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한길 대표와 함께
처음 '소설가 김한길'을 만난 건 내가 SBS 서울방송에 근무할 때다.
사장실 차장으로 일할 때인데...당시 김한길 작가는 방송위원회 사무총장이었다.
꽤 여러차례 만나면서 마음을 연 대화를 나누었다. SBS 윤세영 사장님과 친교가 깊었던 그분의 창조적 상상력은 끝이 없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깊은 성찰, 그리고 진보적 행동가인 선친에게 물려받은 기개와 호연지기...참 가슴을 두드리는 담론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정치인으로 다시 만났다.
김한길 의원은 역시 그 다운 기획력과 창의성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실현해내는 일등 공신이 되었고, 문화관광부장관으로서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올곧게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에서는 젊은피 수혈론을 내세우며 전북에 정동영, 서울에 김민석 그리고 충북에 이근규...이렇게 국민의 정부 삼각편대라며 추켜세웠는데 나만 고배를 마셨다.
"오늘은 바보라고 자탄할 수도 있지만, 이근규의 눈물이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울 날이 올 것입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용기를 주는 응원의 말씀이었다.
김한길 형님은 이런 말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당대표실을 찾은 '돌아온 아우'를 크게 기뻐하며 반겼다.
"역시 이근규요...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우뚝 서는 걸 보며, 지난 날 고난의 세월이 환한 빛이 되는 걸 느꼈어요."
"김대표님, 부탁이 있어 당선인 신분이지만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잘 아시지만 제천은 의병의 고장입니다. 남산전투에서 대패한 일제가 1907년 8월 23일에 완전히 불살라버렸던 도시입니다. 민족혼을 말살시키려는 것이었죠. 그런데 거기에 다시 모여들어 오늘의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 낸 제천시민은 민족사의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이는 세계 레지스탕스나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기록이기도 하죠.
또 구석시시대 점말동굴에서 보듯 인류문명사의 유서깊은 지역입니다. 농업혁명기에는 의림지를 통해 물을 다스렸고, 산업화시대에는 철도와 시멘트산업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한 핵심 요충지입니다.
이제 디지털혁명시대, 문화의 시대를 맞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최고의 관광도시로서 대한민국의 중요한 거점도시로 자리매김 해야하겠습니다. 제천의 역사가 우리 민족의 자부심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지역의 역사성과 민심승리를 만들어낸 시민들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셔야 합니다.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바랍니다."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제천이야기였다.
"이근규 당선자의 말을 들으니 마음으로 공감이 가는군요. 제천이 그렇게 소중한 가치를 지닌 곳이라니 감동인데요...열심히 도울테니 정말 멋진 시장이 되세요. 조만간 재일 형하고 함께 식사 한번 합시다."
김한길 대표는 워낙 진솔하고 가슴이 열린 분이시라...진지하고 격정적인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배웅을 하는 비서실 직원은 "하도 뜨거운 이야기라, 차마 안으로 들어갈 생각조차 못했습니다"라며 너스레를 떤다.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