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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개인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
코로나 팬데믹, 의료파업, 보유세, 사회보장, 종교집회…
국가와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 신작!
《좁은 회랑》은 시간과 지역을 넘나들며 우리를 ‘자유의 핵심’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매혹적인 여행으로 이끈다. 이 시대에 이보다 중요한 연구, 더 이상 중요한 책은 없다. _조지 애커로프(2001 노벨 경제학상)
지난 1만 년간 인간 사회는 작은 부족에서 강력한 중앙집권형 국가의 형태로 발전해왔다. 이는 정치사에서 가장 큰 역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강력한 국가와 시민의 자유는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 이 위대한 책은 이 근본적인 딜레마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_재레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 저자, 퓰리처상 수상자)
자유는 쉽게 얻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비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정부로부터 고통 받고, 규범과 전통에 의해 억압받는다. 과도한 힘을 가진 국가인 독재적 리바이어던은 자유를 진압한다. 《좁은 회랑》은 시공간을 뛰어넘으며 문명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자유에 대한 독창적이고 눈부신 통찰을 보여준다. 전작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이어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_장 티롤(2014 노벨 경제학상)
성공적인 민주국가를 달성하고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뛰어난 사례와 분석들로 가득한 이 책을 읽게 되어 아주 기쁘다. _피터 다이아몬드(2010 노벨 경제학상)
오늘날 민주주의가 직면한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좁은 회랑》은 문제에 대한 해법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을 알려준다. _벵트 홀름스트룀(2016 노벨 경제학상)
국가가 과도한 권력을 가지면 국민의 자유는 제한된다. 사실상 독재국가라 할 수 있는 수많은 나라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반대로 국가 권력이 너무 약해지면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돌입하고 개인의 생명과 재산은 위협 받는다. 너무 많은 자유가 오히려 자유를 제한하는 역설에 빠지는 것이다. 공권력보다 마약 카르텔이 강력한 일부 남아메리카 국가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책은 국가의 번영을 위해 전제주의로 흐를 위험성을 차단하고 시민사회가 너무 많은 자유로 무질서해지는 위험성도 차단하며 ‘힘의 균형’을 달성하는 법에 대해 얘기한다. 이 책은 한계에 다다른 경제성장률과 다양한 사회집단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큰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예비 노벨상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 신작!
파이낸셜타임스 2019 올해의 책, 세계 석학들의 찬사!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좁은 회랑’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했다. 한국은 발 빠른 대처로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업이 정지된 피시방 업계는 ‘카페나 식당은 두고 왜 우리만 문을 닫으라고 하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일부 종교단체는 대면 모임을 고집하며 논란이 됐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 강력한 통제를 실시하는 정부에 불만을 품는 사람들을 비난하기엔 그들의 논리도 일정 합리적이다. 또한 누군가의 행동이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묵살하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코로나 사태는 ‘국가 권력’과 ‘시민의 자유’ 간의 갈등이라는 정치체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문제는 앞으로 국가와 사회의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테러와의 전쟁에 더욱 힘을 쏟아 왔다. 경기침체가 만성화되면서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커지는 추세다. 기술의 발달도 국가권력이란 화두에 의문을 던진다. 오늘날 모든 행정은 전산으로 이루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개인정보를 남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한 군데만 터져도 연쇄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거대 전산망을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이 뿌리를 넓게 내릴수록,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테러에 대한 위험도 높아진다.
인터넷 테러, 이익집단 간 갈등, 팬데믹, 빈부격차와 경기침체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힘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 균, 쇠》의 저자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좁은 회랑》의 추천사를 통해 “인간 사회가 끊임없이 중앙집권적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이 정치사의 가장 큰 역설”이라 말한다. 《좁은 회랑》의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토머스 홉스를 인용하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국가의 힘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개인의 자유는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대 국가가 직면한 딜레마에서 출발한다.
