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족산에 갔다가 어느 아주머니를 만난다.
내가 신고했던 병든 소나무에서 솔잎을 채취하는 것을 보고 따지 말라고 말한다.
언뜻 보기에 추석 송편 찔 솔잎을 채취하는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송편 찌실려고 따느냐고?"
그렇다는 것이다. 저 소나무는 병든 소나무라 약품 처리했으니 안 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솔잎 따기 좋은 높이의 소나무가 근처에 별로 없다고 하면서 다른 곳으로 간다.
그녀의 옆 비닐 봉지에는 약간의 솔잎이 있는 듯이 보였다.
갑자기 송편 생각이 떠오른다.
집에 와서 위키백과를 검색해본다.
송편(松䭏)은 한국 떡의 한 종류로 한국의 명절 추석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이다.
추석 때 햇곡식으로 빚는 명절떡이다.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알맞은 크기로 떼어 거기에 깨·팥·콩·녹두·밤 등의 소를 넣고 반달이나 조개 모양으로 빚어 솔잎을 깔고 찐 떡이다.
음력 팔월 15일 추석에는 햅쌀로 만든 송편으로 조상께 차례를 지낸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송편은 정월 보름날 농가에서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농가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집집마다 장대에 곡식 이삭을 매달아 대문간에 세워뒀다가 중화절(中和節: 2월 1일)에 이것으로 송편을 만들어 노비에게 나이수대로 나눠준 풍속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 때 송편은 나이떡이라고도 불렸다
가장 먼저 수확한 햅쌀로 빚은 '오려송편'은 차례상을 차릴 때나 산소에 바친다.
여기서 '오려'는 '올벼' 곧 이른 조생벼를 일컫는 말이다.
요새는 시도 때도 없이 송편을 사먹을 수 있는 시대다. 모시잎 떡은 자주 먹는 전라도 떡이기도 하다.
송편의 역사는 언제부터인가?
솔잎에 쪄서 송편이라 했는가? 여름이 아직도 꼬리가 남아서 추석 무렵에는 음식이 쉽게 상하니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올벼로 빚은 오려 송편 떡은 반달모양으로 생겼는데, 팔월 한가위 대보름인데, 왜 둥근 만월이 아니고 반달 아니 초생달에 가까운 반달 모양을 갖는 걸까?
햇곡식으로 조상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데 반달 모양이 담고 있는 깊은 속내가 궁금해진다.
8월 대보름날 달모양의 떡을 빚어 시절 음식으로 대접하는 것은 참으로 적절한 선택이다.
그에 비해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첫날 설날 아침에는 하얀 떡국으로 대접하지 않는가!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 아침에 밝은 해를 상징하는 하얀색의 긴 가래떡을 동전모양 썰어서 떡국을 끓여 차례지내고 나이를 먹는 의식으로 삼는 것도 추석 송편과 대조되는 민속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 음식인 떡, 그래서인지 떡을 찌는 시루의 역사는 오래이기도 하다.
원삼국시대 토기 시루가 발견된 것이 부지기 수다. 산이름에도 시루봉이라는 산봉우리가 어디 한 두 곳인가.
시루 대신 한자로 '시루 증(甑)' 이름을 가진 곳도 있고.
새해에는 햇님에게 제사지내고, 곡식을 수확하는 가을에는 달님에게 감사의 예를 표한다.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던 시절에
하늘의 햇님 달님 별님에게 감사의 제를 올림은 동서고금의 일상적인 일이다.
- 가야 시대의 토기 시루 (위에 얹은 부분) -
우리나라의 추석 송편이 반달 모양에 가깝게 빚어 만든다면, 중국의 추석 명절의 월병(月餠)은 이름 그대로 떡이어야 하는데, 떡이 아닌 과자의 일종으로 둥근 만월 모양이다. 우리의 송편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물론 역사도 우리보다 짧기는 하지만.
나무위키의 자료를 보면,
월병(月餠)은 중화권의 명절인 중추절에 만들어 먹는 떡이 아닌 과자의 하나다.
이름과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보름달을 본땄는데, 중국에는 둥근 과자와 둥근 과일을 달에게 바친 뒤, 가족과 이웃끼리 나누어 먹고 서로 행복을 빌어주는 풍습이 있다.
둥근 무늬 틀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표면에 무늬가 있다. 한국의 송편과 비슷한 명절 음식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 중국의 월병 과자 -
중국은 자신들이 한자문화권의 종주국이라고 뻐기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너무나 많은 차이가 나는 점을 추석 송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은 그 한자(漢字)도 진태하 박사 같은 분은 한자(韓字) 또는 '고대동방한글(契)'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자는 중국 한족이 만든 것이 아닌 동이족(東夷族)이 만든 것임을 임어당 박사 등 중국의 지식층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과,
한자 속에는 한국 고유의 민속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자들이 매우 많음을 예로 들어 밝히고 있다.
추석에 즈음하여 송편 찌기 위해 솔잎 따는 아주머니 보고 몆 가지 생각이 나서 적어 본다.
(참고로 양력을 세는 일본은 추석도 양력으로 센단다.)
(2024년 .09월 11일 카페지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