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10월23일 금요일 열 이틀째 날
나마스테 _()_
전날 저녁 먹고 카르마를 방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포카라에 가서 너에게 이런저런 물건을 줄 거고
지금부터 그 물건을 배낭에 따로 패킹을 할 테니
내일 아침에 차에 잘 실으라고 당부하고 짐을 같이 꾸렸습니다.
신도 신겨보고 옷도 입혀보니 다행히 신도 옷도 잘 맞았습니다.
자기가 사용하든지 팔아서 돈으로 쓰던지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닙니다.
기쁜 마음으로 주었으면 그만인 거죠.
*우리가 신고 토롱라를 넘어 온 캠프라인 중등산화 남녀 각 한 족.
(우리는 경등산화로 바꿔 신었습니다)
*오리털 파카. 사진에 많이 보이는 내 꺼 노란 색과 집사람 꺼 군청색 각 한 벌.
*새 등산용 양말 남녀 각 3족.
*두툼한 겨울용 우모복 남녀 상의 각 한 벌.
*가지고 갔던 목감기, 기침감기, 설사, 해열, 진통, 항균, 후시딘까지
모든 비상약은 우리가 설명하고 카르마가 어떻게 먹는지 적고
*남아있던 스니커즈 초콜릿 15개와 미개봉 츄파춥스 사탕 한 봉지까지 다 넣으니
등산용 34리터 배낭이 빵빵 해졌습니다.
거기다가 밀집모자까지 말아서!!!
오늘은 버스로 베니까지 가서 포카라에서 온 혜초 전용 차량으로 환승하여 포카라까지 이동하는 일정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산에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인도에서 기름이 들어오지 않아서
포카라의 혜초 버스는 기름이 없어서 못 오고
대신 베니에서 포카라까지는 승합차 두 대로 간다고 합니다.
10시 출발이라 아침 먹고 카르마랑 마을 구경도 하고 커피도 한 잔 했습니다.
사람과 짐을 가득 실은 버스가 무시무시한 길을
아슬아슬 40분 정도 내려오다가 결국 퍼졌습니다.
그런데 퍼진 자리가 아주 묘한 자리였습니다.
버스가 조금만 더 갔거나 덜 왔더라면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안나푸르나 주봉의 서쪽 벽을 보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베니에 도착해서 쿡들이 트래킹 마지막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카르마를 데리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짝퉁 효리 짝퉁 졸리 사진이 재미있었습니다.
어느 가게에선 옛날 현대전자가 만든 냉장고를 보았습니다.
이런 걸 아시는 분이 있을라나?
호기심에 문을 열어보니 신발장으로 사용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곳에서 현대 마크가 붙은 냉장고를 발견한 건 사건입니다.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며 우리를 먹여 살렸던 쿡들과 포터들!
감사합니다 _()_
고맙습니다 _()_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승합차에 타고 있었는데
카르마와 대장 가이드 빠담이 찾아왔습니다.
승합차 정원 문제로 카르마도 포카라에 못 가고 여기까지라는 겁니다.
헉!
이게 무슨 소라야?
아직 헤어질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그렇게 갑자기 이별이 다가왔습니다.
카르마와 빠담이 급하게 비닐 백과 푸대자루를 구해왔습니다.
배낭의 물건을 꺼내서 옮겨 담았습니다.
애를 차 뒤로 데리고 가서 계약된 하루 $15 돈을 날짜 계산해서 주고
더 많이 더해서 모두 400달러를 주었습니다.
할 일은 다 했는데
애 눈을 보기가……
카르마가 울고 있었습니다.
겨우 진정시키고 우린 각자 애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카르마한테 준 거 이상으로 우리가 카르마한테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다시 네팔에 오게 된다면
반듯이 너와 같이 걷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60만원, $600만 있으면
한국어 학원도 다니고 기술 학원도 다니고
시험 비용까지 다 된다고 하는데
처음 그 소리 들었을 땐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너무 감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긴 네팔이고 애는 외동 아들에 엄마가 아픕니다.
오히려 여기서 부모님과 같이 그렇게 사는 것도
한 판의 바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접었습니다.
그렇게 체 2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갑자기 애와 헤어졌습니다.
차가 출발하고 한참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잘된 거라 좋게 생각했습니다.
집사람이 선몽을 해서 짐을 미리 구별해 놓고
전날 애를 불러서 따로 쌌기에 망정이지
포카라에 가서 준다고 그냥 왔더라면 아무 것도 주지 못할 뻔 했습니다.
어제 밤에 짐 싸면서 애한테
사람의 일은 모르는 거니까 혹시 네가 한국에 일하러 오거든 우리 만나자며
명함을 한 장 주었는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카르마와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우리는 둘 다 강아지 엄청 좋아합니다.
그러나 반려견을 기르진 않습니다.
기를 땐 좋겠지만 나중에 그 정을 어떻게 뗄라고 ㅠㅠ
물건도 우리 집에 한번 들어 오면 잘 버리지 못합니다.
우리 둘은 한번 준 정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베니에서 포카라까지의 도로 사정은 좀 나은 편입니다.
가면서 한번 쉬었는데 거기가 나야폴
나야폴???
우리가 ABC 갈 때 바로 여기 나야폴에서 출발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익숙한 배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같은 모자를 쓴 저 네 사람은 아마도 ABC를 가는 길일 겁니다.
저 길 아래에 check post가 있고 그곳을 통과해서 이제 먼 길을 걷겠지요.
우리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해발 800m 네팔 최고의 휴양도시 포카라
콩알만한 우박세례로 격하게 우리를 환영합니다.
페와 호수 안에 있는 4성급 호텔 Fishtail Lodge에 3년 만에 다시 왔습니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쿡이 해주는 밥이 아닌 부페로 저녁을 먹고
바에서 둘이 맥주 한 잔 했습니다.
11.22Km 14,787보
던야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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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훈훈한 마음 쓰심이 울컥하게 만드십니다
참 보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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