막혔다)
문식 : 그 애가 위험해. 문호야. 그래서.. 내가 데려가야겠어. 내가.. 내 품에서 안전하게 지킬 생각이야.
문호 : 데려가서.. 안전하게 지키겠다고?
문식 : 그래
문호 : 어떻게? 두 다리라도 부러뜨려서 꼼짝 못하게 할래? 그리고 새장 하나 만들어서 넣어 놓게?
그래야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으니까?
문식 : 말조심해라.
문호 : 형이 지킨다는 건 그런 거잖아.
문식 : 너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앞세워서 뭘 하려는 거야. 서정후. 그 아이도 네가 데려온 거니? 대체 무슨 생각이야?
걔들 데리고 22년 전의 일이라도 파헤치겠다는 거야?
문호, 잠시 문식을 보다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얼굴로.
문호 : 서정후라면.. 준석이 형 아들 말이야? 그 애를 찾았어? 그래서 그 애도 지안이처럼 처리할 생각이야?
걔가 약점이 돼서 과거의 일이 밝혀지면 곤란하니까?
문식이 그렇게 말하는 문호를 빤히 보며..
문식 : 얼마 전에 우리 집에 찾아온 자가 있었는데. 혹시 그 아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지. 물어보진 못했어. 하도 황급히 떠나서.
그러더니 빙긋 웃는다.
#14. 조사실
정후가 의자를 앞으로 끼고 앉아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이라도 듣는지 조금씩 몸을 흔들고 있다. 하품을 한다. 무료하다.
// 정후가 검은 거울 앞을 건들건들 리듬에 맞춰 오락가락하며 음악을 듣고 있다.
한 손을 들어 까딱거리며 리듬을 타다가 예이.. 하듯이 휘젓는다.
// 두 발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자에 늘어져 앉아 의자를 까딱거리고 놀다가 의자가 뒤로 넘어간다.
// 아예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쭈그리고 누워서 자고 있다.
문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열린다.
정후가 잠에서 반쯤 깬 듯한 얼굴로 문을 돌아본다.
오비서가 들어선다. 정후를 보더니.
오비서 : 서정후씨?
정후 : (테이블 위에 부시시 일어나 앉으며) 와. 다섯 번째다. 내 이름 묻는 거. 서정후? 서정후씨 맞아요? 네 맞아요. 내가 서정후.
오비서 : (차분히) 서준석씨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셨다구요?
정후 : 했어요. (끄덕끄덕)
오비서 : 서준석씨 아들 맞지요?
정후 : 맞아요. 울 아버지 이름.
오비서 :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있습니다. 가실까요?
정후 : (빤히 본다)
오비서 : 아버님의 친구 되시는 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후 : ... 좋아요. (주섬주섬 테이블 위에서 내려선다. 잠이 덜 깬 듯 내려오다 의자를 걷어차고 넘어질 뻔 하면서) 가요.
정후가 문 쪽으로 간다.
오비서가 비뚤어진 의자를 못 참고 똑바로 놓는다.
정후가 열린 문을 잡고 돌아본다.
정후 : 뭐해요. 아저씨. 빨리 가여.
#15. 길
오비서가 모는 차가 이동하고 있다.
오비서가 백미러로 뒤를 본다. 뒷좌석에는 정후가 앉아있다.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듯 건들거리며. 하품을 한다.
오비서 : 피곤하신가봐요.
정후 : 오늘 아침 비행기에서 내렸거든여. 시차 적응이 안 되네여.
하더니 꾸물꾸물 옆으로 아예 누워버린다. 아예 잘 모양이다.
그렇게 오비서의 시각이 안 닿는 뒤에서 정후가 오비서를 살피며 위치추적기를 의자 아래 장착한다.
#16. 문식의 집 정원
오비서가 자신의 가방을 평소처럼 안은 채 정후를 안내해 들어오고 있다.
정후는 그 뒤를 따르면서 사방에 보이는 걸 휴대폰으로 찍는다고 계속 지체하고 있다.
와아.. 우아.. 하면서 멋져 보이는 것들을 찍어댄다.
오비서가 멈춰 돌아보며 난감해하는데.
정후가 기습적으로 오비서를 찍는다. 오비서가 놀라는데 이미 다른 걸 찍는 정후.
정후 : 아저씬 좋겠네요. 맨날 맨날 이런데서 살고.
오비서 : 이쪽으로..
오비서가 먼저 걸어가다 돌아보면. 정후는 오던 길을 다시 가며 뭔가를 또 찍는다.
오비서, 한숨이 나온다.
#17. 문식의 서재
오비서가 먼저 들어서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정후. 서재를 둘러보고 우아.
등을 돌리고 있던 문식이 돌아선다. 정후를 찬찬히 본다.
정후가 그제야 문식을 보고 대충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다.
정후 : 안녕하세요.
문식 : 니가 서정후라고.
정후 : 여섯 번째다. 예예. 제가 서정후거든요.
문식 :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내밀며) 이야.. 정후 이 녀석. 어서 와라.
정후. 그 손을 내려다보면 짧게 멈칫하지만 이내 웃으며 악수를 받는다.
문식이 두 손으로 정후의 손을 감싸며.
문식 : 아저씨 전혀 기억 안나니?
정후 : (갸웃 생각해보더니) 안 나는데요.
문식이 하하 웃으며 정후의 등을 감싸듯 소파 쪽으로 가며 뒤의 오비서에게 눈짓.
오비서가 조용히 방을 나가고.
문식은 정후를 소파에 안내해 앉히며
문식 : 서운한데. 내가 너 여러 번 업어주기도 했는데. 니 아버지하고 나 아주 친했거든.
정후 : (앉으며) 그럼 혹시 아저씨가 그 중에 한 분이신가?
문식 : 응?
정후 : 저한테요. 사진이 하나 있는데요. 다섯 분이 함께 찍은 거에요. 우리 아버지가 있고.. 여자 분이 한분 계시고...
문식 : (미소)
정후 : 혹시 아저씨가 그 중에..
문식 : 그래.
정후 : 맞아요?
문식 : 내가 그 중에 하나였지. 우리 다섯 친구 중에.
정후 : 우아. 한국에 오자마자 잭팟.
문식 : 그동안 한국에 없었어?
정후 : 저 러시아에 있었어요.
문식 : 러시아?
정후 : 유학이요. 저 유학생.
문식 : 전공이 뭔데.
정후 : 말해도 모르실 거에요. 설명하기도 어렵네요.
문식 : 왜 하필 러시아로 갔는데.
정후 : 영어를 못했거든요.
문식이 ?해서 보자. 정후가 히히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18. 문식 집 복도
오비서가 명희와 함께 오고 있다. 오비서는 명희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명희 : 누가 오셨다구요?
오비서 : 꼭 인사시켜야 하는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19. 문식의 서재
정후가 서고들을 둘러보며, 이층의 서고도 고개를 빼고 보며
정후 : 아저씨 돈도 많고 디게 높은 분이신가봐요.
문식 : (웃는) 내가 높은 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정후 : 그러니까 저, 잡혀 있는 거 바로 꺼내주셨죠. 아니에요? (순진하게 바라본다)
문식 : 아 그거..
정후 : 저 근데 아까 왜 잡혀 있었던 거에요? 나 잡혀 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문식 : (온화한 얼굴로) 니 아버지에 관계된 정보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신병을 확보하고 보고하게 돼있어.
그 보고 과정에 내가 들을 수 있도록 손을 써놨었고.
정후 : (순진) 왜요?
문식 : 말했잖아. 친구였다고. 아주 친한.
정후 : 와. 친구한테는 다 말해주는 거구나. 신기하다.
문식이 웃으며 말을 하려는데 문이 열린다. 정후는 문을 등지고 있는 상태인데 그 자세 그대로.
명희 : 손님이 오셨다고?
명희가 정후의 뒷모습을 본다.
문식이 그런 명희와 정후를 번갈아보며
문식 : (정후에게) 인사 드려.
정후가 잠깐 머뭇대는가 싶더니(속으로 태도를 결정하고) 일어나 뒤로 돌아선다. 태연한 척.
정후 : 안녕하세요.
명희가 멈춘 채 정후를 본다. 그런 명희를 문식이 본다.
정후가 명희를 본다. 다음 순간 명희가 미소를 짓더니 문식을 본다.
명희 : 젊은 손님이시네.
문식 : 모르겠어? 누구 닮았는지?
명희 : (모르겠다는 얼굴) 누구?
문식 : 서준석이 닮았잖아.
명희 : (빤히 정후를 보며 대답한다) 어디가 닮았어. 아닌데.
문식 : (그런 명희를 조용히 보며) 준석이 아들이야.
명희가 말없이 정후를 본다. 잠깐 동안 격동되는 마음을 감추고 모른 척 하느라고 힘들었다.
기어이 눈물이 고이더니 두 팔을 뻗는다.
정후가 난감해지며 모자를 벗으며
정후 : 서정후라고 하는데요.
명희 : (목이 메며 웃으며) 이리 좀.. 와봐.
정후가 정말 난처해진다. 할 수 없이 주춤주춤 다가서는데.
명희가 가까워진 정후의 팔을 잡으며.
명희 : 내가. 내가 설 수가 없어서 그래. 좀 앉아볼래? 니 얼굴 좀.. 가까이 보자.
