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관광 도시이다. 여름과 가을, 해수욕장이 있는 바다와 단풍이 아름다운 설악산은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 대포항이나 동명항 등 횟집이 있는 항구에도 사람들이 모이는데, 여기에 속초의 중심 항구인 속초항은 빠진다. 어선이 들어오는 항구이기는 하지만 횟집이 없기 때문이다. 이 속초항에 겨울이면 파시가 선다. 양미리와 도루묵 파시이다. 어선에서 막 내린 그물에서 양미리와 도루묵을 떼어내고, 그 곁에 10여 동의 간이 포장마차가 세워져 이를 생으로 팔거나 현장에서 구워먹을 수 있게 하고 있다.
1 속초항에 선 양미리와 도루묵 파시이다. 파라솔 뒤 간이 천막에서 양미리와 도루묵을 구워 먹을 수 있다. 2 간월양미리는 보통 스무 마리씩 묶여서 말려진다. 이를 찌개로 하거나 졸여 먹는다. 3 도루묵은 생으로 굽거나 찌개를 한다. 어황가 일본 수출 영향으로 가격이 높이 뛸 때도 있다.
양미리로 잘못 알려진 까나리
강원도 동해안에서 양미리라고 부르는 생선의 바른 이름은 까나리이다. 서해안에서 젓갈로 담그는 그 까나리이다. 서해안에서는 봄에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그고, 동해안에서는 산란기에 있는 다 큰 까나리를 잡아 굽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졸여서 먹는다. 양미리라는 생선이 따로 존재하는데, 까나리와 비슷한 모양새이다. 본래 이름의 양미리는 까나리보다 크기가 작으며 산란기는 초여름이다. 여기서는 잘못된 이름이긴 하지만 양미리로 적기로 한다.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양미리의 산란기는 겨울에서 초봄 사이이다. 냉수성 어종으로 해수 온도가 떨어지면 연안에 바싹 붙어 알을 낳는데 이때를 맞추어 그물로 거두는 것이다. 한참 잡힐 때에는 서너 명이 탄 어선이 하루에 서너 차례 출어를 하여 양미리를 잡는다. 양미리가 그물코에 박혀 있는 채로 뭍에 올리면 사람들이 그물에 붙어 양미리 떼는 작업을 한다. 배를 타고 양미리 잡는 일은 남자가, 그물에서 양미리 떼는 작업은 여자가 주로 한다.
한때 ‘은어’였던 도루묵
도루묵에는 재미난 옛 이야기가 전한다. 조선의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난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고 맛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난이 끝난 후 궁궐에서 ‘은어’를 다시 맛보았는데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원래 이름으로 다시 부르라고, “도로 묵이라 부르라” 했다. 그래서 ‘도루-묵’이 된 것이라는 말이 전한다. 도루묵도 냉수성 어종이다. 여름에는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을 하다가 겨울철 산란기에 이르면 연안으로 몰려들고 이때에 그물로 잡는 것이다. 알이 들어 연안에서 잡히는 시기가 양미리와 거의 겹친다. 잡는 방법도 비슷하여, 도루묵이 걸린 그물을 뭍에 올려 도루묵 떼어내는 작업을 한다. 그래서 겨우내 속초항에 들어오는 조그만 어선들은 양미리 아니면 도루묵이 가득 실린 어선이라 보면 거의 맞다.
알의 맛 vs 살의 맛
산란기에 든 양미리의 암컷은 몸에 알을 가득 채우는데 ‘살 절반 알 절반’의 몸을 하고 있다. 내장은 머리 부분에 아주 적은 양으로 붙어 있을 뿐이다. 도루묵도 마찬가지이다. 알을 배에 가득 채워 터질 지경에 이른다. 이 두 생선의 제철이 겨울이라고 하는 이유는 많이 잡히는 것 빼고는 이 알의 맛에 있다. 다 같은 생선의 알인데 양미리 알과 도루묵 알의 맛 포인트는 전혀 다르다. 양미리 알은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을 낸다. 구우면 입안에서 스스르 풀어지고 말린 것을 찌개에 넣거나 졸이면 약간 쫀득한 식감이 있다. 도루묵의 알은 굽든 끓이든 겉면에 미끌한 점액이 묻어나고 치아 사이에서 토독토독 알이 터치는 촉감을 즐길 수가 있다. 그러나 산란 시기에 거의 다다른 도루묵의 알은 껍질이 질겨 거북스럽다. 알이 가득 찬 생선이라고 알의 맛에만 치중해서는 양미리와 도루묵의 진가를 놓칠 수가 있다. 생으로 굽거나 끓이면 아주 부드러운 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특히 도루묵은 살의 결이 굵고 알의 겉면에서 느껴지는 미끌함이 살에도 약간 묻어 있어 입안에 후루룩 감기듯 넘어가는 촉감이 그지없이 좋다. 양미리는 생으로 굽지 않으면 구득하게 말려 찌개로 하는 것이 가장 맛있다.
글·사진 황교익
농민신문사와 (사)향토지적재산본부에서 향토음식과 지역특산물의 취재 및 발굴, 브랜드 개발 연구를 했다.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 [맛따라 갈까보다], [소문난 옛날 맛集], [주말농장 즐기기], [알기 쉬운 지리적표시제] 등의 책을 펴냈다. 향토음식과 식재료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http://blog.naver.com/foodi2'를 통해 네티즌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첫댓글 좋은 정보네요^^
좋은정보감사..퍼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네요^^
도루묵알이 꽉꽉
잘 봤습니다~
도루묵 먹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