국가의 실패를 넘어 번영으로 가는 길
저자들은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선, 국가와 사회가 ‘좁은 회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좁은 회랑’은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공간인데 저자들이 표현한 그래프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곳이 문이 아니라 회랑인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든 회랑 밖으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이 좁은 이유는 그만큼 균형을 달성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 사이 균형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많다. 그러나 같은 요인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결과를 불러오는 건 아니다. 각 나라가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유럽 역사에 큰 충격을 주었던 흑사병을 살펴보자. 급격한 인구감소로 노동력이 희귀해지면서 사회는 점점 대담해졌고 농노들은 자신들의 의무를 줄여주길 요구했다. 봉건적 엘리트들의 사회를 통제하고 세금을 걷는 능력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서유럽의 사회는 국가의 독재적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마련했다. 그러나 동유럽의 경우는 농민들의 결집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사회의 힘이 약했다. 그래서 잉글랜드와 프랑스, 네덜란드가 ‘좁은 회랑’에서 전진하는 동안 폴란드와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외려 ‘독재적 국가’가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1933년 독일 의회에서는 의회를 폐지하고 히틀러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하는 수권법이 통과됐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입법부가 스스로 의회를 해체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파괴하는 것에만 치중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 ‘제로 섬’이 일어나는지, 회랑의 폭이 얼마나 ‘좁은 지’ 시사하는 사례다.
한 나라가 겪어 온 문화적, 역사적 요인들도 중요한 요소다. 인도는 정치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이기도 하면서 카스트라는 전통적 규범이 지배하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나라다. 우리는 인도의 뿌리 깊은 위계질서와 불평등, 그리고 이것이 나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중국에서 강력한 중앙집권형 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관료조직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아르헨티나의 관료조직은 ‘뇨키’라는 은어로 통용되는 공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유령 공무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외형상 현대적인 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공공기관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국가가 유령 공무원들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힘이 부족해서일까? 그게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기 때문일까?
《좁은 회랑》은 고대 아테네의 도편추방제에서부터 현대 중국 정치체제의 토대가 된 춘추전국시대 ‘법가’와 ‘유가’ 사상, 스위스의 용병제, 오늘날 구글과 같은 특정 기업들이 정보를 지배하는 미국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탐색한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갈림길
자유는 이 책의 핵심 주제다. 개인이 자유롭기 위해서 국가와 사회가 균형을 이뤄야 하고, 이 균형이 이뤄졌을 때 국가가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서 경제학과 사회과학의 주된 논쟁이 발생한다.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은 어느 수준까지 경제에 개입할 수 있는가? 국가가 개입해야 할 활동과 시장에 맡겨둬야 할 부분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핵심은 국가가 사회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는 과정에서 여전히 사회의 견제를 받느냐다. 그러자면 사회가 국가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즉, 국가의 개입이 유익한 것인지 판단하려면 개입에 따른 경제적 상충관계만 봐서는 안 되며 이에 따른 정치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단지 국가가 지닌 역량의 크기만이 아니라 국가의 역량을 누가 감시하고 통제하며, 그 힘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문제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한 나라의 정치체제는 경제의 질과 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아프리카 티브족,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 경제성장에 따른 열매가 제대로 분배되지 않은 미국의 사례들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이 논의들은 오늘날 정부의 경제 개입과 관련해 많은 논쟁거리가 있는 한국 사회에 힌트를 줄 것이다.
팬데믹과 AI시대 경제적 번영을 위한 新정치론 1989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모든 나라가 미국식 정치 제도로 수렴하는 ‘역사의 종언’을 예견했다. 5년 뒤 로버트 캐플런은 우리 사회가 ‘무정부 상태’로 가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얘기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8년, 유발 노아 하라리는 정부가 우리를 감시하고 통제하며 심지어 생각하는 방식까지 감시하는 ‘디지털 독재’를 예견했다.
대중에 대한 통제가 심해지는 중국을 보면 우리의 미래는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디지털 독재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중동과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최근의 혼란스러움을 보면 무정부 상태라는 미래상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저자들은 《좁은 회랑》에서 어느 쪽도 우리가 직면할 미래라고 단언할 순 없다고 말한다.
역사는 ‘종언’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흘러갈 것이며 한 나라의 정치체제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체제는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맞춰갈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 책은 팬데믹과 AI시대, 새로운 정치를 필요로 하는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사회가 개발한 규범과 통제장치들은 왜 때때로 국가건설자들을 억제하는 데 실패하는가? 니체가 말한 권력의지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설사 규범에 반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 대한 권력과 권위를 확대하려는 사람들과 집단의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그런 까닭에 심지어 가장 조화롭게 보이는 국가 사회에서도 더 많은 권력과 더 많은 부,다른 이들을 지배하는 더 큰 능력을 얻고 싶어 하는 거들먹거리는 개인들이 있을 것이다.또 사회를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새로 조직할 수 있는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며 더 큰 권력을 손에 넣고 싶어 하며 개인과 집단들도 있을 것이다.이처럼 거들먹거리는 이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길은 지배적인 규범들과 그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의 행동에 막히게된다.