정후가 당황하지만 할 수 없이 한 무릎을 꿇어 앉아준다.
명희가 정후의 얼굴을 쓰다듬고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명희 : 정후야.
정후 : 아.. 예.
명희 : 이렇게 컸구나. 아주 작았는데. 이렇게 컸어.
소리 없이 눈물 흘리며 웃는 명희 앞에서 정후가 몹시 난처한 채로. 그 앞에 앉아 있다.
(정후는 명희의 남편인 길한과 아버지의 관계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이만치에서 문식이 차가운 얼굴로 그들을 본다.
#20. 민자 아지트
민자가 마우스 작업을 하고 있다.
모니터에는 정후가 아까 정원을 지나며 찍은 사진들이 여러 장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민자는 그 중에서 필요한 것들을 고르는 중.
정후는 멋진 경치니 정원을 찍는 거 같았는데.
실상은 여기저기 나무 위나 처마 아래 등에 설치되어있던 CCTV를 찍어서 보낸 것.
민자가 멈춘다. 거기 오비서가 찍힌 사진. 드레그해서 넘기려다가 다시 중앙에 놓고 본다.
민자 : 내가 이 면상을 어디서 봤었는데.. 분명히 봤는데..
안경을 올리며 다시 자세히 본다.
#21. 썸데이 편집국
영신이 프린트물(2-30장의 두툼한)을 안은 채. 블라인드로 가려진 문호의 사무실 앞에서 기웃기웃.
노크하려다가 주저하고 돌아설까하는데. 문이 열린다.
문호가 보더니 어두운 얼굴로
문호 : 뭐.
영신 : 아. 드릴 말씀이.. 나중에 오겠습니다. (꾸벅. 돌아서려는데)
문호 : 들어와.
#22. 문호 집무실
문호가 책상에 기대앉는다. 말하라는 듯.
영신이 좀 쫄아서
영신 : 기획기사 아이템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문호 : 말해.
영신 : (조심스레 들고 온 프린트 물을 책상 위에 놓아주며) 황재국 사건을 다시 취재해보고 싶습니다.
문호 : (찡그려져서 보는)
영신 : 조사를 해봤는데요. 황재국이 자살했다.. 유서를 남겼다.. 그리고 사건이 종료됐다. 이게 아무래도 수상해서요.
문호 : 뭐가
영신 : 너무 쉽습니다. 마치 누군가 황재국이라는 한 사람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손털어버린 거 같달까요.
문호 : 너 황재국이 싫어했잖아. 주연희씨 때문에 궁지에 몰렸었고. 여기 썸데이만 하더라도 고소당했던 건들.
황재국이 죽어주는 바람에 다 해결됐는데. 좋아해야 되는 거 아닌가.
영신 : 어우 좋죠. 아니.. 사람이 죽었는데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암튼.. 그러나. 기자는 어디까지나 진실과 정의를 추적해야지.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프린트를 가리키며) 그 간의 의문점. 취재 포인트.
정리해봤거든요.
문호 : 사람들이 진실이니 정의니 떠들 때는 그 행간을 의심해봐야지. 원래 그런 건 굳이 떠들 필요가 없는 단어들이거든.
사심이 없다면 말이지.
영신 : (풀이 죽는)
문호 : 사심이 뭐야.
영신 : 형사가 찾아왔는데요. 황재국이 유서에 자기가 죽였다고 고백한 사람.. 고성철인가. 그리고 황재국의 자살까지..
의심하고 있더라고요.
문호 : 의심?
영신 : 둘 다 ..힐러가 죽였다구요.
문호 : (마음을 감추느라 자세를 달리하는) 그래서.
영신 : 진실을 밝혀주고 싶습니다. 사건을 다루는 건 경찰이지만 진실을 다루는 건 기자라고 배웠습니다. ... 맞죠?
문호 말없이 영신을 보고 있다. 잊었던 느낌에 어쩐지 마음이 흔들리면서.
#23. 문식의 서재
책상 앞에 앉은 문식에게 오비서가 프린트 종이를 내준다. 정후의 주민등록증을 카피한 것.
오비서 : 주민등록증은 확실합니다. 아까 그 청년. 서정후가 맞습니다.
문식, 말없이 주민등록증의 정후 사진을 보고 있다.
오비서 : 출입국 사실조회도 요청해놨습니다. 내일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오비서가 문식의 눈치를 본다. 문식은 뭔가 혼란스러운 듯 보인다.
문식 : (저 혼자의 생각에 빠져) 명희는 말이야. 원래 거짓말을 잘 못해. 어쩌다 거짓말을 하면 언제나 들키곤 했지. 옛날부터 그랬어.
오비서 : 그럼 아직 의심하시는 겁니까. 저 청년이 힐러일 수도 있다고..
문식 : (오비서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혼란스러움으로) 근데.. 명희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아. 뭐지? 명희가.. 나한테 왜 그러지?
#24. 명희 방
명희의 휠체어를 밀어 들어서는 정후.
명희가 마음이 급한지 자기가 휠체어를 몰아 침대 옆으로 가며.
명희 : 일루 와봐. 여기.
정후. 어쩐지 머뭇거리다가 명희가 밝게 불러서 할 수 없이 다가선다.
명희가 정후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에 앉게 하며
명희 : 니 아버지 얼굴 기억나니? 언제나 웃고 농담 잘 하고..
하며 다섯 친구의 사진이 든 액자를 들어 내준다.
명희 : 여기 니 아버지.
가리켜주다가 보면. 정후가 사진을 받지 않고 명희를 보고 있다.
명희 : 왜.
정후 : (순하게) 사실은요. 얼마 전에 누구한테 얘기를 들었거든요.
명희 : 무슨 얘기
정후 : 우리 아버지가 친구를 죽였다구요.
명희가 굳어서 정후를 본다. 마침 입구를 들어서던 문식도 멈춰 본다.
정후 : 그게.. (사진 속의 길한을 가리키며) 이분이라고 하던데요.
제가 듣기로는 (사진의 명희를 가리키며) 이 분하고 부부셨다고요. 이 여자 분은..
명희 : 나야. 내가 부부였어.
정후 : (가만히 보며) 그럼 제 아버지가 아주머니 남편 분을 죽인 거에요?
명희가 정후를 보는데. 눈물이 차오른다. 액자를 가슴에 안고. 입을 열지만 울컥함에 말을 내놓지 못하는데.
빠르게 다가오는 문식. 불안해서 명희를 감싸며.
문식 : 명희야. 여기까지 하자.
하는데 명희가 자신의 어깨를 짚은 문식의 손길을 떨쳐내더니 애써 미소 지으며 정후에게
명희 : 아니야. 정후야. 아니야. 느이 아버지. 그런 짓 안했어. 그거 알고 싶어서 왔니?
정후 : (막상 그 얘기를 당사자에게 들으니 마음이 뻐근하다) ..예.
문식 : (정후에게) 미안하지만 나가줄래? 이 사람, 몸이 성치가 않아서.. (하며 명희의 손을 잡는데)
명희 : (그 손을 빼내더니 정후에게 뻗는다) 내 손. 잡아 봐.
정후가 그 손을 보며 잠깐 망설이다가 마주 잡는다.
그렇게 마주 잡는 둘의 손을 내려다보는 문식.
명희 : 용감하구나. 그냥 덮어버려도 되는 걸. 그래도 되는데. 아무도 모를 텐데.
정후 : ... 제가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알아야 했어요. 내가 어떤 아버지의 아들인지.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되는지.
명희 : (눈물 어린 눈으로 웃으며) 그래. .. 그래. (하며 돌아보는 곳. 거기 지안이를 안고 있는 젊은 날의 명희 사진)
지안아 봤지? 정후가 이렇게 멋지게 컸다.
정후. 무심코 그 사진을 본다. 거기 명희에게 안겨 있는 어린 지안.
문득 들리는 소리.
어린지안소리 : 정후야.
정후. 뭔가 이상하다. 다시 들리는 소리.
문호소리 : 지안아.
정후. 고개를 들어 명희를 본다.
정후 : 그 애.. 이름이 뭐라구요?
명희 : 지안이. 우리 지안이.. (하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내 딸. 너하구 많이 친했어. 정후야.
문식이 재빨리 정후를 잡아채어 일으키며
문식 : 나가 있어.
정후가 뭔가 얼빠진 느낌이 되면서 몇 걸음 피해준다.
문식이 명희를 감싸 침대로 옮기고 있다.
정후. 다시 사진 쪽을 본다. 명희에게 안겨 있는 어린 지안.
문식이 급하게 사이드 테이블의 서랍을 열고 약을 꺼내는 와중에 그 사진이 바닥에 떨어진다.
정후가 저도 모르게 다가서 액자를 집어 들어본다.
젊은 명희와 어린 지안이.
문호소리 : 지안아.
정후가 뜨거운 것이라도 만진 듯. 테이블 위에 던지듯 놓고 돌아서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그 때 귀 쪽에서 오는 신호. 무의식적으로 정후가 귀의 이어셋을 만진다.
민자소리 : 내 이놈을 어디서 봤는지 알아냈다. 힐러야. 듣고 있냐?
#25. 민자 아지트
민자 : 저번에 엘리베이터 사고 났을 때 말이다. 그 때 내가 주변의 CCTV를 죄다 뒤져 봤잖냐?
