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는 오후 너댓 시부터 눈이 내리겠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다. 그런데 가인연수원
들어서는 길에는 간밤에 내린 눈으로 차량 통행이 곤란하도록 쌓여 있었다. 오르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길에서 하차하여 걸어서 올라갔다.
가인연수원에는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쳐서 일행들을 당황하게 하고 추위에 주눅 들게 만들었다.
북쪽에서 내장산으로 내려왔던 호남정맥은 추월산까지 남동진하다 다시 북쪽의 용추봉까지
거꾸로 올라가서는 결국 남쪽인 오정자고개를 거쳐 장흥과 보성의 남해안 득량만까지 사정
없이 내려간다. 이렇게 추월산에서 오정자고개까지 한 바퀴 휘돌아 가는 마루금에서 흘러내
린 물을 한데 가둔 곳이 담양댐이다.
그러다보니 마루금 경로가 특이하게 영어 알파벳의 M자 형태를 닮았고 가장 높은 치재산이
한 가운데 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깃대봉에서 1.2Km 가량 내려간 지점의 암릉 외에는 육산
줄기이기 때문에 걷기가 수월하다. 도상거리가 15Km에도 미달하는 짧은 거리기 때문에 준
족이라면 6시간 내 주파가 가능하다. 물론 지나온 마루금처럼 자잘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은 기본이다.
* 거리(14.7km) - 가인연수원(1.3)521봉(1.7)산신산(3.2)533봉(1.3)치재산(2.4)용추봉(1.6)
깃대봉(3.2)오정자고개
* 예상소요시간 - 6시간30분(점심식사 및 휴식 포함)
가인연수원의 오른쪽으로 난 농로가 북추월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가인연수원에서 370고지로 올라가면 왼쪽 능선에 산수유밭이 있다.
산수유밭의 가운데를 지나 북추월봉으로 올라간다.
가인연수원에서 거침없이 올라 34분만에 1.3Km 지점의 북추월봉(514.5m) 도착.
눈이 제법 쌓여 오랜만에 보기 좋은 설경을 구경하며 간다.
526봉 도착.
몹시 추운 덕분에 어지간한 비탈은 올라가도 땀이 나지 않는다.
눈앞에 다가선 산신산.
북추월봉에서 41분만에 1.7Km 지점의 산신산(385m) 도착.
정상이 펑퍼짐해서 정확한 위치를 찾느라 능선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15분 지체.
천치재(285m) 통과.
천치재를 풀이한다면 하늘고개의 고개란 뜻인데 북쪽인 쌍치면의 지대가 높아서 남쪽의
담양호에서 올라오는 길이 하늘로 오르는 듯 가파르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다. 전라도
지방에선 옛날에 고개를 한자의 거리 단위인 치로 불렀다. 그래서 고개 이름 뒤에 치가
붙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치 뒤에 또 다른 우리 말의 고개 명칭인 재를 붙인
것은 잘못된 중복 사용의 전형이라 하겠다. 역전앞이나 족발처럼.
천치에서 372 들머리인 안동 권씨 묘지.
안동 권氏들이 무슨 일로 전라도 순창까지 가서 살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372봉을 넘어 마주친 임도를 따라 북쪽으로.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이 구간에서 가장 높은 치재산.
임도를 벗어나서 491봉으로 오르는 된비알.
올라가기 직전 땀이 날 것을 예상하여 미리 점퍼를 벗을 만큼 가파르다.
491봉 도착.
점차 약해지던 눈보라는 거의 그쳤고 흐렸던 하늘이 서서히 개이기 시작하였다.
신갈나무 숲 너머로 533봉이 보였다.
533봉 된비알.
눈과 낙엽이 아이젠에 마구 들러붙어 성가시게 하였다.
능선의 왼쪽은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 석보리.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가 백방산(665m).
백방산 너머 추령봉이 보일 텐데 그곳까지 시야가 밝지 못하다.
내장산과 백암산 사이 순창고개에서 발원하여 북쪽의 옥정호로 흘러가는 섬진강 지류 추령천.
그러니까 능선의 왼쪽은 섬진강 수계이고 오른쪽은 영산강 수계에 속한다.
산신산에서 1시간19분만에 3.2Km 지점의 533봉 통과.
533봉에서 치재산 방향 마루금.
오른쪽 계곡의 가마골야영장과 구암사로 내려가는 임도.
강추위에 눈이 얼어붙은 치재산 된비알.
533봉에서 35분만에 1.3Km 지점의 이 구간 최고봉 치재산(591.5m) 도착.
