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에 눈이 내린다.
몇 일간 포근했던 날씨에 산수유 노란 꽃봉우리가
봄을 재촉하는데,
봄을 시셈하는 날씨란다.
기지개를 퍼듯이 호기롭게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섰는데
진눈개비가 내리고 있다.
눈을 맞으며 배낭을 지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배낭를 매니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난다.
처음에 케리어를 생각했는데 바꾸길 잘 했다 싶다.
여행은 역시 쉽게 떠날 수 있어야 여행이 맛이 난다.
닻을 내리듯 정착하면 여행이 달라진다.
길에서 길을 물어보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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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내린 눈이 마른 가지에 쌓여있다.
아침 해빛에 녹아내린 물방울이 비처럼 내린다.
11시35분 김포발 제주행 Jinair 저가 비행기를 탔다.
3, 3 좌석에 34열이니 200석에 빈 좌석이 없다.
12시45분에 제주공항에 착륙했다.
트램을 내릴 때까지는 몰랐다.
바람에 사람이 날아 갈 정도로 세차게 불고 있었다.
눈까지 내리고 있다.
봄여행이 아니라 겨울 여행이 되었다.
여행은 날씨가 팔할인데..
예약한 숙소가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여행자 숙소가 많은 지역에 있는 마실 게스트하우스이다.
3성급 호탤이나 좋은 게스트하우스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 많아야 만원 정도 차이지만 굳이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한 이유는 여행은 다른 여행자를 만나는 순간이 많아야 한다.
새로 구입한 셀폰의 구글지도를 커니 위치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난감하다. 구글지도가 우리의 유일한 안테나이고 더듬이인데 난감하다. 기억에 의지해 방향을 잡았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생각하고 큰 길로 나섰는데,
이상하다. 걸어도 주택가가 나오지 않는다.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항 근처라 렌트카 회사만 있고 상가도 주택도 없는 도로이다.
한참을 걷다가 차에서 내리는 사람에게 시외버스 정류장을 물어보니 반대 방향이다.
40분이면 되는 2.5키로 거리를 한 시간만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배낭을 지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여행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제주 섬이 보이는 바다이다.
검은 부분은 구름의 그림자이지만 흰점은 파도이다.
백파라고 하는 바람이 많이 불면 생기는 바다의 거품인 셈이다. 이 때 알았어야 했다.
지금 바람이 성인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불고 있었다.
동문시장 앞 계천, 바다로 행하는 계천이 제주시의 명소이다. 너무 추워서 바로 돌아섰다.
제주도 화산이 만들어낸 구멍 뚫인 돌로 만들어진 다리가 바다까지 연이어 있다.
어디에서 본 듯한 기시감이 바로 파리의 작은 센느강을
느끼게 했다. 일본단체관광객, 수학여행 온 학생 그리고 중국말을 하는 개인 관광객으로 혼잡하다.
케노피가 있는 동문 시장을 구경하고, 아이들에게 천혜향 한 상자씩 택배로 보내고 걸어서 숙소까지 왔다.
숙소 카운터에 있는 95년생 아가씨는 산본중, 산본 고등학교를 나온 우리동내 출신이다.
제주도에 내려 온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한다.
같이 저녁식사로 치킨을 먹고 있는 젊은이도 여기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되지 않았다는 말은 한 곳에 오래 일하지 않는 다는 말이기도 하다.
저녁 식사는 앞 건물에 있는 서민식당 무진장에서 된장찌개 백반으로 했다. 너무 추워 멀리 나가고 싶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근처에서 찾았다.
숙소에서 무슬림음식을 하는 곳이라 소개한 식당이다.
무슬림 음식이라 하지만 그냥 횟집이다.
특별히 조리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아마도 돼지고기 요리가 없고 양념이 순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마실 게스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