그 앞을 그 비슷한 시간에 지나가는 인간들을 쫙 뽑아서 하나씩 신상을 털고 있던 중이었는데 말이지.
민자가 말하며 조작하는 모니터에는 CCTV에 찍혔음직한 같은 앵글의 흑백 사진 속의 행인들이 열댓명이 우루루 띄워져 있다.
민자가 그 중의 하나를 찍어서 앞에 띄운다. 건설모자를 쓰고 있는 오비서의 사진이다.
민자 : 그 중에 도저히 신상이 나오지 않던 몇 명이 있었어. 그 중에 한 놈.
그리고 옆의 사진을 드래그해서 나란히 놓는다. 아까 정후가 찍어 보낸 오비서의 사진이다.
#26. 문식이 집 정원
정후가 휴대폰으로 전송되어온 사진을 다운받는다. 열면. CCTV에 찍힌 오비서다.
민자소리 : 그 놈이 엘리베이터 사고가 나던 날. 그 시간에 그 건물 근처에 있었네.
정후가 고개를 든다. 거기 오비서가 저만치에서 오고 있다.
정후를 보더니 예의 수줍은 듯한 미소를 띄고 고개를 숙여 보이고 정후를 지나쳐 간다.
정후가 멈췄다가 조용히 돌아서 걸어가는 오비서의 뒷모습을 본다.
민자소리 : 이게 어마무시한 우연이 아니라면 그 놈이 채영신을 죽이려던 놈이야.
// 걸어오던 오비서. 멈칫하더니 멈춰서 뒤를 돌아본다. 좀 전까지 거기 있던 정후가 보이지 않는다.
#27. 문식 집 근처 호숫가?
정후가 빠르게 걸어오고 있다. 추운 바람 속에 정후가 미칠 듯이 몰아치는 생각에 빠져 걷고 있다.
#28. 회상 3회 #35. 치수 집 앞
정후 : 이놈인가?
// 건물을 내려오는 정후
// 정후가 기웃해서 보면.
// 운전석의 문호.
// 문호의 시선을 따라 안에서 나오는 영신.
이상의 그림들이 빠르게 이어지는 위로.
정후소리 : 알고 싶었거든. 그렇게 돈을 쳐 들여서 친자확인을 해달란 인간이 누군지.
#29. 호숫가
정후가 점점 빨리 걷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정후소리 : 아버지가.. 사람을 죽였다고?
#30. 회상 11회 #9. 문호 거실
문호 : 길한이 형한테 딸이 있었지.
정후 : 그 애는..
문호 : (끊어서) 죽었어.
#31. 회상 11회 #8. 과거의 집 방안
어린 지안이 어린 정후를 따라 뛰며..
지안 : 정후야아
#32. 호숫가
달리던 정후가 헉헉대며 멈춘다. 평소처럼 숨을 고르지 못하며 달려서 더욱 헉헉대며 호수를 노려본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33. 문호의 집 지하 주차장
문호가 몰고 온 차를 주차한다. 차에서 내리는 문호.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 이만치에서 걸어가는 발.
// 문호가 입구에서 카드키를 댄다. 입구가 열린다. (장소가 협소하면 일층 로비?)
// 점점 빨리.. 달린다. 저 앞에 문호가 들어서는 입구가 보인다.
// 막 들어서려던 문호가 멈칫. 막 돌아보려는 순간.
총알처럼 달려온 정후가 그대로 온 몸을 문호에게 부딪혀버린다.
#34. 지하 엘리베이터 앞
나가 넘어진 문호. 중심을 잡고 일어서려는데.
그보다 먼저 일어난 정후가 달려들며 주먹으로 (팔꿈치로?) 갈겨버린다.
휘청하며 넘어지려던 문호가 가까스로 지탱하고 돌아본다.
거기 잔뜩 화가 난 정후. 문호가 저항할 생각 없이 그대로 서더니 두 손을 내려 벌린다. 더 때리라고.
문호의 입가는 이미 터져서 피가 맺혀 있다.
정후가 짐승처럼 달려들어 문호의 멱살을 잡고 한 대 더 패려 하는데.
문호는 조용히 정후를 보고만 있다.
그런 문호를 더 팰 수도 없고. 울분을 삭힐 수도 없어 정후가 그냥 문호를 두 손으로 잡더니 거세게 밀쳐버린다.
뒷벽에 부딪혀 서는 문호.
정후 : (분노가 터지며) 언제까지 속일 생각이었어.
문호 : (체념하는 기분) 어디까지 알고 온 거니.
정후 : 채영신이 누군지 왜 말 안했어. 왜 죽었다고 했어. 적어도 나한테는 말했어야 하잖아.
문호 : 지안이가 위험했어. 내가 설명해줄게.
정후 : 설명. 김문호 기자의 설명이란 거 내가 알지. 그때그때 적당하게 거짓말 참말 비벼서 내뱉는 거.
문호 : 정후야.
정후 : 이 놈 저 놈. 다 거짓말. 그러니까 내 아버지가 살인범이 아니라고 당신들이 떠들어대도! 그 말도! 믿을 수가 없잖아.
문호 : 지안이에 대해선 말 할 수가 없었어. 그 애를 지켜야 했으니까.
정후 : 친엄마가 살아 있는데 매일매일 눈 앞에 보면서 입 닥치고 있는 거? 그게 지키는 거야?
문호 : 그 아이가 알고. 지 엄마가 알게 되면. 걔는 정말로 엄마를 잃게 될 거야.
정후 : 당신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문호 : ...
정후 :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문호 : ... 미안하다.
정후, 분노를 삭히러 서성이다가 멈추고 똑바로 문호를 보더니
정후 : 여기까지 하죠. 나도 채영신도 이제까지 당신들 없이 잘 살았구요. 앞으로도 잘 살 거니까. 지켜도 우리가 알아서 지킬 거니까.
이제 우리한테 신경 끄세요.
문호 : 정후야. 아직 니가 모르는 게 많아. 그들이 어떤 놈들인지..
정후 : 필요 없다구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까? 이놈이고 그놈이고. 당신 들끼리 알아서 노시라구요. 우린 우리끼리 놀테니까.
(돌아서 가려는데)
문호 : (어쩔 수 없다. 이대로는 보낼 수 없어서) 니 아버지는.
정후 : (돌아보는)
문호 : 니 아버지 문제는 어쩔 생각이니.
정후 : (차갑게 보다가) 내 아버지 문제는 나하고 내 아버지 문제니까 아실 거 없구요.
정후가 나간다. 자동문이 열렸다가 닫힌다.
보고 있던 문호가 입가를 손등으로 눌러 본다. 손등에 피가 묻어난다. 마음의 아픔처럼. 허탈해서 웃는다.
#35. 치수 까페
턴테이블에 올려지는 바늘. 지직거리는 턴테이블 특유의 소리와 함께 음악이 시작된다.
영신이었다. 음악에 따라 리듬을 타며 바 쪽으로 온다. 까페의 앞치마를 두르고 까페 일을 돕는 중.
마지막 손님이었던 여성 둘이 나간다.
영신 : 안녕히 가세요.
쟁반을 들고 그 손님들이 있었던 테이블로 간다. 여전히 흔들흔들. 리듬을 타며.
컵과 케잌 접시 등을 쟁반에 올려 바 쪽으로. 쟁반을 올려놓는데.
문이 열리고 손님이 오는 소리.
영신 : 어서 옵셔.
하며 돌아서다가 아. 놀란다.
정후(봉수 옷차림)가 들어서고 있다. 까페 가운데 쯤 멈춰 서더니 영신을 본다.
영신 : (반가워서) 박봉수.
정후 : (그저 본다)
영신 : 뭐야. 너 나한테 삐친 거 아니었어? 야 난 너 땜에 마음이 쓰여 가지구.. (하다가 이상해서 멈춘다)
영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정후. 입가는 미소 짓는데. 눈이 슬프다. 눈물이 어린 듯도 싶다.
영신이 놀라서.
영신 : 왜 그래.
정후 : 선배
영신 : 어. 왜.
정후 : 내가 지금 힘들어서 그러는데. 좀 도와줄래?
영신 : 그래. ... 뭐어?
그러는데 정후가 그대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영신을 깊이 끌어안는다.
영신이 놀라서.
영신 : 야 (밀어내려다가) 왜 이렇게 차. (등을 만져보는) 너 아주 얼음이야.
그런 영신을 안고. 정후. 그제야 살 거 같다.
영신. 정후의 등에 얹은 두 손이 머뭇거리더니 멈추고. 안아준다. 뭔가.. 익숙한 느낌. 저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정후가 영신의 머리칼에..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영신이 뒤늦게 정신이 든다. 눈을 뜨고 정후의 등을 안았던 손을 떼고
영신 : 어이.. 박봉수?
정후. 놓기 싫다.
영신 : (억지로 밀어내며) 이 정도면 된 거 같은데.
정후. 밀려났다가 생각해보더니
정후 : 아직.
다시 끌어안아 버린다.
영신. 한숨을 쉬었다가 발로 차버린다. 아아.. 정후가 뒤로 물러난다.
영신 : (한 번 더 찰 듯 걸음 나서며) 아직?
정후가 물러나며 두 손을 들어 보인다. 항복이라고. 이제 웃는다.
