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이름이 없는 것에 이름을 만들어 붙이게 되면 근본적으로 어긋나게 돼 있다.
이 세상에서 다 이름을 붙이고 쓰고 있는데, 그 이름은 구모토각(거북이 털과 토끼뿔)과 같이 실체가 없다.
불심(佛心)은 본래 모든 모양에서 벗어난 것이고 어느 정도라는 규정이 없다. 일체 이름이 없는 데서 가상적인 이름을 둔 것뿐이지 그것이 실체는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종교도 신이나 종교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것이고, 또 유물론이니 제물론이니, 유신론이니무신론이니 , 민주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모든 이름을 붙여가지고 거기 머물러있다.
머물러 때문에 미혹이 생긴다. 부처님은 그런데 머물러 있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내 비위에 맞으면 취하고 비위에 안 맞으면 버리고 취사가 분명하다.
거기서부터 시비가 따르고 많은 투쟁이벌어지고, 여러 가지 불행한 것이 끊임 없이 일어난다.
취사심이 없으면 확연히
통해서 밝아지는 것이다
(단막증애 통연명백).
부처님은 더러운 오탁악세를 버리지 않고 있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으니 연꽃이 진흙 속에 있지만 물들지 않음과 같다(處染常淨)
그러면, 일체의 모양과 이름에서 벗어나고, 모든 종교도 넘어서는 위 없는 부처님의 소식은 어떤 것이냐?
이름도 없고 짓는 것도 없는데 거짓으로 지어서
씀이로다.
거북이털과 토끼뿔이 허공에 가득히 차 있구나.
구름 속의 매화가 불 속에서 활짝 피니,
샘 밑에 붉은 티끌이 하늘에 흘러 넘치는구나.
악!
(학산 대원 대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