아랍의 학자 이븐 할둔은 독재적 성장으로 창출된 혜택이 훨씬 더 빨리 줄어든다는 의미를 시적 언어로 표현했다.
누에가 실을 내고 이후 결국 자신이 지은 고치 안에서 최후를 맞는 것처럼
회랑 밖의 경제
대런 애쓰모글루
뇨키는 이탈리아의 특산요리로,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로 가져온 맛있는 음식이다.그런데 뇨키라는 말은 아르헨티나에서 이중적인 의미로 쓰인다.다른 뜻은 정부에서 실제로 일하러 나타나지 않고 봉급을 챙기는 사람들인 '유령 공무원 '이다.그들은 보통 정치적 연줄 덕분에 일자리를 얻은 페론당의 당직자와 지지자들이었다.관료조직 안에 이런 사람들이 2만명이나 돌아다닌다면 그들은 완전히 쓸모없다는 사실로만 그치지 않고 국가 역량에도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종이 리바이던
대런 애쓰모글루
가시화된 위험
경제적 변화에 따른 해택을 받지 못하고 엘리트 층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느끼며 각종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사람들,갈수록 양극화 하고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는 서로 다른 진영 간의 투쟁,분쟁을 해결하고 중재하지 못하는 기관들,기관들을 더욱 불안정하게 흔들고 그들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하는 경제위기,엘리트에 맞서 민중의 편에 선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민중에 더 잘 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견제장치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독재자,익히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좁은 회랑
일단 정치적 우위를 차지한 어떤 집단이 접수할 수 있는 군대와 경찰,사법부,관료조직 같은 기관들이 있으면,상향식으로 생겨난 것이든 비호받는 폭력배이든 상관없이 그 기관들을 접수해서 이용할 것이다.따라서 설사 독일의 레드 퀸이 통제 불가능해지고 민초의 결집으로 생겨난 집단에 지배권이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일단 국가가 회랑 밖으로 나온 다음에는 언제나 이 국가기관들이 개조돼 새로운 지배집단에 유리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특히 국가 권력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와 다른 제약들이 사라진 후에는 그럴 가능성이 더 커진다.그래서 나치는 막 자라나는 족쇄 찬 리바이어던을 파괴하고 권력을 잡으면서 재빨리 사회에 대한 국가의 독재적 지배를 재확립하고 강화했다.
통제할 수 없는 레드 퀸
세계화가 만드는 회랑
한국은 시장친화적인 체제로 출발했으나 1948년 38선으로 북한과 갈라진 후 이승만 대통령 통치 아래 점점 더 독재적인 정권으로 바뀌었다. 공산주의를 채택한 북한의 존재론적 위협과 미국의 지원은 일련의 개혁,특히 급진적인 토지 재분배로 이어졌으며,그 후 산업화가 강력히 추진됐다. 박정희 장군이 1961년 쿠데타로 처음 집권하고,그 후 그가 계엄령을 선포한 1972년까지 몇 차례의 선거로 권력을 유지하면서 산업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국제교역과 제조업 수출은 이 기간 한국의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그러나 체계적인 억압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에 번창했던 시민사회가 여전히 존재하고 산업화 과정에서 이미 노동조합이 조직화된 상황에서 이런 발전이 이뤄졌다.이런 변화들은 1970년대에 군사정권에 맞선 대규모 시위의 토대가 됐다.군사정부가 폭력적으로 학생 시위자와 노동조합들을 탄압하면서 국내외에서 지지를 잃은 것이 민주적 체제로의 이행에 결정적 이었다.그러므로 한국의 경우 경제가 세계화되면서 제조업에 대한 전문화가 촉진됐으며,이는 회랑의 폭을 넓혀주고 이 나라를 회랑 안으로 이끌어줬다.