// 시간경과
영신이 라떼 한잔을 들고 온다. 테이블에 앉은 정후 앞에 놓아준다.
자기는 건너편에 앉으며
영신 : 그래서 벌레 땜에 집에 못 들어간다고?
정후 : (받아서 조심스레 맛을 보며) 소독이 끝날 때까지. 며칠 걸린대. (라테 맛이 맘에 들었다)
영신 : 그 벌레 이름이 뭐라고?
정후 : 곱등이. 그게 집안 전체에 퍼져 가지구 어우.. 끔찍해. (손바닥을 반쯤 잡아 보이며) 한 마리가 이따만 해요.
이게 한 마리씩 다니는 것도 아냐..
영신 : 됐고. 그래서 우리 집에서 재워 달라?
정후 : 저번처럼 소파에서. 아님 여기서 자도 되고.. 담요 한 장만 주면..
영신 : 느네 집 돈 많잖아. 호텔에 가지.
정후 : 호텔은 무섭지. 혼자 그런 델 어떻게 가. 에이..
영신 : 느네 식구는.
정후 : 나 혼자 살아.
영신 : 가족은..
정후 : (홀짝홀짝 마시며) 울 어머닌 재혼 하셨고. 아부진 일찍 돌아가셨고.
영신 아.. 몰랐다. 안쓰러운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다가 보면 정후의 입가에 크림이 묻어 있다.
영신 : 고개 좀 일루..
손짓을 한다.
정후가 ? 해서 고개를 가까이 하면 영신이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들어 정후 입가의 크림을 닦아주다가 멈칫.
정후가 빤히 보고 있다.
영신이 머뭇머뭇하더니 손을 거둔다. 더듬더듬 테이블의 냅킨을 주워 손을 닦으며 괜히 아무렇지도 않게.
영신 : 아버지하고 아저씨하고 상가집에 가셨거든. 일단 전화해서 여쭤볼게. 그리고..
말하다 보면 정후가 웃음기를 감추고 영신을 빤히 보고 있다.
영신 : 뭐.
정후 : 선배는 말이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대매.
영신 : 있다 왜.
정후 : 그런데 아무 남자나 와서 도와달라 그러면 막 안아주고 그래도 되나?
영신 : (손 닦던 냅킨을 정후의 얼굴에 퍽 던지며) 니가 남자냐?
정후 : (얼굴에 맞아주며) 아
영신 : 벌레가 무섭다고 응? (다른 냅킨도 집어 둘둘 구겨 던지며)
정후 : (손으로 막거나 피하거나)
영신 : 선배한테 매달려 우는 분께서 응? (던지고) 남자 코스프레를 하시면 들어주는 분이 좀 괴롭지 않겠습니까?
하는데 커플인 손님이 들어온다.
영신이 일어서며 정후에게 한마디
영신 : 니 숙박비는 야무지게 챙겨 받을 거니까 각오하시고. 어서 오세요.
영신이 손님의 주문을 받으러 카운터 쪽으로 간다.
그런 영신을 웃으며 보던 정후의 얼굴이 차츰.. 가라앉는다. 자신 또한. 영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36. 도로 / 밤
문호가 운전하는 차가 달리고 있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전화번호를 누른다.
화면에 뜨는 [명희누나]. 연결음 소리가 계속 되더니 달칵.
소리 : 지금 고객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문호가 거칠게 전화를 끊고 차의 속도를 높인다.
#37. 문식의 집
급히 들어서던 문호. 멈칫한다.
안에서 나오는 의사와 간호사. (가운은 아니지만 왕진 가방을 든)
문호 : 조박사님.
의사 : 김기자. 오랜만이네.
문호 : 누나가 안 좋아요?
의사 : 진정은 시켰으니까 일단 추이를 보고. 영 안 좋으면 잠시 입원도 생각해보자고 사장님께 말씀 드렸어.
문호가 불안해지며 안쪽을 본다.
#38. 명희의 방
문을 열고 들어서던 문호가 더 들어오지 못하고 멈춰선다.
거기 침대에 누워 잠이 든 듯한 명희 옆에서 문식이 명희의 손을 잡은 채 앉아있다.
잠시 후 문식이 이쪽을 돌아본다. 슬퍼보이던 얼굴이 차가와지며 일어선다. 이쪽으로 온다.
문호의 앞에 서더니 명희가 깰세라 낮은 소리로. 그러나 노함을 감추지 못한 채.
문식 : 낮에 서정후가 다녀갔다. 준석이 아들. 어린 놈이 할말 못할 말을 가릴 줄을 몰라. 저 사람 만들어 놓은 꼴을 봐.
문호 : (명희만 보고 있는)
문식 : 그 아이가 알고 있는 것들. 니가 말해줬니? 그래서 이제까지 잠잠하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쳐들어왔어?
또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한 거야. 지안이 그 앤 어디까지 알고 있고.
문호 : (조용히) 형. 이제까지 난 그래도 내가 형보다는 나은 인간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문식을 돌아보는) 내가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게 형 밖에 없었네. 내가 지금 딱 형 같은 인간이 되어 있잖아.
문식 : 그래서.
문호 : 그래서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더러운 건 일단 걸레로 닦아야지. 하얀 수건은 아깝잖아.
명희 쪽으로 가려는데 문식이 막아선다.
문식 : 나하고 얘기 좀 하자.
문호 : 나, 누나 보러 왔어. 형이 아니고.
문호가 문식을 지나쳐 명희 쪽으로 간다.
문식. 차가와지며 그런 문호를 본다.
#39. 문식 집 일각
걸어오는 문식을 따르는 오비서.
문식 : 지금 힐러는 어르신의 동영상을 갖고 있다고 봐야지. 만약에 힐러가 서정후 그 아이고. 그 뒤에 문호가 있다면.
(멈춘다. 생각해보는)
오비서 : 힐러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만 답이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금액을 제시해도 꿈쩍도 하지 않구요.
그 외에는 연락할 방법이 없는데..
문식 : 그럼 나오게 만들어야지. 나도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참 안타깝구만.
하더니 먼저 걸어간다. 오비서가 얼른 그 뒤를 따른다.
#40. 치수네 집 앞 / 밤
일층의 까페는 불이 꺼져 있고. 이층의 거실은 불이 환하다.
이만치 어둠 속 길가에 세워져 있는 형사들의 차. 여전히 잠복 근무중인 두 형사. 둘이 햄버거를 먹고 있다.
형사 하나가 지겨운 듯 기지개를 켠다.
#41. 치수네 이층 부엌
정후가 난감해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 앞에 놓여 있는 감자 몇 알. 당근 두 줄.
옆에서 영신이 냄비를 씻어 준비하며.
영신 : 뭐해.
정후 : 그러니까 이걸..
영신 : 깎으라고.
정후 그 옆에 놓인 감자깎기를 들어서 살펴본다. 칼은 사용해봤어도 감자 깎기 도구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감자 하나를 들어 조심스레 깎아본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옆으로?
영신이 한심해서 보다가 감자와 깎기를 뺏어가며
영신 : 양파나 까셔.
// 정후가 양파를 까고 있다. 거의 쥐어뜯으며.
영신이 감자를 깎으며 한심해서 보다가
영신 : 봉수야.
정후 : ?
영신 : 눈꼽은 좀 닦고 살지. 거기 왼쪽 눈.
정후가 양파 까던 손으로 눈을 비비다가 아.. 멈췄다. 매워. 아아아..
영신이 좋다고 웃는다.
// 식탁에 놓이는 카레라이스 두 접시. 샐러드에 김치.
마주 앉는 정후와 영신.
영신 : 잘 먹겠습니다.
정후 : 잘.. (역시 어색해하다 보면)
영신이 빤히 보고 있다. 정후가 먹기를 진지하게 기다리는 중.
정후가 카레를 한입 밥이랑 떠먹는다. 영신이 보고 있다.
정후가 좀 묘한 표정을 짓는다.
영신 : 왜 맛없어? (자기도 한 입 먹어본다) 괜찮은데.
정후가 더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씹는다.
영신이 걱정 되서 보다가
영신 : 그렇게 이상해?
정후. 더욱 표정이 묘해지다가 마치 토할 거 같은 얼굴이 되다가 결국 못 참고 웃는다.
영신 그제야 정후의 장난을 알고. 열 받아서 에이씨.
// 정후가 소파에 앉아있다.
부엌 쪽에서 영신이 전화 중. 팔에는 치수의 파자마 잠옷 세트를 안은 채.
영신 : 아부지도 참. 무슨 문을 잠그고 자. 아버지 봉숙이야 봉숙이. 알았어. 운전 조심하시고.
끊고 정후 쪽으로 온다. 얌전하게 앉아 있는 정후.
영신 : 아버지 도착하려면 한두 시간 더 걸린다고. 먼저 자래.
정후 : 기다려도 되는데. 인사는 해야..
영신 : 이거 아부지 꺼라 좀 많이 크겠지만 그래도 잘 때는 잠옷.
하며 잠옷을 정후에게 내준다.
정후가 일어나며 받으려다가 서로 타이밍이 틀려서 잠옷이 떨어져 내린다.
아. 서로 잡으려다가 정후의 손이 영신의 손을 잡았다. 그 정후의 손 느낌에 영신이 멈췄다.
