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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할미꽃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노고초(老姑草)·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한다. 산과 들판의 양지쪽에서 자란다. 곧게 들어간 굵은 뿌리 머리에서 잎이 무더기로 나와서 비스듬히 퍼진다. 잎은 잎자루가 길고 5개의 작은 잎으로 된 깃꼴겹잎이다. 작은 잎은 길이 3∼4cm이며 3개로 깊게 갈라지고 꼭대기의 갈래조각은 나비 6∼8mm로 끝이 둔하다. 전체에 흰 털이 빽빽이 나서 흰빛이 돌지만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털이 없다.
꽃은 4월에 피고 꽃자루 끝에서 밑을 향하여 달리며 붉은빛을 띤 자주색이다. 꽃줄기의 길이는 30∼40cm이며 끝에 한 개의 꽃이 밑을 향해 달린다. 작은 포는 꽃대 밑에 달려서 3∼4개로 갈라지고 꽃자루와 더불어 흰 털이 빽빽이 난다. 꽃받침 잎은 6개이고 긴 타원형이며 길이 35mm, 나비 12mm이고 겉에 털이 있으나 안쪽에는 없다. 열매는 수과로서 긴 달걀 모양이며 끝에 4cm 내외의 암술대가 남아 있다.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같이 보이기 때문에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독식물이지만 뿌리를 해열·수렴·소염·살균 등에 약용하거나 이질 등의 지사제로 사용하고 민간에서는 학질과 신경통에 쓴다. 전설에 의하면 손녀의 집을 눈앞에 두고 쓰러져 죽은 할머니의 넋이 산골짜기에 핀 꽃이라 한다. 한국, 중국 북동부, 우수리강, 헤이룽강에 분포한다.
<두산백과>
할미꽃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각처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생육환경은 양지바른 곳의 토양이 중성화된 곳에서 서식한다. 키는 30~40㎝이고, 잎은 길이가 30~40㎝로 새의 날개처럼 깊게 2~5갈래로 갈라지며, 전체에 긴 백색털이 밀생하여 흰빛이 돌지만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털이 없다. 꽃은 붉은색으로 길이는 약 3㎝ 정도 되고 잎 끝에서 줄기가 올라오며 줄기 끝에 1개의 꽃이 긴 종 모양으로 달린다. 꽃잎 겉 표면은 잔털이 많이 나 있고, 안쪽은 검붉은 자주색을 하고 있다. 열매는 5~6월경에 익으며 긴 난형이고 겉에는 가는 백색 털이 있으며 아래쪽에 검은색의 종자가 붙어 있다. 주로 관상용으로 쓰이며, 뿌리는 약용으로 쓰인다.
종자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6월경 익은 종자를 바로 화분이나 화단에 뿌리는 것이 종자 발아율이 가장 높다. 냉장고에 저장을 하면 기간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종자 수명이 길지 않아 발아율이 높지 않다.
화분이나 화단에 심는다. 모래가 많고 물 빠짐이 좋은 땅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는다. 물 관리는 봄에 2~3일 간격으로 하고 여름과 가을에는 4~5일 간격으로 준다.
<야생화도감>
할미꽃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에 세 딸을 둔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시집간 딸들을 찾아갔다. 첫째와 둘째 딸은 부자였지만 성격이 야박해서 추운 겨울날, 할머니를 가난한 셋째 딸네 집으로 쫓아냈다. 집을 나선 할머니는 눈보라에 휘말려 길을 헤매다가 셋째 딸이 사는 마을 어귀에서 죽었다. 이를 슬퍼한 셋째 딸이 할머니를 양지바른 언덕에 고이 묻었는데, 이듬해 봄 무덤에서 할머니처럼 등이 굽은 꽃이 피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할미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전설이 아니더라도 할미꽃을 보면 누구나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봄에 피는 자주색 꽃으로, 온 몸에 흰 털이 잔뜩 나 있는데다 꽃대가 굽어 꽃이 땅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보기가 힘들다. 꽃잎이 지고 나면 흰 털이 난 씨를 볼 수 있다. 흰 털이 난 모습이 마치 흰머리가 난 할아버지 같다고 해서 한자어로는 白豆翁(백두옹)이라고 한다.
할미꽃은 주로 양지바른 묘지 주변에서 볼 수 있다. 할미꽃은 인산을 좋아하는데, 묘지 잔디에 무기질 비료를 많이 주고 사람 뼈에도 인산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 시골 어른들은 아이들이 할미꽃을 캐지 못하게 했는데, 할미꽃 뿌리에 든 독에 아이들이 다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자주색 꽃이 피는 식물 중에는 독이 든 것들이 많다고 한다.
