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옛집에 가면 뭍 집들의 대문과는 사뭇 다른 “정”이라고 하는 대문이 보입니다. “정”은 걸쳐두는 통나무 가지인 “정주먹”과 이 정주먹을 걸쳐 놓게 만든 구멍 세 개가 뚫린 나무 기둥 곧 “정낭”을 통틀어 말합니다. 이 “정”은 대문이라기보다는 집에 사람이 있고 없음을 표시하고, 말이나 소의 드나듦을 막으려는 소박한 아름다움이지요.
손님이 남의 집에 가면 정주먹이 몇 개 걸쳐 있는지를 보고 행동을 하게 됩니다. 먼저 정주먹이 하나 걸쳐있으면 집에 주인이 있으니 들어오라는 뜻이고, 두 개가 걸쳐있으면 가까운 데 간 것으로 잠시 뒤에 들어온다는 뜻이며, 세 개가 걸쳐 있으면 나들이 중이니 나중에 오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전하는 말로는 과부집의 정낭은 네 개가 걸쳐진다고 하지요. 혹 어떤 집에서 정이 아닌 뭍과 같은 대문을 달려고 하면 마을 사람들은 “무슨 보물덩이라도 감추어 두었기에 남을 못 믿어 “이문간”을 만드느냐고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 정이 있는 집이 많이 사라졌지만 성읍민속마을 등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참고 : ≪제주 민속의 아름다움≫, 진성기, 제주민속연구소
===================================================================
(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843. 조선의 아름다움 백자이야기 2006/10/30
김상옥 시인은 백자에 대해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 같이 하얀 살결!"이라고 노래했습니다. 백자(白瓷/白磁)는 우리말 사전에 "순백색의 바탕 흙 위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구워 만든 자기. 청자에 비하여 깨끗하고 담백하며, 검소한 아름다움을 풍긴다."라고 되어 있지요. 백자는 조선을 대표하는 눈처럼 하얀 순백색의 그릇들로, 아무런 무늬가 없거나, 있어도 꾸밈이나 번잡스러움은 없습니다. 조선은 백자의 나라입니다. 백자는 바로 조선의 숨결이고, 조선을 꿰뚫는 이념인 성리학을 그릇으로 드러냈다고 합니다.
조선 백자의 독창적 아름다움으로 누구나 17세기 달항아리를 꼽으며, 그밖에 백자들은 아기의 태를 담아서 묻었던 백자태호(白磁胎壺), 문방구인 백자연적, 밥을 담는 그릇인 백자반합, 죽은 사람의 경력을 적어서 넣어 무덤에 같이 묻은 묘지합(墓誌盒)들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