세계화는 다른 나라들을 제조업 과 서비스업,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첨단기술 업종에 전문화하도록 이끌 것이며,그에 따라 회랑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촉진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국제관계가 미치는 영향은 엇갈리는데,한편으로는 회랑을 넓히는 쪽으로 작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재자를 도와주기도 한다.
회랑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새롭고 광범위한 연합을 형성하지 못하고 타협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나라는 회랑 안에 발판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다.
리바이어던과 살아가기
경제의 세계화와 자동화,금융의 성장,거대 기업의 부상이라는 경제적 추세들은 적어도 세가지 이유에서 긴급하게 대응해야 할 도전이 되고 있다.첫째,그 추세들은 불평등에 영향을 준다.둘째,경제적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우리 시대를 기술의 황금시대라고 보지만,적어도 지난 20년 동안은 소득과 생산성 향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금융부문의 과도한 성장과 비효율적인 위험 감수는 아무도 상당히 큰 대가를 치른 결과였을 것이다.금융부문의 그런 문제들이 경제에 불안정을 초래하고,다른 산업부문과 혁신에 투자됐어야 했던 자원이 금융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경제력 집중도 증가 역시 경쟁을 무력화하고,개발되고 채택되는 신기술을 왜곡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트렸다.
세번째 도전은 각종 기관은 신뢰가 없으면 사회의 분쟁을 중재할 수 없다.불평등 증가와 부진한 고용성장,금융부문의 엄청난 이익,규제받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거대 기업들을 보면 경제는 조작되고 정치계는 이 과정의 공모자들이라고 느끼게 된다.이런 느낌은 확실히 금융위기와 그 여파로 인해 더 강해졌는데,그 시기에 정부가 위기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는 은행들을 구제했고 파산에 직면한 가난한 가계는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장 위에서 건설하기
일본은 20세기 초 군 상층부가 군의 영향력 확대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형태의 철장 iron cage 을 구축했다.이런 형태의 지배는 일본의 만주 침략 후 이어진 전쟁 중에 심화됐다.그러나 이 체제는 1945년 일본이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 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1944년 맥아더의 군정 비서인 보너 F.펠러스 준장은 '일본 문제의 해법 '이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명확히 설명한 것처럼 일본인들에게는 강력한 지도자들이 필요하다는 믿음에 근거해,일본 전시 내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들을 포함해 군과 관료조직의 고위급 인사들과 기꺼이 협력했다.
전후 일본 정치체제의 설계자로 다른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 기시 노부스케 의 경력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일본이 만주를 침략하고 괴뢰정권 만주국을 세우면서 기시는 두드러지게 부상했다.1935년 그는 만주국 산업 개발 담당 차관에 임명됐고,중국인들의 노동을 강제하고 체계적으로 착취하는 데 크게 의존하는 국가 주도 경제를 조직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을 지시했고 전쟁 기간에 한국과 중국 노동자들이 일본 공장과 광산에서 노예처럼 노동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일본이 패전한 후 그는 A급 전범으로 체포돼 감옥에서 3년을 보냈지만,도조와 전쟁을 이끈 다른 동료 지도자들과 달리 전범 재판을 받지않았다.
기시는 1948년 크리스마스 전야에 석방됐고 바로 정치에 다시 뛰어들었다.그는 1955년 이후 일본 정치를 지배한 자유민주당을 창당했다.1957년부터 1960년 까지 두 차례 총리를 지냈다.자민당을 계속 지배했던 기시의 영향력은 다른 곳에서도 느낄 수 있다.기시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 이다.
종종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전범 '으로 불리는 기시는 맥아더와 펠러스가 옛 엘리트 관료를 뽑아 쓰는 전략이었다.전략은 효과적이었다.
때때로 노동조합과 좌익 정당들의 세력을 꺾기도 했지만,실제로 일본을 회랑으로 진입시켜 그 후 70년간 회랑 안에 머무르게 하는 일을 해냈다.
일본의 경우 과거의 독재체제를 뒷받침했던 같은 철장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더 큰 사회적 결집이 이뤄지면서 회랑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런 과정은 도덕적으로 애매한 경우도 많지만,국가와 사회가 균형을 이루고 그것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지 않도록 충분히 점진적으로 회랑으로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그러나 쉽사리 보장할 수 없는 일이며,일본이 완전히 패전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반드시 나타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