<테마백과>
한자어로는 백두옹(白頭翁)이라 하며, 학명은 Pulsatilla koreana NAKAI.이다. 뿌리가 굵고 흑갈색이며 윗부분에서 많은 잎이 나온다. 잎은 자루가 길고 5개의 소엽(小葉)으로 된 우상복엽(羽狀複葉)이며, 전체에 긴 백색 털이 밀생하여 흰빛이 돌지만 표면은 짙은 녹색이다. 꽃은 4∼5월에 적자색으로 피고 높이 30∼40㎝의 꽃대가 수개 나와 그 끝에 1개씩의 꽃이 밑을 향하여 달린다.
소포(小苞:꽃봉오리를 싸는 작은 잎)는 꽃대 윗부분에 달린다. 열매는 수과(瘦果:바짝 마른 열매)로 장란형(長卵形:긴 계란형)이며, 구형으로 집합하고, 겉에 백색 털이 있다. 이 백색 털로 덮인 열매의 모습이 할머니의 흰머리 같기 때문에 할미꽃이라 부르며, 이러한 형태적 특성에 기인하여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한 할머니가 두 손녀를 키우고 있었다. 큰 손녀는 얼굴은 예뻤으나 마음씨가 좋지 않고, 작은 손녀는 마음씨는 고왔으나 얼굴이 못생겼다. 이들은 성장하여 큰 손녀는 가까운 마을 부잣집으로 시집가게 되고 작은 손녀는 산 너머 먼 마을의 가난한 집으로 출가하게 되었다. 큰 손녀는 할머니를 마지못해 모셔갔다.
그러나 큰 손녀는 말뿐이고 잘 돌보지 않아 굶주리고 서러운 나머지, 할머니는 작은 손녀를 찾아 산 너머 마을로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산길을 가다가 기진맥진 더 걸을 수 없어서 작은 손녀집을 눈앞에 두고 길가에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뒤늦게 이 소식에 접한 작은 손녀는 달려와서 할머니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땅을 치며 슬퍼하였으며 뒷동산의 양지바른 곳에 고이 모셨다. 그 할머니의 넋이 산골짝에 피게 된 것이 할미꽃이라 한다.
할미꽃은 건조한 양지에 살며 우리나라 거의 전 지역에서 난다. 한방에서는 약재로 이용한다. 약성은 한(寒)하고 고(苦)하며, 해열·수렴(收斂)·소염·양혈(凉血)·살균의 효능이 알려져 있다. 신경통·혈리(血痢)· 치질출혈(痔疾出血)· 임파선염· 월경곤란 등의 증상에 쓰이고 있다. 또, 봄 일찍이 봄소식을 전하는 식물로 동화나 시에 많이 등장하고, 소녀들은 꽃으로 족두리를 만들어 놀이를 하기도 한다.
<민족문화대백과>
온몸에 부드러운 흰털을 쓰고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굵고 긴 뿌리를 가지고 있다.
줄기는 없고 여러 장의 잎이 뿌리로부터 자라나며 긴 잎자루를 가지고 있다. 잎 몸은 깃털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는데 갈라진 조각은 다시 얕게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에는 크고 작은 결각이 있다.
꽃이 핀 뒤 잎자루는 한층 더 길게 자라나 30cm 안팎의 길이를 가진다.
잎 사이로부터 2~3대의 꽃대가 자라나 각기 한 송이의 꽃이 핀다. 꽃 밑에 3~4장의 가늘게 갈라진 받침잎이 자리한다. 꽃잎은 없고 6장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인다. 꽃의 지름은 3cm쯤 되고 빛깔은 붉은 빛을 띤 자주색이다.
꽃이 지고 난 뒤에 희고 긴 털이 달린 둥근 열매를 맺는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 널리 분포하며 산과 들판의 양지바른 풀밭에 난다.
생약명은 백두옹(白頭翁). 야장인(野丈人), 백두공(白頭公)이라고도 부른다.
뿌리를 약재로 쓴다. 제주도에 나는 가는잎할미꽃(Pulsatilla cernua BERCH. et PRESL.)의 뿌리도 함께 쓰인다.
가을 또는 이른 봄에 굴취하여 깨끗이 씻은 다음 햇볕에 말린다. 쓰기에 앞서서 잘게 썬다.
뿌리에 항균성 물질인 아네모닌(Anemonin)을 함유하며 잎에는 강심작용을 하는 오키날린(Okinalin)이 함유되어 있다.
해열, 수렴, 소염, 살균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뜨거운 피를 식혀주는 작용도 한다. 적용질환으로 학질, 신경통, 코피 흐를 때, 이질 설사, 치질로 인한 출혈, 월경곤란, 임파선염 등이다.