정후가 영신의 손을 놓고 잠옷을 받아 든다.
영신이 정후의 손을 본다. 그 느낌이 기억 속에 있다.
정후가 불안해서 보며
정후 : 왜?
영신 : 잠깐만..
하더니 정후가 피할 사이도 없이 정후의 손을 잡는다. 정후가 숨을 죽이고 본다.
그렇게 손을 잡고 있던 영신이 저도 모르게 손깍지를 끼려고 하다가 멈춘다.
영신이 새삼 정후를 올려다본다. 그럴 리가 없다.
영신이 얼른 손을 뗀다.
영신 : 내가 아무래도.. 돌았나부다. 미안해. ..자라.
그러더니 급히 자기 방으로 가버린다.
보고 있는 정후. 쾅.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린다.
정후. 그대로 선 채. 영신의 방 쪽을 보고 있다. 기분이 서서히 차갑게 가라앉고 있다.
#42. 치수 까페 1층
불이 꺼진 상태. 이층에서 내려온 정후가 창문 쪽으로 가서 밖을 살피며(형사들의 차를 보는) 민자와 통화중.
정후 : 그 명희라는 여자 있잖아. 김문식이 지금 와이프 말야. 그 사람 병원 기록 좀 찾아볼 수 있을까?
죽은 줄 알았던 친딸을 만나게 되면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건지 알고 싶은데.
민자 : 정식 의뢰냐?
정후 : 받으라고 돈. 내 통장 관리 아줌마가 하잖아. 알아서 빼가시라고.
#43. 민자 아지트
민자가 한밤중에 김치전?을 부치고 있다.
민자 : 그렇다면 내가 서비스로 돈 한 푼 안 받고 고객님에 대한 분석평가 좀 해드리지.
너님 지금 인공지능 다 망가진 깡통 로봇인 거 아세요?
정후 : 아따 이 아줌마 또 배고픈가보네. 잔소리 시작하는 거 보니.
민자 : 여자한테 정신줄 놓더니 그 애 휴대폰, 줄줄 흘리고 다니면서 지 정체 바로 털려. 지 아부지 얘기 듣자마자
지 얼굴 지 실명 다 까고 적진에 고대로 뛰어들어. 지금은 또 뭐냐. 형사들이 진 치는 앞에 지 발로 기어가서 뭐? 누굴 지켜?
#44. 치수 까페 1층
정후가 긴 의자(2회때 변장해서 앉았던 자리)에 대충 기대앉으며.
정후 : 아줌마 늙어가나 봐. 말이 점점 많아지는 거 알아?
민자소리 : 내가 전에 슈퍼맨 얘기 해줬자네. 너처럼 여자 땜에 위장취업한 놈. 그 놈에게 약점이 하나 있는데 말이다.
민자의 이야기가 들리는 동안 정후는 가게의 안 쪽을 보고 있다.
바 쪽에서 마치 환영처럼 영신이 춤을 추고 있다. (2회에 보여졌던 채치수와 춤을 추던 모습 잠깐)
그 기억에 정후, 미소 짓는다.
민자소리 : (계속되는) 크립톤지 뭔지 하는 돌멩이가 그 놈 약점이야. 그 돌멩이만 옆에 있으면 애가 완전 힘을 못 써. 듣고 있냐?
정후 : 어.
민자소리 : 근데 힐러 니놈한테는 아무래도 사람이 그 돌멩인가부다.
정후 : 아줌마.
민자소리 : 사람.. 인간이 너한테는 크립토 머시깽이라고.
정후 : 내가 다 알거든. 아줌마 사실은 나 디게 좋아하는 거.
민자 : .. 누구세요?
정후 : 아줌마 알고 있었지? 내 아버지가 채영신 아버지를 ..어떻게 했다는 얘기. 그래서 우리 자꾸 떼놓으려고 한 거지?
내가 상처 받을까봐.
#45. 민자 아지트
접시에 김치전을 담고 머그잔에 커피를 따르며
민자 : 상처.. 받았냐?
정후는 대답이 없다.
#46. 치수 까페 1층
정후가 생각해보고 있다가.
정후 : 나 아버지 얼굴도 기억 안나. 아는 건 사진에 있는 얼굴뿐이고. 그런 아버지가 이십년도 더 옛날에 무슨 짓을 했든..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상관없지. ...내가 좋아하는 여자, 아버지만 안 죽였다면.
그렇게 말하자 지끈 가슴이 아프다.
정후 : 아줌마.
민자 : 왜.
정후 : 나.. 채영신이 좋아.
민자 : ... 그걸 이제 아셨세요?
정후 : (미소) 그러니까 각오하고 있어. 상처 받아도 어쩔 수 없다.. 그 애는 몰라도 괜찮다. 그래도 옆에 있어야겠다.
..도망가라고 하지 마. 도망치는 법 같은 거. 나 몰라.
민자는 더 이상 말이 없다.
정후는 그대로 앉아 있다. 그렇게 말로 정리하고 나자. 어쩐지 편해지는 마음으로.
#47. 채치수 까페 앞 / 아침
정후와 영신이 나오고 있다. 저 앞으로 간다. 거기 세워져 있던 정후의 차를 타고 있다.
그 모습을 이쪽 차 안에서 보고 있던 형사가 휴대폰에 문자를 찍기 시작한다.
#48. 길 가 / 윤동원 차 내부
조수석에 놓인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는 신호.
차 앞에 장착된 기기가 깜박이더니 문자를 읽어주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 : (여자의) 손명수로부터 문자. 7시 40분 채영신 출근했습니다. 동료기자 박봉수. 함께 출근.
그 옆의 운전석. 의자를 뒤로 길게 눕히고 담요?를 제대로 덮은 채 윤동원이 잠들어 있다.
문자 소리가 들려도 꿈쩍 안하고 깊이 자는 중.
이제야 보이는 차 옆의 풍경. 상수파 건물이 저 앞에 보인다.
그 앞에 세워지는 차. 요요가 상수파 사내들 몇과 함께 내린다. 출근하고 있는 중이다.
요요가 요요를 흔들며 입구로 들어간다.
윤동원은 아직 자고 있다. 인스턴트 껍질 등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49. 썸데이 건물 / 아침
#50. 썸데이 편집국
찬영이 급하게 수첩을 챙겨서 회의실 쪽으로 달려간다.
편집국 내에는 아무도 없다.
#51. 회의실
찬영이 뒤늦게 들어와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이미 문호를 위시한 썸데이의 모든 식구가 다 자리하고 함께 TV를 보고 있다.
화면에 보여지는 것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서 출두를 하고 있는 김의찬의 모습.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여기저기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들이 들리는 가운데 리포터의 소리가 들린다.
자막 : ‘성접대 의혹’ 김의찬 의원 오늘 검찰 소환
기자들 질문. 성접대를 받았습니까? 특혜를 준 사실이 있습니까? 황재국 사장의 유서 내용이 사실입니까?
서울시장출마는 어떻게 됩니까? 사퇴하시는 겁니까?
리포터소리 : 출마기자회견에서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김의찬 의원이 오늘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김의찬 의원은 성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인사인 건설업자 황모씨의 유서와 성접대 동영상에 대해
집중 조사해 혐의가 확인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 이라고 밝혔습니다.) (리포트는 시간에 맞게 대충 잘라서)
문호가 리모컨을 들어 끄더니 모두를 향해 돌아앉는다.
문호의 시선이 영신 쪽으로 간다. 영신이 하품을 하다가 얼른 얌전하게.
그 옆에 있던 정후와 시선이 마주친다. 정후가 똑바로 문호를 본다.
문호가 싱긋 웃더니 모두에게
문호 : 우리 썸데이 뉴스. 새로운 기획. 발표할게요. 방금 뉴스에서 본 김의찬의원, 오늘 주요 일간지들 제목 내놓은 거 보니까
아마 버림 받을 거 같아요. 당에서도 벌써 내놓은 거 같고. 그럼 이제 다음 서울 시장 후보를 내세울텐데.
그 사람이 우리의 다음 특집 대상입니다.
장부장 : 차기 서울 시장 후보가 벌써 발표됐어요? 난 왜 못 봤지?
문호 : 아직 발표 전인 거 맞구요. 저는 사적으로 알게 됐고요.
장부장 : 누군데요.
문호 : 김문식 제일신문 사주요.
모두 놀라서 본다. 종수가 제일 놀랐다.
문호 : 아마 며칠 내로 김문식에 대한 뉴스들이 올라오기 시작할 겁니다.
김문식의 그동안 숨겨졌던 업적이라든가. 쟁쟁한 누구의 추천사 라든가...
장부장 : 아니.. 저기.. 김문호 기자의 친형 되시는 그분 말씀이죠?
문호 : 예. 며칠 전에 여기도 왔었죠.
장부장 : (보다가 허허.. 웃는다)
문호 : (보는)
장부장 : (다 알았다는 듯) 아아. 네에. 그런 거였군요. 이거 참.. 제가 순진했나봅니다.
아아 나.. 왜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때가 안 묻지.
문호 : (미소) 말씀하세요. 다 알아듣게.
장부장 : (좀 열받아서) 이런 거네요. 김문호 기자가 우리 썸데이를 구입하더니 첫 번째 특집으루다가 김의찬을 물먹였죠. 대박 성공.