치재산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용추봉으로 가던 급경사.
건너편에 산허리를 감돌아서 왼쪽의 쌍치면 양신리와 오른쪽의 가마골을 오르내리는 임도가 보인다.
어느 산꾼의 공덕인가.
임도 고갯마루가 나타나다.
임도 고갯마루 통과.
왼쪽은 순창군 쌍치면 양신리 방향이고 오른쪽은 담양군 용면 가마골로 내려간다.
용추봉 앞의 525봉으로 올라가며 왼쪽의 풍경을 바라보다.
왼쪽부터 533봉, 내장산 신선봉, 장군봉, 까치봉, 연지봉, 망해봉, 성옥산, 묵방산, 모악지맥분기점, 모악산.
아래 골짜기는 순창군 쌍치면 양신리이고 흰 눈에 덮인 양신저수지가 보인다.
525봉의 북쪽 능선인 510고지까지 올라간 후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용추봉으로.
용추봉으로 올라가는 능선의 산죽.
어른 키만큼 자란 산죽들이 앞을 가로 막으며 눈세례를 마구 퍼붓는다.
용추봉 앞의 560봉에 올라서다.
용추봉 9부 능선.
치재산에서 1시간21분 만에 2.4Km 지점의 용추봉(579.4m) 도착.
정상은 헬기장이며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던 눈밭이었다.
사방이 트여 있지만 북쪽은 용추봉보다 더 높은 세자봉(705m)과 여분산(774m)이 보일 뿐이다.
용추봉에서 내려가며 자잘한 봉우리 셋을 넘자 깃대봉이 나타났다.
깃대봉으로 올라가기 전, 왼쪽의 순창군 구림면 월정리 닭사리골 임도 통과.
왼쪽에서 내려와 고갯마루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용추봉에서 41분만에 1.6km 지점의 깃대봉(515.6m) 도착.
깃대봉은 200m 간격을 두고 높이가 거의 같은 두 개의 봉우리가 있었다.
이 중에서 남쪽에 있는 봉우리가 깃대봉 정상이다.
깃대봉을 내려가던 능선에서 순창군 구림면 월정리 오정자고개가 보였다.
왼쪽부터 오정자삼거리 부근 오정마을, 오정자고갯마루, 삭골 입구, 마지막 봉우리.
깃대봉에서 내려와 넘어가는 500봉.
저 좁게 솟은 봉우리에 조망 좋은 암릉이 있었다.
500봉에서 남서쪽의 추월산.
500봉 왼쪽 골짜기의 순창군 구림면 월정리 삭골지.
500봉의 특급 조망터 암릉.
오정자고개에서 강천산과 산성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마루금이 다 드러난다.
오른쪽에 담양호와 추월산의 풍경이 아름답다.
500봉 암릉에서 조망을 즐기며.
500봉 암릉에서 오정자고개로 내려가는 정맥 마루금.
가운데 송전선 철탑이 오정자고개로 내려가는 마지막 봉우리.
354봉 된비알.
조금 오르다 나무 둥치를 차면서 아이젠에 들어붙은 눈과 낙엽을 털어내는 고충은 계속된다.
송전선 철탑 있는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오정자고갯마루.
산비탈의 눈밭은 전부 약초밭이고 출입을 금지하는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마루금을 양분하는 울타리를 따라 간다.
오정자고개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마지막 봉우리 344봉.
송전선 철탑의 오른쪽 사면에서 뒤돌아 내려간다.
오정자고갯마루의 삭골 입구 마을.
송전선 철탑 암릉의 오른쪽에 까칠한 사면을 조심해서 지나가야 하는 곳이다.
자칫 실수하여 헛발 디디면 오른쪽 절벽으로 미끄러지며 추락하기 십상이다.
오른쪽 아래에 담양댐 상류의 용연리에서 오정자고갯마루로 올라오는 도로가 보인다.
삭골 입구의 마을과 오정자고갯마루(파랑색 사각 간판).
가인연수원에서 6시간20분만에 14.7km 지점의 오정자고개(245m) 도착.
오후 3시쯤 폰에서 경보음이 울려서 보았더니 국민안전센타에서 보낸 한파주의보였다. 눈바람이
매섭게 불었던 탓에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점퍼를 입은 채 종주를 마쳤다.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
면 땀기가 꿉꿉한 등짝이 이내 서늘해졌고 아이젠과 스패츠에 붙은 눈은 털어도 잘 떨어지지 않던
강추위였다. 눈길이 아니었다면 5시간대 주파가 가능한 구간이었다.