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서울하수도 해부학 3-상수도 사용량보다 하수도 유입량이 많은 서울
30년 이상 노후관로는 최대 4천5백km
상수도 사용량보다 하수도 유입량이 많은 서울
구조적 상태는 불량한데 기능은 양호하다고?
노후도는 어떻게 측정하나.
환경부의 하수도 통계는 1970년부터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자체 별로 하수관로 총연장을 매년 수합하여 통계를 작성하는데 1985년부터는 개량연장을 별도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전년도 대비 증가한 연장을 신설 연장으로 볼 수 있다.
1987~2016년까지 개량연장은 총 5,709km, 신설연장은 1,821km이다.
지난 30년간 신설이나 개량한 하수관로는 총 7,530km로 2016년 총 연장 10,165km의 74%가 30년 이내에 부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치구에서 기초자료 작성시 개량연장에 신설연장을 포함했는지 아니면 신설개량을 구분했는지에 따라 그 수치는 달라진다. 적어도 30년 이내 관로가 5,709km와 7,530km 사이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30년 이상 노후관로는 최소 2,635km, 최대 4,456km가 된다.
2015~2018년 실행한 도로함몰 예방 노후 하수관로 조사 및 정비사업 당시 30년 이상 하수관로는 5,175km(48.7%)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2014년 도로함몰이 이슈가 되자 그 원인으로 하수관로 노후가 지적되었다.
사실 원인을 잘 몰랐기 때문에 만만한 하수도가 원인으로 지적된 면도 많겠지만 하수도가 원인인 도로함몰이 연평균 563건, 전체 도로함몰의 77%라고 하수도 주관부서에서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 근거는 하수도 GIS DB의 매설년도였다.
하수관로 공간자료에는 여러 가지 속성 데이터가 구조화되어 있는데, 그중 매설년도가 있다. 이 데이터는 GIS DB 구축 당시 자치구의 공사자료를 수집해서 입력된 자료이다. 70년대 초반 새마을 운동으로 매설된 관로부터 최근 공사자료까지 공사대장 23,143건을 수집해서 모든 공사자료가 DB화 되었고, 공사대장에 포함된 위치도에서 해당 관로가 확인되는 경우 공사 준공일을 매설년도로 입력했다.
위치도가 없으면 당연히 어느 관로인지 모른다. 그러니 그런 관들은 매설년도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이용해도 매설년도를 확인할 수 없는 관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비관리청 사업으로 설치된 관로가 더 많아 관리청 자료를 아무리 모아도 매설년도 미상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도시계획국에서 토지구획정리, 택지개발, 재개발, 일단의 주택지 조성사업 등 하수도를 설치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관리청 사업 자료를 받아 매설년도 미상인 관로는 해당 사업의 준공일을 매설일자로 입력했다. 물론 영동지구처럼 1971년에 시작해서 1991년에 준공된 경우 실제 매설년도는 아마도 1975년 전후로 추정되지만 그래도 사업 준공은 1991년이니까 1991년도로 표기했다.
정상적으로 행정처리가 되었다면 도시개발사업 준공 이전의 관로는 사업부서 책임이니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고도 3,172km는 설치 경위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누군가 시설하여 관리청이 인수받은 관로였다. 도로함몰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매설년도 미상을 모두 50년 이상된 관로로 분류했다.
데이터가 만들어진 경위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GIS DB의 매설년도를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점이 명백하지만, 하수도 주관부서에서는 데이터를 왜곡해서 이용하고 말았다.
좋은 측면도 있다. 관로 상태가 엉망인 건 확인했으므로 노후관이라는 핑계는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로조사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들을 보면 대체로 그 결과가 일치한다.
관로 상태가 매우 불량하지만 기능상 하수를 집수, 이송하는 기능은 양호하다는 점이 다.
구조적 상태는 불량한데 기능은 양호하다는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020 하수도정비기본계획 당시 25개 지점에 대한 유량․수질조사가 있었다.
일반관로, 우수토실, 차집관로 등 별별 이유를 달아 계측 지점을 선정하고 계측을 했는데, 대부분의 지점에서 BOD 100mg/L에도 못 미치는 하수가 배출되었다.