우리 썸데이도 검색어에 오르내리게 됐고요.
문호 : (미소로 보고 있는)
장부장 : 그게 말입니다. 저는 굉장히 멋지다..라고 생각했단 말입니다. 근데 그게 다 이제 보니까... (망설이는)
문호 : 이제 보니까?
장부장 : 형님 선거운동을 도와드리기 위한 전초전이었네요. 예. 뭐. 세상이 다 그런 거죠. 이해합니다.
문호 : (웃고 종수에게) 거기 스파이.
종수 : 예.
문호 : 매일 보고하나?
종수 : 일주에 두 번 보고하고요. 별일 있을 때는 수시로 하라 그랬는데요.
문호 : 가서 보고해. 썸데이에 김문호가 김문식 시리즈를 시작한다고. 김문호는 김문식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게 많아서
아주 재미난 것들이 나올 거 같다고. 그 시리즈 첫 번째. 그의 부는 어떻게 축적된 것인가.
(장부장을 보며) 이런 시작이면 괜찮지 않겠어요? 이런 인간이 서울시장 되면 안 된다..라는 게 제 기획의도인데.
장부장.. 뭐라 대답을 못하고 우물우물..
옆에서 여기자가 장부장을 툭 친다. 거봐요. 괜히..
#52. 정후모친 집 앞
정후모친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온다.
// 쓰레기 집하장. 정후모친이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서는데 휴대폰에서 문자 도착음이 울린다.
휴대폰을 꺼내서 열어본다. 정후모친 얼굴에 금방 미소가 떠오른다.
발신제한번호로 온 그 문자. [ 엄마. 오늘 저녁 같이 해요. 장소 보내드릴께요. 정후]
정후모가 문자를 다시 읽으며 집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이만치에서 보인다.
그 각도에서 사진이 찍힌다. 찰칵..
#53. 문호의 집무실
문호가 작은 USB를 하나 내준다. 영신이 두 손으로 받아든다.
입구 쪽에는 정후가 서있다.
문호 : 그 안에 보면 내가 그동안 조사했던 자료들이 있어. 황재국이 접대한 인사들 꺼 정리한 거야.
영신 : 감사합니다.
문호 : 그들 관계를 살펴봐. 돈을 따라가는 게 제일 빠를 거다. 어떤 권력도 기본적으로는 돈의 역학관계니까.
영신 : 알겠습니다. 우선 담당형사부터 만나볼 생각입니다. 그 의심 많은 분이요.
문호 : 좋지. 이번 취재는 박봉수 데리고 같이 해. 기자 일 잘 가르쳐 주고.
영신 : 제대로 가르치겠습니다. 박봉수. 가자.
영신이 쿵쿵거리며 먼저 나갔다.
정후가 따라 나가는 척 하다가 문을 닫고 다시 돌아와서. 낮게
정후 : 채영신이 위험하다매요. 근데 저렇게 돌아다니게 해요?
문호. 미소 지으며.. 물 컵에 비타민을 넣어 녹이며
문호 : 지키는 건 니가 한 대매.
정후 : 와 (어이없어서)
문호 : 어차피 도망치거나 숨긴 늦었어. 반격을 할 수 밖에.
정후 : 채영신은 계속 아무것도 모르게 냅두고?
문호 : 기다리는 중이야. 지안이가 지 힘으로 나한테 올 때까지. 그때가 되면 그 녀석한테 한 대 더 맞지 뭐.
(하며 아직 상처가 남은 자신의 입가를 가리켜 보인다)
정후 : 나 아는 사람이 들으면 한마디 했을 겁니다. 그 놈 참.. 지랄도 창조적으로 한다.
문호가 웃으며 물을 마신다.
#54. 윤동원 차 내부
기기에 파란 불이 껌벅이더니
소리 : 채영신. 채영신입니다. 통화 괜찮겠습니까? 만나 뵙고 싶어서요.
백미러를 보며 수염을 깎고 있던 윤동원이 기기를 내려다본다. 클릭해서 다시 듣는다.
소리 : 채영신입니다. 통화 괜찮겠습니까? 만나 뵙고 싶어서요.
윤동원이 앞을 본다.
거기 상수네 건물에서 나오는 요요와 윤발 등. 그 패거리들.
봉고차 등 차량이 윤형사의 차를 지나쳐서 달려가더니 그 앞에 세워진다. 상수파들이 우루루 나뉘어 탄다.
#55. 백화점 앞
정후모친이 나오고 있다. 손에는 새 옷이 든 큼직한 종이백을 들고 있다.
손목시계를 보고 걸음을 재촉한다. 정후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길 건너쯤에서 그런 정후모를 보는 시각. 그리고 다시 찰칵. 사진 한 장이 찍혀진다. (종이가방이 눈에 띄게 부탁합니다)
#56. 민자 아지트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민자의 발.
보면. 민자가 발을 올린 채 의자에 뒤로 기대 입을 벌리고 자고 있다. 손에는 뜨다만 뜨개거리.
그렇게 자다가 띵똥. 알림음 소리에 얼핏 깬다.
배를 긁고 다시 자려다가 실눈을 뜨고 한쪽 모니터를 본다. 받은 메일함. 맨 위에 도착한 새 메일.
민자 다시 뒤척이고 자려다가 잠이 깨버렸다. 뭐? 해서 다시 본다.
그 메일의 제목 [ 서정후를 찾습니다 ]
민자가 꿈틀거리며 자세를 바로 해서 그 메일을 클릭해본다. 내용은 없고 첨부파일만 있다.
첨부파일을 클릭해본다. 뜨는 사진 한 장. #52. 정후모친 집 앞에서 찍은 정후모의 사진이다.
#57. 거리
정후가 운전하는 차가 달리고 있다. 조수석에는 영신.
영신은 노트북에 문호가 준 USB를 꼽고 파일을 불러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 영신을 힐끗거리다가
정후 : 선배
영신 : 왜.
정후 : .. 아닙니다.
영신 : (싱거운 놈.. 흘기고 다시 노트북 보는)
정후 : .. 선배.
영신 : 아 뭐어.
정후 : 물어볼 게 있는데.
영신 : 물어보라고.
하는데 영신의 전화가 울린다. 받아서
영신 : 여보세요. 윤형사님. 안녕하세요. 예. 어디요? 그럼 저희가 그 쪽으로 갈께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 같은데요.
근처 가서 전화 드리겠습니다.
하고 영신이 전화하는 옆에서 정후가 조심스레 이어셋을 건드린다. 민자에게서 전화가 온 것.
민자소리 : 너 지금 좀 봐야할 게 있다. 메일 볼 수 있냐.
정후가 옆에 보관함을 열어 안경을 하나 꺼내 쓴다. (특색 있는 고글은 아니고 그냥 학생 안경)
영신 : 박봉수 이스턴몰로 갈 수 있어? (하며 정후를 돌아봤다가 안경 쓴 모습이 좀 낯설어서) 너 눈 나빠?
정후 : (민자와의 통화에 신경 쓰고 있어서 대충 답하는) 가끔.. 안 보이면 쓰죠. 더 볼게 있거나..
영신 : 윤형사하고 이스턴몰에서 만나기로 했거든. 가는데 얼마나 걸릴까.
그런데 정후는 대답이 없다. 정후 귀에 들리는 소리.
민자 : 30분 간격으로 메일이 들어오고 있다.
정후가 안경테를 조작한다.
// 안경화면으로 보이는 화면. 투명하게는 운전하고 있는 앞의 거리가 보이고. 그 귀퉁이에 뜨는 메일.
열면. 뜨는 사진. 모친이 집 앞에 있는 사진이다.
// 정후가 급정거를 하며 길가에 차를 세운다. 영신이 놀라서 본다.
영신 : 야.
정후가 다시 테를 조작한다.
// 두 번째 사진이 열린다. 백화점 앞에서 찍힌 모친.
정후가 네비를 켜면서.
정후 : 어디야.
영신 : 못 들었어?
#58. 민자 아지트
민자가 빠르게 키보드 작업을 하며
민자 : 느이 엄마 휴대폰 추적 중이다. 근데 힐러야. 이거 누가 봐도. 확실한 함정이야.
#59. 도로 차 안
정후가 초조하게 네비 화면을 두들기며
정후 : 어디냐고.
영신 : 이스턴 몰이라고. 아 그 참.
#60. 민자 아지트
모니터에 떠 있는 지도 중의 한 곳에 붉은 점이 껌벅인다.
민자 : 성산로터리다. 기하역 근처.
#61. 도로 차 안
정후가 차를 급출발한다. 영신이 놀라서.
영신 : 박봉수. 우리 안 급해. 천천히 가도 된다고.
정후 : 지금 가장 잘 빠지는 길이 어디지.
영신 : 나야 모르지.
#62. 민자 아지트
민자가 키보드 작업을 한다. 옆의 모니터에는 주변의 도로 상황들 CCTV 화면이 여기저기 바뀌어지며 보여지고 있고.
민자 : 이거 아무래도 김문식의 함정 같은데. 니가 만약 그대로 달려가면 서정후는 힐러다. 자백하는 꼴이거든.
내가 니 사부한테 연락 중이야. 이건 니 사부한테 알아보라 그러자.
정후소리 : 가장 잘 빠지는 길!
