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의 사용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기존의 겨울 독감과 신종 코로나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25일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를 방문하는 에바리스트 바르톨로 몰타 외무장관은 23일 타스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EMA가 6월 말까지는 '스푸트니크 V'를 승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몰타 외무장관, 스푸트니크V 백신이 6월 말까지 유럽 승인 받을 듯/얀덱스 캡처
바르톨로 외무장관은 "우리(EU)는 항상 모든 증빙 서류만 제공되면 EMA (승인) 절차에 어떤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얘기해 왔다"며 "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도)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맞은 몰타인들을 많이 아는데, 모두 상태가 좋다"며 "EU가 스푸트니크 V를 승인하고 모스크바와 몰타 사이의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면, 러시아 관광객들이 몰타를 방문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몰타는 코로나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접종한 성인이 70%에 이르러 EU 최초로 '집단면역'을 달성한 국가로 전해졌다. 몰타 보건당국은 성인 인구의 42%가 2차 접종까지 마쳤다며 스스로 집단면역 국가로 선언하기도 했다.
몰타가 '스푸트니크V'의 승인 여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백신 접종자에 대한 EU의 입국 허용및 여행자유화 정책 때문이다. EU는 6월 말을 목표로 EMA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은 백신 접종자들에게는 자유로운 EU 입국을 허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좁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유럽 여행에 나서야 하는 러시아인들은 초조하게 스푸트니크V 백신의 EM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EMA의 심사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자꾸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 초 EMA가 스푸트니크V에 대한 동반심사(긴급사용 승인)에 들어갈 때만 해도 5월 말~6월 초에 EMA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제는 7월로 미뤄진 상태다. 현지 언론도 다각도로 승인이 지연되는 이유를 추적, 보도하고 있다.
유럽규제기관(EMA), 스푸트니크V 사용 승인의 지연에 대해 설명/얀덱스 캡처
EMA측은 공식적으로 WHO 전문가들과 함께 스푸트니크V에 대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제조및 품질관리)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지 24일 EMA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 백신에 대한 동반심사는 판매 허가 승인에 필요한 모든 자료가 확보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GMP 검사가 예정되어 있어 승인 시기를 정확하게 말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승인 시기에 대한 전망이 사람에 따라 다르다.
몰타 외무장관은 6월 말이라고 전망했지만, EMA와 함께 러시아 현지에서 GMP 검사를 진행 중인 WHO의 마리안젤라 시마오 (Mariangela Simao) 사무차장은 지난 3일 스푸트니크V 안전성 평가가 7월에나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멜리타 뷰노비치 주 러시아 WHO대표는 "전문가들이 여름에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안전성 평가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름이라면 6월~8월이다.
신종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혼합 백신'의 임상시험이 시작된다/얀덱스 캡처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보건부 산하 '스모로딘체프 독감(인플루엔자) 연구소'는 기존의 독감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혼합 백신의 임상 시험을 오는 가을께 시작할 계획이다.
이 연구소의 드미트리 리오즈노프 소장(Директор Научно-исследовательского института гриппа им. А.А. Смородинцева Минздрава)은 24일 “혼합 백신에 대한 동물 시험 연구(임상전 연구)가 끝나가고 있다"며 "6월 말에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백신의 유효성및 안전성을 확인하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을에는 건강한 임상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혼합 백신'은 스프레이 형태로 2주 간격으로 두 번 코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리오즈노프 소장은 "혀 밑으로 주입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우리는 코로 주입하는 백신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립(독감)과 신종 코로나에 동시 감염된 환자의 치사율은 2.5배나 높아/얀덱스 캡처
현지 전문가들은 독감과 신종 코로나에 동시에 감염된 환자의 치사율은 어느 하나에 감염되었을 때보다 2.5배나 높다고 밝혔다. 러시아 방역당국은 '스푸트니크V' 백신의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9월 전국민의 대상으로 대대적인 독감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독감 바이러스가 지난 겨울에는 많이 줄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독감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밀린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백신 접종 센터/사진출처: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블로그
한편 스푸트니크V의 해외 생산및 유통을 맡고 있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도의 파나세아 바이오텍(Panacea Biotec)이 스푸트니크V 백신의 시험 생산을 시작했다며 "8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벤카테시 베르마 주러 인도 대사는 23일 "인도는 오는 8월부터 스푸트니크V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내년에 연간 8억5천만 회분의 스푸트니크V 백신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물량의 65∼70%에 달하는 물량"이라고 그는 전했다.
RDIF는 인도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한 '닥터레디스'를 비롯, 글랜드 파마, 헤테로 바이오파마 등 인도 제약업체와 위탁 생산 계약을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