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세월의 길이만큼 진이를 지켜보았기에, 다시 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과연 태균이나 준이를 데리고 사회적 기업이란 걸 한다면 가능할까? 하는 질문은 여전히 의문이지만, 진이정도라면 사회적 기업이란 제도를 통해 가능성이 크지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제는 비가 계속 흩뿌려대니 잠시 비가 멈춘 사이 성산지질트레일에 가서 유채밭도 거닐고 무엇보다 요즘 철새를 비롯 갈매기들도 많으니 새보기 훈련을 합니다. 준이는 말할 것도 없고 진이도 먼거리 시야기능이 많이 축소되어 있습니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이 기능이 조금이라도 회복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면에서 제주도는 천국 중의 천국!
다시 비가 뿌려대고 바람도 심하니 이리저리 드라이브를 하다 노래방 타임이 되서 진이의 노래솜씨도 보고... 간만에 진이의 '무조건' 노래에 맞춰 같이 합창도 해보고. 태균이만의 노래방은 바다가 훤희 보이니 참 풍경이 근사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메뉴 4가지를 객관적으로 제시하자 진이가 정확하게 떡볶이를 선택합니다. 신나게 떡볶이 파티! 떡볶이야말로 녀석들이 모두 다 좋아하는 메뉴는 맞습니다. 태균이는 떡을 줄이고 삶은 계란을 좀더 넣어주고, 준이는 떡도 좋아하지만 라면사리와 오뎅을 좋아하고, 이것저것 모두 다 잘 먹는 진이는 멸치까지도 다 먹습니다.
저녁먹고나서 작년 겨울 진이랑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는데 금방 눈을 반짝입니다. 에코랜드에서 다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설마하며 여기가 어디였지?하고 물어보니 '에코랜드'라고 정확히 말을 합니다. 아 작년 겨울 갔었던 곳의 명칭까지 정확히 기억하고있구나!
진이오고 첫날도 건물에서 집까지 걸어가게 하고 뒤늦게 집으로 달려왔는데 준이 진이 녀석이 문 앞에 없습니다. 항상 먼저 준이가 집에 도착해서는 문을 못열고 문 앞에서 서성이곤 했는데 그 날은 녀석들이 집에 들어가있습니다. 결코 가르쳐주지 않은 현관비밀번호를 진이가 태균이가 하는 걸 보고는 그대로 한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시각기억력입니다.
이럴 때는 뭐든 가르쳐야 할 단계입니다. 마치 서너살 아이들이 뭐든 가르치면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단계가 되듯, 진이가 딱 그 단계입니다. 이럴 때는 교육이 부족할 뿐! 뇌가 부족한 것이 아닐 겁니다. 진이랑 비교해서 태균이는 많이 부족하지만 결정이라는 단계에서 확실히 앞서있으니, 진이에게는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생활훈련이 참으로 중요할 것입니다.
진이는 현재 결정이라는 사고와 결정을 해놓고 표현하는 결정의사를 스스로 하도록 자꾸 연습시켜야 할 것입니다. 자신감의 위축을 벗어나도록 자꾸 도와주는 것이 이번 짧은 기간의 목표입니다.
많이 좋아졌어도 더 나아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 단계, 우리 아이들을 잘 파악하고 대비훈련해주는 체계가 얼마나 중요할지 진이의 이번 제주도생활은 참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끝까지 걷지도 않으면서도 반드시 하던 일과는 해야만 하는 태균이의 강박적 성실생활. 비가 오니 우리는 차로 이동하는데 태균이는 해안도로 따라 열심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차를 보더니 부리나케 달려오는 녀석! 아직도 어린아이같습니다.
첫댓글 역시나 서진이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보시는 대표님!!
맞아요 서진이는 결정의사표현이 정말 안됩니다ㅜ
못하는말도 없고 말이해력도 어느정도는 되는데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하고 의사표현까지가 넘 힘드네요
그래도 요즘은 조끔이지만 저희들과 대화를 할려고 하고 즐기는감이 보여서 다행입니다
저희가 어떤노력을 해야할지 생각이 또 많아집니다
서진 청년이 제일 먼저 떡볶기를 선택했으니 많은 경험이 주어진다면 결정력 향상은 분명 할듯요. 3쳥년의 조합이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