민자 : (할 수 없이) 로열백화점 쪽으로 우회전.
#63. 도로
정후가 차를 급하게 우회전 시킨다.
영신이 놀라서 정후를 보고 있다. 낯선 느낌이다.
#64. 레스토랑 앞
정후모친이 오고 있다. 휴대폰 화면을 보고 레스토랑의 간판을 보고. 입구로 들어간다.
길 건너 이쪽에서 보이는 레스토랑. 4-5층 정도의 상가 건물 1층에 있는 이태리식? 정도의 레스토랑.
길가 쪽이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내부가 잘 보인다.
길 건너 이쪽에서 보는 시각으로 안으로 들어선 정후모친.
점원이 그 모친을 안내해서 유리창 쪽으로 오는 게 보인다.
#65. 레스토랑 내부
정후모친을 안내해가는 점원. 유리창 바로 앞에 [예약] 팻말이 있는 테이블로 안내한다. 예약 팻말을 치워준다.
정후모친이 미소 지으며 앉는다. 들고 있던 옷 가방을 옆의 의자에 올려놓으려다가 그 안에서 옷을 꺼내본다.
정후에게 주려고 산 윗옷이다.
그렇게 정후모친이 옷을 다시 살펴보고 있는 유리창 밖으로 상수네 파의 차들이 줄줄이 지나간다.
잠시 후. 윤동원이 모는 차가 지나간다.
#66. 건물 지하 주차장
윤동원이 차를 몰고 들어온다. 차를 몰아가면서 보는 곳.
상수파들이 한쪽에 차를 줄줄 세우고 사내들이 내리고 있다.
얼굴을 슬쩍 가린 채 그들을 지나가는 윤동원.
// 지하 주차장 구석으로 차를 몰아오는 윤동원. 구석에 차를 세우고. 슬쩍 보면
저만치 멀리서 사내들이 상수의 지휘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나뉘어져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윤동원이 주차장의 위쪽을 본다. 거기 CCTV가 하나 보인다.
윤동원이 조수석에 놓았던 노트북을 들어 뚜껑을 연다.
#67. 민자 아지트
민자가 고개를 홱 돌려보는 곳.
거기 정후모친을 추적하고 있는 붉은 점 옆으로 또 하나의 붉은 점이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차를 타고 그 지점으로 다가가는 느낌)
민자 : 힐러야. 니가 저번에.. 김문식이 집에 갈 때. 그 집 비선지 뭔지 하는 놈. 차에다가 추적기 달아놨었지?
#68. 도로
빠르게 운전을 하고 있는 정후. 굳어있는 얼굴.
민자소리 : 그 놈의 차가 니 어머니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거의.. 다 왔어.
#69. 레스토랑 내부
정후모친이 옷을 다시 개고 있는데.
그 옆에 서는 남자.
오비서 : 혹시..
정후모친이 올려다보고 굳는다.
오비서 : 저 기억하십니까.
정후모 : (더듬거려) 백변호사님. (하며 저도 모르게 옷을 감싸 안는다.)
#70. 레스토랑 앞
길 건너에서 보이는 유리창 안의 모습.
오비서가 정후모친의 앞에 앉는다. 그 모습이 찰칵 찍힌다.
#71. 도로
달리는 정후의 차.
조수석의 영신이 앞을 보다가 깜짝. 정후가 모는 차가 또 한 대를 추월해 달린다.
민자소리 : 메일이 또 왔다. 사진 한 장 더.
// 정후의 안경화면. 옆에 메일. 열리며 뜨는 사진.
정후모친과 마주 앉아 있는 오비서.
// 정후. 미칠 것 같은 심정이 된다.
옆에 앉은 영신이 그런 정후를 낯설어서 돌아보고 있다.
#72. 지하주차장
윤형사가 노트북의 키보드로 C언어를 빠르게 치고 있다.
화면은 커맨드창. 윤동원이 엔터를 친다.
#73. 건물 경비실
직원 하나가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작은 경비실.
그 등 뒤 쪽으로 보이는 CCTV 화면들.
#74. 지하 주차장
윤형사의 화면에 잡히는 동일한 CCTV 화면들.
윤형사가 조작을 해서 그 중에 지하 주차장을 찍고 있는 화면들을 불러낸다.
화면 속에서는 상수파 사내들이 이쪽저쪽으로 흩어지는 것이 보인다.
각자 지휘에 따라 자기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75. 레스토랑 내부
마주 앉은 오비서와 정후모친.
오비서가 온화한 얼굴로 정후모친이 끌어안고 있는 옷을 보며
오비서 : 아드님 옷인가봐요.
정후모친 : 아.. 우리 애가 옷을 얇게 입고 다녀서..
오비서 : 우리 애라면.. 어떤 아드님을 말씀하시는지. 참. 큰아드님 이름이 ..정후였든가요. 그 아들하고는 연락을 자주 하세요?
정후모친. 굳게 입을 다물고 오비서를 본다.
#76. 레스토랑 앞 길
레스토랑 건너편 길가. 급정거로 서는 정후의 차.
정후가 그제야 생각난 듯 영신을 돌아보더니
정후 : 여기서 잠시만.. 내가 갈 데가 좀..
영신 : 알았어. 다녀와. 기다릴께. 무슨 급한 일이..
하다보면 이미 정후는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는다.
영신. 정말이지 너무 낯선 박봉수의 모습이라 멍한 기분이다.
다시 기웃해서 내다봤는데. 앞쪽으로도 뒤쪽으로도 정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엥?
#77. 길
정후가 빠르게 걷고 있다.(현재 안경 쓴 상태.)
저 앞에 모자를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정후가 빠르게 지나쳐 간다.
노점상 주인은 눈치도 못 채게 어느새 모자 하나를 집어 들어 가는 정후.
// 옷가게가 하나 있다. 거기 걸려있는 옷들.
정후가 휙 지나간다. 검은 점퍼가 사라지고 옷걸이 하나만 달랑 남는다.
#78. 레스토랑 앞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 점퍼를 입고 안경을 쓰고 폴라를 올려 입을 가린 정후가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너고 있다.
그가 보는 레스토랑. 정후모친이 앉았던 유리창 안쪽은 비어있다.
#79. 레스토랑 내부
들어오는 정후. 마치 손님인 듯 빠르게 창가 자리로 걸어간다. 시선은 유리창 너머를 살핀다.
#80. 길 건너편
차 안에 앉아있던 영신이 문득 옆을 돌아본다.
차 옆에 어떤 사내가 길 건너를 사진 찍고 있다. (이제까지 정후모친을 죽 찍어왔던 사내)
영신이 그 사내가 찍는 건너편 건물을 본다. 레스토랑. 환하게 불 켜진 레스토랑 내부.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한 남자. 모자를 쓰고 검은 점퍼를 입고.
영신이 급히 옆의 사내 쪽을 돌아본다. 그 사내는 분명히 레스토랑 안의 남자를 찍고 있다.
영신, 안전벨트를 풀어낸다.
#81. 레스토랑 내부
정후가 다가선 아까의 테이블. 그 의자에 옷이 담긴 종이가방이 있다.
정후가 그 종이백을 가리키며 마침 지나가던 점원에게
정후 : 여기 계시던 분 어디 갔어요.
점원 : 아. 아주머니요. 저 뒷문으로 금방..
하는데 이미 그쪽으로 이동해가는 정후.
점원이 가방을 보고
점원 : 어 이거.. 손님?
부르는데. 정후는 벌써 뒷문으로 나갔다.
#82. 뒷문 밖? 건물 복도? 일각
달려 나온 정후가 어느 쪽으로 갈지 몰라 좌우를 살피며
정후 : 아줌마. 엄마 위치 좀. 식당 안에 없어.
민자소리 : 느이 엄마가 오비서 차 쪽으로 간 거 같다. 둘이 합쳐지고 있어.
정후가 달리기 시작한다.
민자소리 : 거기 주차장 찾아봐. 난 그 건물 CCTV 들어가 볼테니까.
#83. 레스토랑 내부
영신이 들어온다. 아까 보았던 창가 자리로 이동한다. 그 테이블 옆에 서서 하는데. 실내를 두리번거리는데.
점원이 영신을 보고
점원 : 그 자리 예약헀던 분이세요? 아주머니 벌써 가셨는데.
#84. 지하 주차장 윤동원의 차
노트북의 모니터로 보이는 CCTV 화면들.
그 때 갑자기 지직거리는가 싶더니 화면들이 일제히 꺼진다.
어라.. 해서 보다가 윤동원이 좋아서 미소 짓는다.
윤동원 : 하아 나 이러면 안 되는데. 긴급 상황이라 이거 참.. 어쩔 수가 없네.
하면서 손가락을 풀고 본격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한다.
#85. 민자 아지트
민자는 키보드 작업을 하면서 한눈으로 추적기를 표시하는 지도 모니터를 본다. 두 개의 빨간 점이 하나로 뭉쳤다.
민자 : 느이 엄마. 오비서 차에 있다.
#86. 주차장으로 통하는 비상계단
달려 내려오던 정후가 일단 멈춘다.
정후 : 아줌마. 주차장 좀 봐줘. 기다리는 놈 있나.
#87. 민자 아지트
민자가 빠르게 작업을 하며
민자 : 다 되어간다. 잠깐만..
엔터를 친다.