말린 약재를 1회에 2~5g씩, 200cc의 물로 달이거나 또는 곱게 가루로 빻아 복용한다.
(몸에 좋은 산야초)
분홍할미꽃 [ 粉紅─ ]
흥안백두옹·모고타화라고도 한다. 굵은 뿌리는 땅속 깊이 들어가며 검은빛을 띤 갈색이다. 뿌리에서 많은 잎이 나와서 5개의 작은잎으로 갈라진다. 밑부분의 작은잎은 다시 깃꼴로 갈라지며 뒷면에 명주실 같은 흰 털이 많다.
꽃은 4∼5월에 피고 할미꽃처럼 생겼으나, 색이 연한 분홍색이며 꽃자루는 길이 11∼20cm이다. 꽃자루 윗부분에 총포가 있으며 두 번 갈라지고 겉에 흰 털이 빽빽이 난다.
할미꽃보다 잎의 갈래조각이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하고 식물체도 작다. 관상용으로 심고 뿌리는 건위제·지혈제·소염제 등에 약용한다. 한국(평북·함북의 고산지대), 중국 북동부, 헤이룽강, 우수리강 등지에 분포한다
<두산백과>
동강할미꽃
강원도 영월과 정선 지역의 석회암지대 바위 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굵고 흑갈색이며, 윗부분에서 잎이 무더기로 나와서 비스듬히 퍼진다. 잎은 모두 뿌리에서 나오고 잎자루가 길다. 3~7개의 작은잎으로 구성된 깃꼴겹잎이다. 전체에 흰 털이 빽빽이 나서 흰빛이 돌지만,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털이 없다.
꽃은 4월에 피고 꽃줄기 끝에서 위를 향해 1개씩 달리며, 자주색, 홍자색, 분홍색, 흰색 등으로 핀다. 꽃줄기는 중앙부에서 나오고 길이 15∼20cm이다. 작은포는 꽃대 밑에 달려서 3개로 갈라지고 다시 잘게 갈라지며, 겉에 흰 털이 빽빽이 난다. 화피갈래조각은 6개이고 긴 타원형이며, 길이 3.5cm, 나비 1.2cm이다. 겉에 털이 있으나 안쪽에는 없다. 열매는 수과로서 긴 달걀 모양이며 끝에 4cm 내외의 암술대가 남아 있다.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할머니의 흰머리 같기 때문에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이하게도 꽃이 땅을 보지 않고, 하늘을 보고 피는 것이 일반 할미꽃과 다른 점이다. 유독식물이지만 뿌리를 이질 등의 지사제로 사용하고, 민간에서는 학질과 신경통에 쓴다. 백두옹(白頭翁), 또는 노고초(老姑草)라고도 부른다.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국특산식물이기 때문에 철저히 보호해야 할 식물이다.
<두산백과>
가는잎할미꽃
산기슭의 양지에서 자란다. 높이 10∼30cm이고 살찐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가며 많은 뿌리잎이 뭉쳐난다. 잎은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5개이고, 밑부분의 작은잎은 2∼5개로 갈라진다. 꼭대기에 갈라진 잎 조각의 끝은 뾰족하며 표면에 털이 없고 뒷면에는 명주실 같은 털이 있다.
꽃은 4∼5월에 피는데, 종모양으로 밑쪽을 향한다. 꽃줄기는 길이 10∼30cm이고 그 윗부분의 총포(總苞)는 대가 없으며, 3∼4갈래로 갈라진 잎조각은 다시 줄 모양으로 갈라지고 겉에 털이 빽빽이 난다. 꽃받침잎은 6개로 긴 타원형이고 흰 털이 빽빽이 난다. 안쪽에는 털이 없으며 검은 적자색이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며 좁은 달걀 모양으로 흰 털이 나 있다.
한방에서 할미꽃·산할미꽃과 더불어 가을에서 이듬해 봄 개화하기 전에 뿌리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백두옹(白頭翁)이라 하며, 학질열·신경통·치질출혈·혈변설사·림프선염·월경곤란 등에 처방한다. 제주도에 분포한다.