몇몇 지점에서는 200mg/L를 넘나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경우는 BOD 7mg/L로 조사된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면 방류수질 기준으로도 만족하는 좋은 수질이다.하수 원수인데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하수처리장 유입수질은 대략 BOD 120~150mg/L 정도가 나왔다. 아니 하수관로에는 맹물이 흐르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장에는 계획수질에 근접한 하수가 유입될 수 있는가 말이다. 아무도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마도 우리가 차집관로를 일종의 유량 조정조처럼 운영하는 과정에서 유기물이 다량 포함된 고형물이 차집관로 말단부에 잔뜩 쌓여 있어서 처리장 유입 수질이 올라가는 게 아닐까? 물론 누구도 확실한 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관로가 부실해서 침입수, 불명수가 많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나마 하수량을 상시 계측하는 곳은 하수처리장이 유일하다. 매일 유입량, 유입수질, 방류량, 방류수질 데이터가 쌓인다. 상수도본부에는 급수 자료가 있다. 수도요금을 부과해야 하니 집집마다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고 하수도사용료의 경우 수도 사용량 뿐 아니라 신고된 지하수량 자료까지 가지고 있다. 물론 검침자료는 격월이라 실시간 급수자료는 아니지만 월평균 급수량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아마도 좀 더 머리를 쓴다면 상수도본부의 중블록 유량계측 자료를 이용하여 실시간 급수 자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내가 하수도관리시스템을 담당하는 동안 처리구역별로 월별 급수량과 하수량 자료를 모아서 불명수율을 다달이 관리하는 모듈을 개발했다. 한 10년 정도 자료 관리를 했다.
물론 그 뒤로는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서 지금은 추가적인 자료도 없겠지만, 2000년 경 불명수율 30% 수준에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은 확인했다. 현재 기준으로 서울의 급수량은 일 300만톤 정도 될 것이다. 4개 처리장 유입하수량은 400만톤 쯤 된다, 그러면 뭔지 모르는 물이 하루에 한 100만톤쯤 들어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명수가 50만톤 이든 100만톤 이든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것일까? 하수관이 지하수위보다 아래 매설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서울지역의 지하수위는 보통 산록부에서 지표하 20m, 도심부 저지에서 지표하 4~6m 정도로 관로 매설 심도보다 아래에 있다. 그러면 하수관으로 지하수가 유입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하천상류 계곡수가 유입되는 지점이 많이 있었으나 대부분 2000년 전후 분리벽을 설치하여 계곡수를 분리해 하천으로 직배출하는 사업을 했었다. 이래저래 불명수가 어디서 왔는지는 도대체 불명이다.
하수가 관로를 흐르는 동안 유량의 증감은 얼마나 될까?
군자 배수분구에 전에 국토부에서 연구용역 과정에서 설치한 유량계가 있었다. 연구 사업이 종료되고 서울시가 인수했다. 그걸 상수도연구원(물연구원)에 맡기고 계측을 시작했다. 급수량과 계측유량이 터무니없이 차이가 나서 유량계 앞단에 정밀한 월류웨어를 설치하고 웨어 유량공식을 이용해 유량을 계산한 다음 유량계를 보정해야만 했다. 결과만 본다면 버린 만큼 나왔다. 유량만 본다면 급수량과 하수량은 실용적으로 같았다. 뭐 들어온 만큼 나가서 우연히 같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하수처리장에 들어오는 알 수 없는 물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일반 하수관로는 지하수위보다 위에 설치되므로 하수가 유출되면 되었지 들어오지는 않는다. 하수에는 미립자를 포함한 입자 형태의 고형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관로 설치 초기에 하수가 유출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수중의 고형물이 지반의 공극을 막는 clogging 현상이 발생하여 관로 하부의 지반을 사실상 불투수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당연히 하수는 새 나갈 수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불명수는 차집관로에서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차집관로는 대부분 하천내에 설치되어 있다. 하천 주변은 지하수위가 비교적 높은 곳이고 상당수 차집관로는 지하수위 아래 있을 수도 있다. 관로가 부실하다면 침입수가 발생한다. 이걸 증명하려면 우수토실에서 차집된 하수량과 차집관로를 지나가는 동안 일정 간격으로 하수량을 계측해 봐야 어디서 불명수가 유입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경영신문, ww.ionestop.kr 김준형 선진엔지니어링 부사장/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