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모기와 파리 때문에 짜증스러웠는데
가을의 문턱을 들어 서면서 파리 수는 조금 줄어든 것 같은데
모기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 같다.
옛 어른들께서 처서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져 무는 힘이 약하다더니
요즘 모기는 음식물이 넘쳐나는 좋은 세상에 태어나 먹을 것을 많이 먹어 그런지
날갯짓도 요란하고 소리도 크며 침을 꽂는 촉수의 힘도 강한가 보다.
마당 한쪽에 자리 잡은 평상에 앉아 농산물 포장을 짓는데
모기가 귓가에 앵앵거리며 자꾸 달려든다
모기향을 피웠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호박 포장 짓는데 자꾸만 신경 쓰인다
팔뚝에 앉은 모기를 보고 손바닥으로 힘있게 때렸다
손바닥에 묻은 모기 피와 죽은 모기가 불쾌감을 준다
물티슈로 손을 닦고 모기를 쫓아가며
또 일에 열중하는데 이번엔 얼굴을 공격한다.
모기는 내 얼굴을 한 번 물어보기 전에는 안 갈 셈인가 보다
갑자기 오른쪽 볼이 따끔거린다
예감에 모기가 침을 꽂고 흡혈하는 중인가 보다
나는 손바닥을 펴고 힘줘 잽싸게 오른쪽 볼을 때렸다
잡아야 할 모기는 날개 비비며 소리를 내고 "엥" 하며 날아간다.
내 손으로 내 뺨만 때린 셈이다, 무척 아프다.
이런 바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갑자기 억울함이 밀려오고 짜증이 난다
비가 온 뒤, 날씨가 습한 탓에 모기와 파리가 설쳐댄다.
이번엔 초 파리가 눈앞을 알짱거린다
눈에 곧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느낌이 좋지 않다
초 파리가 눈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다.
목장갑을 벗고 손가락으로 살며시 쓸어내리듯 훑었다
초파리가 손끝에 쓸려 따라 나온다
기피제를 뿌려도 소용없고 향을 피워도 소용없는 파리와 모기
이것들을 어떻게 혼내줘야 내 속이 풀릴까.
오늘은 모기 여러 군데 물렸다.
모기, 파리는 정말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