민자의 앞 모니터에 아까 윤동원의 화면에 떴었던 CCTV 화면들이 주루루 떠오르는가 싶더니. 멈춘다.
뭔가 이상하다. 다음 순간. 옆의 모니터에서 붉은 효과와 함께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민자 미친 듯이 의자를 밀고 가서 옆의 키보드를 쳐댄다.
#88. 비상계단
정후가 이상해서 안경테를 조작하며
정후 : 아줌마?
#89. 지하주차장 윤동원의 차
윤동원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치고 있다.
그 화면에서 미친 듯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C언어들.
#90. 건물 경비실
아까의 직원이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어? 해서 손을 뗀다.
그 화면에 c언어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직원이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등 위의 CCTV 화면들이 지직거리고 멈추거나 꺼져 버린다.
#91. 민자의 아지트
계속 울리고 있는 경고음.
민자 벌떡 의자를 밀치고 일어서는가 싶더니 후다닥 달려가더니 두꺼비집의 뚜껑을 열어젖히고. 일제히 내려버린다.
암전. 깜깜해진다. 저쪽 한 군데. EXIT의 푸른 불만 남아있다. 조용하다..
#92. 지하 주차장
윤동원이 몇 번 더 키보드를 치다가 약이 올라서 노트북을 버럭 밀어버린다.
거의 쫓아 들어가다가 막혔다.
#93. 비상계단
정후 : (당황해서) 아줌마. 나 안에 상황 좀 알아야 되는데..
조용하다. 어쩔 수 없다. 계단을 마저 내려간다.
#94. 지하 주차장
문이 가만히 열리며 정후가 나온다. 주차되어 있는 차들 뒤로 낮게 몸을 숙이고 이동한다.
그러다가 고개를 내밀어 보는 곳. 저 앞에 오비서의 차가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봉고차가 세워져 있다.
정후가 안경테를 만져서 줌인해본다.
오비서의 차 운전석에 앉아있는 것은 오비서가 틀림없다. 그 차에는 오비서 뿐이다.
그 옆의 봉고차는 안이 보이지 않는다. 그 봉고차 주위에 세 명의 상수파 사내들이 서 있다.
정후. 주위를 둘러본다. 그들 말고 다른 사람은 일단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정후. 폴라를 입 위로 끌어올리더니 그 쪽으로 이동한다.
// 봉고차 주변. 사내 하나가 무심하게 돌아서는데 날아오는 발길. 정후다.
다른 두 명이 눈치를 채고 이쪽으로 달려오는데 정후. 그리 어렵지 않게 제압해서 쓰러뜨린다.
정후가 오비서의 차를 본다. 오비서가 차 안에서 정후를 보더니 얼른 차 문을 잠그고 자세를 낮춰서 숨으려 한다.
정후. 봉고차의 문손잡이를 잡는다. 확 열어젖힌다.
그 순간 안에서 날아오는 쇠파이프. 정후가 날렵하게 피한다.
안에 숨어있던 윤발이 공격해 들어온다. 정후가 피하며 안을 들여다본다. 봉고 안은 비어있다.
그리고 그 안에 놓여져 있는 정후모친의 휴대폰.
다시 공격해오는 윤발을 피해서 반격하려는 순간. 아. 정후의 허벅지에 날아와 꼽히는 마취주사기.
정후가 뒤를 돌아본다. 저만치서 마취총을 날린 요요가 좋아서 이쪽을 보고 있다.
다음 순간 윤발이 휘두른 파이프에 제대로 맞아 넘어지는 정후.
다음 순간 차 밑으로 굴러 들어가 반대편으로 굴러 나온다. 허벅지에 꼽혀 있는 침을 빼낸다.
숨어있던 상수 패거리들이 달려온다. 정후. 도망치기 시작한다.
// 윤동원의 차 내부. 윤동원이 앞을 본다. 거기 우루루 달려가는 상수 패거리들.
윤동원이 차에서 내린다. 뭐지?
// 정후가 차와 차 사이를 기어서. 차 아래를 굴러서 도망치고 있다.
그러나 민자의 유도가 없어서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모르겠다.
이쪽으로 가려다 보면 그 앞으로 달려오는 사내들의 발이 차 아래로 보이고.
뒤로 굴러서 일어서려다 비틀. 약기운이 퍼지고 있다.
// 윤동원이 다가온다. 그 앞을 달려지나가는 몇 명의 사내들.
윤동원 때문에 거치적거리자 그 중의 누군가가 윤동원의 어깨를 거칠게 치며 달려간다.
그들이 달려가는데 냉장트럭? 같은 것이 하나 지나가는 바람에 멈춘다.
그 트럭 뒤에서 트럭을 따라 달리는 정후. 간신이 눈을 피해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입구를 향해 뛰어든다.
#95. 비상계단
달려 들어온 정후가 안에서 문을 잠근다. 휘청. 약효가 심해지고 있다.
돌아서다가 멈춘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요요가 웃는다. 그 얼굴이 흐려졌다가 겨우 초점이 맞는다.
요요가 달려든다. 싸우기보다는 피하는 게 목적인 정후가 그 공격을 피하며 계단 위로 달려간다.
하지만 약효 때문에 비틀 발을 헛디딘다.
뒤에서 요요가 공격해온다. 간신이 피하거나 맞으며 도망치려는데.
요요의 손에서 뻗어 나온 요요. 한번은 피했는데. 피하다 비틀. 계단 위에서 주저앉는 순간.
다시 뻗어오는 요요. 정후가 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데. 그 팔뚝을 요요의 유리섬유 줄이 날카롭게 벤다. 피가 튄다.
정후가 비틀거리면서 거기 비치되었던 소화기를 들어 요요에게 던진다.
방심했던 요요가 소화기를 맞고 뒤로 넘어져 내린다.
// 정후 비틀거리며 달려 올라간다. 상처난 팔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린다.
// 안에서 잠겼던 문이 열리며 밖에 있던 사내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온다. 달려 올라온다.
// 다른 층. 달려 올라오는 사내들. 거기 건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다가 닫히고 있다.
사내들이 모두 그리로 달려 나간다.
요요도 그리로 나가려다가 멈춘다. 요요가 바닥을 본다. 점점이 떨어진 피는 위층으로 향하고 있다.
#96. 옥상 안 계단
정후가 거의 주저앉을 듯 하며 간신이 올라온다. 계단이 울렁거리며 제대로 초점이 잡히지 않는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을 잡으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정후의 뒷덜미를 잡는다.
반사적으로 반격하지만 간단히 제압당한다.
그가 정후의 모자를 잡더니 홱 벗겨버린다. 정후의 점퍼를 잡더니 벗겨버린다.
그러더니 옥상 문을 열고 밖으로 밀어버린다. 문이 닫힌다.
#97. 옥상 밖
정후가 닫힌 문을 돌아본다. 가쁜 숨. 피를 흘리는 팔을 움켜잡고. 비틀거리며 주저앉으며 옆으로 돌아간다.
거기 화단? 혹은 뭔가 구조물 뒤로 몸을 굴려 피한다. 그리고는 더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다.
#98. 옥상 안 계단
아래에서 달려 올라오던 이들이 멈춘다.
거기 옥상으로 통하는 문 앞에 등을 보이고 있는 사내. 아까 정후가 입었던 점퍼에 모자.
요요 : (앞으로 나서며) 어이구 어뜩하나. 문이 잠겨 있나 부네.
사내 : ...
요요 : 어이 힐러. 오랜만이지? 난 반가운데. 얼굴 좀 보여주지?
그제서야 돌아서는 사내. 기영재다. 모두를 둘러보고 히힛 웃는다.
영재 : 아이 어뜩하나. 잡혀버렸네.
영재는 한쪽 팔을 감싸고 있다.
요요가 자세히 보자 영재가 붙잡고 있는 팔. 아까 자신이 베었던 부분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다.
#99. 민자 아지트
불이 일제히 켜진다. 민자가 후다닥 부팅들을 한다. 그러다 멈춘다.
다시 살아난 모니터 중에 하나. 정후의 바이탈 사인을 나타내는 그래프다.
심박수가 105에서 110으로 올라가고 있다. 혈압이 80에서 79 78 77 주루루 내려가고 있다.
민자 : (놀라서 키보드를 쳐서 통화 연결을 한다) 힐러야.. 여보세요. 이눔아. 너 어디야. 바이탈 사인이 왜 이래. 전화 좀 받어봐.
#100. 옥상 위
옥상 위. 구조물 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만한 곳에 정후가 쓰러져 있다.
정신을 잃고 있다. 점퍼도 입지 않고. 부상당한 팔에서는 조금씩 흘러나온 피가 흥건하게 고이고 있다.
겨울바람이 몰아치고.
#101. 레스토랑 밖
걸어나오고 있는 영신. 주위를 둘러본다. 봉수도 누구도 보이지 않는데.
울리는 전화벨. 받아든다.
영신 : 여보세요.
민자소리 : 채영신씨?
영신 : 네 전데요?
민자소리 : 박봉수씨 아시죠?
영신 : 네.
민자소리 : 걔 좀 찾아봐줄래요? 애가 아무래도.. 위험한 거 같은데.
영신이 놀랐다. 그 얼굴과.
// 옥상 위에서 정신을 잃은 정후가. 나란히...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