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간「스토리문학」2012 여름호
어제 천막당사에서 회갑을 맞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부인이 싸갖고 온 미역국에 밥을 말아 아침식사를 했다. 우린 언제부터인가 생일날 아침 음식으로 반드시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척 불우한 환경이거나 심지어 후레자식 취급을 받기까지 한다. 미역은 애를 낳느라 많은 기를 소모하고 출혈로 부족해진 철분 등의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먹는 산모의 음식이 아닌가. 고래도 새끼를 낳으면 반드시 미역밭을 찾아가 미역을 뜯어먹는다고 한다. 우리들이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것도 어머니의 출산의 고통을 되새기면서 그 은혜에 감사하기 위함이다. 어머니로서는 머리 굵어진 자식이 그 생일의 의미를 모르고 까탈을 부릴 때면 꽉 쥐어박고 싶고 패주고 싶은 기분도 들 것이다. 자식의 열입곱번째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미역을 씻으며 불린 기억으로 자신의 열일곱 시절도 떠올려 보는데, 때로는 그 미역 씻는 아침이 '이마로 쏟아지는 햇살'에도 불구하고 찝질하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