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개의 엘리트 사조직
엘리트 클럽이던 하나회가 해체되면서 대한민국에선 군부 쿠데타 위험이 사라졌다. 그런데 군부와 함께 또 하나의 무장조직인 경찰과 군부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법조계에 수십 년째 사조직이 판을 치고 있음에도 YS 이후 그 어떤 대통령도 척결하지 않고 있다. 척결을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정확히는 모른다. 왜냐하면 경찰과 법조계 사조직은 하나회와 달리 정치권력에 편승해 온갖 특혜를 누리며 기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사조직은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서울대 법학과 동문들을 중심으로1997년 출범한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사 시절 만든 진보·좌파계열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연구회다.
양승태·이용훈 전 대법원장, 김용덕·김재형 전 대법관,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소속된 민판연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법원 내 주요 요직을 대부분 장악했다. 한때 대법관 14명 가운데 6명을 민판연 회원이 차지할 정도였다. 민판연 회원들은 법원을 떠난 뒤엔 대부분 우리나라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좌파·진보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는 법조계를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연구회가 장악했다. 노무현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를 비롯해 박시환 전 대법관, 김종환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박정화 대법관 등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과 법제처장을 지낸 김형연 변호사는 국제인권연구회 회원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조직은 노무현·문재인정부에서 법조계를 장악한 이후 윤석열정부에서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사법부를 특정이념 하부조직으로 타락시킨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연구회다.3400명에 달하는 전체 법관의 14% 남짓인 460명 안팎으로 알려진 이들 법조계 사조직은 외형은 법원 내 학술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념적 사조직 성격이 강하다.
두 조직 회원들은 헌법과 법률·양심에 따라야 하는 법 집행에서 소속 사조직의 이념이 앞서 공정한 법 집행에 방해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들로 인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던 국민은 허탈해 하고, 법조계의 고질인 전관예우에 기대기 위해 고액의 헛돈을 써야 한다.
최근 자유일보 보도로 알려진 경찰 내 사조직 문제도 심각하다. 20여 년 전 ‘폴 네띠앙’이라는 이름의 경찰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일선 경찰 모임으로 발족한 경찰 내 사조직이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정치색을 띠더니 비밀결사 형태의 사조직으로 지속해서 유지 성장했다는 주장이다.
경찰대 졸업생 중 호남 출신을 주축으로 경찰간부후보생·대통령실 경비와 경호를 담당하는 101경비단이 주축인 이들은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국회에까지 진출해 검수완박에 앞장서기도 했다. 7월 발생한 경찰국 설치에 반발해 일어난 총경 집단행동도 이들 조직이 움직인 것이라는 얘기다.
회원이 5000여 명으로 알려진 경찰 내 사조직은 경찰 업무의 핵심인 수사와 정보 분야뿐만 아니라 윤석열정부가 전쟁까지 선포한 마약수사와 대통령 경호부서까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도 능력보다는 사조직을 고리로 용산경찰서장과 정보담당자, 112상황실장 등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가 발생한 사건으로 해석된다. 심지어 이태원 사고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에도 이들의 입김이 작용해 수사 방향을 소방서 등 엉뚱한 곳으로 바꾸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태원 사고 당시 일선 경찰서가 현장 정보를 모른다는 건 상식 밖”이라며 경찰을 질타했다. 하지만 경찰 일선은 꿈쩍도 않는다. 법조계와 경찰 내 사조직을 소탕하지 않고선 공염불(空念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