(두산백과)
할미꽃설화
식물유래담의 하나로 전국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옛날에 일찍 홀로 된 어느 어머니가 딸 셋을 키워 시집을 보냈다. 늙은 어머니는 혼자 살아가기가 너무 어려워서 큰딸을 찾아갔더니 처음에는 반기던 딸이 며칠 안 되어 싫은 기색을 보였다. 섭섭해 하면서 둘째 딸의 집에 갔더니 그곳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셋째 딸집에 가서 살겠다고 찾아가서, 고개 밑에 있는 딸집을 들여다보니 마침 딸이 문 밖으로 나와 있었다. 어머니는 딸이 먼저 불러주기를 기다렸으나 딸은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딸자식 다 쓸데없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너무나 섭섭한 나머지 고개위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딸을 내려다보던 그 자세대로 죽고 말았다. 그 뒤 어머니가 죽은 곳에는 할미꽃이 피어나게 되었다. 이 설화는 식물의 생김새에 관한 설명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짜여 있지만, 가난과 가부장제도라는 가족제도 때문에 겪는 가난한 하층여성의 삶의 고통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민족문화대백과>
화왕계 [花王戒]
설총은 신라 경덕왕 때 학자로서 자는 총지(聰智), 경주 설씨의 시조. 원효대사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요석(瑤石)공주. 벼슬은 한림을 지냈고 주로 왕의 정치에 자문 역할을 했다. 한자에 토를 다는 방법은 그가 창제했다고 한다. 또 세상에서는 그가 이두를 창제했다고 하지만, 그가 생존하기 이전인 진평왕(579∼631) 때의「서동요(薯童謠)」나 선덕여왕(632∼647) 때의 「풍요(風謠)」가 모두 이두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창제한 것은 아니고 집대성해서 완성시킨 것으로 보인다.「화왕계」는 신문왕(神文王)을 충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줄거리> 꽃 임금이 이 세상에 왔는데 모란이다. 온화하고 향기로운 동산에 모셔 푸른 휘장으로 둘러치고 임금님으로 받들어 모셨다. 따스한 봄이 되었다. 온갖 꽃이 피어나는데 꽃 임금도 곱고 탐스러운 꽃을 피웠다. 꽃 중의 꽃으로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여러 가지 꽃이 다투어 꽃 임금을 뵈러 왔다. 깊고 그윽한 골짜기의 맑은 정기를 타고난 탐스러운 꽃, 양지바른 동산에서 싱그러운 향기를 맡으며 피어난 꽃들이 앞을 다투어 모여들었다.
한 가인(佳人)이 앞으로 나왔다. 붉은 얼굴에 옥 같은 이와 신선하고 탐스러운 감색 나들이옷을 차려입고, 방랑하는 무희처럼 얌전하게 걸어 나왔다. 가인은 임금에게 아뢰었다.
"이 몸은 설백(雪白)의 모래사장을 밟고, 거울같이 맑은 바다를 바라보며 자라났습니다. 봄비가 내리면 목욕하여 몸의 먼지를 씻고, 상쾌하고 맑은 바람 속에 유유자적하면서 지냈습니다. 이름은 장미(薔薇)라 하옵니다. 전하의 높으신 덕을 듣자옵고, 꽃다운 침소에 그윽한 향기를 더하여 모시고자 찾아왔습니다. 전하께서 이 몸을 받아주실는지요?"
이때, 베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 띠를 두르고 손에는 지팡이, 머리에는 백발을 인 장부(丈夫) 하나가 둔중한 걸음으로 나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이 몸은 서울 밖 한길 옆에 사는 놈으로 이름은 백두옹(白頭翁, 할미꽃)입니다. 아래로는 창망한 들판을 내려다보고 위로는 우뚝 솟은 산 경치를 의지하고 있습지요. 가만히 보건대, 좌우에서 보살피는 신하들은 고량진미와 향기로운 차와 술로 수라상을 받들어 전하의 식성을 흡족케 하고 정신을 맑게 해드리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저장되어 있는 것이 있다면 보자기를 풀어 좋은 약으로는 전하의 양기를 돕고, 나쁜 독이 있다면 그것대로 전하의 몸에 있는 독을 제거해 올려야 할 줄 아옵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비록 명주나 삼베가 있어도 군자 된 자는 사초라고 해서 버리는 일이 없고, 부족에 대비하지 않음이 없다 하였습니다. 전하께서도 이러한 뜻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한 신하가 아뢰었다. "두 사람이 왔사온데, 전하께서는 누구를 취하고 누구를 버리시겠습니까?"
꽃 임금이 입을 열었다."장부의 말에 도리가 있긴 하나 가인을 쉽게 얻기는 어려우니 어찌할꼬?"
장부가 앞으로 나와 말한다. "제가 온 것은 전하의 총명이 모든 사리를 잘 판단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오나 지금 뵈오니 그렇지 않으시군요. 대체로 임금 된 자로서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를 가까이하지 않고 정직한 자를 멀리하지 않는 이는 드뭅니다. 그래서 맹자(孟子)는 불우한 가운데 일생을 마쳤고, 풍당(馮唐)은 낭관(郎官)으로 파묻혀 머리가 백발이 되었습니다. 예부터 이러하오니 전들 어찌하오리까."
(한국현대문학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